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애경(大哀經) 제5권
17. 지중생본품(知衆生本行品)
부처님께서 족성자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께서는 자기와 다른 중생을 보고서 지난 옛날 헤아릴 수 없는 과거 때에 행한 본래의 업을 아시니, 1세(世), 10세, 백 세, 천 세, 백천 세, 백천억 세 무수한 세간에 걸쳐 하늘과 땅이 열리다가 무너지고 겁(劫)이 성립되어 사라지며, 다시 그 헤아릴 수 없고 한량없는 하늘·땅과 겁이 되풀이하는 동안의 모든 것을 다 아시어 환히 꿰뚫지 않는 것이 없다. 또한 본래 어느 곳에서 태어났는지 이름과 종성(種性)은 어떠하였고, 거처·음식·안색·생김새와 수명의 길고 짧음을 아시는 한편, 또 그들이 겪어온 고락과 선악을 비롯해 어느 곳에서 죽어서 어느 곳에 태어나고 어느 곳에서 죽어서 도로 그곳에 태어났는지, 그리고 그 밖의 언어·학문·음성·장구(章句)까지 다 말씀해 주신다.
이와 같이 여래께서는 자신을 비롯하여 모든 중생들의 본말을 낱낱 다 중생을 위해 강설하시고, 또 그 중생들의 근원에 대한 처음부터 끝까지의 일들과 지나온 고락을 다 아시므로 알맞은 시기를 따라 그 본말을 살펴 설법하시며, 나아가서는 그 중생이 과거에 가졌던 마음의 포부에 어떤 거리낌이 있었거나 혹은 인연에 따라 부서지거나 무너진 일이 있었거나 또는 이러한 마음을 가지게 된 근본이 무엇인가를 다 아신다.
여래께서는, 그 한 사람 마음의 소행이 이러하며 그 소행을 인하여 쌓임 [陰]과 가림[蔽]을 일으키는 것을 아시므로 그 헤아릴 수 없는 항하사 겁에 걸친 소행의 본말을 다 선포하시고, 또 시방 모든 중생들 마음의 본말이 평등하여 차별 없음을 관찰하시어 그 본제(本際)와 미래도 또한 그러함을 말씀하신다. 마음의 반연됨을 여래께서는 여실히 보시고서 그 본말이 이보다 더 지나칠 것이 없는 동시에 끝이 없음을 연설하시므로 여래께서 과거 중생들의 마음을 아심은 과연 부사의하고 헤아릴 수 없으며, 그 성스러운 지혜 또한 헤아릴 수 없노라.
또 여래께서는 중생들의 행을 관찰하시되 마음에 두려움을 품고서 흔들리며 편안해하지 못한다거나, 생사를 돌아다녀 어느 곳에 있고 어느 곳에서 태어난다거나, 공덕의 뿌리를 심어 불도에 뜻을 둔다거나 혹은 성문과 연각의 교리를 배운다거나, 혹은 공덕을 심음으로써 부처님의 성스러운 지혜를 이어 받는다는 것을 모두 기억하시나니, 이것이 바로 여래께서 뭇 사람들이 심은 공덕에 따른 인연의 과보를 아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근원에 맞추어 설법하사 설법 듣는 자로 하여금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서서 각각 본래 행한 마음의 신락(信樂)에 따라 그 처소를 얻게 하시니, 이것을 여래의 제8의 업이라 한다.”
부처님께서는 이에 다시 게송을 읊으셨다.
그 끝없는 억천해(姟)의 겁수에
세간의 밝은 횃불이 되시어
지난 옛날을 다 기억하시고
또 자신과 중생을 관찰하여 아시노라.
마치 손바닥에 놓인 구슬처럼
낱낱이 분명히 보시되
이름과 종성과 생김새까지
모두 환히 아시고
어디에서 죽어 어디에 태어나며
그 생사를 돌아다니다가
어떤 인연에 따라서
그 몸 받는지를 아시며
평등한 교리로 법을 연설하사
과거 한량없고 끝없는 뭇 사람들의
생각의 유래와 발심을
큰 지혜이신 부처님께서는 다 아시고
그 중간에 가졌던 마음과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뭇 사람들에 대한 소행을
편히 머무신 부처님께서는 다 아시네.
또 항하사 겁에 걸친
그 헤아릴 수 없는 본말을
낱낱 중생 위해 강설하시고
미래와 본제(本際)의 근원도
다 그러함을 선포하시니
그 다할 수 없는 지혜
누구도 견줄 이 없고
바다 같은 성스러운 지혜
세존께서 바로 그러하시네.
또 어떤 중생이
공덕을 세워 불도를 구했거나
설령 과거세에라도
가장 수승한 이를 받들어 공경했거나
부처님의 신족에 머물기 위해
두려움 없는 힘을 갖추려 했던
지난 세상에 지은 모든 일을
세존께서는 다 기억하여 아시고
과연 중생들이 생각하는
그 옛날의 본말 그대로
뭇 공덕을 심은 것과
성문·연각의 두 승에 머묾도
부처님께서는 다 기억하여 아시므로
그들로 하여금 불퇴전의 지위에 서서
깨끗한 도 얻어 해탈하게 하심이라.
편히 머무신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과거세의 착한 일을
다 기억하여 분별하시지만
저 모든 중생들은
누구도 생각하는 이 없나니
이것이 바로 큰 성인의
제8의 사업으로서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고
제도하심이 끝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