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와 일미

오미와 일미

오미(五味)는 우유의 다섯 가지 맛이다.

『소로부터 젖을 짜내고 젖으로부터 낙(酪=乳將水)을 내고 낙으로부터 생소(生&#37221;=생 우유죽)를 내고 생소로부터 숙소를 내며 숙소로부터 제호(醍胡=청주와 같이 맑게 고인 진품의 우유)를 내는데, 이 제호야 말로 최상의 감미로운 우유로, 먹으면 모든 병을 낫고 건강을 유지하게 된다.』<涅槃經>

이것은 불법의 차제설법을 비유한 것이다.

말하자면 불로부터 12부경이 나오고 12부경으로부터 수다라(修多羅)가 나오고 수다라에서 방등(方等)이, 방등에서 반야(般若) 등 모든 경전이 나오고 반야 등으로부터 마침내 대열반경을 산출하였는데, 이 대열반경이야말로 최상 최고의 교법으로서 중생이 이것을 보고 깨달으면 번뇌의 모든 병을 여의고 불타에 올라 상락아정(常樂我辯)의 묘덕을 성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부처님은 왕사성 죽림정사에 모여서는 자기 신앙의 두터움을 자랑하고 있는 신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옛날 염부제에 큰 바다가 있었다. 물은 항시 짜고 바다는 깊고 얕은 데가 있었는데 사람들은 힘을 따라 각기 이익을 얻었다. 바닷가 모래사장 위에서는 어린애들이 모래 장난도 하고 목욕도 하며 또 고동도 줍고 갈대를 끊어 장난감도 만들지만, 좀 더 깊은 바다. 즉 물이 들고 나는 갯벌에서는 좀더 큰 사람들이 낚시질도 하고 게도 잡고 또 염밭을 만들어 소금을 구워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보다 깊은 바다에서는 어부들이 배를 타고 놀기도 하고, 그물을 쳐 여러 가지 맛있는 고기들을 잡아 돈을 벌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주 깊은 곳은 들고 나는 물이 없고 항상 푸른 물이 가득하여 큰 배가 아니면 건너다닐 수 없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고 깊고 또 깊어 그 밑을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 속에는 용과 고기가 함께 살고 금, 유리, 산호, 진주가 황금 보고를 이루고 있었다.

재주 있는 사람은 그 속에 들어가 여러 가지 보물들을 얻어 써도 다함없는 부자가 된다.

그러나 물은 깊은 곳의 물이나 얕은 곳의 물의 맛이 한결같아 모래 사장위에 놀던 애들도 바다에 갔다 왔다 하고 좀더 깊은 곳에 들어가 놀던 사람도 바다에 갔다 왔다 하며, 아주 깊은 곳에 들어가 산호 진주를 따온 사람도 바다에 들어갔다 왔다 한다.

이렇게 바다에 들어가 짠물을 마시고 놀다오는 것은 너나 할 것 없이 꼭 같으나 얻고 보는 세계는 한결같지 않은 것이다.』

이 설화는 불법일미(佛法一味)와 근기차별을 비유한 것이다. 말하자면 절구경만 하고 온 사람도 절에 갔다 왔다 하고 절에 들어가 불공을 드리고 불법을 듣고 온 사람도 절에 갔다 왔다 하며, 절속에 은거하여 불법의 무한한 보고를 개발하여 생활하는 사람도 절에는 갔다 왔다 한다.

그러나 그들이 느낀 절에 대한 맛은 별로 다른 게 없으나 그것을 알고 쓰는 가치의 차이는 사뭇 같지 않다. 마찬가지로 소승성문 불교도 불교는 불교요, 벽지연각의 불교도 불교는 불교며, 보살부처의 불교도 역시 불교는 불교다.

그러나 소승성문의 불교가 사장위에서 모래 장난을 하는 아이들의 불교라면, 벽지연각의 불교는 보다 깊은 바다에서 어로(漁撈)하는 것과 같고, 보살부처의 불교는 망망대해서 진주조개 잡이를 하는 것과 같다. 어찌 성문 연각이 불보살의 대해를 상상이나 할 것인가?

불법은 큰 바다와 같고 그 맛은 동일한 일미(一味)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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