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수제가경(佛說樹提伽經)

불설수제가경(佛說樹提伽經)

송(宋) 우전국(于闐國)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 한역 권영대 번역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적에 한 큰 부자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수제가(樹提伽)였다. 창고가 가득 차고 금은이 구족하였으며, 종들이 줄을 이루어서 모자람이라곤 없었다.

한 흰 털수건이 못가에 걸려 있다가 바람을 타고 궁전 앞에 날아왔다. 왕은 곧 크게 여러 신하들을 모아서 함께 앉아 의논하였으며, 쭉 둘러서서 점쳐서 물으며 그 까닭을 괴이하게 여겼다. 모든 신하들은 다 ‘나라가 장차 크게 흥하려고 하늘이 흰 모직 천[氎]을 주셨다’고 하였으나 수제가만은 잠자코 말이 없었다.

왕이 수제가에게 물었다.

“모든 신하들이 다 기뻐하는데 경은 어찌하여 말이 없는가?”

제가는 대답하였다.

“감히 왕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신의 집에서 몸 닦는 수건인데 못가에 늘어놓았던 것이 바람이 일어나자 궁전 뜰 앞에 날아왔던 것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잠자코 말이 없었습니다.”

며칠 뒤에 크기가 수레바퀴만한 열아홉 가지 빛깔의 금꽃이 바람을 타고 궁전 뜰 앞에 날아왔다. 왕은 곧 여러 신하들을 모아 함께 앉아 의논하고 쭉 둘러서서 점쳐서 물으며 그 까닭을 괴이하게 여겼다.

모든 신하들은 다 ‘나라가 장차 크게 흥하려고 하늘이 금꽃을 주셨습니다.’ 라고 하였으나 신하 수제가는 잠자코 말이 없었다.

왕이 수제가에게 물었다.

“모든 신하들이 다 기뻐하는데 경은 어찌하여 말이 없는가?”

제가는 대답하였다.

“감히 왕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신의 집 후원에서 시들어 떨어진 꽃인데 바람을 타고 왕의 뜰 앞에 날아왔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잠자코 말이 없었습니다.”

왕은 제가에게 물었다.

“경의 집이 그러하다면 속히 여러 도구를 준비하라. 내가 20만의 무리를 거느리고 경의 집에 가서 보겠다.”

수제가는 대답하였다.

“왕께서는 거느리고 신의 집에 이르소서. 신에게는 저절로 자리[床席]가 생겨 사람이 펼 필요가 없으며, 저절로 음식이 생겨 사람이 만들 필요가 없으며, 저절로 받들어서 오고 부를 필요가 없으며, 저절로 받들고 가고 돌아볼 필요가 없습니다.”

왕은 곧 20만 무리를 거느리고 수제가 집에 이르러 노는데 남문으로 들어가니 문 안에 한 동자가 있는데 얼굴이 단정하고 살빛이 곱고 온화하여 매우 사랑스러웠다.

왕은 수제가에게 물었다.

“이 애는 경의 아이인가?”

제가는 대답했다.

“감히 왕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그는 신의 집 문지키는 종입니다.”

좀 더 앞으로 나아가다가 중문(中門)에 이르니 한 동녀가 있는데 얼굴이 단정하고 살빛이 온화하여 매우 사랑스러웠다.

왕은 수제가에게 물었다.

“이는 경의 아내인가?”

제가는 대답했다.

“감히 왕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이는 신의 집 합문(閤門)을 지키는 계집종입니다.”

또 조금 앞으로 나아가서 집 안[戶內]에 이르자 벽은 흰 은이고 땅은 수정이었다. 왕은 ‘물이 흐르는구나’ 하고 소리치며 의심하여 나아가지 않았다. 수제가는 왕을 앞으로 인도하여 들어가니 황금으로 상을 만들었고 백옥으로 책상을 만들었으며 수제가의 부인은 120겹 금ㆍ는 휘장을 하였다. 수제가의 부인은 단정하기 짝이 없었는데, 왕에게 절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왕이 제가에게 물었다.

“경의 부인이 나를 보고 어찌하여 탐착하지 않게 여겨 눈에 눈물을 흘리는가?”

제가는 대답하였다.

“감히 왕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왕의 연기를 맡은 까닭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왕이 말했다.

“일반 백성[庶人]은 기름을 태우고 제후는 밀랍[蠟]을 태우며 천자는 옻[漆]을 태우지만 연기가 없거늘 어찌하여 눈물을 흘리는가?”

제가는 대답하였다.

“감히 왕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신의 집에 명월신주(明月神珠)가 전당에 걸려 있어서 밤과 낮이 같으므로 불빛이 필요치 않은데, 왕께서는 연기 속의 왕이기에 냄새가 납니다.”

수제가의 집 앞에는 열두 겹으로 높은 누각이 있었는데 왕을 데리고 꼭대기로 올라가서 동쪽을 보면 서쪽을 잊고 남쪽을 보면 북쪽을 잊어 갑자기 한 달이 지났다.

대신이 ‘나랏일이 큰일입니다. 그만 돌아가셔서 백성을 다스려야 합니다’ 하면 왕은 ‘잠깐만 참으오’ 하였다.

수제가는 왕을 데리고 후원으로 가 보았다. 샘과 못에 목욕하며 과일 먹으면서 자적(自適)하니 달고 맛나기 짝이 없고 매우 사랑할 만하였다. 한 달이 되자 대신은 왕께 아뢰었다. ‘돌아가셔야지요. 나랏일이 중대합니다. 백성을 다스려야지요’ 하면 왕은 ‘어허, 잠깐인데 조금만 더 참으오’ 하였다.

수제가는 금ㆍ는 진보와 비단을 주었다.

20만 무리들은 말과 수레에 타고 한꺼번에 환국하였다. 왕은 여러 신하들을 모으고 함께 앉아 의논하였으며 쭉 둘러서서 점쳐서 그 까닭을 물었다.

“수제가는 바로 나의 신하인데 부녀와 집이 나보다 매우 많다. 내가 치려고 하는데 치는 것이 옳겠는가?”

모든 신하들은 모두 말했다.

“마땅히 쳐야 합니다.”

왕은 곧 40만 무리를 일으켜 종을 치고 북을 울리며 수제가의 집을 수백 겹으로 둘러쌌다.

수제가의 집에는 한 역사(力士)가 있었는데 손에 금지팡이를 잡고 한 번 40만 무리를 견주니 일시에 모두 거꾸러져 손발이 뒤틀리고 꽁무니뼈와 엉덩이뼈가 늙은 할머니같이 되었으며,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머리를 치며 비틀거리다가 땅에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였다.

수제가는 구름수레를 타고 나르면서 공중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물었다.

“올 때는 무슨 마음이었는데 땅에 누워서 일어나지 않는가?”

모든 사람은 수제가에게 대답했다.

“국왕이 장자를 치려고 우리를 보냈는데 장자의 집 문 안에 웬 역사가 손에 금지팡이를 쥐고 한 번 우리들을 견주었는데 우리들 40만 무리가 일시에 거꾸러져 땅에서 일어나지 못합니다.”

수제가가 그들에게 물었다.

“일어나고 싶은가?”

모든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일어나고 싶습니다.”

수제가가 큰 신통눈[神目]을 열어 한 번 보니 40만 무리는 일시에 모두 일어나 본국으로 돌아갔다.

왕은 사자를 보내어 수제가를 불렀으며 왕은 수제가를 같은 수레에 태우고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수제가는 저의 신하이온데 전생에 어떠한 공덕이 있기에 부녀와 집이 저보다 매우 많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제가는 보시한 공덕으로 지금 천상의 낙을 받는 것이오. 옛적에 5백 명의 상인 우두머리가 여러 상인들을 거느리고 귀중한 보물을 싸가지고 험한 길을 지나 아무도 없는 산중을 달리다가 병든 도인을 만나서 그에게 집을 지어주고 침상과 이불을 주었으며 즙[水漿]ㆍ솥ㆍ쌀을 주고 촛불을 주었소. 그때 그들은 천당의 과보를 빌었는데 지금 그 과보를 얻은 것이오.”

부처님께서는 이어서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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