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별중종류품(別衆種類品)

13. 별중종류품(別衆種類品)

부처님께서는 다시 족성자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께서는 이 세간 중생들의 갖가지 종류와 형태의 그 헤아릴 수 없는 몸을 다 아시나니, 어떤 것을 아신다고 하는가.

그 몸으로 온갖 죄를 쌓은 것을 여래께서는 다 아시고, 그 몸으로 많은 공덕을 쌓은 것을 여래께서는 다 아신다. 그 몸으로 더럽고 나쁜 것을 저지르는 것과 옹호할 수 없고 구제할 수 없는 경계를 범하는 것도 여래께서는 다 아시며, 여래께서는 다시 눈[眼]의 경계와 색(色)의 경계와 눈의 식별[眼識]의 경계를 다 아시는 동시에 그 본말(本末)과 근원의 일어나는 경계를 환히 아신다.

그리고 여래께서는 또 어떤 것을 아신다고 하는가. 그 안[內]이 공하므로 바깥도 공하고, 안팎이 다 공하므로 귀·코·입·몸·뜻도 그러한 줄을 아시고, 뜻과 법과 식별의 그 모든 경계가 비롯되어 나온 본말을 환히 아신다. 무엇을 아신다고 하는가. 안이 공하고 밖이 공하며 안팎이 모두 공하고, 땅·물·불·바람의 4대(大)도 다 공한 것인 줄을 아는 것이다. 또 무엇을 아신다고 하는가. 모든 것이 허공 같음을 아시므로 욕계(欲界)와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도 그러한 줄을 아시는 것이다.

무엇을 아신다고 하는가. 어떤 상념(想念)을 따라 이 함이 있는 경계[有爲界]와 함이 없는 경계[無爲界]가 이룩됨을 아시며 함이 있는 경계란 지어감[行]이 없는 것을 생각으로 삼고, 함이 없는 경계란 그 지어감이 없다는 생각마저 일으키지 않는 것임을 아시며, 또 번뇌의 경계는 객진번뇌로 인한 탐욕을 일으키는 모양임을 아시고, 성내거나 미워하는 경계도 그 근본은 청정 선결(鮮潔)한 모양임을 아시고, 행(行)의 경계는 수순하지 못한 생각에 따른 무명의 모양임을 아시고, 열반의 경계는 수순한 생각에 따른 현명(顯明)한 모양임을 아신다.

이 세간의 뭇 사람들이 의지하는 경계는 이와 같다. 자신이 머무는 경계에 자신이 사로잡혀 그 경계를 말미암아 모양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오로지 그 경계에 정진함으로써 각자의 마음을 따라 그 경계에 집착하고, 그 경계로 말미암아 생각을 일으키는데, 여래께서는 이것을 다 아시고 그 아시는 대로 중생들의 근기에 응해 설법하시니, 이것이 바로 제4의 업이다.”

부처님께서는 이에 또 게송을 읊으셨다.

인간 세상의 사자께선
그 모든 경계와
이 세간 사람들의
몸의 소행에 따름을 다 아시네.





그 경계로부터 일어나는 종류
넓고 많아 한량이 없지만
부처님께서는 온갖 지혜로써
그 일어나는 근원을 아시고

또 죄와 복이 싹트는 유래와
모든 몸이 태어나는 과정과
인연에 따른 갖가지 귀결을
부처님께서는 다 깨달아 아시네.





이 모든 경계로 말미암아
갖은 종류를 해탈하시고
이러한 몸을 다 아시므로
가장 수승한 큰 성인이시네.





눈의 경계도 그러하고
눈과 색 내지 식별의 경계도
공한 것임을 다 아시기에
본래가 청정하여 걱정 없으시며

귀·코도 그러하고
혀·몸·뜻·법의 경계와
땅·물·불·바람의 경계가
다 평등하게 공한 것임을 아시네.





사람 세계 중의 사자께선
모두가 허공 같음을 깨달으시니
욕계와 색계, 무색계도
모두 다 그러한 줄 아시고

또 이 모든 경계는
생각으로 인해 성립되며
그 객상(客相)을 말미암아
저절로 욕심 일으킴을 아시며

저 성내거나 미워함도
그 근본은 청정한 것이므로
이것을 분별하여
모든 행과 행 없음을 깨달으시고

또 열반의 경계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이므로
그 경계로 인해 모양을 냄은
지혜롭지 못한 것임을 아시며

모든 것의 합하고 흩어짐은
마치 눈흘림과 같으므로
이 세간의 무수한 몸
그 형태가 갖가지임을 아시노라.





이같이 부처님께서는 아시면서도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니
마치 시방의 끝없는
저 허공과 같으시네.





사람 세계 중의 사자께선
모든 경계를 널리 아시고
가장 훌륭하고도 끝없는
저 성인의 지혜를 이룩하셨기에

이는 뭇 사람으로서 미칠 수 없고
그 근원의 경계를 알 수도 없으니
이것이 바로 온갖 더러움을 여읜
성인의 제4의 사업이네.





모든 경계를 밝게 아시어
곧 중생을 개화하시고
그들이 지은 죄와 복의 업을
계율로써 깨우쳐 주시되
그 뜻에 따라 분별하시어
다시는 분노를 일으키지 않게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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