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사리소설부사의불경계경 01. 상권

문수사리소설부사의불경계경(文殊師利所說不思議佛境界經)

당(唐) 천축(天竺) 보리류지(菩提流志) 한역 번역

문수사리소설부사의불경계경 01. 상권

문수사리소설부사의불경계경 02. 하권


문수사리소설부사의불경계경 01. 상권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祗樹給孤獨園)에 계셨다. 큰 비구 대중 1천 사람과 보살 10천 사람과 같이 계셨으며, 또 욕계(欲界)의 여러 천자(天子)와, 색계(色界)의 여러 천자와 몇 정거(淨居) 천자와 그의 권속 한량없는 백천 무리들이 두루 에워싸고 공양(供養)하고 공경하면서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문수사리(文殊師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동자여, 그대는 변재가 있어서 능히 연설을 잘하나니, 그대는 지금 마땅히 보살 대중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연설할 것이니라.”

이 때에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지금 저로 하여금 어떠한 법을 말하라 하십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동자여, 그대는 지금 마땅히 ‘부처님의 경계’를 말할 것이니라.”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경계란 눈[眼]의 경계가 아니며, 빛깔[色]의 경계가 아니며, 귀[耳]의 경계가 아니며, 소리[聲]의 경계가 아니며, 코[鼻]의경계가 아니며, 냄새[香]의 경계가 아니며, 혀[舌]의 경계가 아니며, 맛[味]의 경계가 아니며, 몸[身]의 경계가 아니며, 감촉[觸]의 경계가 아니며, 뜻[意]의 경계가 아니며, 법[法]의 경계가 아니어서, 이와 같은 등 차별의 경계가 없나니, 이를 ‘부처님의 경계’라 이름합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ㆍ선여인이 부처님의 경계에 들어가고자 하는 이는 들어가는 바 없는 것으로써 방편을 삼아야만, 이에 깨달아 들어갈 것이옵니다.”

그 때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어떤 경계에서 보리(菩提)를 얻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동자여, 나는 공(空)의 경계에서 보리를 얻었나니, 모든 소견[見]이 평등한 까닭이니라. 무상(無相)의 경계에서 보리를 얻었나니, 모든 형상이 평등한 까닭이니라. 무원(無願)의 경계에서 보리를 얻었나니, 삼계가 평등한 까닭이니라. 짓는 것 없는[無作] 경계에서 보리를 얻었나니, 모든 행이 평등한 까닭이니라.

동자여, 나는 생김 없고[無生] 일어남 없고[無起] 함이 없는[無爲] 경계에서 보리를 얻었나니, 일체 함이 있는[有爲] 것이 평등한 까닭이니라.”

이 때에 문수사리(文殊師利)보살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함이 없는[無爲] 것은 무슨 경계이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동자여, 함이 없는 것이란 사량(思量)의 경계가 아니니라.”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사량의 경계가 아닌 것은 이 부처님의 경계니, 무슨 까닭이냐 하면 사량의 경계가 아닌 것 가운데에는 문자(文字)가 있지 않나니, 문자가 있지 않으므로 변설(變說)할 바도 없고, 변설 할 바가 없으므로 모든 말과 이론이 끊어졌나니, 모든 말과 이론이 끊어진 것이 부처님의 경계이옵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동자여, 여러 부처님의 경계는 마땅히 어디에서 구해야 하느냐?”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경계는 마땅히 일체 중생의 번뇌(煩惱) 가운데에서 구할 것이옵니다. 무슨 까닭이냐 하오면, 만일 중생의 번뇌를 바로 알면 곧 부처님의 경계인 까닭이옵니다. 이 중생의 번뇌를 바로 아는 것이 부처님의 경계요, 일체 성문ㆍ벽지불이 행하는 곳이 아니옵니다.”

그 때에 세존은 또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동자여, 만일 부처의 경계를 곧 일체 중생의 번뇌 가운데에서 구한다면 부처의 경계(境界)는 가고 오는 것이 있느냐?”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경계는 가고 오는 것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부처님의 경계는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없다면 어찌하여 중생의 번뇌를 바로 알면 곧 부처님의 경계라고 말하느냐?”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경계가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없는 것과 같이 모든 번뇌의 자성(自性)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였다.

“동자여, 어떤 것이 번뇌의 자성이냐?”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부처님 경계의 자성이 곧 모든 번뇌의 자성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부처님 경계의 자성이 모든 번뇌의 자성과 다를진대, 여래는 곧 평등한 정각(正覺)이 아닐 것이옵니다. 다르지 아니하므로 일체 법에 평등한 정각을 말하여 여래라 합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또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동자여, 그대는 능히 여래의 머무르는 바 평등한 법을 아느냐?”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알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동자여, 어떤 것이 여래의 머무르는 바 평등(平等)한 법이냐?”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일체 범부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일으키는 곳이 여래의 머무르는 바 평등한 법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보살이여, 어찌하여 일체 범부가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일으키는 곳이 여래의 머무르는 바 평등한 법이라고 하느냐?”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일체 범부는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인 법 가운데에서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일으키나니, 그러므로 일체 범부가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일으키는 곳이 곧 여래의 머무르는 바 평등한 법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동자여, 공(空)이 어찌 유법(有法)이어서 그 가운데에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이 있다고 말하겠느냐?”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공(空)은 이 있는 것이니, 그러므로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도 있는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동자여, 공이 어찌하여 있는 것이며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도 어찌 있는 것이라 하겠느냐?”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공(空)을 말로써 말하기 때문에 있으며,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도 말함으로써 있나니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시되, ‘생김 없고[無生] 일어남 없고[無起] 짓는 것 없고[無作] 함이 없는 것[無爲]이 있으므로 이는 모든 행의 법이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이 생김 없고 일어남 없고, 짓는 것 없고, 함이 업는 것은 모든 행의 법은 아니나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니, 만일 있지 않는 것이라면 곧 생김과 일어남과 짓는 것과 하는 모든 행의 법에서 벗어난다 할 수 없을 것인데, 있기 때문에 벗어난다고 말할 뿐입니다. 이와 같아서 만일 공(空)이 없다면, 곧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에서 벗어남이있지 않으려면, 공이 있기 때문에 탐욕 등의 모든 번뇌를 벗어난다고 말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동자여, 그러하고 그러하다. 그대가 말한 바와 같아서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의 일체 번뇌는 모두 공 가운데에 머무르지 아니함이 없느니라.”

문수사리보살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수행하는 이가 탐욕ㆍ성냄 등을 떠나서 공(空)을 구한다면 이 사람은 잘 수행하지 못한 것이니, 수행하는 이라고 이름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왜냐하면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 등의 일체 번뇌는 곧 공(空)인 까닭이옵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동자여, 그대는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에서 이미 벗어났느냐, 벗어나지 못했느냐?”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의 본성은 곧 평등하나니, 저는 항상 이와 같은 평등에 머무릅니다. 그러므로 저는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에서 이미 벗어난 것도 아니며, 벗어나지 못한 것도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사문과 바라문(婆羅門)이 자기는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벗어났다고 보며, 또한 타인의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이 있는 것을 본다면 곧 두 견해이옵니다. 무엇을 두 견해라 하느냐 하면, 이른바 단견(斷見)과 상견(常見)이옵니다. 왜냐하면 만일 자신이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벗어났다고 보면 곧 이것은 단견이요, 만일 타인의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이 있는 것을 보면 곧 상견이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사람은 바르게 머무른 것이 아니옵니다. 바르게 머무르는 자는 응당 자신은 훌륭하고 타인은 저열하다고 말하지 아니합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또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동자여, 만일 이와 같다면 어느 곳에 머무는 것을 바르게 머무른 것이라 이름하느냐?”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바르게 머무르는 것이란 머무르는 바 없나니, 머무르는 바 없는 데에 머무르면, 이를 바르게 머무르는 것이라 이름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동자여, 어찌 바른 도(道)에 머무르는 것을 바르게 머무르는 것이라고 하지 않겠느냐?”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만일 바른 도에 머무른다면 곧 함이 있는 데에 머무르는 것이며 만일 함이 있는 데에 머무른다면, 평등한 법성(法性)에 머무는 것이 아니옵니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함이 있는 법은 생멸(生滅)이 있기 때문이옵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또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동자여, 함이 없는[無爲] 것이 바로 셀 수 있는 법이냐?”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함이 없는 것이란 셀 수 있는 법이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함이 없는 법이 숫자에 떨어진다면 곧 함이 있는 것이요, 함이 없는 것이 아니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동자여, 일체 성인은 함이 없는 법을 얻었나니, 셀 수 있는 것이 아니냐?”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여러 성인은 셀 수 있는 법을 증득한 것이 아니니, 이미 모든 셀 수 있는 법에서 벗어남을 얻었기 때문이옵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문수사리보살에게 또 말씀하셨다.

“동자여, 그대는 성인의 법을 성취하였느냐? 성인의 법 아닌 것을 성취하였느냐?”

문수사리보살은 말씀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성인의 법을 성취하지 아니하였으며, 또 성인의 법 아닌 것을 성취하지도 아니했습니다. 세존이시여, 변화한 사람[化人]이 성인의 법을 성취함과, 성인의 법 아닌 것을 성취함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동자여, 변화한 사람은 성인의 법을 성취했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며, 또 성인의 법 아닌 것을 성취했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니라.”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어찌 일체 법이 모두 허깨비[幻化]와 같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랬느니라.”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일체 법은 허깨비의 모양과 같고, 나도 또한 이와 같나니, 어찌 성인의 법을 성취했다고 말하며 성인의 법 아닌 것을 성취했다고 말하겠습니까?”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또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동자여, 만일 이와 같다면, 그대는 무엇을 얻었느냐?”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래의 평등하여 자성(自性)이 없는 경계를 얻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동자여, 그대는 부처님의 경계를 얻었느냐?”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만일 세존께서 부처님의 경계를 얻은 바 있다면, 저도 또한 부처님의 경계를 얻었습니다.”

이 때에 장로(長老) 수보리(須菩提)는 문수사리보살에게 물었다.

“보살이시여, 여래께서는 부처님의 경계를 얻지 못했습니까?”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대덕(大德)이여, 그대는 성문(聲聞)의 경계를 얻었습니까?”

수보리는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거룩한 마음으로 해탈함에는 경계가 있지 않나니, 그러므로 나는 지금 경계를 얻은 것이 없습니다.”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대덕이여, 부처님도 또한 이와 같아서, 그 마음의 해탈에는 경계가 있지 아니하나니, 어찌 얻은 바 있다고 말하겠습니까?”

수보리는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그대는 지금 설법하심에 어찌 처음 배우는 이의 마음을 두호해 주시지 아니하십니까?”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대덕이여, 나는 지금 그대에게 묻겠습니다. 그대의 뜻을 따라 대답하십시오. 만일 어진 의원이 사람의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데, 병든 사람의 마음을 두호하기 위하여 병에 해롭다하는 맵고, 시고, 짜고, 쓴 약을 주지 않고 능히 그 사람의 병으로 하여금 치유함을 얻어 안락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대덕이여, 이도 또한 그와 같나니, 만일 설법하는 이가 처음 배우는 이의 마음을 두호하기 위하여, 매우 깊은 법을 숨기고서 말해 주지 아니하고 그의 의욕을 따라 얕은 이치를 연설한다면, 배우는 이로 하여금 나고 죽는 괴로움을 벗어나서 열반의 낙에 이르게 함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 법을 말할 때에 대승 가운데에 5백 비구 스님이 있어 모든 번뇌가 다하여 마음이 해탈을 얻었으며, 8백 천자는 티끌[塵]을 멀리하고 때[垢]를 떠나서 법이 청정함을 얻었다. 또 7백 천자가 그 변재를 듣고, 깊이 믿고 좋아하여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 마음을 내었다.

그 때에 수보리는 또 문수사리보살에게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당신은 성문승(聲聞乘)에도 또한 믿고 이해함을 갖습니까? 그리고 또 이 법으로써 중생을 제도합니까?”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대덕이여, 나는 일체 법(乘)을 모두 믿고 이해함을 갖습니다.

대덕이여, 나는 성문법을 믿고 이해하며, 또 벽지불법(辟支佛法)을 믿고 이해하며, 또 삼먁삼불타법[三藐三佛陀乘]을 믿고 이해합니다.”

수보리는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당신은 성문입니까, 벽지불입니까, 삼먁삼불타입니까?”

문수보리 보살은 말하였다.

“대덕이여, 나는 비록 성문이나 음성을 따라 듣지 않으며, 비록 벽지불이나 큰 자비와 두려워하는 바 없는 법을 놓아버리지 않으며, 비록 이미 정각(正覺)을 이루었으나 일체 응당 해야 할 일은 일찍이 휴식하지를 않습니다.”

수보리는 또 물었다.

“보살이시여, 당신은 어떤 것을 성문이라 합니까?”

대답하여 말하였다.

“나는 항상 일체 중생을 위하여 듣지 못한 법을 말하나니, 그러므로 나는 성문이 됩니다.”

또 물었다.

“당신은 어떤 것을 벽지불이라 합니까?”

대답하였다.

“나는 일체 모든 법이 인연으로부터 일어난 것임을 하나니, 그러므로 나는 벽지불이 됩니다.”

또 물었다.

“당신은 어떤 것을 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라 합니까?”

대답하였다.

“나는 항상 일체 법의 체상(體相)이 평등함을 깨닫나니, 그러므로 나는 삼먁삼불타가 됩니다.”

그때에 수보리는 또 물었다.

“보살이시여, 당신은 결정적으로 어느 지위에 머무르십니까? 성문의 지위에 머무르십니까? 부처님의 지위에 머무르십니까?”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대덕이여, 그대는 응당 내가 결정적으로 일체 지위에 머무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수보리는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당신은 또한 결정적으로 범부의 지위에 머무르십니까?”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일체 법과 중생은 그 성품이 곧 결정적으로 바른 지위입니다. 나는 항상 이 바른 지위에 머무나니, 그러므로 나는 결정적으로 범부의 지위에 머무른다고 말합니다.”

수보리는 또 물었다.

“만일 일체 법과 및 중생이 곧 이 결정적인 바른 지위일진댄, 어찌하여 모든 지위의 차별을 건립하여 말하되 ‘이는 범부의 지위이며, 이는 성문의 지위이며, 이는 벽지불의 지위이며, 이는 부처님의 지위’라고 합니까?”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대덕이여, 비유컨대 세간에서 말[言說]로써 허공중에 시방을 건립하나니, 이른바 이는 동방이고 이는 남방이며, 내지 이는 상방(上方)이며, 이는 하방(下方)이라 합니다. 비록 허공은 차별이 없으나 모든 방위는 이와 같은 것이 있어서 이와 같이 갖가지로 차별함과 같아서, 이것도 그와 같습니다. 여래는 일체 결정적인 바른 지위 가운데서 좋은 방편으로써 여러 지위를 세우나니, 이른바 이는 범부의 지위이며, 이는 성문의 지위이며, 이는 벽지불의 지위이며, 이는 보살의 지위이며, 이는 부처님의 지위라 합니다. 비록 바른 지위에는 차별이 없으나 모든 지위는 차별이 있습니다.”

그 때에 수보리는 문수사리보살에게 또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그대는 이미 바른 지위에 들어갔습니까?”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대덕이여, 나는 비록 이미 들어갔으나, 또 들어간 것이 아닙니다.”

수보리는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어찌하여 이미 들어갔는데도, 또 들어간 것이 아닙니까?”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대덕이여, 응당 알아야 하나니 이는 보살의 지혜의 선교(善巧)입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위하여 한 비유를 말하리니, 지혜 있는 사람은 비유로써 이해를 얻을 것입니다.

대덕이여, 비유컨대 활 쏘는 스승이 있는데, 그의 재주는 뛰어났고 오직 외아들이 있어서 극중하게 마음으로 사랑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또한 극중(極重)한 원수가 있었는데 귀로는 듣고자 아니하였으며 눈으로는 보고자 하지 아니하였습니다.

혹시 그 아들이 밖에 나가서 놀고 다니다가, 먼 곳의 길가에 서 있으면 그의 아버지는 멀리서 보고 이는 그 원수라 하고서, 활을 잡고 화살을 가지고 활줄을 당겨서 쏩니다. 화살이 이미 나간 후에야 바야흐로 그 아들임을 알고 그 사람은 재빠르게 달려가서 화살을 따라갑니다. 화살이 이르기도 전에 도로 다시 회수함과 같나니, 활 쏘는 스승은 보살을 비유함이요, 외아들은 중생을 비유함이요, 원수의 집은 번뇌를 비유함이요, 화살은 곧 거룩한 지혜에 비유함입니다.

대덕이여, 응당 알아야 합니다. 보살 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로써 일체 법을 관찰하여 생김 없는 바른 지위의 큰 자비와 선교(善巧)로써 실제(實際)에서 증득함을 짓지 않고, 성문과 벽지불의 지위에 머물러서 맹세하되, ‘일체 중생을 교화하고 제도하여 부처님의 지위에 이르게 하리라’고 합니다.”

그 때에 수보리는 문수사리보살에게 또 물었다.

“보살이시여, 어떠한 보살이 능히 이러한 행(行)을 행합니까?”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대덕이여, 어떤 보살이 세간에 행함을 보이나 세속법에 물들지 않으며, 세간과 같음을 보이나 모든 법에 소견을 일으키지 않으며, 비록 일체 중생의 번뇌를 끊기 위하여 부지런히 정진을 행하고 법계(法界)에 들어가나 다하는 모양을 보이지 않으며, 비록 함이 있는 데에 머무르지 아니하나 또한 함이 없는 것도 얻지 않으며, 비록 나고 죽음에 있기를 동산과 누각에 노니는 것 같이하나 본원(本願)이 만족하지 않으므로 빨리 위없는 열반을 증득하지 않으며, 비록 깊이 ‘나’ 없음을 아나 항상 중생을 교화하며, 비록 모든 법의 자성이 허공과 같음을 관찰하나 부지런히 공덕을 닦아서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하며, 비록 법계에 들어가서 법의 평등함을 보았으나 부처님의 몸과 입과 뜻의 업(業)을 장엄하기 위하므로 정진함을 버리지 아니하나니, 만일 보살이 이와 같은 행(行)을 구족하면, 이에 능히 그를 행할 것입니다.”

그 때에 수보리는 문수사리보살에게 또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당신은 지금 이 보살의 행하는 바를 말씀하셨으나 모든 세간이 능히 믿어 받을 바가 아닙니다.”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대덕이여, 나는 지금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영원히 세간을 벗어나게 하기 위하여 모든 보살이 세간 법을 통달하여 벗어나는 행을 말했습니다.”

수보리는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어떤 것이 이 세간 법이며, 어떤 것을 벗어남이라 합니까?”

문수사리보살은 말하였다.

“대덕이여, 세간 법이란, 이른바 5온(蘊)입니다. 그 5온이란 무엇이냐 하면 이른바 색온(色蘊)ㆍ수온(受蘊)ㆍ상온(想蘊)ㆍ행온(行蘊)ㆍ식온(識蘊)인 이와 같은 모든 온(蘊)입니다.

색(色)은 모인 거품과 같고, 수(受)는 뜬 물거품과 같고, 상(想)은 아지랑이와 같고, 행(行)은 파초(芭蕉)와 같고, 식(識)은 허깨비와 같나니, 그러므로 이 가운데에는 세간도 있지 않으며, 또 모든 5온(蘊)과 이와 같은 말과 명자(名字)도 없습니다.

만일 이렇게 이해하면 마음이 곧 산란하지 아니할 것이요, 마음이 만일 산란하지 아니하면 곧 세간 법에 물들지 않을 것이며, 만일 세간 법에 물들지 않으면 곧 세간 법을 벗어납니다.

또 대덕이여, 5온의 모든 법은 그 자성이 본래 공(空)하나니, 자성이 공함은 곧 둘이 없는 것이요, 둘이 없는 것은 곧 나와 내 것이 없는 것이요, 나와 내 것이 없음은 곧 취착(取着)한 바 없음이니, 취착한 바 없는 것은 바로 이 세간 법을 벗어남인 것입니다.

또 대덕이여, 5온법이란 인연으로써 있나니, 인연으로 있기 때문에 곧 힘이 있지 않습니다. 힘이 없음은 곧 주재[主]가 없음이요, 주재가 없음은 곧 나와 내 것이 없음이요, 나와 내 것이 없음은 곧 받음과 취(取)함이 없음이요, 받음과 취함이 없음은 곧 고집하여 다툼이 없음이요, 고집하여 다툼이 없음은 곧 논쟁함이 없음이니, 논쟁함이 없는 것이 사문(沙門)의 법입니다.

사문의 법이란 일체 법이 공중의 메아리와 같은 줄 알 것이니, 만일 일체 모든 법이 공중의 메아리와 같음을 안다면, 곧 세간 법을 벗어남입니다.

또 대덕이여, 이 5온법은 법계와 같나니, 법계(法界)란, 곧 이 계(界)가 아닙니다. 계(界)가 아닌 가운데에는 안계(眼界)도 없으며, 색계(色界)도없으며, 안식계(眼識界)도 없으며, 이계(耳界)도 없으며, 성계(聲界)도 없으며, 이식계(耳識界)도 없으며, 비계(鼻界)도 없으며, 향계(香界)도 없으며, 비식계(鼻識界)도 없으며, 설계(舌界)도 없으며, 미계(味界)도 없으며, 설식계(舌識界)도 없으며, 신계(身界)도 없으며, 촉계(觸界)도 없으며, 신식계(身識界)도 없으며, 의계(意界)도 없으며, 법계(法界)도 없으며, 의식계(意識界)도 없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또 지계(地界)ㆍ수계(水界)ㆍ화계(火界)ㆍ풍계(風界)ㆍ허공계(虛空界)ㆍ식계(識界)도 없으며 또한 욕계(欲界)ㆍ색계(色界)ㆍ무색계(無色界)도 없으며 또한 유위계(有爲界)와 무위계(無爲界)와 아(我)ㆍ인(人)ㆍ중생(衆生)ㆍ수자(壽者) 등이 없나니, 이와 같은 일체는 모두 있는 바가 없어서 결정코 얻을 수 없습니다.

만일 이 평등하고 깊은 이치에 들어가서 들어가는 바 없는 것과 함께 서로 합하면, 곧 세간 법을 벗어난 것입니다.”

이 법을 말할 때에 모임 가운데의 비구 2백 사람은 영원히 모든 번뇌를 다하고 마음이 해탈을 얻었으며, 각각 몸에 입었던 웃옷을 벗어서 문수사리보살에게 올리면서 말하였다.

“만일 중생이 얻어 들은 이가 있다면, 매우 깊은 묘법(妙法)을 응당 믿어 받을 것입니다. 만일 믿음을 내지 아니하고 증득하고 깨달음을 구하고자 한다면 마침내 얻을 수 없을 것이옵니다.”

그 때에 장로 수보리는 여러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무엇을 얻었으며 무엇으로써 증득(證得)함을 삼습니까?”

여러 비구는 말하였다.

“대덕이여, 얻음도 증득함도 없는 것이 사문(沙門)의 법입니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만일 얻은 바 있으면 마음이 곧 움직이고 산란할 것이요, 만일 증득한 바 있으면 곧 스스로 자랑할 것이니, 움직이고 산란하며 자랑한다면 마업(魔業)에 떨어질 것입니다. 만일 스스로 말하되 ‘나는 얻었으며, 나는 증득하였노라’ 한다면, 이는 뛰어난 체하는[增上慢] 사람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러 비구야, 그대들은 뛰어난 체함의 뜻을 잘 아느냐?”

여러 비구는 대답하여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뜻과 같아서는 만일 어떤 사람이 말하되, ‘나는 고(苦)를 안다’고 한다면, 이는 고(苦)의 모양을 알지 못하고 나는 안다고 말하는 것이며, 나는 집(集)을 끊고, 멸(滅)을 증득하고, 도(道)를 닦았다고 한다면 이는 집(集)과 멸(滅)과 도(道)의 모양을 알지 못하고, 내지 나는 도를 닦았노라고 말함이니, 이것이 뛰어난 체하는 사람이옵니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고(苦)의 모양이란 곧 생김[生]이 없는 모양이며, 집ㆍ멸ㆍ도의 모양도 곧 생김이 없는 모양[無生相]이옵니다. 생김이 없는 모양은 곧 모양이 아닌 것이며, 평등한 모양이니, 이는 여러 성인이 일체 법에서 해탈을 얻은 모양이옵니다. 이 가운데에는 고(苦)를 알고, 집(集)을 끊고, 멸(滅)을 증득하고, 도(道)를 닦는 이와 같은 등의 모양을 얻을 수 없습니다.

만일 어떤 중생이 이와 같은 일체 모든 법이 평등한 이치를 얻어 듣고 놀라며 두려워한다면, 이는 뛰어난 체하는 자이옵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곧 일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여러 비구들아, 너희들이 말한 바와 같아서 그러하고 그러하느니라.

수보리야,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이 여러 비구는 이미 과거 가섭(迦葉)부처님의 처소에서 문수사리 동자를 따라 이와 같이 매우 깊은 법을 얻어 들었나니, 법을 들음으로써 빨리 신통을 얻었으며, 지금에도 또한 얻어 듣고 따라 순종하고 거역하지를 않느니라.

수보리야, 만일 또한 어떤 사람이라도 나의 법 가운데서 이 뜻을 얻어 듣고 믿고 이해하는 자는 모두 오는 세상에 미륵(彌勒)부처님을 볼 것이요, 만일 대승(大乘)의 뜻을 내지 못했을지라도, 세 번째 모임[미륵부처님의 제 삼회(三會)]에서 모두 해탈을 얻을 것이요, 만일 대승의 뜻을 낸 자는 모두 감인(堪忍)의 땅에 머무름을 얻으리라.”

그 때에 선승(善勝) 천자는 문수사리보살에게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그대는 항상 이 염부제(閻浮提) 가운데서 대중을 위하여 설법하시는군요. 지금 도솔타(兜率陀) 천상에는 여러 천자가 있습니다.

일찍이 과거에는 한량없는 부처님을 만나서 공양하고 공경하여 모든 선근(善根)을 심었으나, 하늘 가운데에 태어나서는 경계에 탐착(耽着)하여 이 법회(法會)에 와서 듣고 받지 아니하나니, 옛적에 심은 선근이 지금에 곧 없어지려고 합니다. 만일 가르침을 받으면 반드시 또 증장(增長)할 것입니다. 원하옵노니, 보살께서는 잠깐 천궁(天宮)에 가시어 저 여러 천자를 위하여 긴요한 법을 널리 펴시옵소서.”

그 때에 문수사리보살은 신통력(神通力)으로써 곧 그 곳에서 홀연히 도솔타천궁을 변화시켜 만들고, 그 곳에 있는 바와 같이 모두 다 구비하게 하고서, 선승천자와 이 회중(會中)의 일체 사람과 하늘로 하여금 모두 ‘저 하늘의 위에 있다’고 생각하게 하고, 저 갖가지의 장엄을 모두 보게 하였다.

동산 숲과 못과 과일 나무는 줄지어 있고, 전당(殿堂)과 누각엔 기둥과 들보가 얽혀졌으되 수놓은 기둥이 들보를 떠받들며 아로새긴 창문은 문마다 모여 있고 머리 기둥을 중첩으로 세웠으며 잔돌 무더기는 깨끗하게 분포하였고 보배를 종합하여 누대를 만들어 장엄한 것이 얼기설기 하였다.

그 누대의 가장 작은 것도 7층으로 되었으며, 혹은 8층과 9층이며, 내지 20층까지 높기도 하였다. 낱낱 누대 위엔 여기 저기 층계가 있는데 모두 뭇 하늘 여인이 있되, 한창 젊은 나이에 얼굴이 아름답고 손발은 부드럽고, 이마는 넓으며 눈썹은 길고, 면모와 눈은 청정하여 금(金)그물과 같아 항상 광명이 있으며, 또한 연꽃과 같아서 모든 티와 때를 떠났으며, 말할 적엔 웃음을 머금고 나아가고 머물고 몸 돌리는 자태는 움직일 적마다 위의에 합하고 곱고도 법도가 있으니, 비유컨대 둥근 달과 같아서 사람이 보기 좋아하는 바이며, 생황[笙]ㆍ공후[𥱌]ㆍ거문고ㆍ저[笛]ㆍ비파며 종과 북으로 혹은 노래하며, 혹은 휘파람을 불되 음절이 서로 맞으며, 미묘한 기생은 줄을 이루고 뜰에 분포되어 함께 춤추는 이러한 일들이 분명히 모두 보였다.

이 때에 선승 천자는 자기의 궁전과 그 권속이 즐기는 일을 보고, 마음에 의심을 품고, 문수사리보살에게 말하였다.

“기이합니다. 보살이시여, 어떻게 하여 나와 대중으로 하여금 순식간에 이곳에 오게 하셨습니까?”

그 때에 장로 수보리는 선승 천자에게 말하였다.

“천자여, 나도 처음엔 여러 대중과 함께 모두 도솔타 하늘에 갈 것이라고 생각했더니, 지금에 알고 보니 본시 움직이지 않고 일찍이 저 하늘 위에 함께 가지도 아니하였나니, 이와 같이 보는 바는 모두 이 문수사리보살의 삼매와 신통으로 나타내신 바이니라.”

이 때에 선승 천자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문수사리보살은 참으로 희유(希有)하나이다. 이에 삼매와 신통의 불가사의(不可思議)한 힘으로 여기에 모인 이들로 하여금 본 자리를 움직이지도 아니하고 이 도솔타 하늘에 이르게 하였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천자여, 그대는 다만 문수사리 동자의 신통으로 변화하는 약간인 힘만 아는구나. 나의 아는 바는 한량없느니라.

천자여, 문수사리보살의 신통의 힘은 가령 항하(恒河)의 모래수 등의 여러 부처님 국토의 갖가지 장엄과 좋은 것들이 각기 같지 아니하더라도, 한 부처님의 국토에 모두 분명히 나타나게도 하며, 또 항하의 모래수 등과 같은 여러 부처님의 국토를 한 곳에 모아 두되, 비단 묶은 모양과 같이하여 상방(上方)에다 들어서 던져두는 것도 어려운 것이 아니며, 또 항하의 모래수와 같은 등의 여러 부처님의 국토에 있는 큰 바다를 한 털 구멍에 두더라도 그 가운데의 중생으로 하여금 지각하지도, 알지도 못하고, 부딪치거나 어지러움도 없게 하느니라. 또한 항하 모래수 등과 같은 여러 부처님의 국토에 있는 수미산(須彌山)과, 저 뭇 산을 한 산에 넣고 다시 이 산을 개자(芥子)에 들여 두더라도 저 산 위에 있는 일체 하늘로 하여금 지각하지도, 알지도 못하고, 또한 어지러움도 없게 하느니라.

또 항하 모래수와 같은 여러 부처님 국토의 그 가운데에 있는 다섯 갈래[五道] 중생을 오른 손바닥 가운데에 두며, 다시 이 국토의 일체 오락 기구를 취하여 낱낱 중생에게 모두 주어서 골고루 차별 없게 하며, 또 항하의 모래수와 같은 여러 부처님의 국토에서 겁(劫)이 다하여 불탈 적에 큰 불을 한 곳에 모아 두고, 그 크고 작은 것으로 하여금 한 등불의 심지와 같게 하고, 있는 불이나 모든 것은 본래와 같아서 다름이 없게 하며, 또 항하의 모래수와 같은 여러 부처님의 국토에 있는 해와 달을 이 한 털구멍에 넣고 광명을 내어 그를 비추고 그 해와 달의 밝은 것이 은폐(隱蔽)되어 나타나지 않게 하느니라.

천자여, 나는 1겁(劫)이나 또 1겁을 지나면서 문수사리보살의 삼매와 신통과 변화의 힘을 말하더라도 다 할 수 없으리라.”

그 때에 마왕(魔王) 파순(波旬)은 스스로 그 몸을 변화시켜 비구의 모습을 하고 모임 가운데에 있다가 문득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나는 지금 그 문수사리보살 신통의 힘을 듣고 믿어 받지 못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나의 앞에 그의 신력(神力)이 나타내게 하여 나로 하여금 보게 하옵소서.”

그 때에 세존은 이 악마(惡魔)가 변화하여 비구가 된 것을 아시고, 중생으로 하여금 선근(善根)이 더 자라게 하기 위하여 문수사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응당 신통의 힘을 스스로 나타내어 이 모임 가운데 있는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좋은 이익을 얻게 할 것이니라.”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