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천하 유아독존
『태자께서 탄생하실 그 때에 무우수나무아래서는 커다란 수레바퀴와 같은 일곱 줄기의 연꽃이 솟아올랐다. 태자는 곧 그 위에 불끈 일어서서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나서 한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한손은 땅을 가리키며
「하늘과 땅 위에선 내가 가장 홀로 높다. 나는 이제 다시 생을 받지 않으리라.」
천상천하 유아독존 금자이왕 생분기진(天上天下 唯我獨尊 今慈而往 生分己盡)고 외쳤다.
대지는 6종으로 진동하고 대광명은 온 누리에 가득 찼다.
해와 달은 한결 같으나 그날따라 더욱 밝은 빛을 발하는 것 같았고, 맑은 샘은 파지 않아도 저절로 땅에서 솟아올랐다.
때 아닌 나뭇가지에 아름다운 꽃이 피고 영묘한 새들이 떼를 지어 몰려들었다.
맹수와 흉금은 적연히 소리를 감추고 만천(萬川)도 흐름을 멈추었으며, 흐린 물은 곧 깨끗해져 8공덕수를 이루었다.
하늘에는 한점의 구름이 없고 하늘 북은 자연히 울어 3천대천세계에 꼭 같은 소리로 대 구세주의 탄생을 찬탄하였다. 오직욕계의 대마왕 만이 홀로 걱정하고 근심할 뿐이었다.』
<인과경.因果經, 서응경.瑞應經>
이러한 서상, 이러한 기적은 다 같이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는 데 있다.
또 이것은 부처님의 항마성도(降魔成道)를 예증(豫證)한 법문이기도 하다. 부처님의 탄생은 육신 그 자체보다도 영적탄생에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러므로 이 설화는 오도당시의 설화와 연관을 지어 보는 것이 좋다.
『대지는 기쁨에 뒤흔들리고, 세계는 휘황하게 밝고 천인들은 구름처럼 모여들어 하늘 꽃을 뿌리고 하늘 음악을 연주하고 여기 새로운 각자(覺者)의 탄생을 찬양해 마지않았다.
기쁨의 노래가 태자 자신의 입에서도 새어나왔다.
이날 밤 밤이 깊어 3분가고 1분 남았는데 사람들은 잠이 들고 아침 샛별 올라 올 때 모든 고는 다 멸하고 무상보리 이루었네. 그 이름 거룩하다. 대각세존일체지승.』<불본행집경 권30.佛本行集經 卷三十>
『생사는 한량없어 가고 옴이 끝이 없네. 사옥을 구하는 자 자주 자주 태어난다. 이집을 보았으니 다시는 집짓지 않으리. 기둥은 부러지고 들보는 깨어졌다. 축대마저 무너졌으니 마음 떠나 자유롭다.』
<법구경노품.法句經老品>
실로 불타의 탄생은 성도와 직결된다.
아무리 불타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성도를 이루지 못하였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생시의 천상천하유아독존은 성도시의 대각세존으로 통하는 것이며, 금자이왕 생분이진(今慈而往 生分已盡)은 심기이행 중간이멸(心已離行 中間已滅)로 통하는 것이다.
연꽃은 불법의 상징이요, 불타의 표상이다. 처염상정(處染常淨) 또 그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이루어진다(花果同時).
그래서 그것은 불교의 인과동시(因果同時)의 교리와 비유되는 것이며, 5탁악세에 처하면서도 조금도 그에 젖어들지 않는 불심정명에 비유된다. ―「처세간 여허공 여연화불착수 심청정(處世間 如虛空 如蓮花不着水 心淸淨)」―그래서 부처님을 존경하고 佛을 찾고 마음을 닦아 부처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주행칠보의 7은 기수로서 동양의 여러 민족이 똑같이 기리는 숫자이지만, 여기서는 불타가 성도 후 7일간 보리수나무 밑에서 또는 그 밖의 다른 나무들 아래서 홀로 가부좌를 하고 열반의 묘락을 맛본데 은유된 비유가 아닌가 생각된다.
또 어떤 이는 49(7·7은 49이므로)년 설법에 은유(隱喩)된 것이라고도 한다. 하여간 이 말씀은 이 지구상에서 최초의 인간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