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사리소설마하반야바라밀경 01. 상권

문수사리소설마하반야바라밀경(文殊師利所說摩訶般若婆羅蜜經)

양(梁) 부남국(扶南國) 만다라선(曼陀羅仙) 한역 번역

문수사리소설마하반야바라밀경 01. 상권

문수사리소설마하반야바라밀경 02. 하권


문수사리소설마하반야바라밀경 01. 상권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큰 비구승 천 사람과 보살마하살 일만 사람과 함께 계시면서, 큰 장엄으로 스스로를 장엄하며 다 이미 물러나지 아니하는 경지에 머물러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미륵보살(彌勒菩薩)ㆍ문수사리(文殊師利)보살ㆍ무애변(無碍辯)보살ㆍ불사담(不捨擔)보살이니, 이와 같은 큰 보살과 함께 계셨다.

문수사리 동진(童眞)보살마하살이 새벽 먼동이 틀 때[明相現時]에 그가 머물러 있던 곳에서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밖에 서 있었다.

그 때에 존자 사리불(舍利弗)ㆍ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ㆍ대목건련(大目犍連)ㆍ마하가섭(摩揀迦葉)ㆍ마하가전연(摩揀迦旃延)ㆍ마하구치라(摩揀拘絺羅) 등 이와 같은 큰 성문(聲聞)들이 각각 머물던 곳에서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밖에서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대중이 다 모인 것을 아시고 나서, 이때에 여래께서 머무시던 곳에서 나오셔서 자리를 펴시고 앉으셔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지금 무슨 까닭으로 이른 새벽에 문 밖에 와서 서 있느냐?”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문수사리동진보살이 먼저 이곳에 이르러 문밖에 서 있었고 저는 실로 뒤에 늦게 도착하였습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너희들이 진실로 먼저 이곳에 와서 여래를 보려고 하였느냐?”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와 같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진실로 여기에 와서 여래를 뵈려고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바른 견해[正觀]로 중생을 이익하게 함을 즐거워하며, 저는 여래의 여여(如如)한 모양[相]ㆍ불이(不異)의 모양ㆍ부동(不動)의 모양ㆍ짓지 아니하는[不作] 모양ㆍ생겨남이 없는 모양ㆍ멸(滅)함이 없는 모양ㆍ있지도 않는[不有相] 모양ㆍ없지도 않는[不無相] 모양ㆍ방편에 있지도 않고[不在方] 방편을 여의지도 않으며[不離方], 삼세(三世)에 있는 것도 아니요, 삼세에 있지 않는 것도 아니며, 두 모양도 아니고 두 모양이 아님도 아니며, 때가 있는 모양도 아니요 깨끗한 모양도 아니며, 이와 같은 등의 바른 견해[正觀]로 여래께서 중생을 이익하게 하심을 봅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능히 이와 같이 여래를 보고 마음에 취하는 것이 없고 또한 취하지 아니함도 없으며, 모아서 쌓아두지[積聚]도 않고 모아서 쌓아두지 아니함도 아니리라.”

그 때에 사리불이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만약 이와 같이 그대가 말함과 같다면, 여래를 보는 자는 심히 드뭅니다. 일체 중생을 위하므로 여래를 보되 마음에 중생의 모양[相]을 취하지 아니하고, 일체 중생을 교화하여 열반에 향하게 하되 또한 열반을 향하게 하였다는 상(相)을 취하지 아니하고, 일체 중생이 큰 장엄을 발하게 하되 그러나 마음에 장엄한 상을 보지 아니합니다.”

그 때에 문수사리 동진보살마하살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그러합니다, 그러합니다. 그대의 말과 같이 비록 일체 중생에게 큰 장엄을 발하게 하나 마음에 항상 중생의 모습을 보지 못하며, 일체 중생에게 큰 장엄을 발하되 그러나 중생의 나라[趣]는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습니다.

가령 한 부처님께서 세상에 머무심이 일 겁(一劫)이나 혹은 일 겁을 지나 이와 같은 한 부처님 세계에 다시 한량없고 끝이 없는 항하강의 모래알과 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께서 일 겁이나 혹은 일 겁을 지나도록 밤낮으로 설법하되, 마음에 잠깐도 쉼이 없이 각각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항하강의 모래알과 같은 중생을 제도하여 다 열반에 들게 하여도 중생계는 또한 늘지도 아니하고 줄지도 아니하며, 나아가 시방의 모든 부처님 세계도 또한 다시 이와 같이 하나하나의 모든 부처님이 설법 교화하여 각각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항하강의 모래알과 같은 중생을 제도하여 다 열반에 들게 하여도 중생계는 또한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아니합니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중생이라고 결정한 모양은 얻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그러므로 중생계는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습니다.

사리불이 다시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만약 중생계가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다면 무슨 까닭으로 보살은 모든 중생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구하게 하려고 항상 설법을 하시옵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만약 모든 중생이 다 허공의 모습[空相]이라면, 또한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할 필요가 없으며 또한 중생이 없으나, 이들을 위하여 설법합니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나의 설법 가운데는 한 법도 마땅히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는 까닭입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중생이 없다면 어떻게 중생과 중생계가 있다고 설하느냐?”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중생계의 모습은 모든 부처님 세계와 같사옵니다.”

또 물었다,”중생계란 헤아릴 수[量] 있느냐?””중생계의 수량은 부처님 세계의 수량과 같나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물었다.

“중생계의 수량[量]이 거처하는 곳이 있느냐?”

답하여 말하였다.

“중생계의 수량은 불가사의합니다.””중생계의 모양은 머물러 있느냐?””중생은 머묾이 없고[無住], 허공에 머무는 것[空住]과 같나이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을 닦을 때 마땅히 어떻게 반야바라밀에 머무는가?”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머물지 아니하는 법을 가지고 반야바라밀에 머뭅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어떻게 머물지 아니하는 법을 반야바라밀에 머문다고 하느냐?”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머무름이 없는[無住相] 모양이 곧 반야바라밀에 머무는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에 머물 때 이 모든 선근(善根)은 어떻게 더 자라며, 어떻게 감소하느냐?”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만약 능히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에 머물면 모든 선근은 늘어남도 없고 감소함도 없으며, 일체법도 또한 늘어남도 없고 감소함도 없나니, 이것이 반야바라밀의 성품이며, 모양도 또한 늘어남도 없고 감소함도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을 닦으면 곧 범부의 법도 버리지 아니하고 또한 현성(賢聖)의 법도 취하지 아니함이다. 왜냐하면 반야바라밀은 법을 취하거나 버릴 수 있는 것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을 닦으면 또한 열반을 즐기거나 생사를 싫어함을 보지 못하나이다. 왜냐하면 생사를 보지 못하는데 하물며 다시 싫어하여 여읠 것이며, 열반을 보지 못하는데 어찌 하물며 즐겨서 집착하리오.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을 닦으면 번뇌나 고뇌를 버릴 것을 보지 못하며, 또한 일체법에서 공덕을 취할 것을 보지 못하고 마음에 늘어나거나 감소함이 없나이다. 왜냐하면 법계가 늘어나거나 줄어듦이 있음을 볼 수 없는 까닭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능히 이와 같이 하면 이것을 반야바라밀을 닦는다고 이름합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법에 생겨남이 있거나 멸함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하나니, 이것이 반야바라밀을 닦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법에 늘어남이 있거나 줄어듦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하나니, 이것이 반야바라밀을 닦는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마음에 원하는 취함이 없고, 법상(法相)을 구할 만한 것이 있음을 보지 못하나니, 이것이 반야바라밀을 닦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좋고 더러움을 보지 못하고, 높고 낮음이 생기지 않으며 취하거나 버림을 짓지 아니합니다. 왜냐하면 법에 좋고 더러움이 없어 모든 모양을 여읜 까닭이요, 법에 높고 낮음이 없이 법의 성품이 같은 까닭이며, 법에 취하거나 버릴 것이 없이 실제(實際)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반야바라밀을 닦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이 모든 부처님 법을 얻는데 뛰어나지 않은가.”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저는 모든 법에 뛰어난 모양이 있음[有勝如相]을 보지 못하였사오나 여래께서는 스스로 일체법이 공함을 깨달았사오니 이에 증명하여 아실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다, 그러하다. 여래는 정각(正覺)을 얻어 스스로 공[空法]을 증득하였느니라.”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공법 가운데에 마땅히 뛰어남과 같은[勝如] 것이 있어서 얻을 수 있었사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문수사리여, 너의 말과 같이 이것이 참된 법이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아뇩다라(阿耨多羅)를 이름하여 불법(佛法)이라 하느냐?”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아뇩다라는 이름이 불법입니다. 왜냐하면 얻을 것이 없는 법을 아뇩다라라고 이름하기 때문입니다.”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을 닦으면 법의 그릇이라 이름하지 아니하며, 범부를 교화하는 법이라 아니하며, 또한 불법이 아니며 더 자라는[增長] 법이 아니니, 이것이 반야바라밀을 닦는 것입니다.

또한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을 닦을 때 법에 분별하여 사유할 것이 있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불법에 대해 사유하지 아니하느냐?”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나의 생각[思惟] 같아서는 불법을 보지도 못하고 또한 분별하지도 못하나니, 이것이 범부의 법이며, 이것이 성문(聲聞)의 법이며, 이것이 벽지불(僻支佛)의 법이니, 이와 같은 것을 위없는 불법이라고 이름합니다.

또 반야바라밀을 닦을 때 범부라는 모양을 보지 못하고 불법이라는 모양을 보지 못하고 모든 법에 결정된 모양을 보지 못하나니, 이것이 반야바라밀을 닦는 것입니다.

또 반야바라밀을 닦을 때 욕계(欲界)를 보지 못하고, 색계(色界)를 보지 못하며, 무색계(無色界)를 보지 못하며, 적멸계(寂滅界)를 보지 못하나이다. 왜냐하면 법이 있음을 보지 못하니, 이것이 다 멸한 모양이며, 이것이 반야바라밀을 닦는 것입니다.

또 반야바라밀을 닦을 때 은혜를 짓는 것을 보지 못하며, 은혜를 갚는 것도 보지 못하며, 두 모양을 생각하되 마음에 분별이 없으면 이것이 반야바라밀을 닦는 것입니다.

또 반야바라밀을 닦을 때 이것은 불법이라 취해야 함을 보지 못하고, 이것은 범부의 법이라 버려야 한다고 함을 보지 못하니, 이것이 반야바라밀을 닦는 것입니다.

또 반야바라밀을 닦을 때 범부의 법은 없애야[滅] 한다 함을 보지 못하고, 또한 불법도 보지 못하되 그러나 마음에 증득하여 아는 것, 이것이 반야바라밀을 닦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네가 능히 이와 같이 훌륭하게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의 모양을 설하니 이는 모든 보살마하살이 배울 바의 법인(法印)이며, 나아가 성문에 이르기까지이다. 연각ㆍ배울 사람[學]이나 배울 것이 없는[無學] 단계의 사람도 또한 마땅히 이 인(印)을 여의지 아니하고 도과(道果)를 닦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사람이 이 법을 듣고 놀라지도 아니하고, 두려워하지도 아니하는 자는 천(千)부처님의 처소에서 모든 선근을 심거나 나아가 백천만억 부처님 처소에서 오래도록덕의 근본을 심지 아니하여도 이에 능히 이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에서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아니할 것이니라.”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다시 반야바라밀의 뜻을 말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말아라””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을 닦을 때 법에 마땅히 머물거나 이에 응당히 머물지 아니하거나 또한 경계를 취하고 버리는 모양을 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여래가 일체법의 경계의 모양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은 까닭이요 나아가 모든 부처님 경계를 보지 못하는데 하물며 성문이나 연각ㆍ범부의 경계를 취하겠습니까. 생각하고, 의논하는 모양을 취하지 아니하고, 또한 불가사의한 모양도 취하지 아니하며, 모든 법에 얼마의 모양이 있는가를 보지 못하고 스스로 공법(空法)의 불가사의함을 증득함이니, 이와 같이 보살마하살은 다 이미 무량 백천만억의 모든 부처님께 모든 선근을 심고, 이에 능히 이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에 놀라지도 아니하고 두려워하지도 아니하옵니다.

또 반야바라밀을 닦을 때 얽매인 것을 보지 못하고, 풀어진 것도 보지 못하되, 그러나 범부에서부터 삼승(三乘)에 이르기까지 차별의 모양을 보지 못하니, 이것이 반야바라밀을 닦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미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얼마나 공양하였느냐?”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저와 모든 부처님은 허깨비로 변화한 모양과 같아 공양하는 이와 받는 이를 보지 못하였나이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불승(佛乘)에 머물지 못하느냐?”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저의 생각으로는 한 법도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마땅히 불승에 머물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불승을 얻지 못하였느냐?”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불승과 같은 것은 다만 이름자만 있을 뿐 얻는 것이 아니요, 볼 수도 없는데 제가 어떻게 얻사옵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무애지(無碍智)를 얻었느냐?”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제가 곧 무애인데 어떻게 무애를 가지고 무애를 얻사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도량에 앉았느냐?”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일체 여래께서 도량에 앉지 아니하셨는데 제가 지금 어떻게 홀로 도량에 앉겠습니까. 왜냐하면 현재에 모든 법은 실제(實際)에 머무는 것을 보는 까닭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엇을 실제라고 하느냐?”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신견(身見: 나와 나의 것) 등, 이것이 실제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엇을 신견 등, 이것이 실제라고 말하느냐?”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신견은 겉모양과 같아[身見如相] 진실한 것도 아니요, 진실하지 아니한 것도 아니며, 오는 것도 아니요 하는 것도 아니며, 또한 이 몸이요 이 몸도 아니니, 이것을 실제라고 이름합니다.”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뜻을 자세히 알아 결정한다면 이것을 보살마하살이라고 이름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의 모양을 듣고 마음에 놀라지도 아니하고, 두려워하지도 아니하고, 빠지지[沒]도 아니하고, 뉘우치지도 아니하기 때문입니다.”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반야바라밀을 듣고 법상(法相)을 구족한다면 이것은 곧 부처님의 자리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는 현재에 이 법의 모양을 깨치신 까닭입니다.”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고 능히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고, 빠지지도 않고, 뉘우치지도 않으면 마땅히 이 사람이 곧 부처님이라고 보아야 함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 때에 다시 상(相)이 없는 우바이(優婆夷:淸信女)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범부법ㆍ성문법ㆍ벽지불법(僻支佛法), 이런 모든 법은 다 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따르는 바 반야바라밀을 듣고 다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빠지지도 않고 뉘우치지도 아니하나니, 왜냐하면 일체 모든 법은 본래 상이 없는 까닭입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 선여인이 만약 이와 같이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고 마음에 결정하여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빠지지도 않고, 뉘우치지도 않으면,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곧 불퇴전의 경지[地]에 머물러 있으며,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심히 깊은 반야바라밀을 듣고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즐거이 믿고 받아 듣고 환희하여 싫어하지 아니하면 이는 곧 단(檀:보시)바라밀ㆍ시(尸:戒)바라밀ㆍ찬제(羼提:忍辱)바라밀ㆍ비리야(毘梨耶:精進)바라밀ㆍ선(禪:三昧)바라밀ㆍ반야(般若:지혜)바라밀을 구족함이요, 또한 능히 남을 위하여 분별하여 나타내 보이며 설함과 같이 수행함이니라.”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떤 뜻을 보고서[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물렀느냐?”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음이 없으며, 저는 불승(佛乘)에 머물지 아니하는데 어떻게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하겠습니까. 제가 말한 바가 곧 보리의 상(相)입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를 칭찬하며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네가 능히 이 심히 깊은 법 가운데서 교묘히 이 뜻을 말하니, 너는 과거 부처님에게서 오래 선근을 심어서 상이 없는 법을 가지고 청정한 범행(梵行)을 닦았기 때문이니라.”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만약 상이 있다고 보면 곧 상이 없음을 말함이라, 저는 지금 상이 있음을 보지 못하고 또한 상이 없음을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상이 없는 법을 가지고 청정한 범행을 닦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성문의 계(戒)를 보느냐?””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어떻게 보느냐?”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범부란 견해도 짓지 아니하고 성인이란 견해도 짓지 아니하며 배워야 한다[學]는 견해도 짓지 아니하고, 배울 것이 없다[無學]는 견해도 짓지 않습니다. 크다는 견해도 짓지 아니하고 작다는 생각도 짓지 아니하며, 조절하여 복종한다는 견해도 짓지 아니하고 조절하여 복종하지 아니한다는 견해도 짓지 않습니다. 견해도 아니며[非見] 견해도 아닌 것도 아닙니다.”

사리불이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지금 이와 같이 성문승을 보고, 불승을 본다면 마땅히 다시 어떻게 말하겠습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보리의 법을 보지 못하고 보리를 수행하는 법과 보리를 증득하는 것을 보지 못합니다.”

사리불이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무엇을 부처라고 이름하고, 무엇을 부처님을 본다[觀]고 합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무엇을 나라고 합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나란 다만 이름자만 있을 뿐으로, 이름자의 모양[相]은 공(空)합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그러합니다, 그러합니다. 나라는 것이 다만 이름자만 있는 것과 같이 부처님도 또한 다만 이름자만 있을 뿐이요, 이름자의 모양은 공하니, 곧 이것은 보리라는 이름자를 가지고 보리를 구함이 아니요, 보리의 모양은 말할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말로 설명함[言說]과 보리, 두 가지가 함께 공한 까닭입니다.

또 사리불이여, 그대가 질문한 ‘무엇을 부처라 하고 무엇을 부처를 본다고 하는가’라고 하는 것은 생김도 아니요 멸함도 아니며, 오는 것도 아니요 가는 것도 아니며, 이름도 아니요 모양도 아니니, 이것을 부처라 합니다. 자기 스스로가 몸의 실상을 보는 것과 같이 부처님도 또한 그러하여 오직 지혜 있는 자는 이에 능히 알 뿐이니, 이것을 부처를 본다고 이름하는 것입니다.”

그 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문수사리가 말한 반야바라밀과 같다면 처음 배우는 보살은 능히 훤히 알 바가 아닙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다만 처음 배우는 보살만이 능히 알지 못할 뿐 아니라 모든 이승(二乘)의 지을 바를 이미 다 갖춘 자도 또한 능히 훤히 알지 못합니다. 이와 같은 설법은 능히 알 자가없습니다. 왜냐하면 보리의 모양은 실로 법의 없음을 알 수 있는 까닭입니다. 견해도 없고, 들을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고, 생각도 없고, 생김도 없고, 멸함도 없고, 들을 것도 없어, 이와 같이 보리의 성품과 모양은 공적(空寂)하여 증득할 수도 없고 아는 것도 없으며, 형상도 없고 모양도 없는데[無形無相] 어떻게 마땅히 보리라는 것을 얻는다고 하겠습니까.”

사리불이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법계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시지 아니하셨습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아닙니다. 사리불이여, 무슨 까닭인가. 세존은 곧 이 법계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법계를 가지고 법계를 증득한다는 것은 이것이 말다툼[諍論]이니, 사리불이여, 법계의 모양은 곧 이 보리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이 법계 가운데는 중생의 모양이 없어 일체법이 공한 까닭입니다. 일체법이 공하니 곧 이것이 보리입니다. 둘도 없고 분별도 없는 까닭입니다. 사리불이여, 분별이 없는 가운데 곧 아는 자도 없음이니, 만약 아는 자가 없다면 곧 말[言說]도 없고, 말이란 모양도 없으리니, 곧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며, 아는 것도 아니요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일체 모든 법도 또한 다시 이와 같습니다. 왜냐하면 일체 모든 법은 있는 처소와 결정된 성품을 보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5역죄(逆罪)의 모양이 불가사의함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제법의 실상은 허물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이와 같은 5역죄도 또한 본래 성품이 없어 천상에 태어나지도 아니하고 지옥에 떨어지지도 아니하고, 또한 열반에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일체 업의 인연은 다 실제에 머물러서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으며, 원인도 아니요 결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법계는 끝이 없어 앞도 없고 뒤도 없는 까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리불이여, 만약 중죄를 범한 비구가 지옥에 떨어지지도 아니하고, 청정한 수행자가 열반에 들어가지도 아니하는 것을 보면, 이와 같은 비구는 응공(應供)도 아니요, 응공이 아님도 아니며, 번뇌가 다함도 아니요, 번뇌가 다하지 아니함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모든 법 가운데는 평등이 머무는 까닭입니다.”

사리불이 물었다.

“무엇을 법인(法忍)에서 물러서지 아니한다고 합니까?”

문수사리가 답하였다.

“적은 법[少法]에서 생멸의 모양을 보지 못함을 물러서지 않는 법인이라 합니다.”

사리불이 물었다.

“어떤 것을 다시 조복[調]하지 않은 비구라 합니까?”

문수사리가 답하였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 이를 조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번뇌[結]가 이미 다하여 다시 조복할 것이 없는 까닭으로 조복하지 않는다고 하며, 혹은 허물 있는 마음으로 수행하는 자를 이름하여 범부라 합니다. 왜냐하면 범부중생은 법계에 순응하지 못하므로 이름하여 허물이라 합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 그대는 지금 나를 위하여 훌륭히 번뇌가 해소된 아라한의 뜻을 해석하여 주었습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그러합니다. 그러합니다. 나는 곧 번뇌가 다한 참된 아라한입니다. 왜냐하면 성문이 구하는 욕심과 벽지불의 욕심을 끊은 인연으로 번뇌가 다한 아라한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들이 도량에 앉을 때에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깨닫겠느냐?”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보살이 도량에 앉아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깨닫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보리의 모양은 적은 법이 있지 않은 것과 같아, 이렇게 얻는 것을 이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하기 때문에 모양이 없는 보리에 누가 능히 앉을 것이며, 또한 일어날 것도 없음이니,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보살이 도량에 앉음도 보지 못하고,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깨달아 증득하지 못합니다.”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리는 곧 오역죄이며, 오역죄는 곧 보리입니다. 왜냐하면 보리와 오역죄는 두 가지 모양이 없는 까닭이요, 배움이 없음[無學]이라, 배움이 없다는 것은 견해가 없음이요, 견해가 없다는 것은 앎이 없음이요, 앎이 없다는 것은 분별할 수없음이라, 분별이 없다는 것, 이와 같은 모양을 이름하여 보리라 하나니, 오역죄의 모양을 보는 것도 또한 다시 이와 같사옵니다. 만약 보리가 있어서 보고 취하여 증득하였다고 말하면 마땅히 이런 무리는 곧 상당히 오만한 자라 합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여래라고 말하는데 또한 나를 여래라고 말할 것인가.”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래를 여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같은 모양[如相]이 없음을 이름하여 같다[如]고 하고, 또한 여래의 지혜도 없되 능히 같은 것[如]임을 압니다. 왜냐하면 여래와 지혜는 두 가지 모양이 없으므로 공함이 여래와 다만 이름자만 있는데 제가 어떻게 마땅히 여래라고 말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를 의심하느냐?”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래는 결정된 성품’이 없음을 봅니다. 생김도 없고, 멸함도 없으므로 의심할 바가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였다고 말하지 않을 것인가?”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만약 여래가 세상에 출현함이 있으면 일체 법계도 또한 마땅히 출현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항하의 모래알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었다고 말하겠느냐?”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모든 부처님의 한 모양[一相:진여의 한 모양]은 불가사의합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도다, 그러하도다. 부처의 이 한 모양은 불가사의한 모양이도다.”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은 지금 세상에 머물러 계시옵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도다, 그러하도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만약 부처님께서 세상에 머무신다면 항하의 모래알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도 또한 마땅히 세상에 머물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은 다 동일한 모양이요, 불가사의한 모양이라, 불가사의한 모양은 생김도 없고 멸함도 없기 때문이니, 만약 미래의 모든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면 모든 부처님께서도 또한 다 세상에 나오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불가사의한 가운데는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양이 없으나 다만 중생이 집착하여 세상에 출현하셨다고 말하면서, 또한 부처님께서 멸도(滅度)하셨다고 말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아뢰었다.

“이것은 여래ㆍ아라한ㆍ아비발치(阿鞞跋致:不退轉) 보살이 알 바이니라. 왜냐하면이 세 종류의 사람은 심히 깊은 법을 듣고 능히 비방하지 아니하며, 또한 찬탄도 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불가사의한 법을 누가 마땅히 비방하며, 누가 마땅히 찬탄하옵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가 불가사의하면 범부도 또한 불가사의하니라.”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범부도 또한 불가사의하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또한 불가사의하니라. 왜냐하면 일체 마음의 모양은 다 불가사의하기 때문이니라.”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만약 이와 같이 여래의 불가사의함을 말씀하시면 범부도 또한 불가사의합니다. 지금무수한 모든 부처님이 열반을 구함은 한갓 스스로만 피로할 뿐입니다. 왜냐하면 불가사의한 법은 곧 이 열반과 다름이 없는 까닭입니다.”

문수사리가 다시 아뢰었다.

“이와 같이 범부도 불가사의하고 모든 부처님도 불가사의합니다. 만약 선남자나 선여인이 오래 선근을 익혀서 선지식을 가까이 하면 이에 능히 깨달아 알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가 중생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라고 하려 하느냐?”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저는 여래로 하여금 모든 중생에게 가장 제일이라고 하고자 하나 다만 중생이란 모양도 또한 얻을 수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로 하여금 불가사의한 법을 얻었다고 하려 하느냐?”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여래로 하여금 불가사의한 법을 얻었다고 하고 싶으나 모든 법에서는 성취할 것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로 하여금 설법하여 교화하게 하고자 하느냐?”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여래로 하여금 설법 교화하시게 하려 하나 이에 설하시는 이와 듣는 자를 얻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법계에 머무는 까닭입니다. 법계와 중생은 차별의 모양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로 하여금 위없는 복전(福田)을 삼으려 하느냐?”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여래는 이 다함이 없는 복전이요, 이 다함이 없는 모양입니다. 다함이 없는 모양이란 곧 위없는 복전입니다. 복전이 아니며, 복전이 아님도 아니고 그 이름이 복전이며, 밝고 어둠이나 생기고 멸하는 등의 모양도 없으니, 이 이름이 복전입니다. 만약 능히 이와 같이 복전의 모양을 알면 깊은 선의 종자를 심고 또한 증감도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무엇을 종자로 심고 늘어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는다고 하느냐?”

문수사리가 아뢰었다.

“복전의 모양은 불가사의합니다. 만약 사람이 그 가운데서 법과 같이 선을 닦음도 또한 불가사의합니다. 이와 같이 종자를 심는다면 이름하여 늘어남도 없고, 줄어들지 않는다고 하며, 또한 이 위없는 가장 뛰어난 복전입니다.”

그 때에 대지(大地)가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항상함이 없는 모양을 나타내며, 일만 육천의 사람이 다 생기지 아니하는 법인(法忍)을 얻었고 700비구와 3천 우바새ㆍ4만 우바이ㆍ60억 나유타(那由他)의 6욕(欲)의모든 하늘이 티끌을 멀리하고 번뇌를 여의어 모든 법 가운데서 법의 눈이 청정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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