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팔광명품(八光明品)
세존께서 다시 총교왕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여덟 가지 광명이 있어 이 광명으로 불가사의한 모든 어두움을 여의고 청정한 행을 닦나니, 그 여덟 가지란, 첫째는 기억[念]의 광명이요, 둘째는 뜻의 광명이요, 셋째는 노니는[遊] 광명이요, 넷째는 법의 광명이요, 다섯째는 지혜의 광명이요, 여섯째는 지극한 정성의 광명이요, 일곱째는 신통의 광명이요, 여덟째는 받들어 행하는 광명이니, 이것이 바로 보살의 여덟 가지 큰 광명이다.
그리고 저 기억의 광명 중에 다시 여덟 가지가 있다. 그 여덟 가지란, 과거세에 지은 뭇 공덕의 근본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음이 그 하나요, 아직 세우지 못한 공덕을 날마다 쌓으며 들은 법을 잊어버리지 않음이 그 둘이요, 올바른 이치를 알아서 나아갈 곳을 분별함이 그 셋이요, 6계(界 : 땅, 물, 불, 바람, 허공, 의식)에 따르지 않고 기억의 법문[念門]을 성취함이 그 넷이요, 모든 법 아닌 것을 끊고 착한 덕을 구족함이 그 다섯이요, 굳센 마음으로 부처님들께서 하시던 일을 이어받아 건립(建立)함이 그 여섯이요, 법의 성[法城]을 옹호하여 그 근원을 생각함이 일곱이요, 일체의 법과 덕의 광명을 얻음이 그 여덟이니, 이것이 바로 보살의 여덟 가지 기억의 광명이다.
또 뜻의 광명에 여덟 가지가 있으니, 그 여덟 가지란, 이치를 깨닫는 데에 뜻을 두어 바깥 형식을 생각하지 않음이 그 하나요, 성인의 지혜에 뜻을 두어 분별하고 집착하려는 생각을 품지 않음이 그 둘이요, 법에 뜻을 두어 더러운 욕심을 생각하지 않음이 그 셋이요, 정진에 뜻을 두어 다투거나 따지는 생각을 품지 않음이 그 넷이요, 부처님 도에 뜻을 두어 연각과 성문의 도를 생각하지 않음이 그 다섯이요, 미묘한 대승에 뜻을 두어 소승을 생각하지 않음이 그 여섯이요, 부처님께 뜻을 두어 마군의 일을 생각하지 않음이 그 일곱이요, 대자대비에 뜻을 두어 한 번도 중생을 해치려 한 적이 없음이 그 여덟이니, 이것이 바로 여덟 가지의 뜻의 광명 여덟이다.
또 노니는 광명에 여덟 가지가 있으니, 그 여덟 가지란, 노닐 수 있는 곳에 언제나 법을 선포함이 그 하나요, 노님으로써 중생들이 생각하고 있는 뜻을 앎이 그 둘이요, 노니는 곳에 변재의 지혜를 분별함이 그 셋이요, 노니는 곳에 항상 깊고 묘한 12연기를 풀이함이 그 넷이요, 노니는 곳마다 불법을 널리 퍼뜨림이 그 다섯이요, 노니는 곳마다 불법이 퍼지지 않은 곳이 없게 함이 그 여섯이요, 노니는 곳에는 모든 것에 앞뒤의 차별이나 더하고 덜함이 청정함을 깨달음이 그 일곱이요, 노니는 곳에서 모든 부처님의 법을 널리 갖춤이 그 여덟이니, 이것이 바로 여덟 가지 노니는 광명이다.
또 법의 광명에 여덟 가지가 있으니, 그 여덟 가지란 그 광명이 세간을 비추어 법을 해설하되 착한 근본에 들어감이 하나요, 또 중생을 위해 세간 제도하는 법을 널리 펼침이 그 둘이요, 성인의 지혜를 나타내어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죄악의 법을 제거하고 번뇌 없는 법의 광명으로 불도의 가르침을 널리 펴는 것이 그 셋이요, 무명과 뭇 번뇌에 머물지 않음이 그 넷이요, 생사·죄복의 그 모든 갈래를 나타내 보임이 다섯이요, 그 광명을 보고 나면 세속의 애욕에 떨어지지 않고 완전히 멸하여 보리도를 증득함이 그 여섯이요, 그 광명의 법이 모든 갈래를 잘 관찰함으로써 객진번뇌(客塵煩惱)의 근원을 제거함이 그 일곱이요, 함이 없는[無爲] 법의 광명에 따라 마음의 근본이 청정하여 자연스럽게 모든 법이 깨끗해지고 영원히 적멸함이 그 여덟이니, 이것이 바로 여덟 가지 법의 광명이다.
또 지혜의 광명에 여덟 가지가 있으니, 그 여덟 가지란, 첫째는 여덟 가지 평등한 모든 길을 비춤이요, 둘째는 모든 자취[道跡]를 빛내는 지혜요, 셋째는 한 번 왕래하는 광명의 비춤이요, 넷째는 돌아오지 않는 광명을 놓음이요, 다섯째는 집착 없는 광명을 연출함이요, 여섯째는 연각의 위신이 넘치는 광명이요, 일곱째는 보살의 지혜 광명이요, 여덟째는 여래의 가장 참되고 올바르게 깨달은 광명이니, 이것이 바로 지혜의 광명 여덟 가지이다.
또 지극한 정성의 광명에 여덟 가지가 있으니, 그 여덟 가지란, 첫째는 그 멸진(滅盡)에 떨어질 때에 지극히 정성스러운 행으로서 그곳을 밝게 비춤이요, 둘째는 그 정성스러운 행으로 제1의 도의 자취[道跡]를 얻어 지혜 광명을 거기에 비춤이요, 셋째는 그 정성스러운 행으로 제2의 과(果)를 얻어 거기에 비춤이요, 넷째는 그 정성스러운 행으로 제3의 과를 얻어 또 거기에 비춤이요, 다섯째는 그 정성스러운 행으로 제4의 과를 얻어 또 거기에 비춤이요, 여섯째는 그 정성스러운 행으로 연각의 과를 얻어 또 거기에 비춤이요, 일곱째는 그 정성스러운 행으로 보살의 인(忍)을 얻어 또 거기에 비춤이요, 여덟째는 그 정성스러운 행으로 부처님의 바른 깨달음을 얻어 또 거기에 비춤이니, 이것이 바로 여덟 가지 지극한 정성의 광명이다.
신통의 광명에도 여덟 가지가 있으니, 그 여덟 가지란, 첫째는 이른바 그 광명이 비치지 않는 곳이 없어서 하늘 눈[天眼]으로 모든 색상을 봄이요, 둘째는 그 메아리는 영원히 고요하지만 하늘 귀[天耳]로 모든 음성을 널리 들음이요, 셋째는 염(念)하는 광명이니 과거 무수한 겁 동안의 모든 일을 기억함이요, 넷째는 본래의 청정한 광명이니 모든 중생들의 심행(心行)을 허공처럼 관찰함이요, 다섯째는 걸림없는 광명이니 또 그의 신족(神足)으로 한량없는 불국토를 노님이요, 여섯째는 지혜의 광명이니 번뇌 없는[無漏] 성인을 이룩함이요, 일곱째는 공덕 쌓은 광명이니 중생을 개화하여 착한 업을 닦게 함이요, 여덟째는 지혜 업의 광명이니 모든 중생들의 의심을 끊음이다. 이것이 바로 여덟 가지 신통의 광명이다.
또 받들어 행하는 광명에 여덟 가지가 있으니, 그 여덟 가지란, 첫째는 성인의 지혜를 준수함이요, 둘째는 지혜의 광명을 구함이요, 셋째는 바른 소견의광명을 행함이요, 넷째는 그 광명을 받들어 관찰함이요, 다섯째는 그 광명으로 중생의 성품을 비춤이요, 여섯째는 그 해탈하는 마음을 닦음이요, 일곱째는 성내거나 미워하는 마음이 없음이요, 여덟째는 그 광명을 잘 닦아서 길이 구경(究竟)하게 함이니, 이것이 바로 여덟 가지 받들어 행하는 광명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다시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과거세에 지은 청정한 업을
언제나 마음에 잊지 않고서
그 모든 습기를 다 벗어나
공덕 권유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모든 들은 것을 잊어버림 없이
빨리 그 법의 이치를 해득하여
고요하고 담박한 경계에 들어가
굳센 뜻으로 법 아닌 것을 버리고
일체 기억한 법문을 깨달아서
그 성취해야 할 업을 선택하되
다시 용감하게 그 업을 관찰하여
부처님께서 하시던 일을 건립하고
그 법성(法城)을 수호하여
중생에게 평등한 법을 베풀되
지혜로운 자는 모든 어두움을 떠나고
중생에게 이로움을 주되
빛나는 광명을 얻어
의심과 망설임을 끊어 없애며,
그 굳센 뜻과 자재로운 지혜로
빨리 불도를 이루게 되네.
진리에 뜻을 두되
치장하거나 방일하지 않으며,
지혜로운 선비는 생각에 집착하거나
문자(文字)에 의지하지 않네.
법에 뜻을 둔다는 것은
탐욕과 어리석음을 여의고
방편에 뜻을 둠으로써
편히 머물러 싸우지 않음이네.
항상 도에 뜻을 두되
성문이나 연각을 생각하지 않고
미묘한 업에 뜻을 두되,
소승을 생각하지 않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사유하되
어떤 마(魔)의 가르침도 따르지 않고
크게 가여운 마음을 항상 품고서
중생을 괴롭히지 않네.
어느 곳에서도 가르침을 펼치되
노니는 곳에서 의심을 일으키지 않고
수시로 중생들을 교화하면서
어디서나 그들의 행을 따르되
그 분별하는 변재로써
그 지혜는 걸림이 없고,
모든 인연법에 밝아서
연기하는 일이 있지 않으나
방편의 지혜를 깨달아
걸음 닿는 곳 어디서나 편히 머무네.
일체의 법에 널리 들어가서
그 모든 불법을 일으키고
온 세간에 법 광명을 비추어
인민들의 업을 다 알고는
다시 세간을 제도하는 성스러운 지혜로써
부처님께서는 지혜의 빛이 되시네.
태어나는 곳마다 죄짓지 않으며
큰 지혜로 본래 청정함을 닦고
그 길을 잘 따르며
항상 죄없는 법을 선양하네.
유루(有漏)와 무루(無漏)에
다시 법 광명을 비추어
일체의 번뇌를 끊음으로써
중생에게 이익 주고 윤택케 하네.
수가 있는 법과 없는 법에서
항상 지혜의 세계에 노니니
더러움과 어두움을 여의고서
멸진(滅盡)한 행에 들게 함이 그것이며
다음 지혜의 광명이란
번뇌와 쟁송(諍訟)과 탐욕에
허덕이는 그 중생들을 위해
걸림없는 지혜 광명을 비추니
본래의 청정한 마음을 밝히고
다시 열반의 지혜 광명으로
생멸 없는 고요한 경지를 깨달아
대승의 업을 밝히는 한편
저 여덟 가지 평등한 지혜로써
도적(道跡)을 널리 빛내고
나아가선 왕래가 분별을 깨달은
그 얻을 수 없는 지혜로써
성문·연각에 집착하는 일 없이
성현의 지위에 도달함이 그것이며
다음 지성의 광명이란
한량없는 지성으로 용맹을 더하여
그 과증(果證)을 얻기 위해 수행하되
제1, 제2, 제3, 제4의
모든 과정을 얻음에 있어서
지성으로 정진을 더함에 따라
평등한 법인(法忍)을 체득하고
다시 최승의 도를 얻기 위해
지성의 광명을 비춤으로써
그 하늘 눈을 성취하여
시방 부처님을 널리 뵙고
그 하늘 귀를 성취하여
시방의 음성을 널리 들음이 그것이며
다음 신통의 광명이란
억천 겁의 과거세를 기억하되
그 청정한 지혜 광명으로써
신통에 수순하여 남의 마음 알고
다시 억천 불토에 돌아다니되
신족의 광명을 시방에 비추어
저 허공처럼 거리낌없이
함이 없는 신통의 지혜 얻고
나아가선 끝없는 공덕의 광명으로
온 세간의 중생을 이익케 하기 위해
신통 광명의 걸림없는 지혜를 비추어
중생들의 뭇 의심을 끊어 버리고
한량없는 신통 광명을 이룩함이 그것이며
다음 받들어 행하는 광명이란
성현의 지혜를 수행하기 위해
넓고 끝없는 변제를 얻고
바른 소견으로 평등히 관찰하되
끝까지 아무런 한 맺힌 것 없이
이 여덟 가지 광명을 청정케 하여
한량없는 위신(威神)을 세운다면
비록 불도를 이룩하지는 못하더라도
항상 불사를 일으킴이 그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