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셈하는 사나이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곳에 한 사람의 장자가 있었는데 그의 집은 대단한 부자였기 때문에 재보도 많았고 하인, 말, 코끼리도 수없이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부부사이에는 아들이 하나 있었을 따름이었다.
그런데 장자가 병이 나서 약석의 효과도 없이 병이 점점 더 하여 임종이 시시각각으로 임박했다. 그래서 장자는 외들을 불러놓고 간곡한 말로 유언을 했다.
『이제 나의 전 재산은 네 것이니 부디 명심하여 재산을 보전해라.』
장자는 말을 마치자 곧 숨을 거두었다. 장자가 죽은 후, 얼마되지 않아서 아들은 돈을 물쓰 듯이 쓰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많던 재산도 아들의 방탕 때문에 차츰 줄어들어서 마침내는 하인들도 달아나 버리고 어머니마저 화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아무 곳에도 의지할 데가 없어져서 급기야는 산에 가서 나무를 하고 열매를 따다 팔아서 근근히 목구멍에 풀칠을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산에서 나무를 하고 있을 때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는 눈을 피해서 근처에 있는 동굴로 들어가서 잠시 쉬고 있었다. 그런데 이 동굴은 그 옛날 국왕이 칠보(七寶)를 숨겨둔 곳이었다. 그러나 수천년 동안 인적이 끊어져서 아무도 그것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가난한 이 사나이도 몰랐지만 인연이 닿아서 동굴로 들어가게 되어서 우연히도 어마 어마한 보물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그는 너무나 좋아서 덩실 덩실 춤을 추고 열심히 보물을 세어보기 시작하였다.
『이 돈으로는 우선 집을 짓는다.』
또 돈을 세어보고는,
『이 돈으로는 장가밑천을 삼아야지.』
또 돈을 세어보고는,
『이 돈으로는 하인을 고용해야지.』
이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물건을 마음속에 그리며 돈을 셈하고 있었다.
그가 정신없이 돈을 세고 있을 때 마침 산적떼가 사슴을 쫓다가 그 동굴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들은 동굴 속에서 웬 사람이 정신없이 돈을 세어보고 있는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사슴이 문제가 아니었다. 곧 그 사나이를 죽이고 보물과 돈을 빼앗고 어디론지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우치한 범부도 또한 이와 마찬가지이다. 세속적인 속세의 즐거움에 깊이 집착하여 현세의 욕망이나 번뇌를 떠나서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깊은 산의 동굴이란 속세의 집을 가리키는 것이고, 동굴 속에 있는 보물은 선근(善根)을 뜻하는 것이며, 산적떼란 염마대왕(閻魔大王)의 사자에 비유한 것이다.
<大乘本生心地觀經 第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