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보유품(普遊品)
부처님께서는 다시 족성자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께서는 모든 경계에 널리 노니시며 통달하지 않는 것이 없어 중생계를 환히 다 아시나니, 어떤 것을 아시는가.
중생을 반드시 진리의 경계로 구제해야 하므로 혹시 중생계가 그릇된 업에 있으면 이 중생계를 다 분별하여 그 삿된 업에 있는 것이 결정되었거나 결정되지 않았거나 간에 보응의 힘이 어떻다는 것을 다 아시어 구제하신다. 말하자면 그 중생계가 반드시 결정됨에 있어서는 전생 일에 대한 보응의 결과로 이러한 공훈을 이룩하였으니 정근을 다하여 모든 바탕을 가다듬어 교훈을 입을 수 있도록 여래께서는 이들에게 경전을 널리 말씀하신다. 그러면 이들 중생은 성현의 말씀에 따라 법기(法器)에 걸맞게 되니, 여래께서는 그들의 전생 때 인연의 자취를 관찰하여 곧 그들에게 알맞는 경도(經道)를 연설하신다.
그 중생계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면 인연의 힘으로 그들에게 계율로써 교훈하되 계율에 응하여 해탈하지 못하거나 제도되지 않을 때에 여래께서는 곧 그들을 근본 없는[無本] 경지로 이끌어 들게 하려고 병에 따라 약을 주신다. 여래로부터 경전의 법을 듣고는 그 가르침을 순조롭게 받들며 곧 공덕의 과보를 이루게 되니, 모든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일로 말미암아 세간에 출현하신 것이다.
그리고 중생들이 아주 삿된 업에 빠져 공덕의 근본을 세우지 못하거나 뜻이 유약하여 법기(法器)에 응하지 못할 때엔 여래 지진께서는 그들에게 경도(經道)를 설하셔서 그 법기에 응하지 못한 자를 해탈하게 하신다. 여래께서는 이처럼 법기에 맞지 않는 이들을 관찰하고 돌보시는데, 이 때문에 보살 대사들이 넓은 서원의 갑옷[弘誓鎧]을 입고서 중생들을 구제하는 것이다. 또 여래에게는 그 탐욕을 아시는 세 가지 일이 있으니, 혹은 탐욕에 물든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세간에 출현하시고, 혹은 탐욕으로 소견이 얽매이게 된 사람을 출가시키기 위해 세간에 출현하시고, 혹은 전생 때 간탐한 인연이 있는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세간에 출현하신다. 또한 성냄과 미워함을 아시는 세 가지 일이 있으니, 혹은 성내거나 미워하는 생각에 얽매인 자를 구제하기 위해 세간에 출현하시고, 혹은 소원을 구족하지 못한 자가 있기 때문에 세간에 출현하시고, 혹은 전생의 쌓임[陰]과 덮개[蓋]에 얽매인 자가 있기 때문에 세간에 출현하신 것이다. 또 그 어리석음을 아시는 세 가지 일이 있으니, 혹은 어리석어서 무명의 일을 행하는 자가 있고, 혹은 어리석어서 자기 몸을 탐내는 자가있고, 혹은 어리석음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자가 있으니, 여래께서는 이 모든 것을 다 아신다.
뿐만 아니라 여래께서는 아시는 대로 곧 고행을 더하여 그 근본인 신통을 요달하게 하시되, 모든 바탕이 현명한 자는 고행을 인하여 더욱 뛰어난 신통을 이룩하게 할 것과 바탕이 나약한 자는 안온(安穩)한 행으로 빨리 신통을 이룩하게 할 것과 바탕이 영리한 자는 쉬지 않고 고행하여 신통을 이룩하게 할 것과 바탕이 용렬한 자는 더욱 고행을 힘써 신통을 이룩하게 하되 인연을 버리고 조화(調和)를 행하여 먼저 신통을 깨닫게 할 것과 계속 도(道)를 믿지 않는 자에겐 어떠한 구제의 방편을 더하여 신통을 이룩하게 할 것인가를 여래께서는 다 아신다.
또 그 심성이 온화하지 못하고 행동이 난폭한 자에게 빨리 교화하여 신통을 이룩하게 하되, 어두움을 없애고 기쁜 마음을 내게 할 것과 소행이 있는 자에게 도력(道力)을 닦아 모두 이루게 할 것을 여래께서는 다 아시며, 또 부지런히 배우지 못했더라도 혹 수행이 있음으로써 도력을 닦아 모두 다 성취할 자와 혹 도력을 닦지 못했더라도 소행이 있거나 혹 도력을 닦지도 못하고 도력을 행하지도 못한 자로 하여금 모조리 이루게 할 것을 여래께서는 다 아신다.
또 그 마음은 온화하지만 다른 행동이 걸맞지 않는 자와 혹 소행을 보아서는 그 근기에 따라 성취할 수 있지만 마음이 온화하지 못한 자와 혹 행동은 있지만 마음이 온화하지 못하여 성취할 수 없는 자와 혹 행동도 있고 마음도 온화하여 성취하기에 걸맞는 자를 여래께서는 다 아시며, 혹 그 행동에 있어서 몸은 청정하지만 마음과 입이 청정하지 못한 자와 입은 청정하지만 몸과 마음이 청정하지 못한 자와 몸과 입과 마음이 다 청정한 자와 몸과 입과 마음이 다 청정하지 못한 자를 여래께서는 다 아신다.
이러한 종류의 행동이 다 인연과 보응을 따라 나온 것이며, 또 모든 중생들의 행동이 이로부터 자라나게 됨을 여래께서는 다 아신다. 여래의 그 지혜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모든 것을 널리 통달하여 다 보시니, 이것을 바로 여래의 제6의 일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는 이에 또 게송을 읊으셨다.
중생들의 갖가지 행을
여래께서는 다 아시므로
결정된 종류에 따라
중생계를 식별(識別)하신다.
그러므로 결정되지 않은 자는
그 행동이 거짓된 줄 아시고
법기에 걸맞지 않는 자도 그와 같이
그릇된 소견의 업에 따름을 아시며
또 탐욕에 대한
세 가지 행의 인연이 있음과
성내고 미워하고 어리석음도
세 가지 인연이 있음을 아시며
이 진욕(塵欲)의 경계와
그 밖의 한량없는 종류가
다 행동의 인연에 따름을
세존께서는 환히 식별하여 아시네.
쉬지 않고 힘써 수행하면
누구나 깨달을 수 있으므로
그 바탕이 게으르고 천한 자도
부지런히 수행하면 깨닫게 되며
바탕이 영리한 자 또한
안온한 행이 있어야 성취하므로
이러한 평등의 이치를
세존께서는 다 알고 말씀하시네.
그 행이 조화로운 자로서
적멸하고 청정함에 머물러야만
이러한 행을 인하여
빨리 청정을 이룩하게 되고
또 그 행을 빨리 이룩함으로써
마침내 조화된 도를 얻는 한편
자연스러운 신통을 성취해
고요히 즐거움을 가지리라.
그러나 중생들은 모든 행을 닦고
그 공덕을 쌓음에 있어
어떤 이는 도를 행하지 않고서
도의 지혜를 통달하려 하거나
어떤 이는 오직 도를 행하여
신통을 성취하려 한다.
여러 가지 일에 다 뛰어나야만
그 행이 성취됨을 알리라.
혹은 수행하는 자로서
뜻이 조화롭기도 하고
혹은 그 행동을 보아
수순하지 않는 자 있으므로
대인(大人)의 행을 갖추려면
두 가지 일이 다 청정해야 하네.
부처님께서는 모든 것을 널리 보시어
환히 알지 못하는 것 없으시네.
어떤 사람의 수행은
그 몸은 청정하여도
입과 마음은 청정하지 못하고
어떤 사람의 수행은
몸과 입은 청정하여도
그 마음은 아직 청정하지 못하며
혹은 세간에 있다 하여도
어떤 중생의 수행은
몸과 입과 마음이 다 청정함을
부처님께서는 널리 보고 통달하시니
그 성취하는 자에게나
끝내 성취하지 못하는 자에게나
그들을 위해 편히 머무시므로
이를 부처님의 제6의 일이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