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보살소문본원경(彌勒菩薩所問本願經)
서진(西晋) 월지국(月氏國)축법호(竺法護) 한역
변각성 번역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피지국(披祗國) 묘화산(妙華山) 중 공구(恐懼)나무 사이 사슴이 모이던 곳에 노니시면서 큰 비구 대중과 함께 하셨다.
비구는 5백 사람이었는데, 일체 성현의 신통을 이미 통달하여 모두 거룩한 비구들이었으니 그 이름을 말할 것 같으면, 현자(賢者)ㆍ요본제(了本際)ㆍ현자 마사(馬師)ㆍ현자 화파(和波)ㆍ현자 대칭(大稱)ㆍ현자 현선(賢善)ㆍ현자 이구(離垢)ㆍ현자 구족(具足)ㆍ현자 우시(牛呞)ㆍ현자 녹길상(鹿吉祥)ㆍ현자 우위(優位)ㆍ가섭(迦攝)ㆍ현자 나익(那翼)가섭ㆍ현자 가익(迦翼)가섭ㆍ현자 대가섭(大迦攝)ㆍ현자 소설(所說)ㆍ현자 소착(所着)ㆍ현자 면왕(面王)ㆍ현자 난제(難提)ㆍ현자 화난(和難)ㆍ현자 라운(羅云)ㆍ현자 아난(阿難)인 이와 같은 무리 5백 비구였다.
또 보살은 미륵과 같은 등의 5백 사람이 있으니, 그 이름은 증의(增意)보살ㆍ견의(堅意)보살ㆍ변적(辨積)보살ㆍ광세음(光世音)보살ㆍ대세지(大勢至)보살ㆍ영길상(英吉祥)보살ㆍ연길상(軟吉祥)보살ㆍ신통화(神通華)보살ㆍ공무(空無)보살ㆍ희신정(喜信淨)보살ㆍ근토(根土)보살ㆍ칭토(稱土)보살ㆍ유연음향(柔軟音響)보살ㆍ정토(淨土)보살ㆍ산적(山積)보살ㆍ구족(具足)보살ㆍ근길상(根吉祥)보살인 이와 같은 등 보살 5백 사람이었다.
그 때에 미륵보살은 자리로부터 일어나서 의복을 정돈하고 길게 꿇고서 차수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묻고 여쭐 바가 있사오니 오직 천중천(天中天)께서는 허락해 주시면 이에 감히 여쭙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내 마땅히 묻는 것을 허락해 주리니 묻고 싶은 바를 곧 물어라. 여래가 마땅히 그 하고 싶은 바를 따라 풀어 주어서 마음으로 하여금 기쁘게 하리라.”
이에 미륵보살은 묻는 바 허락해 주심을 얻고 환희용약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살은 몇 가지 수행법이 있어서 모든 악도(惡道)를 모두 버리고 나쁜 지식에 떨어지지 않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착하다, 착하다. 미륵이여, 보살이 슬피 생각하는 바가 많고, 안온케 한 바가 많아서 모든 하늘과 인간을 불쌍히 여겨 이에 뜻을 내어 여래에게 이와 같은 법을 물었도다. 자세히 듣고 마땅히 생각할지어다.”
미륵보살은 곧 말하였다.
“예,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가르침을 받아 듣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한 법행이 있어서 모든 악도를 버리고 악지식 가운데에 떨어지지 않나니, 무엇을 하나인가. 고요하고 평등한 도의[寂靜平等道意]를 말함이니, 이것이 한 법이니라.”
부처님께서는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두 법행이 있어서 모든 악도를 버리고 악지식 가운데 떨어지지 않나니 무엇이 둘인가. 첫째는 안정하여 일으키는 바 없는 데에 머무름이요, 둘째는 방편으로 모든 소견을 분별함이니, 이것이 두 법이니라.”
부처님께서는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또 세 법행이 있어서 모든 악도를 버리고 악지식 가운데에 떨어지지 않나니, 무엇이 셋인가. 첫째는 대애법(大哀法)을 얻음이요, 둘째는 공(空)에서 익히는 바 없음이요, 셋째는 아는 바에 생각이 없음이니, 이것이 세 법이니라.”
부처님께서는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다시 네 법행이 있어서 모든 악도를 버리고 악지식 가운데에 떨어지지 않나니, 무엇이 넷인가. 첫째는 계(戒)에 서 있음이요, 둘째는 일체법에 의심하는 바가 없음이요, 셋째는 조용히 있기를 좋아함이요, 넷째는 평등하게 관찰함이니, 이것이 네 법이니라.”
부처님께서는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다시 다섯 법행이 있어서 모든 악도를 버리고 악지식 가운데에 떨어지지 않나니, 무엇이 다섯인가. 첫째는 항상 덕의(德義)를 세움이요, 둘째는 남의 장단을 보지 않음이요, 셋째는 스스로 반성하여 몸소 행함이요, 넷째는 항상 법을 좋아함이요, 다섯째는 스스로 제 몸을 생각지 않고 항상 남을 구원해 줌이니, 이것이 다섯 법이니라.”
부처님께서는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다시 여섯 법행이 있어서 모든 악도를 버리고 악지식 가운데에 떨어지지 않나니, 무엇이 여섯인가. 첫째는 간탐하지 않음이요, 둘째는 나쁜 마음을 버림이요, 셋째는 어리석음이 없음이요, 넷째는 추잡한 말이 없음이요, 다섯째는 그 뜻이 허공과 같음이요, 여섯째는 공(空)으로써 집을 삼음이니, 이것이 여섯 법이니라.”
부처님께서는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다시 일곱 법행이 있어서 모든 악도를 버리고 악지식 가운데에 떨어지지 않나니, 무엇이 일곱인가. 첫째는 좋은 방편의 뜻이 있음이요, 둘째는 능히 모든 법보(法寶)를 분별함이요, 셋째는 항상 마땅히 기뻐함이요, 다섯째는 신(信)과 인(忍)을 얻음이요, 여섯째는 정(定)의 뜻을 잘 앎이요, 일곱째는 모든 지혜가 밝음이니 이것이 일곱 법이니라.”
부처님께서는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다시 여덟 법행이 있어서 모든 악도를 버리고 악지식 가운데에 떨어지지 않나니, 무엇이 여덟인가. 첫째는 정직한 견해를 얻음이요, 둘째는 정직한 생각을 함이요, 셋째는 정직한 말을 함이요, 넷째는 정직한 생활을 함이요, 다섯째는 정직한 업(業)이요, 여섯째는 정직한 방편(方便)이요, 일곱째는 정직한 뜻이요, 여덟째는 정직한 정(定)이니, 이것이 여덟 법이니라.”
부처님께서는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다시 아홉 법행이 있어서 모든 악도를 버리고 악지식 가운데 떨어지지 않나니, 무엇이 아홉인가. 첫째는 보살이 애욕을 벗어나고 모든 악인 불선(不善)의 법을 멀리 떠나서 망상이 없고 고요한 정(定)과 환희를 얻어 제1인 1심(心)을 행함이요, 둘째는 이미 망상을 제거하여 속뜻이 고요하고 그 마음이 한결같아서 상(想)과 행(行)이 없고 문득 정(定)의 뜻을 얻어 마음이 기뻐하여 제2인 1심을 행함이요, 셋째는 환희하는 관(觀)도 떠나고 항상 고요하여 몸이 안온함을 얻은 것이 모든 성현(聖賢)과 같아서 말하는 바와 관찰하는 바에 마음과 뜻이 일어나지 아니하여 제3인 1심을 행함이요, 넷째는 고락이 이미 끊어지고 기뻐함과 근심함이 모두 다 그치고 관찰하는 바에 고(苦)도 없고 낙(樂)도 없어서 그 뜻이 청정하여 제4인 1심을 얻음이요, 다섯째는 물질의 생각[色想]을 벗어남이요, 여섯째는 다시 생각[想]을 말할 것도 없음이요, 일곱째는 다섯 가지 생각[想]을 생각하지 않고 끝없는 허공인 지혜에 들어감이요, 여덟째는 모두 끝없는 허공인 지혜를 지나서 한량없는 모든 식(識)으로 아는 행에 들어감이요, 아홉째는 모두 모든 식으로 아는 지혜를 초과하여 다시 있다 없다 하는 생각이 없고 모든 식(識)이 없는 지혜까지 모두 초과하여 문득 유상(有想) 무상(無想)의 행에 들어가고 상(想)을 보지 않아 적정(寂定)삼매를 얻음이니 이것이 아홉 법이니라.”
부처님께서는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다시 열 법행이 있어서 모든 악도를 버리고 악지식 가운데에 떨어지지 않나니, 무엇이 열인가. 첫째는 금강 삼매를 얻음이요, 둘째는 머무르는 곳이 더욱 진보되는 삼매요, 셋째는 좋은 방편으로 교수(敎授)하는 삼매요, 넷째는 생각 있음과 생각 없음을 어거하여 해탈하는 삼매요, 다섯째는 세간에 널리 두루하는 삼매요, 여섯째는 고와 낙이 평등한 삼매를 얻음이요, 일곱째는 보월(寶月)삼매를 얻음이요, 여덟째는 월명(月明)삼매를 얻음이요, 아홉째는 조명(照明)삼매를 없음이요, 열째는 이적(二寂)삼매를 얻어서 일체 모든 법이 구족함이다. 미륵이여, 이것이 보살의 열 법행이 되나니, 모든 악도를 버리고 악지식 가운데에 떨어지지 않느니라.”
이에 미륵보살은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세존께선 본시 보시할 적에
처자와 음식 머리와 눈을
아낌없이 모두 보시하셨나니
부처님의 덕과 바라밀 다함없으시네.
계를 두호하여 범한 바 없으심
파랑새가 그의 털 사랑하듯이
계를 받드심 비할 데 없나니
공덕 바라밀 다함없으시네.
이미 인욕의 힘 보이시되
모든 고락이 모두 평등하여
인욕(忍辱)이 큰 힘 되셨나니
부처님 덕과 바라밀 다함없으시네.
이미 정진의 힘을 완료하시어
위없는 덕으로 원수 대하시고
정진(精進)이 큰 뜻 이루셨나니
부처님의 부지런한 바라밀 다함없으시네.
일체 악을 이미 끊으셨고
지도하는 스승 되어 한마음 즐기시며
큰 지혜와 적멸(寂滅)로 힘 되셨나니
부처님의 선정바라밀 다함없으시네.
청정한 지혜가 자재(自在)하시고
자연스러워 일어난 바 없으시어
지혜가 항상 제일이시니
부처님의 밝은 바라밀 다함없으시네.
지혜로 마왕과 마군무리 항복 받으시고
나무 밑에서 큰 지혜 얻으시며
상의(上義)에 모든 더러움 떠나시어
부처님 힘으로 악마 항복 받으셨네.
세존께서 법륜 굴리실 때
큰 몸으로 사자후하시어
모든 외도 굴복시키시니
부처님의 지혜바라밀 다함없으시네.
색신(色身) 미묘하여 비할 데 없고
계의 덕과 또 지혜와
정진으로 피안(彼岸)에 이르신
부처님의 도 모든 덕에 뛰어나시네.
비유하기 어렵고 비유할 수 없는
위없는 큰 지혜로서
항상 법보(法寶)를 강설하시며
광명으로 중생을 인도해 주시네.
그 때에 현자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일찍이 있지 아니했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미륵보살은 소원이 구족하고 설법이 모자라지 않으며 법을 강설한 자구가 평등하고 말한 법구(法句)도 얽매이거나 집착된 바 없고 경을 강설함에도 마침내 착란함이 없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와 같고, 이와 같으니라. 아난아, 그 말한 바와 같아서 미륵보살은 변재가 구족하고 말한 바 경법도 손실이 없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미륵보살은 유독 게송으로 나를 찬탄할 뿐만 아니니, 이 지난 과거 10무앙수(無央數) 겁에 그 때에 부처님이 계셨나니, 호는 염광구향작왕(炎光具嚮作王) 여래ㆍ무소착(無所着)ㆍ등정각(等正覺)ㆍ금현재성혜행(今現在成慧行)ㆍ안정(安定)ㆍ세간부(世間父)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상천하존(天上天下尊)ㆍ불(佛)ㆍ천중천(天中天)이시다.
그 때에 범지(梵志) 장자(長者)의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현행(賢行)이었다. 동산 누각으로부터 나오다가 여래께서 산보하시는데 몸빛과 광명이 끝없이 변화하는 것을 멀리 보았다. 보고서는 마음으로 생각하되, ‘참으로 좋도다. 일찍이 있지 못한 일이로다. 여래의 몸은 불가사의(不可思議)하며, 외외(巍巍)함이 이와 같고 광채와 색깔이 미묘하고 좋으며, 위신력으로 비추시고 길상(吉祥)의 덕으로써 장엄하셨도다. 원컨대 나도 이후 미래의 세상에는 몸이 이와 같은 광채와, 색깔과, 위신력으로 비춤과, 길상의 덕으로 스스로 장엄함을 구족하게 하여주옵소서’ 하고 이 원을 발하고는 문득 몸을 땅에 엎드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되, ‘내가 장래의 세상에 법신(法身)을 얻어서 나의 몸 위를 지나가시리라’ 하였다.
이 때에 세존이신 염광구향작왕 여래께서는 장자 아들인 현행 범지의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문득 그 몸 위를 지나가셨다. 마침 그 위를 지나시고 나니 문득 불기(不起) 법인(法忍)을 얻었다.
이에 그 부처님께서는 돌아와서 시자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장자 아들인 현행 범지의 몸 위를 지나간 것은 즉시 그로 하여금 불기 법인을 얻어서, 눈으로는 사무쳐 보고 귀로는 사무쳐 듣고 남의 마음속의 생각하는 바를 알며 스스로 어디로부터 태어난 것을 알고 몸은 능히 날아다니고 신통이 구족하게 함이니라.”
그 부처님께서 마침 범지 현행의 몸 위를 지나가시자, 현행은 문득 뭇 지혜를 통달하고 5신통이 구족하여 잊어버리지 않고, 즉시 게송으로써 부처님을 칭찬하였었다.
왕래하여 시방세계에 이르러 보아도
인중존(人中尊)은 비할 데 없나이다.
오직 도에 뜻 두어 모든 행 초월하시니
깨들으신 도사(導師)께 귀의함 원하나이다.
세간에 있는 온갖 광명과
마니(摩尼)와 불의 광명보다 뛰어나서
부처님 광명이 최상이시니
깨달으신 도사께 귀의함 원하나이다.
사자가 한번 울부짖음에
모든 작은 짐승들이 굴복하듯이
부처님의 법을 강설하심 이와 같아서
모든 이도(異道) 모두 항복하나이다.
미간상(眉間相)이 맑고 투명하여
위력 한량없고 쌓인 눈 같아
그 광명이 삼계(三界)에 비추시나니
부처님보다 세상에서 비할 자 없나이다.
성스러운 발밑에 생긴 바퀴 모양이여,
그 바퀴 미묘하여 1천 살[輻] 있으시네.
이 땅과 산 언덕으로도
위없는 어른 움직이지 못하네.
이 때에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장자 아들인 현행 범지를 알고자 할진대 지금 이 미륵보살이니라.”
현자 아난은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미륵보살은 불기 법인을 얻은 지가 오래된 것이 이러하온데 어찌 빨리 위없는 정진도(正眞道) 최정각(最正覺)을 얻지 아니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 일로 정각(正覺)을 취하지 않나니 무엇이 넷인가. 첫째는 국토를 청정하게 함이요, 둘째는 국토를 보호함이요, 셋째는 일체를 깨끗하게 함이요, 넷째는 일체를 보호함이니, 이것이 네 가지 일이 되느니라. 미륵보살은 부처를 구할 때에 이 네 가지 일로서 부처가 되지 아니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본래 부처를 구할 때에 또한 국토를 청정하게 하려 했으며, 또 일체를 깨끗하게 하려 했으며, 또 국토를 보호하려 했으며, 또 일체를 보호하려 했었다. 미륵은 발심한 것이 나보다 42겁(劫)을 앞서지만, 나는 그 후에 이에 도의(道義)를 발하여 이 현겁(賢劫)에서 크게 정진함으로 해서 9겁을 뛰어넘어 위없는 정진의 도를 얼고 최정각을 이루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열 가지 일로써 최정각을 이루었느니라. 무엇이 열인가. 첫째는 소유한 물건을 아끼는 바 없음이요, 둘째는 부인이요, 셋째는 자식이요, 넷째는 머리와 눈이요, 다섯째는 손과 발이요, 여섯째는 국토요, 일곱째는 보물과 재물이요 여덟째는 골수와 뇌요, 아홉째는 피와 살이요, 열째는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음이니, 아난아 나는 이 열 가지 일로써 불도(佛道)를 빨리 얻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또 열 가지 일이 있어서 불도를 빨리 얻었느니라. 무엇이 열인가. 첫째는 법으로써 계(戒)의 덕을 세움이요, 둘째는 항상 인욕(人慾)을 행함이요, 셋째는 항상 정진을 행함이요, 넷째는 항상 그 마음을 전일함이요, 다섯째는 항상 지혜를 행하여 다함없는 데에 건너감이요, 여섯째는 일체를 버리지 아니함이요, 일곱째는 이미 인욕하는 마음을 얻어서 일체에 평등함이요, 여덟째는 공(空)을 익히지 아니함이요, 아홉째는 공법인(空法忍)을 얻음이요, 열째는 망상 없는 법을 얻었느니라. 아난아, 나는 이 열 가지 일로써 스스로 불도 얻음을 이루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본래 불도를 구할 때에 근고(勤苦)하기를 수없이 하여 이에 위없는 정진의 도를 얻었나니, 그 일이 한 가지만 아니니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지난 세상 적에 왕태자가 있었으니 이름은 일체현의(一切現義)였으며 단정하고 수묘하였다. 동산 누각으로부터 길에 나가다가 어느 한 사람이 병을 심하게 얻은 것을 보았다. 보고서 슬퍼하는 마음이 있어서 병든 사람에게 묻되, ‘어떤 약을 쓰면 그대의 병이 낫겠습니까?’ 하자, 병자는 대답하되 ‘오직 왕의 몸에 피를 가지면 나의 병을 치유할 수 있나이다’라고 하였다. 그 때에 태자는 곧 날카로운 칼로 몸을 지르고 피를 내어 병자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보시하여 뜻에 뉘우치거나 원망하지 아니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현의 태자는 곧 나의 몸이니라. 아난아, 4대해(大海) 물은 오히려 말질하여 헤아릴지언정 나의 몸에 피를 보시한 것은 한계를 말할 수 없나니, 그 까닭은 정각(正覺)을 구하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에 지난 과거 세상에 왕태자가 있었으니 이름은 연화왕(蓮花王)이었으며 단정하고 수묘하며 위신이 높았다. 동산 누관으로부터 길에 나가 노닐다가 어느 한 사람이 신체가 나병인 것을 보았다. 보고서 곧 슬퍼하는 마음이 있어서 병든 사람에게 묻되 ‘무슨 약을 쓰면 그대의 병을 고치겠느냐?’ 하자, 병자는 대답하되 ‘왕의 몸에 그 골수를 얻어서 나의 몸에 바르면 그 병이 이에 나을 것이옵니다’라고 하였다. 이 때에 태자는 곧 몸의 골을 쪼개고 그 골수를 얻어서 병자에게 갖다 주되, 환희 보시하여 마음에 뉘우치거나 원망함이 없었나니, 그 때의 태자는 곧 나의 몸이니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4대해 물은 오히려 말질하여 헤아릴지언정 몸의 골수로 보시함은 말하고 헤아릴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에 지난 과거 세상에 왕이 있었으니, 이름은 월명(月明)이었으며 단정하고 수묘하며 위신이 높았다. 궁으로부터 길에 나가다가, 눈먼 자가 빈궁하고 굶주리며 길에 다니면서 구걸하는데, 왕의 처소에 나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왕께서는 유독 존귀하시고 안온 쾌락하시온데 나는 홀로 빈궁한데다 눈까지 멀었나이다.’
그 때에 월명왕은 이 눈먼 사람을 보고 슬퍼하여 눈물이 나오면서 눈먼 자에게 말하였다.
‘어떤 약으로 그대의 병을 낫게 할 수 있겠느냐?’
눈먼자는 대답하였다.
‘오직 왕의 눈을 얻으면 능히 나의 병을 치유하고 눈을 얻어 볼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 때에 월명왕은 스스로 두 눈을 빼어 눈먼 자에게 보시하고 그 마음은 차분하여 하나도 뉘우치는 뜻이 없었나니 월명왕은 곧 나의 몸이니라.”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수미산은 오히려 저울질하여 근량을 알지언정 나의 눈을 보시함은 말하고 헤아릴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미륵보살은 본래 불도를 구할 때에 귀ㆍ코ㆍ머리ㆍ눈ㆍ손ㆍ발목ㆍ몸과, 목숨, 보물, 성읍(城邑)과 처자와 및 국토를 가지고 사람에게 보시하여 불도를 이루지 않고, 다만 선권(善權) 방편(方便) 안락의 행으로써 위없는 정진(正眞)의 도를 얻어 이루었느니라.”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미륵보살은 무슨 선권으로써 불도를 얻어 이루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미륵보살은 밤낮으로 각각 세 번씩 의복을 정돈하여 몸을 정돈하고 차수하며 무릎을 내리어 땅에 부치고 시방을 향하여 이 게송을 말하였다.
나는 일체 허물 뉘우치고
모든 도덕 권하여 돕고
여러 부처님께 귀의 예배하노니
위없는 지혜 얻게 하옵소서.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미륵보살은 이 선권으로써 위없는 정진의 도, 최정각을 얻었느니라.
아난아, 미륵보살은 도를 구하는 본원이 ‘그가 부처가 될 때엔 나의 나라에 인민은 모든 때[垢]와 더러움이 없고 음(淫)ㆍ노(怒)ㆍ치(痴)도 크지 않고 은근히 10선(善)을 받들어 행하게 되면 나는 그제야 이에 위없는 정각을 취하겠다’고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후 미래 세상에 인민이 때와 더러움이 있지 않고 10선을 받들어 행하고 음ㆍ노ㆍ치로 마음에 거치지 아니한 그 때에 미륵이 마땅히 위없는 정진의 도를 얻어 최정각을 이루리라. 그 까닭은 무엇이냐. 미륵보살의 본원으로 이룬 바이니라.”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본래 보살도를 구할 때에 일체를 보호하여 모두 청정함을 얻게 하고 5탁(濁)과, 음ㆍ노ㆍ치 속에 처해 있고 나고 죽는 데에 있기를 좋아했나니 무슨 까닭이냐. 이 모든 인민들은 비법(非法)을 많이 하면서 그름을 옳다고 하여 삿된 도를 받들어 행하고, 서로서로 해치며 부모에게 불효하고 마음이 항상 악(惡)을 생각하여 악의(惡意)로 형제, 처자, 권속, 남을 대하며, 스승과 화상(和尙)을 업신여기며, 항상 남녀를 범하여 더럽히고 서로서로 잡아먹나니, 원컨대 ‘이 때의 세상에 있어서 그중에서 부처가 되리라’ 하였다. 만일 나라와 마을과 고을에서라도 다만 모든 나쁜 것만 말하고 서로서로 해치며, 기와와 돌로 서로 던져 치고 막대로 서로 후려치며, 문득 함께 모여서는 서로서로 꾸짖어 말하고 자기 집에 가서는 밥에 독약을 넣어서 남을 해치려하며, 추잡한 생각을 일으키고 더욱 비방을 일삼으며 그 허물은 숨기고 남의 허물은 들추어내어 선의(善意)는 다시 없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큰 비애로 널리 일체를 생각하여 이런 무리들인 사람을 위하여 경법(經法)을 강설하느니라.”
현자 아난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일찍이 있지 아니한 것이었나이다. 이 천중천(天中天)ㆍ여래ㆍ등정각(等正覺)께서는 능히 지극한 근고(勤苦)와, 넓고 큰 뜻으로 나쁜 것들을 조어(調御)하시어 성취함을 얻게 하시며, 무거운 짐을 벗겨 주시고 법보를 구족하게 하기 위하여 이런 무리인 사람을 위하여 그 경법을 말씀하셨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와 같으니라. 아난아, 네가 말한 바와 같아서 부처는 능히 이를 참고서 이에 여래ㆍ등정각을 이루었고, 강한 이를 교화하고 뭇 어두움을 없애기 위하여, 불법의 덕이 구족하게 하기 위하여, 그러므로 이에 이 사람을 위하여 그 경법을 말했느니라.”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여래의 견고하고 중대한 정진 등의 마음이 이와 같으심’을 듣고, 옷과 털이 치솟나이다. 이 경은 무엇이라 이름하며, 어떻게 받들어 행하오리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은 본원당지자씨본행미륵소문(本願當持慈氏本行彌勒所問)이라 이름할 것이니, 마땅히 잘 지닐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