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자재천자인지경(佛說大自在天子因地經)

불설대자재천자인지경(佛說大自在天子因地經)

서천(西天)역경삼장(譯經三藏)
조산대부(朝散大夫) 시홍려소경(試鴻臚小卿)
전법대사(傳法大師) 신(臣) 시호(施護) 명을 받들어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이 때 존자 대목건련(大目乾連)은 밥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정진의 힘으로 큰 신통을 행하여 수없는 광명을 놓으니, 그 금빛 광명이 허공에 두루 비쳤다. 또한 신통력으로 그 몸을 변화시켰는데, 크게도 하고 작게도 하며, 혹 하나가 되기도 하고 혹 여럿으로 변화시키기도 하면서, 불빛처럼 곤륜산(崑崙山)을 향하여 갔다.

그 산봉우리는 눈이 쌓인 듯하였으며, 산 정상에는 금ㆍ는ㆍ유리ㆍ진주ㆍ마노ㆍ산호ㆍ마니(摩尼)와 같은 온갖 여러 보배로 그 땅을 장엄하고 있었다. 또한 여러 궁전들이 있었는데 온갖 진귀한 보배로 아름답고 미묘하게 장엄하였다.

그 중간에는 대자재(大自在)천자의 궁전이 있었는데 너비는 2유순(由旬)이고, 높이는 5유순으로 광명이 눈부시게 비쳤으며, 60명의 큰 신들이 항상 수호하였고, 백천이나 되는 천녀(天女)가 사방으로 둘러 일곱 가지 풍악을 울리고 있었다. 궁전의 사방에 다시 일곱 개의 전각(殿閣)이 있었는데, 너비는 1구로사(俱盧舍)로서 각기 7보로 화려하고 단정하게 꾸며졌다. 또한 사방에 각기 목욕하는 못이 있어 감로수가 맑고 가득 찼으며, 그 못 속에는 하얀 연꽃과 구모나화(俱母捺花)가 피었는데 마치 하늘의 흰 달과 같았고, 금은과 마니로 못 위를 장엄하였다.

그 대자재천자는 오마천후(烏摩天后)와 함께 사자좌 위에 나란히 앉았고 여러 하늘 무리들은 항상 와서 주변을 에워싸고 공경히 공양하였다.

그 때 천자가 미묘한 풍악 소리를 들었는데 듣고 나서 갑자기 애착하여 마음이 산란하여졌다.

이 때 존자 대목건련은 아무리 그런 풍악을 들어도 두려움 없는 선근(善根)으로 그 마음을 조화롭게 다스려 애착하는 것이 없었으니, 마치 묘고산이 큰 바다에 생겨나 편안히 머무르되 흔들리지 않은 것과 같았으며, 정진의 묘한 행을 수행하였으므로 일체 세간 중생에게 공양을 받을 만하였고, 몸가짐이 단정하고 엄숙하였으며 위의를 구족한 채 손에 발우를 들고 있었다.

오마천후는 존자를 보고 나서, 마음에 의심이 나서 천자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누구이기에 몸에 법복을 입어 단정하고 엄숙하며 차분하고, 모든 감관을 조화롭게 다스리고 위의를 구족하였으며, 원만한 광명이 비치는 것이 마치 해가 막 솟은 것과 같고 태연하여 흔들리지 않는 것이 묘고산과 같습니까?”

천자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존자를 관찰하고 일러 주었다.

“천후여, 그대는 알겠는가?”

천후는 대답하였다.

“저는 옛적에도 보지 못하였고 지금 또한 알지 못하겠습니다.”

대자재천자는 말하였다.

“그는 훌륭한 복덕을 지니고 애욕을 여읜 부처님 제자로서 능히 모든 허물을 파괴하고 중생을 교화하여 안락을 짓게 하는 이인데, 걸식하기 위하여 여기에 온 것이오.”

오마천후는 이 말을 듣고 천자에게 아뢰었다.

“그의 스승은 누구이며, 어떤 상호를 갖추었고 어떤 도덕과 위력과 미증유한 법을 갖추셨습니까? 저는 듣고 싶습니다.”

대자재천은 말하였다.

“그의 스승은 3무수겁 동안에 훌륭한 보리를 구하고 널리 복력을 닦아 세간에서 짓기 어려운 것을 능히 지었고, 단바라밀을 행하여 음식과 의복과 와구(臥具)와 의약과 금은의 진귀한 보배와 종들과 수레와 말과 성과 고을과 마을 및 큰 보배 무더기인 나라 왕의 자리까지도 보시한 분이시오. 또한 일찍이 여러 바라문(婆羅門)에게 처자와 남녀를 보시하고도 그 마음 속에는 티끌만큼도 아까워하거나 욕심을 내는 번뇌가 없었고 또한 탐애(貪愛)라는 말조차도 없었으며, 또한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까닭에 머리ㆍ눈ㆍ뇌ㆍ골수ㆍ코ㆍ혀ㆍ몸ㆍ살을 버리고도 티끌만큼도 아프다는 생각이 없었고, 또한 가식이라는 말조차도 없이 진실한 보시를 행하여 보리와 훌륭한 위력의 과보를 구하여 단나바라밀을 구족하였소.

또한 3무수겁 동안에 갖가지 경계의 모양을 대치하려는 까닭에 계(戒)바라밀을 행하여 계율을 굳건히 지켰고 계율을 지닌 위력으로 항상 사람과 하늘의 공양을 받았소.

또한 친하고 미워함이 평등치 못한 것과 순조롭고 거슬림에 차별이 있기에 인욕바라밀을 행하여 8정도로 그 마음을 조화롭게 다스리고 기뻐하며 인욕하여 마음으로 하여금 평등하게 하였소.

또한 상ㆍ중ㆍ하 3품의 중생을 위하여, 그들을 가엾게 여겨 이익되고 즐겁게 하려는 까닭에 정진바라밀을 행하여 밤낮으로 꾸준히 수행하였소.

또한 마음과 뜻이 산란하여 망령된 인연에 떨어질까 두려워한 까닭에 선바라밀을 행하여 마음으로 하여금 결정되고 고요하며 가볍고 편안하게 하였소.

또한 지혜를 내어 미묘한 경전을 읽고 외우고 분별하기 위하여 반야바라밀을 행하였소.

이같이 3무수겁 동안에 6바라밀을 행하여 일체지지(一切智智)를 구하여 이제 부처님의 원만한 지위를 얻었으며, 모든 마왕을 항복하고 적멸의 이치와 색심(色心)의 미묘함을 증득하였으며, 32상과 80종호를 구족하여 금빛으로 장엄하고 원만한 광명이 태양과 같으니 삼계에 견줄 데 없으며, 윤회의 고난을 벗어나 해탈하여 안락하신 분이오.”

이때에 대자재천자가 이렇게 말하고 나자, 오마천후는 이 보시들의 행으 로 얻은 훌륭한 그 증과(證果)를 이제야 듣고 알았다고 기뻐하면서 다시 물었다.

“천자여, 당신은 전생에 무슨 행업(行業)을 닦았습니까? 원컨대 기꺼이 저를 위하여 대략 설명하여 주소서.”

그러자 대자재천자가 다시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자세히 들으시오. 그대를 위하여 말하겠소. 천후여, 나는 과거 수없는 구지겁(俱劫)에 거룩한 모니(牟尼)부처님 계신 곳에서 보시하고 공양하며 복을 닦고, 계율을 지니고 지혜를 훈습하였으므로 그 이후부터 자재(自在)의 과보를 얻어 여덟 번 몸을 받는 가운데 여덟 가지 자재를 얻었으며, 나는 일찍이 날 적마다 보시와 지계의 고행으로 주재(主宰)하는 자재와 욕락의 해탈, 내지 궁극의 적멸을 구하여, 안락함 또한 그렇게 되었소. 이런 까닭에 보시와 지혜를 관찰하여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키고 수행을 끊지 않았던 것이오.”

대자재천자는 이 말을 마친 뒤 그 궁에서 금 발우에 갖가지 맛이 뛰어나고 기름진 밥을 가득히 담아 목련 앞에 나아가 진실한 마음으로 받들어 올렸다. 목련 존자는 발우의 밥을 받고 공중에 솟아 돌아가려고 하였는데, 대자재천자는 전생 일을 아는 지혜를 모두 갖추었으므로 목련에게 말하였다.

“존자 대목건련이여, 지금 당신은 잠깐 머물러 나의 말을 자세히 들으시오. 내가 전생 일을 생각하건대, 아주 오랜 세월 뒤 이에 부처님께서 출현하여 이 대지(大地)의 주재(主宰)가 되고 능히 생멸하는 세간과 삼계의 스승이 되리니, 어느 누구도 그와 견줄 이가 없을 것입니다. 당신은 이 말을 듣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저 향취산(香醉山)에 가보시오.”

그러자 대목건련은 신통력을 타고 공중으로 솟아 그 향취산으로 갔다. 그 산 한 쪽에는 성스러운 못[池]이 있었는데 천수(天水)라고 이름하였다. 바로 그 못에서 목욕을 하고는 목욕을 마친 뒤, 향취산 위에 앉아 금 발우를 열었는데, 그 밥은 뛰어나게 미묘한 빛과 향기를 갖춘 하늘 음식으로 변하여 있었다.

목련이 다 먹고 나자, 갑자기 천녀(天女)가 나타나 깨끗한 물을 받들어 올렸다. 목련이 그 물을 받아 마시자 5체(體)가 모두 깨끗해졌다. 그는 그산 위에 앉아 뜻을 모으고 마음을 오로지 하여 선정에 들어서 대자재천이 ‘아주 오랜 세월 뒤에 바야흐로 부처님이 출현할 것’이라고 한 말을 관찰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천 생(生) 동안 생각하여도 알지 못하겠고, 백천 생 동안 생각하여도 또한 알지 못하겠으며, 백천 구지(俱)의 생을 두고 생각하여도 역시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선정에서 일어나 마희인내라산(摩印捺羅山)에 가서 선정에 들어 생각해 보았지만 역시 알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다시 마희사인내라산왕굴에 가서 선정에 들어 생각해 보았는데 또한 알지 못하였다. 이로부터 70곳의 여러 산을 두루 거치면서 선정에 들어 생각해 보았지만 역시 알 수가 없어, 다시 32주(洲)에 가서 고요히 앉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역시 알 수 없었다.

목련은 생각하였다.

‘저 대자재천은 지혜가 있으므로 자세히 말하였지만 성문과 벽지불도 또한 능히 알지 못하겠는데, 이에 마음은 한결같이 하라고 하였던가.’

그리하여 장로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존자여, 자세히 들으시오. 내가 곤륜산 꼭대기에서 대자재천을 만났는데 그는 나에게 ‘아주 오랜 세월 뒤에 바야흐로 부처님이 이에 출현할 것’이라고 말하였소. 그러나 나는 내가 그 뜻을 끝내 알지 못하겠소. 지금 당신은 존자로서 훌륭한 지혜를 구족하였으니, 깊이 미묘한 것까지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소. 저 하늘에서 비가 내린 지 3년 3개월이 지났어도 그 빗방울의 수를 알고, 4대해(大海)에 고인 물방울 수를 알며, 사대주(四大洲)의 사람들의 그 마음과 행동을 아는 그러한 훌륭한 지혜를 가졌소. 이 같은 큰 지혜를 지니신 불자께서는 이 말의 뜻을 틀림없이 깨달아 아실 것이니, 부디 자비를 내려서 간략하게나마 나타내 보여 주시오.”

이 때 장로 사리불은 이 말을 듣고 곧 선정에 들어 백천 구지의 생을 거치도록 그 일을 생각해 보았는데 역시 알 수가 없었다.

이 때 장로 대가섭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대자재천의 말한 법은 그 뜻이 매우 깊고 미묘하여 헤아리기 어려우니, 당신이 만일 그 부처님의 힘을 얻는다면 곧 깨달아 알겠지만 만일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한다면 마치 손가락 마디만한 풀잎으로 수미산을 헤아리려는 것 과 마찬가지일 것이오.”

그리고 나서 대가섭은 속으로 생각하였다.

‘만일 번개 치는 사이와 찰나(刹那) 동안에 과거 아주 오래 전의 일을 관찰하기를 마치 손바닥을 보듯 할 수 있으려면 오직 부처님의 큰 지혜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가섭은 때[垢] 없고 청정한 음성으로 목련에게 말하였다.

“저 대자재천이 스스로 행한 일은 인간과 하늘 위에서도 아는 이가 없고, 오직 삼계에서 견줄 데 없는 일체지지(一切智智)라야 곧 가히 증득하여 알 수 있을 것이오. 왜냐 하면 불 세존은 백천 구지 항하(恒河)의 모래알과 같은 세계의 과거ㆍ현재의 상ㆍ중ㆍ하품 일체 중생의 근기와 마음을 모두 다 아시기를 마치 손바닥을 보듯 하시니, 그러므로 일체지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 때 장로 대목건련과 사리불과 대가섭은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을 빙 돈 뒤에 5체를 땅에 던져 한결같은 마음으로 절을 올리고서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이 때 세존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아시고 돌아보시면서 빙긋이 웃으셨다. 그러자 대목건련은 부처님의 공덕과 얼굴이 단엄하여 마치 금빛 연꽃이 핀 듯하시고 자비한 얼굴이 화열하여 복상(福相)이 심후하시며, 이와 어금니가 가지런하여 빽빽하시고, 신체가 매우 아름다운데, 청ㆍ황ㆍ적ㆍ백의 광명을 놓아 세간과 산천(山川)의 깊은 골짜기까지 널리 비치니 환히 빛나지 않는 곳이 없어 설령 백천 구지의 해와 달의 광명이 한 덩어리로 뭉쳤어도 그 부처님의 광명에는 미치지 못하고, 맑고 시원한 법맛[法味]을 널리 펴시니 삼계가 적셔져 일체 중생 가운데 이익을 입지 않는 이가 없음을 찬탄하였다.

이와 같이 찬탄하고 나서 그는 공경히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어느 때 발우를 들고 대자재천의 궁전에 가서 걸식하려고 하였습니다. 그 때 대자재천은 제가 발우를 든 것을 보고 법답게 밥을 보시하면서, 저에게 ‘아주 오랜 세월 뒤에 부처님이 이에 출현할 것이다’고 말하였는데, 제가 이 말을 끝내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온갖 지혜를 구족하셔서 나유타 구지 항하 모래알과 같은 세계와 세간의 모든 중생의 똑같지 않은 마음을 모두 아시는 것이 마치 손바닥 보듯 하시고, 그 혀가 넓고 길어 얼굴의 윤곽까지 덮으시니, 간절히 바라옵건대 부처님이시여, 저희를 위하여 의심[難義]을 해결하여 주소서.”

이 때 세존께서는 미묘한 범음(梵音)으로 대목건련에게 일러 주셨다.

“너는 지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내가 너를 위하여 분별하고 해설하여 주리라.

지난 8만 4천 겁 이전에, 그 때 부처님 정등(正等) 정각(正覺)이 세간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을 공덕해(功德海)라 하셨다. 큰 성(城)이 하나 있었는데 역시 공덕해라는 이름이었다. 그곳에는 바라문이 살고 있었는데 이름은 적정(寂靜)이라 하였으며, 그에게는 아들 둘이 있었으니, 큰 아들의 이름은 상가(商迦)요, 둘째 아들의 이름은 노지(魯支)였다.

그들은 점차 자라날수록 총명하고 지혜가 많아졌는데 둘다 생사를 싫어하여 부모에게 절한 뒤에 이렇게 말하였다.

‘저희들은 산에 들어가 도를 닦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부모가 들어 주지 않아 가지 못하였다.

그들은 다시 아버지에게 여쭈었다.

‘꼭 가서 도를 닦겠습니다.’

이렇게 세 차례를 여쭈고 곧 부모와 작별하고 산골짜기에 들어가 산 속에서 움막을 짓고 살게 되었다.

그런데 그 토굴에서 열한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늙은 바라문이 선인(仙人)의 법을 닦으며 살고 있었고, 다시 또 한 사람의 서로 이웃하여 가까이에 살면서 혼자 수행하고 있었다.

어느 때 명절(名節)을 맞이하여 네 사람은 한데 모이게 되었다. 그리고 서로 자신들의 즐겨 구하는 일을 묻게 되었다.

노지가 늙은 바라문에게 물었다.

‘그대는 무슨 행을 닦으며 어떤 과보를 구합니까?’

늙은 바라문은 말하였다.

‘내가 닦는 것은 범천의 몸으로 천상에서의 천년 수명을 구하노라.’

이웃에 가깝게 살면서 수행하는 이에게 물었다.

‘그대는 무슨 행을 닦으며, 어떤 과보를 구합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삼계의 주(主)가 되어 천상에서의 천년 수명을 구합니다.’

상가 선인(仙人)도 말하였다.

‘나는 천상에서의 천년 수명과 세간의 사랑과 공경을 구합니다.’

노지 선인은 훌륭한 지혜를 갖추고 있었는데 그가 말하였다.

‘그대 세 사람이 구하는 바를 성취한다면 세간의 과보를 얻겠지만, 지금 내가 구하는 것은 이 세간에 색(色)이 있거나 없는 이들, 두 발 가진 것과 네 발 가진 것과 발이 많은 것과 발이 없는 것들과 상ㆍ중ㆍ하품의 생사를 돌고 도는 중생을 위하여 그들 모두를 해탈하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이 있은 뒤 부처님 천상에서 수없는 백천 구지 나유타의 제석ㆍ범천ㆍ사람ㆍ하늘과 범부ㆍ성자(聖者)들이 따르고 에워싸고 있는 가운데 금련좌(金蓮座)에 편안히 앉아서 몸에는 붉은 옷을 입고 상호는 보름달 같았으며, 청ㆍ황ㆍ적ㆍ백의 상서로운 광명을 놓으면서 대지(大地)에 강림하여 모든 유정들의 비치니 유정들이 마음이 청정해졌다.

그러자 수행하던 네 사람은 공덕해 부처님 계신 곳을 찾아왔다.

이때에 늙은 바라문은 하얀 길상초(吉祥草) 꽃을 가져다 부처님께 공양하고 예배한 뒤에 돌고 나서 원을 세워 말하였다.

‘저의 이 선(善)으로 범왕(梵王)이 되어 다섯 낯[五面]이 단정하고 엄숙해지며 수없는 중생을 위하여 보시하는 원을 원만하게 하소서.’

다음 한 선인은 철편(鐵片)을 하나 가져다 부처님께 공양하고 다시 향유(香油)를 가져와 부처님 발 위에 바르면서 원을 세워 말하였다.

‘저의 이 선으로 나라연천(那羅延天)의 몸을 얻어, 삼계의 주재자(主宰者)가 되게 하소서.’

다음 상가 선인은 세 개의 등잔불을 밝히고 바늘 세 낱을 올리면서 진실한 마음으로 공양하며 원을 세워 말하였다.

‘이 세 개의 등불과 세 개의 바늘을 바치니, 부디 세 눈을 구족하고 세 고차(股叉)를 얻으며, 날 적마다 항상 보시하는 원을 행하고 세간의 주재가 되어 여덟 가지 자재를 얻으며, 욕락(欲樂)을 이루고 마음의 의식을 총명하게 하소서.’

이 때 노지는 머리 상투가 매우 아름답고 머리털이 길고 빛이 붉었는데 상투를 풀어 길에 펴놓은 뒤 세존께 말하였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자비를 베푸셔서 저의 머리털을 밟고 지나가소서. 부처님의 두 발은 삼계에서도 미증유한 것이어서 천 폭(幅)이나 되는 망만(網)과 당인(幢印)과 번인(幡印)과 금강저인(金剛杵印)이 있으니, 이러한 인상(印相)의 무늬는 비단의 무늬와 같아 매우 보기 좋고 장엄되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마침내 밟고 지나가시자 그는 원을 세워 말하였다.

‘저의 이 선으로 마땅히 부처가 되어 생사에 돌고 도는 모든 일체 중생을 구원하게 하소서.’

이렇게 네 사람은 각기 원을 세운 다음 그 늙은 바라문은 닦았던 여러 가지 선으로 범왕의 몸을 받고 다섯 개의 머리와 얼굴을 모두 갖추어 삼계의 주인이 되었고, 길상초의 꽃을 보시하였던 감응으로 손에 하늘의 불자(拂子)를 갖게 되었다. 다음으로 옆에서 수행한 이는 닦았던 선으로 그지없는 복과 나라연천의 몸을 받았고 철편을 공양하였던 감응으로 손에 윤보(輪寶)를 가졌으니 묘현(妙現)이라 이름하며 능히 일체 아수라를 무너뜨렸다. 셋째 상가선인은 등불 세 개를 올렸던 감응으로 얼굴에 눈이 세 개 생겼고, 세 바늘을 드렸던 감응으로 세 고차(股叉)를 얻어 언제나 부처를 돌고 있으며, 세간의 사랑과 공경과 여덟 가지 자재함을 얻어 능히 생멸하는 세간의 주재가 되었다. 그리고 넷째 노지는 머리털을 펼쳐서 공양하였던 원력으로 마땅히 애욕을 여의고 삼계를 벗어나 일체지지를 이루어 이름을 천중천(天中天)이라 하였다.”

이 때에 세존께서는 거듭 이 뜻을 펴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장 으뜸가는 길상초를 보시하고
다시 부처님을 돌았으니
마땅히 범왕의 몸을 받고
사바세계의 주인이라 불리고
다섯 개의 얼굴은 상호가 장엄하고
손에는 하늘의 불자를 가졌느니라.



철편을 드려 얻은 공덕
나라연천의 몸을 받고
손에는 묘한 윤보 갖고서
능히 아수라를 무너뜨리며

저 세 개의 등잔을 밝히고
바늘 세 낱 함께 공양하였으니
그 감응으로 세 개의 눈이 생기고
손에는 세 고차를 들었느니라.



노지 대선인은
머리털을 풀어 공양하였으니
이 선묘(善妙)한 인연으로
마땅히 불과(佛果)를 증득하리라.



저 자재천은
지난 수없는 겁 동안
그가 수행하였던 인연 생각하고서
다음 마땅히 부처가 되어

세간에 출현한다고 하였지만
성문(聲聞) 등은 능히 알지 못하고
다만 부처님의 위없는 깨달음[覺]이라야
환히 알고 분별할 수 있느니라.

이 때 세존께서는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저 대자재천은 그의 태어난 몸이 매우 희한하였다. 그는 범천으로부터 인간에 내려오게 되었다.

그때 한림(寒林) 속에 아귀녀(餓鬼女)가 있었는데 환화(幻化)라고 하였다. 그가 귀신과 교합하자 아귀녀는 이내 임신하게 되었다.

그는 곧 여귀의 뱃속에 탁생(托生)하여 있다가 뒤에 태어났는데, 얼굴에는 세 개의 눈이 있고 몸에는 광명이 있어 그의 어미가 보고 놀라 달아나 버렸다. 그런데 그의 복력으로 광명이 한림에 있는 모든 귀신 무리들에게 비추었다.

이 때 귀신 무리들은 광명이 해와 같음을 보고 속으로 의심과 두려움이 생겨 곧 물었다.

‘너는 누구이냐?’

그는 곧 대답했다.

‘나는 이 대자재천인데 이름은 자생(自生)이라고 한다.’

귀신 무리들은 듣고 공경히 예배하고 이에 찬양하여 말하였다.

‘정진력(精進力)이 수승하고 색상(色相)이 매우 미묘하도다.’

또한 하늘 사람과 그 범천도 함께 와서 우러러보았는데 하늘 사람들은 그 범천의 다섯 개의 머리 속에 추악한 것이 하나 있는 것을 보고는 두려움과 놀라움을 품고 마음에 열뇌(熱惱)를 내어 대자재천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을 위하여 저 범천의 머리를 잘라 주시오.’

대자재천은 대중에게 말하였다.

‘만일 그의 머리를 자른다면 나는 범천을 죽인 죄를 얻게 될 것이다.’

하늘 사람들은 다시 말하였다.

‘만일 죄과가 있다면 우리들이 나누어 받겠습니다.’

그러자 대자재천은 그 말대로 해주리라 허락하고 곧 커다란 매[鷹]의 몸으로 변하여 발톱으로 그 머리 한 개를 도려내었다.

이리하여 대자재천의 손에는 범천의 머리가 들리게 되었고 일체 하늘 사람과 바라문들은 그 일을 두루 다 알게 되었느니라.”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