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비구의 자비심

거위비구의 자비심

『옛날 어떤 스님이 행걸을 나갔다가 구슬 꿰는 사람의 집 앞에 이르렀다.

마침 그 구슬 꿰는 사람은 임금님의 명령에 따라 구슬을 뚫고 있었는데 스님이 들어가자 밥을 주고자 안으로 들어갔다.

스님이 입은 가사가 붉은색이라 그것이 구슬에 반사되니 마치 구슬이 붉은 고기덩이 같이 광채를 발했다. 옆에서 모이를 주워 먹던 거위가 그것을 보고 고기인 줄 알고 그만 삼켜 버렸는데 주인이 나와서 보고 스님께 말했다.

「여기 구슬이 없어졌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사실대로 말한다면 주인은 곧 거위를 죽일 것이라 스님은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보지 못했다고 말하였다.

마침내 주인은 화를 내어 스님의 옷을 벗겨 털어보고 또 입, 귀, 마지막엔 항문 속까지 탐색하였다.

그러나 종내 나오지 않으니 이는 필시 스님이 어디 숨겨 놓은 것이라 하여 작은 방에 가두고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주었다.

코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와 온 집안에 낭자하자 거위가 그것을 쪼아 먹으러 왔다가 그만 주인의 몽둥이에 맞아 죽었다.

스님은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주인에게 물었다.

「거위가 죽었습니까?」

「지금 거위가 죽고 산 것이 무슨 상관인가?」

「아니 죽었다면 할 말이 있습니다.」

「죽었다.」

비로소 스님은 정신을 가다듬고 염불을 외우면서 전후 사실을 소상히 말했다.

구슬 꿰는 사람은 너무도 기가 막혀 사과할 겨를도 없이 곧 거위의 배를 갈랐다. 과연 그 속에서 마니보주가 나왔다.

「스님도 어쩌면 그것을 보고도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내일 아침이면 똥 속에 묻어 나을 것 같아 말을 하지 않았는데 그 놈이 저보다 먼저 죽었군요.」

하고 구슬처럼 굵은 눈물을 흘렸다.

이 두개의 설화는 불제자로서 계율을 굳게 지켜 일반 사람들의 존경하는 대상이 된다면 또한 사람들이 그의 스승까지 아울러 존경한다면 사실과 금계를 호지하기 위해선 차라리 신명을 버릴지라도 끝내 그 금계를 훼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치기 위하여 전해진 것이나 이 속에는 불교윤리의 위대성이 내포되어 있다.

모든 세상의 윤리가 인간 상호간의 선악관계를 주로 다루는데 비하여 불교윤리는 인간의 세계를 훨씬 벗어나 일체 유정은 물론 내지 초목동식물에 이르기까지 그 자비가 미치고 있음을 은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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