실없는 제사
옛날 어떤 현인이 법을 받들어 수행하다가 병을 얻어 갑자기 죽었다.
처자들은 슬피 울면서 아버지를 화장하고 뼈를 거두어 묻은 뒤 독경 향등도 폐지하고 초하루 보름으로 묘소에 나아가 여러 가지 음식을 차려놓고 땅을 치고 뒹굴며 통곡하였다.
아버지는 생전의 복업수행으로 이미 죽어 천상에 태어났는데, 권속들의 이 가련한 모습을 보니 차마 견딜 수가 없어 부처님의 신통을 빌어 어린아이 형상으로 나타나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그때 마침 들판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던 소가 갑자기 죽었다. 어린아이는 풀을 뜯어다 그의 앞에 놓고 땅을 치고 울면서 어서 먹으라 외쳤다.
그의 처자권속이 이 광경을 보고 웃었다.
「글쎄 미련한 친구야, 죽은 소가 어떻게 먹겠는가?」
「글쎄올시다. 이 소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살아날 가능성이 있지만 여러분들은 죽은 지 벌써 일년 가까이 된 아버지 묘소에 와서 그것도 화장까지 하여 아주 가루를 만들어 버린 아버지의 백골 앞에 진수성찬을 차려 놓는다고 아버지께서 잡수실 수 있을까요.
진실로 아버지를 위한다면 보시공덕을 닦을지언정 허례허식을 하지 마십시오.」
사람들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 독경 염불과 보시 지계에 힘쓸 뿐 다시는 허례허식을 하지 않았다.
< 雜譬喩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