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군우비경(佛說群牛譬經)

불설군우비경(佛說群牛譬經)

서진(西晋) 사문 법거(法炬)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께서는 사위성(舍衛城)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마리 소가 있었는데 그 성질이 선량하여 어디를 가나 부드러운 풀을 가려 먹고 맑고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었다.

그 때에 어떤 나귀가 생각하였다.

‘저 소들은 성질이 선량하여 어디를 가나 부드러운 풀을 가려 먹고 맑고 시원한 물을 마신다. 나도 이제 저들을 본받아 부드러운 풀을 가려 먹고 맑고 시원한 물을 마시리라.’

그리고는 그 소떼 속에 들어가 앞발로 땅을 파서 소들을 괴롭혔다. 그리고 소들의 우는 소리를 흉내내었으나, 제 소리를 고치지 못하고 ‘나도 소다. 나도 소다’ 하였다. 그래서 소들은 그 나귀를 뿔로 떠받아 죽이고는 그것을 버려둔 채 거기서 떠났다.

그와 같이 어떤 비구는 정진하지 않고 나쁜 법을 닦으며 사문답지 않으면서 사문이라 말하고, 범행을 닦지 않으면서 범행을 닦는다고 말하며, 또 많이 듣지도 못하고 늘 삿된 소견을 품고 있으며, 걸음걸이와 오고 가기와 몸을 굽히고 펴기와 구부리고 치켜드는 등의 위의를 갖추지 못하고, 가사를 입기와 발우 지니는 법을 알지 못하므로 또 시주에게서 의복ㆍ음식ㆍ침구ㆍ약품을 얻지 못한다.

그는 어떤 비구가 정진하고 선법을 닦으며 사문 속에서 사문의 행을 성취하고 범행을 닦으며 많이 듣고 널리 배우면서 선법을 닦고, 위의를 모두 잘갖추어 걸음걸이와 가고 오기와 몸을 굽히고 펴기와 구부리고 치켜들기와 가사를 입고 발우를 지니는 데 예절을 잃지 않으므로, 시주에게서 의복ㆍ음식ㆍ침구ㆍ약품 등을 얻는 것을 보고 그 나쁜 비구는 생각한다.

‘저 많은 비구들은 정진하고 선법을 닦으며 사문으로서 사문의 행을 성취하고 범행에 있어서 범행을 성취하였으며, 위의를 완전히 갖추어 걸음걸이와 가고 오기와 몸을 펴고 굽히기와 구부리고 치켜들기와 가사를 입고 발우 지니는 법을 모두 다 갖추었다. 그래서 그들은 시주에게서 의복ㆍ음식ㆍ침구ㆍ약품 등을 얻는다. 나도 지금 그들 속에 들어가면 의복ㆍ음식ㆍ침구ㆍ약품 등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 나쁜 비구는 나쁜 법을 닦기 때문에 사문의 행이 없으면서 그것이 사문의 행이라 하고 , 범행이 없으면서 범행을 닦는다 하며 들음이 적고 온갖 나쁜 소견을 가진 그대로 정진하는 비구 속에 들어가, 그 의미와 예절, 즉 걸음걸이와 가고 오기와 몸을 굽히고 펴기와 구부리고 치켜들기와 가사를 입고 발우를 지니는 법을 본받으려 하였다. 그리하여 그 미묘한 비구들처럼 정진하고 선법을 닦으며 걸음걸이와 가고 오기와 몸을 굽히고 펴기와 가사를 입고 발우를 지니는 법을 흉내내면서 ‘나는 사문이다. 나는 사문이다’ 하였다.

그러나 그 미묘한 비구들은 그것을 다 깨달아 알고는 ‘이 비구는 정진하지 않으면서 정진한다 하고 사문답지 않으면서 사문이라 하며, 범행을 닦지 않으면서 범행을 닦는다 하고 많이 듣지 않고 온갖 삿된 소견을 가지고 있다’ 하고, 그 나쁜 비구를 붙잡아 경계 밖으로 끌어내면서 ‘너는 여기 있지 말고 빨리 떠나라’고 한다. 그것은 마치 그 성질이 선량한 소들이 저 나귀를 몰아내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사문의 행이나 바라문의 행이 아닌 것을 버리고 사문이나 바라문의 많은 선행을 잘 외우고 지녀야 한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이 때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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