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현식경(大乘顯識經)

대승현식경(大乘顯識經)

중천축국(中天竺國) 지바하라(地婆訶羅) 한역 변각성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가란타(迦蘭陀) 죽림(竹林)에 계면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하셨으니, 그 모두 아라한(阿羅漢)이라,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여 다시는 번뇌가 없었고, 자재(自在)함을 얻어서 마음도 지혜도 잘 해탈되어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비추어 아는 데에 걸림이 없었나니, 이는 큰 용[那伽]이었다. 부처님의 가르치심과 같이 할 일을 이미 마치고 크고 무거운 짐을 벗어 자기 이익을 얻었으며, 나고 죽는 데에 유전하는 고통을 이미 끊었고, 바른 지혜의 힘으로 중생의 마음이 가는 것을 잘 알았다. 이와 같이 위대한 성문 대중이었는데, 장로 사리불(舍利弗)이 우두머리가 되었다.

또 한량없는 보살마하살 대중이 있어 함께 모임에 참석하였다.

그 때에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 처소에 있으면서 많이 피곤하고 졸려 몸을 바로잡지 못하였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는 면문(面門)의 빛나는 것이 연꽃 핀 것과 같으셨다.

때에 여러 비구들은 모두 잠이 깨어 제각기 몸을 바로잡고 다음과 같은 생각들을 하였다.

‘지금 부처님 세존께서 얼굴이 환히 빛나고 낯에 광채가 비추어 밝으시니, 무슨 법안(法眼)을 열어 큰 이익을 지으시려나.’

그 때에 현호승상(賢護勝上) 동진(童眞)은 꾸민 얼굴이 풍만하고 아름답고 부드럽고 빛나고 윤택하여 빛깔과 모양이 구족한데 6만의 상주(商主)가 앞뒤로 에워쌌고, 모시고 받든 이가 우글거리어 소리가 땅이 진동하는 것 같았다.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세존의 고요하고 안온하며 뭇 덕의 갈무리로서 거룩하고 혁혁하고 명랑함이 큰 금 나무[金樹]와 같으신 것을 보고, 깊은 마음으로 믿고 존중하며 합장하고 사유(思惟)하여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였다.

‘뭇 사람이 칭찬하기를, 처님께서는 일체지(一切智)이어서 일체를 널리 보시나니, 이 여래ㆍ아라하(阿羅訶)ㆍ정등각(正等覺)이라> 하더니, 참으로 헛되지 않도다’ 하고,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자세히 보면서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현호(賢護)를 보시고 온몸에서 광명을 놓아 현호에게 흘려 비추셨다.

현호는 그 때에 문득 두려움 없음[無畏]을 얻었다.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하오니, 세존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가르쳐 주옵소서. 저는 지금 비로소 부처님 처소에서 청정한 신심(信心)을 얻고 마음에 미묘한 법을 희구하여 묻고자 하나이다. 저는 오랫동안 나고 죽는 데에 있어서 번뇌의 괴로움에 빠져 어지러운 생각이 번잡하고 계(戒) 등의 업(業)엔 힘이 될 만한 것이 없나이다. 비록 마음으로 흠모하고 존중하오나, 저는 지금 이 어리석고 미혹하고 의혹한 그물 속에서 어떻게 하면 뛰어넘어 나고 죽는 것을 해탈할 것임을 알지 못하나이다. 세존께서는 이 일체지(一切智)이시니, 일체를 널리 보시나이다. 부처님께서 출현하심은 매우 어렵거늘, 희유(希有)하게 만났사오니, 여의주(如意珠)로 중생에게 안락을 베풀어 줌과 같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이 큰 여의주 보배이시니, 일체 중생이 모두 부처님을 의지함으로 말미암아 큰 안락을 얻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이 큰 부모이시며, 중생의 착한 근본이시니, 부처님인 부모로 인하여 바른 길을 얻어 보나이다. 원하오니 불쌍히 여기시어 의혹과 어두움을 열어 깨우쳐 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현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의심된 바 있으면 너의 뜻대로 마음껏 물어라. 내 마땅히 너를 위하여 분별하고 해설하리라.”

그 때에 현호는 부처님께서 허락해 주심을 얻고, 마음은 물을 것에 몰두하여 한쪽에 서 있었다.

때에 장로 아난은 현호 동진의 자태와 용모가 빛나고 윤택하며 색상이 구족함을 보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일찍이 있지 아니한 것이옵니다. 이 현호 동진은, 큰 복덕이 있고 광채와 빛이 풍성하여 모든 왕의 위상(威相)도 모두 가려지고 나타나지 아니할 정도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현호승상 동진은 복업(福業)을 이룬 바로서 비록 인간에 있으나 하늘의 뛰어난 과보를 받아서 편안하고 안락하며 즐겁게 유희하여 기쁨이 넘치고, 마음대로 함이 마치 제석(祭釋)과 같으니라. 염부제(閻浮提) 내에서 월실(月實) 동진을 제외하고는 다시 짝할 자가 없느니라.”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현호 동진의 과보와 수용함과 옛적에 심은 선근을 원컨대 말씀해 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현호의 현재 수용하는 즐거움의 과보와 생활필수품 및 옛적에 심은 뛰어난 인연이 광대하나니, 너는 지금 마땅히 들어라. 아난아, 이 현호 동진을, 6만 상주(商主)가 재산이 풍부하고 금이 가득 찬 것으로 공경히 지시를 받아 따라다니고 받들어 섬기며, 6만의 평상과 자리와 깔개와 침구와 담요와 이불과 비단과 의자와 베개 등이 잡색으로 빛나고, 미묘하고 곱게 장엄했으며, 구라(俱羅) 장막및 교사야(嘺奢耶:명주 비단)와 화완(火浣) 폐백(幣帛)과 지나안수(支那安輸)로 두루 베풀어 분포하고, 뭇 보배를 사이에 아로새겨 서로 휘황찬란하여 얼기설기함이 그림과 같으며, 6만 기녀(妓女)는 안수(安輸)를 입었는데, 뭇 색깔이 사이사이 섞이고 금 보배로 주름잡아 꾸미어 곱고 화려하여 광채가 눈이 부시고, 그 감촉은 아주 부드러워 하늘의 가차(迦遮)와 같아서 가볍고 무거워짐이 마음대로 되어 뜻에 알맞으며, 웃는 얼굴로 웃고 말하며, 노래 부르고 서로 즐기며, 한가롭고 곱고 순하며, 엄숙하고 청결하며, 부드럽고 공손하여 주인을 섬기고, 다른 사람에겐 애욕의 마음이 없고, 부끄러워하여 고개를 숙이며, 혹은 머리를 덮고 얼굴을 가리며, 살과 피부는 평만하고 부드럽고 연하고 섬세하고 윤택하며, 손발의 근육과 마디와 복사뼈 등과 뼈와 힘줄은 모두 다 나타나질 아니했으며, 이는 희고 가지런하고 빽빽하며, 털은 검푸르고 오른쪽으로 돌았으며, 밀[蠟]을 깎아 만든 인형과 그림으로 그려진 화상과 같으며, 명문 집 출생으로 명망이 높은, 이와 같은 부인이 시종하였으며, 또 6만의 음식을 공급하는 부인이 있었는데, 밥과 떡과 모든 음식물이 가지가지로 다른 색깔이며, 향기로운 맛이 조화되고 아름다움이 하늘 음식과 같으며, 음식이 8덕(德)을 갖추어서 보는 이도 마음이 기쁘고 몸이 편안하고 뜻에 맞아서 수고롭지도 뜨겁지도 않게 하는 이 복된 음식이 마음을 따라 이르며, 더러운 것을 깨끗이 하고, 모든 병과 나쁜 것들을 제거한다. 정원과 집과 누대가 구비되었는데, 6만의 마니(摩尼)와 진주(眞珠)와 유리인 모든 보배를 씌우고 깔며 드리우고 꾸몄으며, 뭇 보배로 사이사이 장식하여 줄지은 것이 단정하고 아름다운데 채색 비단으로 씌우며 달고, 방울과 요령을 매달아서 바람을 따라 흔들리면 쟁그랑 하는 소리가 평화롭게 퍼지며, 땅은 유리와 같아서 뭇 그림자 모양이 나타나며, 잡색의 꽃은 여기저기 분포되어 있는데, 시원스럽고 쾌락하게 노닐고 즐기며 서식하여 마음과 뜻이 통창하고 기쁘니라.

또 허리가 가는 반나(般拏)와 공후(箜篌)와 긴 피리와 동발(銅鈸)과 맑은 노래와 가지가지 음악의 수효가 무릇 6만인데, 아름다운 소리와 곡조가 청아하여 멀리 들리고 요란하게 울려 퍼져서 부근 지역에 진동하나니, 복업으로 이룬 바라 즐겁게 하여 끊어지지 아니하며, 비둘기 등 모든 새들이 날아 모여들어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마음과 귀가 통창하여 기쁘며, 등나무 덩굴과 뭇 꽃은 누대와 집에 얽히고 둘렀으며, 고운 꽃송이는 높이 빼어나서 무성하고 빛나며, 방울과 요령과 악기의 음향은 천궁(天宮)과 같고, 방사와 행랑은 밝아서 수미굴(須彌窟)과 같으며, 신비스런 약이 흘러 비추고, 6만의 성과 높은 담은 우뚝 솟아 높은 누와 망대[櫓]를 갖추어 시설하였는데, 거리거리마다 분포되고 네거리엔 3면으로 터지고 미려하고 충일하여 여러 곳의 사람이 모여들어 올 수 있으며, 가지가지 의복 차림과 가지가지 언어와 법도가 만 가지로 다르고, 가지각색의 얼굴들이며, 진기한 상품이 상점에 즐비하고 장사꾼은 백천(百千)이어서 사고팔고 하는 소리가 시끄러워 성안에 진동한다.

정원 숲은 울창하고 무성하여 큰 나무와 작은 나무와 등나무 덩굴과 풀과 약초와 뭇 꽃이 다투어 피어서 맑은 물에 내려 비추면 얼기설기 곱고 빛나서 찬란함이 비단을 펼침과 같으며, 코끼리와 말과 수레의 그 무리는 백천인데, 왕래가 끊어지지 않고 성읍(城邑)에 충만하느니라.

아난아, 6만 성 안에 명망과 덕이 높은 사람과 모든 부호(富豪) 및 모든 상주(商主)들이 날마다 현호 동진을 칭찬하여 명성과 덕을 전파하며, 공손히 합장하고 예배하여 경의를 표시하나니, 교살라국(憍薩羅國)의 바사닉왕(波斯匿王)의 복력(福力)이 풍부하고 성하여도 현호에게 비하면 마치 가난한 자와 같다. 월실(月實) 동진은 한량없는 백천의 기녀와 시종이 모시고 감싸며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며, 사랑하고 기쁘게 하여 유희하매 뭇 낙(樂)이 의지한 바라, 비록 천제석(天帝釋)이라도 백천만 배나 월실을 따르지 못하리라. 현호 동진은 얼굴과 색상이 풍만하고 아름다우며, 호부(豪富)하여 자재하고 안락하고 즐거울지라도, 또한 백천만 배나 월실을 따르지 못하나니, 이는 모두 숙세의 복으로 얻어진 것이요,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니라.

아난아, 현호 동진은 또 여의보(如意寶) 수레가 있는데 하늘 보배로 아로새기고 장엄되어 광채가 휘황찬란하며, 하늘 금[天金]과 금강과 빛난 옥[光玉]과, 일애(日愛)인 가지가지 보배로 사이사이마다 꾸미고 장식하여 곱기가 바라보이는 별과 같고, 운행의 빠르기는 바람 같고, 금시조(金翅鳥)의 날아감과 같나니, 이 보배 수레를 타고 보주(寶洲) 등지에 뜻대로 이르며, 몸은 피로하지도 않고, 유희하며 즐기고 돌아오느니라.”

이 때에 아난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현호 동진은 무슨 선근(善根)을 심었으며, 무슨 복업(福業)을 닦았기에 재산과 살림이 광대하여 큰 즐거운 과보를 받으며, 궁실이 미묘하고 화려하며 보배 수레가 기특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현호 동진은 옛적에 불법 가운데에서 복업을 닦고 심었기에 이 광대한 낙보를 받느니라. 과거에 부처님께서 계셨나니, 이름은 낙광(樂光) 여래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시니라.

현호는 그 때에 저 부처님 법 가운데에서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나니, 이름은 법계(法髻)였고, 계행을 많이 훼손하였으나, 수다라(修多羅)와 아비달마(阿毘達摩)와 비나야(毘奈耶) 등을 잘 강설하였으며, 3장(藏)의 깊은 교리를 모두 다 밝게 통달하여 항상 중생을 위하여 연설하고 전파하여 법으로 보시함이 끊어지지 않았고, 아름다운 음성은 심원하고 정중하며 정직하고 맑아서 분석하고 밝게 분변하매 듣는 자가 기뻐하여 연설한 법을 듣고 사유(思惟)하며 수행하여 나쁜 갈래[惡趣]를 벗어난 그 수효가 한량이 없느니라.

아난아, 법계 비구는 법을 보시한 공덕으로 90겁 동안 천상 인간의 과보를 받았느니라. 또 계를 청정하게 지니는 비구가 몸이 파리하고 수척함을 보고 항상 음식과 신발 등을 보시하였나니, 은근히 존중하여 정성이 사무친 청정한 마음으로 보시하였기에 지금에 이 큰 부귀 안락의 과보와 수승하고 미묘한 궁실과 기특한 보배 수레를 얻었느니라.

또 가섭(迦葉)부처님을 만나 뵈었나니, 부처님께서 지시하고 가르치시고서 일러 말씀하시되, ‘너는 미래 석가모니(釋迦牟尼)부처님 처소에서 마땅히 수기(授記)를 얻으리라’ 하셨나니, 그러므로 지금 나를 볼 것이요, 나는 그들 위하여 설법하여 성취케 하느니라.”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현호승상 동진은 이와 같이 재산이 풍부하고 금이 가득 차서 호부하고 자재하며, 겸손하고 낮추어 교만하는 마음이 없으니, 매우 기특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큰 지혜 있는 이는 재보(財寶)와 욕락(欲樂)에는 으스대거나 거만하지 않나니, 현호는 오래전부터 선행(善行)의 힘입는 바로서 항상 복의 과보를 받느니라.”

현호는 부처님과 아난이 함께 칭찬함을 받고서 공경하고 합장하여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고 두호하시나니, 좀 묻겠나이다. 원컨대 허락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현호에게 말씀하셨다.

“내 먼저 너에게 허락했나니, 네가 의심된 바 있거든 지금 네 마음껏 물어라. 내 마땅히 너를 위하여 분별하고 해설하리라.”

현호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중생이 비록 의식(意識)이 있음을 아나 보물이 상자 속에 담겨 있는 것과 같아서 나타내어 보이지 않으면 알지 못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알지 못하는 이 식(識)은 어떤 형상으로 되었나이까? 무슨 까닭으로 식이라 이름하나이까? 중생이 죽을 때엔 손과 발이 어지럽게 움직이고, 눈빛이 변하여 억제하여도 자유롭지 못하고, 모든 감관[根]은 상실되고, 4대(大)는 어그러지며, 식은 몸을 떠나가나니, 어느 곳으로 가나이까? 자성(自性)이 어떠하오며, 어떤 색깔과 모양이 되옵나이까? 어찌하여 이 몸을 버리고 떠나서 다시 다른 몸을 받나이까? 어찌 신분(身分)을 여기에서 버리고, 모든 입(入)에 끌리어 당래의 과보를 얻어 가지가지 몸을 받는 것이 차별되어 같지 않나이까?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중생이 몸을 떠나고서 다시 모든 갈래에 태어나나이까? 어찌하여 금생에 복업을 쌓아 모으면 내생(來生)에 얻어지고, 지금의 몸이 복을 닦으면 당래에 스스로 받게 되나이까? 어찌하여 식이 능히 몸을 증장하오며, 어찌하여 식의 입(入)이 몸을 따라 변하여 바뀌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현호여. 훌륭하도다, 잘 물었음이여.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생각하라. 마땅히 너를 위하여 말하리라.”

현호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그렇습니다, 가르치심을 받들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현호에게 말씀하셨다.

“식의 운전(運轉)하여 도로 없어지고 왕래하는 것이 마치 풍대(風大)와 같나니, 바람은 빛깔도 형체도 없어서 나타나 보이지 않지만, 능히 만물을 발동시켜 여러 가지로 다른 모양을 보이며, 혹은 숲과 나무를 흔들고 꺾으며 파열하여 큰 소리를 내기도 하며, 혹은 차갑기도 덥기도 하여 중생의 몸에 부딪쳐 괴로움도 즐거움도 짓는다. 바람은 손과 발과 얼굴과 눈과 형용이 없으며, 또 검고, 희고 누렇고, 붉은 모든 색깔이 없느니라.

현호여, 식계(識界)도 또한 그러하여 색깔도 형상도 없고 광명도 나타남도 없건만, 인연으로써 가지가지 공용(功用)이 다름을 나타내어 보인다. 마땅히 알라. 감수[受]와 지각[覺]과 법계(法界)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색깔도 형상도 없건만 인연으로써 공용을 나타내느니라.

현호여, 중생이 여기에서 죽으면 감수와 지각과 법계와 식계(識界)가 모두 몸을 떠난다. 식이 감수와 지각과 법계를 운전하여 다른 몸을 받는 것이, 비유컨대 바람이 뭇 좋은 꽃에 불면 꽃은 여기에 그대로 있으나 향기는 흘러서 먼 곳에 이르는 것과 같다. 바람의 체성(體性)이 좋은 꽃의 향기를 취한 것이 아니요, 향기의 자체와 바람의 자체와 신근(身根)도 함께 형상과 색깔이 없다. 그러나 바람의 힘이 아니면 향기가 멀리 퍼져 가지 못하느니라.

현호여, 중생의 몸이 죽으면 식이 감수와 지각과 법계를 가지고 다른 생(生)으로 이르러 가는데, 부모의 인연으로 인하여 식이 의탁하고 감수와 지각과 법계도 모두 식을 따름도 또한 다시 이와 같나니, 꽃의 뛰어난 힘으로부터 코에 냄새 맡는 것이 있게 되고, 냄새 맡는 뛰어난 힘으로부터 향기의 경계가 있게 됨과 같으며, 또 바람 자체의 뛰어난 힘으로부터 바람 빛깔의 부딪침이 있게 되고, 바람의 힘으로 인하여 향기가 먼 곳에 이르게 됨과 같다. 이와 같아서 식으로부터 감수(受)가 있고, 감수로부터 지각[覺]이 있고, 지각으로부터 법(法)이 있어서 드디어 선(善)과 선 아닌 것을 분별하여 아느니라.

현호여, 또 화공이 벽이나 판자를 요리하여 그릴 수 있는 곳에 제대로 깨끗이 하고서 뜻에 하고 싶은 대로 뭇 형상을 그리는 것과 같나니, 곧 화공의 의식과 지혜는 모두 형상과 빛깔이 없건만 가지가지 기이한 얼굴과 이상한 모양을 만든다. 이와 같이 의식과 지혜는 형상이 없되, 6색(色)을 내나니, 말하자면 눈으로 인하여 색(色)을 보는 안식(眼色)은 형색이 없음이요, 귀로 인하여 소리를 듣는 소리는 형색이 없음이요, 코로 인하여 냄새를 아는 냄새는 형색이 없음이요, 혀로 인하여 맛을 아는 맛은 형색이 없음이요, 몸으로 인하여 감촉을 느끼나 감촉은 형색이 없으며, 법입(法入)의 모든 경계도 모두 형색이 없나니, 식이 형색이 없는 것도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라.

현호여, 식이 이 몸을 버리고 다른 생을 받나니, 중생이 죽을 때엔 식이 업장(業障)에게 얽힌 바가 되거니와, 업보가 다하고 목숨을 마치면 멸정(滅定)에 든 아라한 의식과 같다. 아라한이 멸진정(滅盡定)에 드는 것과 같나니, 그 아라한의 식은 몸으로부터 변하여 없어진다. 이와 같아서 죽은 자의 식은 몸과 계(界)를 버리고 생각하는 힘을 타고 짓나니, 그는 이와 같아서 그가 평생에 지은바 일과 업(業)들이 죽을 때에 다다라서 모두 나타나고, 기억과 생각이 분명하여 몸과 마음의 두 감수[受]로써 고통이 핍박하는 것이니라.

현호여, 식은 무슨 뜻이냐. 식이란 종자가 된다고 이름할 것이니, 능히 뭇 종류의 잡보(雜報)인 몸 싹[身牙]을 발생하고 지각과 생각하는 것이 함께 식에 포장되어 괴로움과 즐거움과 싫음과 좋음 및 선악(善惡)의 경계를 아나니, 그러므로 식이 된다 이름하느니라. 네가 물은바 ‘어찌하여 식이 이 몸을 떠나서 다른 보(報)를 받느냐?’ 함은, 현호여, 식이 몸에서 옮김은 얼굴의 모양이 거울에 나타남과 같고, 도장의 무늬가 진흙에 나타남과 같다. 비유컨대 해가 뜨면 일광의 비치는 바로써 뭇 어둠이 모두 없어지고, 해가 지고 일광이 사라지면 어둠은 문득 여전하다. 어둠은 형질(形質)이 없고 상(常)ㆍ무상(無常)이 아니건만 능히 그곳을 얻나니, 식도 또한 그와 같아서 형질이 없건만 수(受)와 상(想)으로 인하여 나타난다. 식이 몸에 있는 것이 어둠의 체성과 같아서 보아도 보이지 않고 잡아 볼 수도 없는 것과 같으며, 어머니가 아이를 회임하였는데, 능히 스스로 ‘남자인지 여자인지, 검은지 흰지 누런지, 감관[根]을 구족하였는지, 구족하지 아니하였는지, 손과 발과 귀와 눈이 같은지, 같지 않은지 알지 못하고 음식의 뜨거움이 자극하매 그 아이가 움직이므로 고통스러움을 느끼며 아는 것과 같다. 중생이 왕래하고 굴신(屈伸)하고 보고 깜짝이고 말하고 웃고 이야기하고 무거운 것을 운반하여 모든 사업을 짓는데 식의 모양이 갖추어 나타났건만, 그러나 식이 있는 바를 알지 못하고 다만 몸속에서 그 모양을 알지 못하느니라.

현호여, 식의 자성이 모든 곳에 두루 들어가나 모든 곳에 물들고 더럽힌 바가 되지 않으며, 6근(根)과 6경(境)과 5번뇌음(煩惱陰)에 식이 두루 있으나 그에 물들지 않나니, 이로 말미암아 식의 작용을 나타내느니라.

현호여, 나무 기관(機關)을 한 곳에 매어 두고 가지가지 업을 짓되, 혹은 달려가고 날뛰며, 혹은 뛰어 던지고 유희하여 춤추면 뜻에 어떻다 하느냐. 이 기관이 하는 짓은 누구의 힘이냐?”

현호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혜가 협소하고 천박한 자는 능히 알지 못할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현호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알라. 모두 이 업(業)을 짓는 이의 힘이니, 업을 짓는 것은 형체가 없고 다만 지혜로 운전함이다. 이와 같아서 몸의 기관도 식의 힘으로써 모든 사업을 지은 것이다. 신선[仙]과 건달바(乾闥婆)와 용과 귀신과 사람과 하늘과 아수라(阿修羅)들의 가지가지 업에 취향함이 모두 다 이에 의지한다. 식이 능히 몸을 낸 것이 장인[工]이 기관을 만든 것과 같나니, 식은 형질(形質)이 없으나 널리 법계를 지녀 지혜 힘이 구족했으며, 나아가 능히 숙명(宿命)의 일을 아느니라.

비유컨대 일광이 악업(惡業) 중생과 모든 깨끗지 못한 것과 시체와 냄새나는 것들을 치우침 없이 평등하게 비추나 모든 나쁜 것들에게 더럽혀지거나 물든 바가 되지 않는 것과 같나니, 식도 또한 이와 같아서 비록 돼지와 개의 부정을 먹는 유의 모든 나쁜 갈래의 몸에 있으나 그에게 물들고 더럽힌 바가 도지 않느니라.

현호여, 식이 이 몸을 버리고 선악(善惡)의 업을 따라 옮겨 다른 보(報)를 받는 것이 비유컨대 ‘바람이 깊은 산과 깊은 골짜기에서 나와서 담복(薝蔔)의 뭇 향기로운 숲에 들어가면 그 바람은 문득 향기롭고, 더러운 똥이나 죽은 시체의 냄새가 고약스럽고 더러운 곳을 지나면, 그 바람은 문득 냄새나며, 만일 바람이 향기로움과 냄새나는 데에 함께 이르게 되면 바람은 향기로움과 냄새나는 것을 아울러 겸했으되 많은 것이 먼저 나타남과 같다. 바람은 형질이 없고, 향기와 냄새도 형질이 없으나 바람이 향기와 냄새를 가져다가 먼 데에 옮겨 놓는다. 식이 이 몸을 버리고 선악의 업을 가져다가 옮겨 다른 보를 받는 것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저 바람이 물건의 향기와 냄새나는 것을 가져다가 다른 곳에 두는 것과 같다. 또 사람이 꿈에 뭇 색상(色像)과가지가지 사업을 보고도 스스로 편히 누워서 잠자는 것임을 알지 못함과 같나니, 복덕이 있는 사람은 목숨이 다하고 식이 옮겨짐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안온하여 깨닫지 못하고 꿈과 같이 죽어가되 두려워하는 바도 없고, 식의 옮겨 나가는 것도 입과 목구멍과 모든 구멍을 거쳐 나가지 않나니, 어떻게 나가는 줄을 알 수 없고, 나가는 문호도 알지 못하느니라.”

그 때에 현호승상 동진은 부처님의 발에 정례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닭과 거위 등의 새끼가 그 알이 성숙되지 않을 적엔 둘레가 치밀한데 식이 어디로부터 들어가오며, 새끼가 알 속에서 죽는다면 알의 껍질이 깨뜨려지지 않으면 틈도 없고 구멍도 없는데 식이 어디로부터 나오나이까?”

부처님께서는 현호에게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오마(烏麻)와 담복 꽃이 향기롭기에 그의 기름도 향기롭고 아름다워 담복 기름이라 하나니, 보통 삼[麻] 기름과는 좋고 나쁜 것이 엄청나게 다르다. 기름은 애초 향기가 없건만 꽃의 향기가 종자에 훈습하여 기름이 드디어 향기를 이루었나니, 향기는 오마를 깨뜨리고 들어간 것이 아니요, 또 오마를 깨뜨리고 나온 것이 아니며, 또 형질도 없이 기름 안에 머물러 있다. 다만 인연의 힘으로 향기가 기름 안에 옮겨서 기름이 향기롭고 윤택한 것이다. 닭과 거위 새끼의 식이 알에 들어감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담복의 향기가 기름 안에 옮겨짐과 같다. 식이 옮겨 운동함이 해가 빛을 흘리는 것과 같고, 마니(摩尼)의 비춤과 같고, 나무가 불을 내는 것과 같으며, 또 ‘종자를 땅에 심으면, 그 자체가 땅속에서 변화하여 싹과 줄기와 잎이 골고루 밖으로 나타나서 희고 희지 않은 것과 붉은 등인 잡색 가지가지의 꽃이 피고, 가지가지의 힘과 맛이 성숙되며, 되는 바가 가지가지 차별된다. 동일한 대지(大地)에서 4대(大)가 평등하게 돕는데, 각기 그 종자를 따라서 나는 바가 문득 다른 것’과 같으니라.

이와 같은 한 식의 법계에서 일체 나고 죽는 몸이 생겨서 혹 검고 혹 희고 혹 누렇고 붉은 등이며, 순회하고 포악하여 가지가지 종류가 다르니라.

현호여, 식은 손과 발이 없고 지절(支節)과 언어도 없건만, 법계 가운데에 생각하는 힘이 강대함으로 말미암아 중생이 죽을 때에 식이 이 몸을 버리고 식이 생각하는 힘과 함께 내생의 종자가 된다. 즉 식을 떠나서는 법계를 얻을 수 없고, 법계를 떠나서는 또한 식을 얻을 수 없다. 식은 바람과 미묘한 염계(念界)와 수계(受界)와 법계(法界)와 함께 화합하여 옮기느니라.”

현호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일 이와 같을진대,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식을 형색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현호에게 말씀하셨다.

“색(色)이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내(內)요, 둘째는 외(外)다. 내는 안식(眼識)을 말하고, 외는 눈이다. 이와 같이 이식(耳識)은 내가 되고 귀는 외가 되며, 비식(鼻識)은 내가 되고 코는 외가 되며, 설식(舌識)은 내가 되고 혀는 외가 되며, 신식(身識)은 내가 되고 몸은 외가 되느니라.

현호여, 만일 날 때부터 눈먼 사람이 꿈에 아름다운 색깔과 손과 발과 눈과 귀와 용모가 고운 것을 보고 문득 꿈속에서 크게 좋아하고 기뻐하다가 잠을 깨고 나서는 캄캄하여 보는 바가 없고 밤이 다하고 낮이 밝아서 사람들이 모이면 눈먼 자가 드디어 꿈속에 좋아한 들은 바를 말하되, ‘나는 곱고 아름다운 사람의 자태와 용모가 특수하고 동산과 누대가 화려하고 사람들이 백천인데 잘 장엄되고 즐겁게 노닐며, 살결은 빛나고 윤택하고 어깨와 어깻죽지는 풍만하고 팔은 길고 둥근 것이 코끼리 코와 같은 것들을 보고, 나는 꿈속에 큰 쾌락을 얻고, 마음에 맞아서 기뻐하고 탄복했노라’ 한다면, 현호여, 이 날 때부터 눈먼 사람이 일찍이 물건을 보지 못했거니, 어찌하여 꿈속에 능히 색깔을 보았느냐?”

현호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하오니니 알려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현호에게 말씀하셨다.

“꿈속에서 본 것은 안의 눈으로 본 바니, 이는 지혜로 분별함이요, 육안(肉眼)으로 본 것이 아니다. 그 안의 눈으로 본 바의 것은 생각하는 힘인 까닭이니, 눈먼 자가 꿈속에서 잠깐 나타났다가 다시 생각하는 힘으로 깨어나서 기억함이니, 식의 내색(內色)도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라.

다시 현호여, 몸이 죽으면 식이 옮겨지는 것이 마치 종자를 땅속에 버려두고 4대(大)로 섭리하고 부지함이 싹과 줄기와 가지와 잎으로 차츰 옮겨 변화함과 같나니, 식이 염(念)과 수(受)와 선(善)과 불선(不善) 등 4법으로 섭리하고 부지함이 되어 몸을 버리고 옮겨 변화함도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라.

현호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선과 불선의 법이 식을 섭리하고 부지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현호에게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미묘한 파리(頗梨) 보배를 검은 물건이거나 흰 물건을 대하게 하면 보배의 빛이 물건을 따라 희게 되고 검게 되나니, 선(善)과 불선(不善)의 법으로 식을 섭리하고 부지함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섭리하고 부지한 바를 따라서 선과 불선을 이루어 옮겨 변화하여 과보를 받느니라.”

현호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몸이 어찌하여 식(識)을 받나이까?”

부처님께서는 현호에게 말씀하셨다.

“이 식은 쌓음도 모음도 없고, 또한 생장함도 없나니, 비유컨대 싹이 날 때에 종자가 변치 아니하고 생긴 것이 아니며, 또한 종자가 무너져서 생긴 것도 아니다. 그러나 싹이 생길 때엔 종자는 곧 변하고 허물어지느니라.

현호여, 뜻에 어떠하느냐? 그 싹이 있는 바는 어느 곳에 그치느냐? 종자냐, 가지냐? 줄기와 가지와 잎이냐?”

현호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싹은 그치는 바 없나이다.” “이와 같으니라, 현호여. 식이 몸에 있어서 그치는 곳이 없나니, 눈도 아니며, 귀와 혀와 몸 등이 아니다. 종자가 싹이 날 때는 식이 조금 지각함 같으며, 나아가 꽃이 결합할 때에 식의 감수[受]가 함축함과 같으며, 꽃이 필 때와 열매를 맺을 때에 이르러서는 식이 몸이 있는 것 같다. 식이 몸에서 나와서 몸과 사지에 하나 식의 그치는 바를 찾아보면 그 처소를 얻을 수 없고, 만일 식을 제외하고는 몸이 곧 나지 못하리니, 나무에 과일이 익으면 능히 장래 나무의 종자가 되어 익지 않은 것 아님과 같나니, 이와 같이 과보가 성숙되고 몸이 죽으면 식의 종자가 문득 나타나며, 식으로 인하여 수(受)가 있고, 수로 인하여 애(愛)가 있고, 애에 얽매여 문득 생각을 내며, 식이 생각을 섭취하여 선악의 업을 따르고, 풍대(風大)와 아울러 부모 생각할 줄을 알며, 인연이 합하여 대하매 식이 문득 의탁하나니, 마치 사람의 얼굴 그림자가 거울에 나타남과 같다. 깨끗하지 않고 밝지 않으면 얼굴 모양이 나타나지 않고, 거울이 밝은데 얼굴을 대하면 그림자 모양이 이에 나타나니, 거울 속의 모양은 수(受)도 생각도 없건만, 사람의 몸을 따라 구부리고 펴고 숙이고 우러르며, 입을 열고 농담하며 가고 오고 행동하며, 가지가지로 운동하느니라. 현호여, 그림자 모양은 누구의 힘으로 나타난 것이냐?”

현호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는 사람의 힘이니, 얼굴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얼굴 그림자가 있으며, 그림자 모양의 형색은 얼굴의 형색과 같고, 감관[根]이 구족하고 구족하지 못함도 모두 다 얼굴과 같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얼굴은 그림자의 원인[因]이 되고, 거울은 그림자의 인연[緣]이 되나니, 원인과 인연이 화합하므로 그림자가 나타남이 있다. 식의 원인으로 말미암아 수(受)ㆍ상(想)ㆍ행(行) 및 심소(心所)가 있고, 부모가 인연이 되어 인연이 화합하므로 몸이 나타남 있나니, 저 몸과 거울과 같다. 거울 속의 그림자는 몸이 가면 그림자도 없어지고, 몸이 있으면 그림자 모양이 나타나며, 혹은 달리 물 등의 속에도 나타나니, 식이 이 몸을 버리고 선악(善惡)의 업을 가지고 옮겨서 다른 과보를 받는 것도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라.

또 니구타오담바(尼瞿陀烏曇婆) 등의 종자가 비록 적으나 능히 큰 나무를 내며, 나무가 다시 종자를 내고, 종자는 옛 나무를 버리고 다시 새나무를 내며, 옛 나무는 오래되면 질과 힘이 쇠약해지고 맛과 진액이 다하여 마르고 썩어지며, 이와 같은 적은 생명인 유들이 그 식이 몸을 버리고는 자기 업으로 인하여 혹은 가지가지 모든 종류의 큰 몸을 받는 것과 같으며, 또 큰 보리와 작은 보리[小麥]와 오마(烏麻)와 녹두와 마사(摩沙) 등의 가지가지 종자들이 모두 종자 때문에 싹과 줄기와 꽃과 열매가 생장하고 성숙함과 같다. 이와 같아서 식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생명이 있는 종류로 따라 옮겨서 곧 문득 지각이 있고, 지각으로 말미암아 감수가 있고, 선악의 업을 가지고 가지가지의 몸을 받는다. 또 벌이 꽃에 붙어서 좋아하고 그리워하여 꽃의 맛을 빨아먹고 스스로 몸을 기르다가 벌이 이 꽃을 버리고 다시 다른 꽃에 붙으며, 혹은 향기를 버리고 냄새나는 데에 들어가며, 혹은 냄새나는 데를 버리고 향기로운 데에 들어가서 그 있는 바를 따라 스스로 사랑하고 좋아하여 탐착함과 같아서 식도 또한 이와 같아서 복업으로써 하늘 몸을 얻어서 수승한 쾌락의 과보를 받고, 혹은 하늘 몸을 버리고서 악업(惡業) 때문에 지옥의 과보를 얻어 뭇 고통의 과보를 받고 윤회하고 천변(遷變)하여 가지가지 몸이 된다. 식은, 울금(鬱金)과 홍람(紅藍)과 분타리(芬陀利) 등이 그 종자는 모두 희고 그 종자 속을 깨뜨려 봐도 싹과 꽃이 보이지 않으며 다른 색깔도 보이지 않지만, 땅에다 심고 수분으로 적시면 문득 싹 등이 생기고, 때를 따라 자라나면 꽃과 과일이 열고 맺어 혹 붉기도 하며 혹 희기도 하여 가지가지 색깔이 나타나는 것과 같다. 색깔과 싹 등은 종자 속에 있지 않으나, 그러나 종자를 떠나서는 모두 나올 수 없는 것과 같아서 식(識)도 몸을 버리고서는 육신과 용모와 모든 감관[根]과 모든 입(入)이 식 속에서는 인연으로 화합한 것이 보이지 않으나, 식은 묘하게 보고 묘하게 들으며, 소리와 감촉과 맛과 법 및 생각과 입(入)으로 이미 지은바 선악 등의 업을 알고 몸의 과보를 취하는 것이 누에가 고치를 만들어 스스로 짓고 스스로 얽어서 그 속에서 죽어가는 것과 같다. 식도 또한 이와 같아서 식이 스스로 몸을 내고 도리어 스스로 묶고 얽어서 스스로 몸을 버리고 가서 다른 업보를 받는다. 종자가 있음으로 말미암아 색(色)과 냄새와 맛이 있나니, 식의 몸을 버리고 그 옮기는 것을 따라서 모든 감관과 경계와 수(受) 및 법계도 모두 다 따라간다. 여의주(如意珠)의 있는 바를 따라서 오락의 물건들이 모두 따라감과 같고, 해의 있는 바를 따라서 광명이 모두 따라감과 같아서 식도 또한 이와 같아 그 옮기는 바를 따라서 수와 각(覺)과 상(想)과 법계 등이 모두 다 따라간다. 식이 몸을 버리고는 일체성(一切性)을 포섭하여 색(色)의 인(因)으로 몸이 되나 뼈와 살이 없는 몸이며, 모든 감관이 있기 때문에 수(受)와 미묘한 생각이 있어서 선악(善惡)을 취할 줄을 아느니라.

대추와 석류와 암라암륵(菴羅菴勒)과 비라(鼻螺)와 갈수(渴竪)와 겁필타(劫必他) 등 가지가지 과일이 혹 맵고 혹 쓰고 혹 시고 혹 달고 혹 짜고 혹떫고 하여 맛의 힘이 각기 다르고 소화시키는 그 공효도 한결같지 않으며, 과일이 부패함에 당해서는 맛의 힘이 종자를 따라 옮겨 변화하여 생기나니, 이와 같은 식의 종자도 그 옮기는 바를 따라 수(受)와 염(念)과 선(善)과 악(惡)이 모두 다 따라가서 이 몸을 버리고 다른 과보의 몸 받을 줄을 알기에 식(識)이 된다고 이름한다. 선악의 업을 알며, 업(業)이 나[我]를 따름을 알며, 나[我]가 업을 가지고 옮겨 변화하여 과보 받음을 알기에 식이 된다고 이름한다. 몸이 하는 바를 모두 다 알기에 식이 된다고 이름한다. 비유컨대 바람의 형체는 취할 수 없고 형질을 잡을 수 없지만 인연으로써 모든 사업을 짓기에 ‘바람이 있어서 차가움과 뜨거움을 지니고 향내와 악취를 옮기고 나무숲을 흔들며, 혹은 치고 불리며 꺾고 타격한다고 말한다. 이와 같아서 식도 형질이 없고, 보고 듣는 것으로 취할 바가 아니나, 인연으로써 식의 모양이 골고루 나타나고, 식으로 말미암아 몸을 부지하고, 몸으로 괴로움과 즐거움을 알며, 광채와 윤기가 충실하고 가고 오고 하며, 말하고 웃고 즐겨 하고 근심하며 사업이 밝게 나타나나니, 식이 있는 것으로 알아야 하느니라.”

대승현식경 하권

그 때 회중에 월실승상(月實勝上) 동진이 있었는데, 곧 자리로부터 일어나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색의 원인[色因]을 본 것이며, 어떤 것이 애욕의 원인[欲因]을 본 것이며, 어떤 것이 소견의 원인[見因]을 본 것이며, 어떤 것이 계행고집의 원인[戒取因]을 본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월실에게 말씀하셨다.

“지혜 있는 이는 지혜의 경계를 보고, 어리석은 이는 어리석은 경계를 본다. 지혜로운 자는 모든 곱고 아름다운 색(色)을 보고 더럽고 나쁜 것으로 아나니, 오직 고깃덩어리와 힘줄과 뼈와 피고름과 대맥(大脈)과 소맥(小脈)과 대장(大腸)과 소장(小腸)과 기름과 진액과 뇌와 막과 콩팥과 염통과 지라[脾]와 쓸개와 간과 허파와 밥통과 위와 생장(生藏)과 숙장(熟藏)과 황담(黃痰)과 콧물과 침과 터럭과 수염과 손발톱과 대소변을 얇은 피부로 쌓았거니와 더럽고 깨끗하지 못한 것이 드러나면 추하여 고약스럽다. 무릇 있는바 색은 모두 4대(大)로 생긴 것이니, 이것이 색인(色因)이 되느니라.

월실이여, 부모가 낳은 몸에서 몸의 굳은 것은 지대(地大)가 되고, 흐르고 윤기가 있는 것은 수대(水大)가 되고, 뜨거운 것은 화대(火大)가 되고, 움직이는 것은 풍대(風大)가 되나니, 있는바 각지(覺知)와 염(念) 및 소리와 냄새와 맛과 감촉 등의 계(界)는 이 모두 식(識)이 되느니라.”

월실 동진은 부처님께 다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장차 죽을 때엔 어떻게 식이 몸을 버리오며, 어떻게 식이 몸에서 옮기오며, 어떻게 식이 지금이 몸 버림을 아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월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이 업을 따라 보(報)를 얻고, 식은 흘러서 계속하여 몸을 부지하고 끊어지지 않다가 기한이 다하고 과보를 마치면 식이 몸을 버리고 업을 따라서 옮겨 받나니, 비유컨대 물과 젖을 화합하여 불의 열로 끊이면 젖 물과 찌꺼기가 제각기 분산함과 같나니, 이와 같도다, 월실이여. 중생의 목숨이 다하면 업력(業力)으로써 형체와 해체와 식과 모든 입계(入界)가 각각 분산하는데, 식이 그 의지할 바가 되어 법계와 법계념(法界念)과 아울러 선악(善惡)의 업을 취하여 옮겨서 다른 보를 받느니라.

월실이여, 비유컨대 크게 좋은 소[蘇]를 뭇 좋은 약 맛의 힘으로써 공력을 들여 화합하면, 크게 좋은 소가 되나니, 보통의 소(蘇) 성질을 버리고 좋은 약의 힘을 가져서 맵고 쓰고 시고 짜고 떫고, 단 여섯 맛으로 사람 몸을 돕고, 문득 사람 몸에게 색향(色香)의 맛을 지음과 같나니, 식이 이 몸을 버리고 선악의 업및 법계 등을 가지고서 옮겨 다른 보를 받는 것도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라.

월실이여, 소(蘇)의 질이 몸에 맞고 여러 약으로 화합되면 크게 좋은 것이라 하나니, 모든 법과 모든 감관[根]과 맞게 화합하면 업(業)이 되나니, 뭇 약의 맛과 감촉으로 소(蘇)를 도와 이루는 것이 업(業)이 식을 돕는 것과 같다.

크게 좋은 것을 먹으면 기쁨과 윤택함이 충성(充盛)하고, 광채와 색깔이 아름답고 좋으며 안온하여 병환이 없는 것이, 선으로 식을 도우면 모든 즐거움의 과보를 얻는 것과 같고, 소(蘇)의 법에 어긴 것을 먹으면 얼굴이 변하고 나빠지며 참혹하게 핏기가 없고 색깔이 죽어 토백(土白)해지는 것이, 악으로 식을 도우면 모든 고보(苦報)를 얻는 것과 같으니라.

월실이여, 좋고 보배로운 소(蘇)는 손과 발과 눈이 없건만 능히 좋은 약의 색깔과 냄새와 맛을 취하나니, 식도 또한 이와 같아서 법계와 수(受)와 모든 선업(善業)을 취하여 이 몸을 버리고 중음(中陰)을 받아서 하늘의 미묘한 생각을 얻고 6욕천(欲天)과 16지옥을 보며, 자기의 몸과 손과 발이 단엄(端嚴)하고 모든 감관이 곱고 아름다운 것을 보며, 버린바 시체를 보고 이르되, ‘이것이 이 나의 전생 몸이다’ 하며, 다시 높고 뛰어나고 미묘한 모양인 천궁(天宮)의 가지가지 장엄과 꽃과 과일과 풀과 나무와 등나무 덩굴이 얽혀 덮인 것과, 광명이 빛나고 고운 것이 새로 단련한 금에 뭇 보배로 섞여 꾸며진 것과 같은 것을 본다. 그는 이것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크게 기뻐하고 사랑함으로 인하여 식이 문득 의탁한다. 이 선업(善業)인 사람은 몸을 버리고 몸을 받는 데 편안하고 고통이 없는 것이 말을 타는 자가 하나를 버리고 하나를 타는 것과 같다. 비유컨대 장사(壯士)가 무술과 지략을 구비하였는데, 적병이 오는 것을 보고 견고한 갑옷과 투구를 입고 좋은 말을 타고서 가는 바에 두려움 없는 것과 같이, 식(識)이 선근(善根)을 힘입어 날숨 들숨을 버리고 계(界)를 버리며 몸에 들어가 달리 뛰어난 낙을 받는 것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범신천(梵身天)으로부터 이에 유정천(有頂天)에 이르러 그 가운데에 태어나느니라.”

그 때 회중에서 큰 약왕자(藥王子)가 자리로부터 일어나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식이 몸을 버리면 어떤 모양이 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큰 약왕자여. 그대가 지금 묻는 바는 이 크고 매우 깊은 부처님의 경계이니, 여래를 제외하고는 다시 능히 알 자 없느니라.”

이에 현호승상 동진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큰 약왕자가 묻는 바는 매우 깊사오니, 그 지혜가 미묘하고 민첩하고 날카롭고 밝으며 명확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현호에게 말씀하셨다.

“이 큰 약왕자는 이미 비바시(毘婆尸)부처님 처소에서 모든 선근(善根)을 심었고, 일찍이 5백 생(生) 동안엔 외도(外道)의 집에 태어나서 외도가 되었을 때에 항상 식(識)의 뜻을 생각하되, ‘식이란 어떠한 것이며, 어떤 것이 식이 되느냐?’ 하였으나, 5백 생 동안에 능히 해결하지 못하여 식의 가고 오는 것의 유서를 알지 못했나니, 내가 오늘에 그 의심 그물을 깨뜨리고 알아 얻게 하리라.”

이에 현호승상 동진은 큰 약왕자에게 말하였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당신이 지금 묻는 바는 미묘하고 매우 깊나이다. 월실이 묻는 그 뜻은 얕고 좁아서 마치 어린아이가 마음이 바깥 경계에 놀면서 안을 알지 못함 같나이다. 정법(正法)은 듣기 어렵고 부처님은 만나기 어렵사오니, 부처님의 원만하고 광대한 지혜 측량할 수 없고, 깊은 지혜, 지극히 미묘한 이치를 마땅히 오로지 청해 물으셔야 하나이다.”

때에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서 평화로운 얼굴에 기쁜 빛을 띤 것이 가을 연꽃이 핀 것과 같음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하며 한마음으로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깊은 법을 좋아하오며 깊은 법을 갈앙(渴仰)하오며, 항상 여래께서 열반(涅槃)에 드시게 되어 정법을 듣지 못하고 5탁(濁) 중생의 속에서 어리석고 아는 바 없어서 선(善)과 악(惡)을 알지 못하며, 선(善)과 불선(不善)에 성숙되고 성숙되지 못한 것을 능히 깨닫지 못하고 미혹하여 나고 죽는 고통 세계에 윤회할까 두려워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큰 약왕자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의 정법은 만나기 어렵고 얻기 어렵나니, 나는 옛적에 반 게송을 듣기 위하여 산에 올라 스스로 추락하여 몸과 목숨을 버리고 정법(正法) 구하기를 위하여 한량없는 백천만억 가지가지 고난을 겪었느니라. 큰 약왕자여, 그대가 바라는 바를 모두 그대 마음대로 물어라. 내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분별하고 해설하리라.”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가르치심을 받들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식의 모양은 어떠하나이까? 원컨대 알려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큰 약왕자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그림자 모양이 물에 나타남과 같나니, 이 모양은 잡아 만질 수 없고, 있다, 없다, 분별 못할 것이 추락가(芻洛迦) 형상과 같고, 갈애(渴愛)의 모양과 같으니라.”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갈애(渴愛)이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사람이 뜻에 맞는 색(色)을 대하면 눈 감관[眼根]이 그곳으로 가나니, 갈애가 된다 이름한다. 마치 밝은 거울을 가지고 자기의 얼굴에 비추면 얼굴 모양이 보이거니와, 만일 거울을 버리면 얼굴 모양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나니, 식의 옮겨짐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선악업의 형체와 식의 모양을 모두 볼 수 없느니라.

날 때부터 눈먼 사람이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밤낮의 밝고 어둠을 모두 다 보아 알지 못함과 같아서 식을 능히 보지 못함도 또한 다시 이와 같나니, 몸속의 갈애와 수(受)와 상(想)을 모두 다 보지 못하느니라.

몸의 모든 4대(大)와 모든 입(入)과 모든 음(陰)인 그는 모두 이 식이며, 모든 형식의 체성이 있는 눈과 귀와 코와 몸과 색(色)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감촉 등과 아울러 형색의 체성이 없는 수(受)와 고(苦)와 낙(樂)과 심(心)도 모두 또한 이 식이니라.

큰 약왕자여, 사람이 혀에 음식물을 대이면, 달고 쓰고 맵고 시고 짜고 떫은 것 등을 알아서 여섯 맛을 모두 분별하나니, 혀와 음식물은 함께 형색(形色)이 있으나 맛은 형식이 없으며, 또 몸과 뼈와 골수와 살과 피로 인하여 모든 감수[受]를 아나니 뼈 등은 형색이 있으나 감수는 형색이 없는 것과 같아서 복(福)과 복 아닌 것을 아는 것도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라.”

때에 현호승상 풍진은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식은 복이 아니옵니까, 복이 아니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들을지어다. 진리를 보지 못하고는 능히 식을 보지 못할 것이니, 식은 볼 수 없기에 손바닥 속의 아마륵(阿摩勒) 과일과 같지 않느니라. 식은 눈 등의 속에 있지 않다. 만일 눈 등의 속에 있다면, 눈 등을 해부하면 마땅히 식을 보아야 할 것이다. 현호여, 항하의 모래 수와 같이 많은 여러 부처님들도 식을 형색 없는 것으로 보시며, 나도 또한 이와 같이 식을 형색이 없는 것으로 보노라. 식은 범부와 어리석은 이가 능히 볼 바가 아니기에 다만 비유로써 말하여 알리노라.

현호여, 식의 죄와 복을 알고자 할진대, 너는 지금 마땅히 들어라.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모든 하늘 귀신과 혹은 건달바(乾闥婆) 등과 색건타(塞建陀)등 귀신에게 홀린 바 되었다면, 현호여, 뜻에 어떠하냐. 그가 하늘 등 귀신에게 홀린 바가 된 그 홀린 형체를 몸속에서 찾아보면 얻어 볼 수 있느냐?”

현호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하늘 등 귀신에게 홀린 바인 그 홀린 체성은 빛깔도 없고 형체도 없어서 몸의 안팎을 찾아봐도 모두 볼 수 없나이다.” “현호여, 그 복이 뛰어나서 모든 큰 천신(天神)에게 홀린 자에게 곧 좋은 향과 꽃을 쓰며, 뭇 유명한 향을 태우고, 향기롭고 아름다운 음식을 안치하며, 제사하고 풀이하고 음식도 모두 깨끗하게 하면, 이와 같이 한 이 식(識)은 복의 바탕이 되나니, 문득 존귀하고 안락한 과보를 얻어 혹은 인간의 왕이 되며, 혹은 재상이 되며, 혹은 명망이 높아 존귀하며, 혹은 재물이 풍부하여 자재하며, 혹은 장자(長者)가 되며, 혹은 큰 상주(商主)가 되며, 혹은 하늘 몸을 얻어 하늘의 뛰어난 과보를 받나니, 식이 복으로 돕는 것을 말미암아 몸이 안락한 과보를 얻는다.

저와 같이 복이 뛰어난 천신에게 홀린 이에게 뛰어나고 미묘한 꽃과 향과 향기롭고 아름다운 음식을 베풀면 문득 곧 환희하여 병자도 편안해지리니, 지금에 존귀와 호부와 자재를 얻은 것은, 마땅히 알라. 모두 복으로 식을 도와서 몸에 안락한 과보를 얻었느니라.

현호여, 그 부단나(富丹那) 등 하열하고 나쁜 귀신에게 홀린 자는 문득 더럽고 부패한 콧물과 침인 모든 깨끗지 못한 물건을 좋아하나니, 이것으로써 제사하고 풀이하면 환희하여 병이 나으리니, 그 사람은 귀신의 힘으로 귀신이의 하고 싶어함을 따라 깨끗하지 못하고 썩고 냄새나는 똥이나 더러운 것들을 좋아한다. 식을 죄악으로 돕는 것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혹은 빈궁한 데에 태어나며, 혹은 아귀(餓鬼)와 모든 더러운 것을 먹는 축생 가운데와 가지가지 악취(惡趣)에 태어나나니, 죄악으로 식을 돕는 것으로 말미암아 고통의 과보를 얻느니라.

현호여, 최상의 천신에게 홀린 그 체성은 형질도 형체도 없건만, 가지가지 향기롭고 정결한 공양을 받나니, 식과 복은 형체가 없건만 뛰어난 낙(樂)의 과보를 받는 것도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라. 부단나 등의 하열하고 나쁜 귀신에게 홀린 자는 문득 깨끗하지 못하고 더럽고 나쁜 음식을 받나니, 식을 죄업(罪業)으로 도우면 모든 고통의 과보를 받는 것도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라. 현호여, 마땅히 알라. 식의 형질이 없는 것은 하늘 등 귀신이 홀린 체성과 같고, 공구와 음식의 얻은 바가 좋고 나쁜 것은 죄와 복으로 돕는 것이 고와 낙의 과보를 얻는 것과 같으니라.”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애욕의 원인[因]을 보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큰 약왕이여, 서로 인(因)으로 애욕이 생기는 것이 마치 불을 피우는데, 두 나무의 각각의 인(因)에 인공(人功)을 가하여 불이 생기는 것과 같다. 이와 같아서 식(識) 및 남녀의 색(色)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감촉 등으로 인하여 애욕이 생기나니, 비유컨대 꽃으로 인하여 과일이 생기는 것과 같다. 꽃 속에는 과일이 없는데, 과일이 생기는 것과 같다. 꽃 속에는 과일이 없고, 과일이 생기면 꽃은 없어진다. 이와 같이 몸으로 인하여 식이 나타나나, 몸을 따라 식을 찾아보아도 식은 볼 수 없다. 식의 업과(業果)가 생기면 몸은 문득 사직하여 없어지고 몸의 골수 등 부정한 모든 물건들도 모두 다 흩어지느니라. 또 종자가 장래 과일의 맛과 색(色)과 냄새와 감촉을 가지고서 옮겨 심으면 발생하는 것과 같아서 식이 이 몸을 버리고 선악의 업과 수(受)와 상상함[想]과 뜻을 일으키는 것을 가지고 내생의 보(報)를 받는 것도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라.

또 남녀가 애욕으로 즐겨 모였다가 분리하여 가듯이, 식과 몸이 화합하여 애착에 얽매여 맛들이고 탐내고 아끼다가 법보가 다하면 분리하여 업을 따라 보를 받되, 부모 인연과 중음(中陰)이 서로 대하여 업력(業力)으로써 식이 생기고, 몸의 열매를 얻는다. 애정 및 업은 모두 형질이 없건만 애욕과 색(色)이 서로 인하여 애욕이 나나니, 이것이 애욕의 원인[因]이 되느니라.

큰 약왕자여, 어떤 것이 계행 고집의 원인[戒取因]을 보는 것이냐. 계(戒)는 스승이 제정한 바의 계이며, 죽이지 아니하며, 도적질하지 아니하며, 사음(邪淫)하지 아니하며, 거짓말[妄語]하지 아니하며, 술을 마시지 아니하는 등의 행(行)이요, 고집[取]은 집착하여 취함이니, 이 계를 이와 같이 보되, 이 계행으로 인하여 마땅히 수다원과(須陀洹果)와 사다함과(斯陀含果)와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얻을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뛰어난 유(有)를 얻나니, 인간 천상 등의 몸 받음을 말함이다. 이것은 모두 이 유루선(有漏善)이요 무루선(無漏善)이 아니니, 무루의 선이란 5음(陰)으로 성숙되는 과(果)가 없다. 지금 이 계행의 고집[戒取]은, 이 유루 종자를 식(識)에 심어서 선악의 업을 취함이니, 식이 순수하고 깨끗하지 못하고 번뇌의 인(因)이다. 그러므로 심한 고통을 받는다 함이니, 이것이 계행 고집의 원인을 보는 것이니라.”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떤 것이 식(識)이 하늘 몸과 나아가 지옥의 몸을 취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큰 약왕자여, 식과 법계는 미묘하게 봄[妙視]을 가졌나니, 육안(肉眼)의 의지하는 바로 보는 인(因)이 된 것이 아니다. 이 미묘하게 봄이란, 복(福)의 경계와 함께 합하여 천궁의 욕락과 유희함을 본다. 보고서 기뻐하여 식이 문득 얽매여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되, ‘내 마땅히 거기에 가리라’라고 한다. 염애(染愛)하고 그리워 생각하므로 인이 있음이 되고, 보았기 때문에 몸을 버린 시체의 곳에 누워서도 생각하되, ‘이 시체는 나의 큰 선지식(善知識)이로다. 그 모든 선업(善業)을 쌓아 모음으로 말미암아 나로 하여금 지금의 하늘의 과보(果報)를 얻게 하였다’ 하느니라.”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식이 시체를 이미 애중히 여겼을진대 어찌 의탁하지 아니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큰 약왕자여, 비유컨대 수염과 털을 깎아 버렸다면 비록 까마귀 빛과 향기롭고 윤택함을 보더라도 어찌 다시 몸에 심어서 거듭 나게 하지 아니하느냐?”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니 되옵니다, 세존이시여. 이미 버린 수염과 털을 거듭 몸에 심어서 그로 하여금 다시 나게 할 수 없게 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와 같으니라, 큰 약왕자여. 이미 버려진 시체에 식이 또다시 의탁하여 보를 받지 못하느니라.”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 또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식은 아득하여 알기 어렵고 현묘하여 형질을 취할 수 없고 형상을 찾을 수 없는데도 어떻게 능히 코끼리 등의 큰 몸인 중생을 가지오며, 비록 몸의 견고하기가 마치 금강과 같은 장사의 몸일지라도 능히 뚫고 들어가며, 힘이 아홉 코끼리를 대적할 만하여도 능히 그를 가지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큰 약왕자여, 비웃건대 바람은 형질도 형상도 없건만 깊숙한 골짜기나 혹은 구멍 틈 속에 있으며 그 나올 적엔 사납고 맹렬하여 혹은 수미(須彌)를 꺾고 넘어뜨리며 부수어 먼지 가루를 만드느니라. 큰 약왕자여, 수미와 바람의 빛깔 모양은 어떠하더냐?”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바람은 미묘하여 형질도 형태도 없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큰 약왕자여, 바람은 미묘하여 형질도 형체도 없다. 식도 또한 이와 같아서 미묘하여 형질이 없으나 큰 몸과 작은 몸을 모두 다 능히 가지나니, 혹 모기 몸을 받거나 혹 코끼리 몸을 받는다. 비유컨대 밝은 등불의 그 불꽃이 미묘하여 방안에 두면 방의 크고 작음을 따라 뭇 어둠을 모두 제거함과 같다. 식도 또한 이와 같아서 모든 업인(業因)을 따라 크고 작음을 마음대로 가지느니라.”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업의 상성(相性)은 그는 다시 어떠하오며, 어떠한 인연으로써 나타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큰 약왕자여, 천궁(天宮)에 태어나서 하늘의 미묘한 음식을 먹고 안녕하고 쾌락함도 이 모두 업과(業果)로서 이룬 바이다. 사람이 목말라 벌판에 노니는데, 어떤 이는 청량하고 아름다운 물을 얻고, 어떤 이는 얻은 바 없어서 갈증의 고통을 받고, 냉수를 얻은 자와 가져다주는 사람이 없어 갈증을 받는 자와 또는 가릴 것 없이 물을 주지 아니하는 이가 있어 각기 업인으로써 고락의 보를 받는 것과 같으니라. 큰 약왕자여, 마땅히 이로써 선악의 업을 볼 것이니, 공중의 달이 희고 검은 두 쪽[二分]과 같다. 또 싱싱한 과일에 불을 가하여 익힘으로 말미암아 문득 색깔이 달라짐과 같아서 이와 같은 이 몸도 복이 증가함으로 말미암아 훌륭한 가문에 태어나서 살림과 재산이 풍족하고 금이 충만하여 뛰어난 모양이 나타나 성대하며, 혹 모든 천궁에 태어나서 쾌락하고 자재하나니, 이는 모든 선업(善業)으로서 복의 모양이 나타난 것이다. 비유컨대 종자를 땅에 심으면 과일이 나무 위에 나타난다. 그러나 그 종자는 가지로부터 가지로 들어가서 나무 끝에 이른 것이 아니니, 나무 몸을 쪼개어 분석하여도 또한 종자를 볼 수 없으며, 사람이 종자를 가져다가 가지 위에 두지 아니했고, 나무가 되어 뿌리가 견고하여도 종자를 찾아볼 수 없는 것과 같아서 이와 같은 모든 선악의 업이 모두 몸에 의지하나 몸에서 찾아보아도 또한 업을 볼 수 없는 것이, 종자로 인하여 꽃이 있으나 종자 속엔 꽃이 없고, 꽃으로 인하여 과일이 있으나 꽃 속엔 과일이 없고, 꽃과 과일이 자꾸 자라나나 자꾸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없는 것과 같아서, 몸으로 인하여 업이 있고, 업으로 인하여 몸이 있으나, 몸속엔 업이 없고, 업 속에도 몸이 없음도 또한 다시 이와 같다. 꽃이 익어 떨어지면 그 열매가 이에 나타남과 같아서 몸이 성숙하여 사직하고 죽어지면 업의 열매가 바야흐로 나타난다. 종자가 있으면 꽃과 열매의 인(因)이 갖추어 있듯이, 이와 같이 몸이 있으면 선악의 업인(業因)을 갖추었다. 저 업은 형태도 없고 또 성숙하는 모양도 없는 것이 사람 몸의 그림자가 형질과 걸림이 없어서 잡을 수도 없고, 사람에게 얽매이지 않으며, 가고 오고 함에 사람을 따라 운동하나, 또 그림자가 몸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아서 업과 몸도 또한 그러하여 몸도 있고 업도 있으나 업이 보이지 않고, 몸에 얽매여 또한 몸을 떠나지 않고 능히 업이 있다.

맵고 쓰고 떫고 하여 각색인 맛의 여러 약이 능히 일체 병을 깨끗이 없애고 몸으로 하여금 충실하고 기쁘게 하며, 낯빛이 빛나고 윤택하게 하여 사람이 보면 좋은 약 먹은 것을 알게 된다. 약의 맛은 취할 수 있으나 성숙한 공(功)은 형체가 없어서 보아도 보이지 않고 잡아서도 얻을 수 없으나, 능히 사람의 피부와 얼굴과 빛깔과 윤택함을 돕는다. 업도 형질이 없으나, 능히 몸을 돕는 것이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 선업(善業)으로 돕는 자는 음식과 의복과 안팎의 모든 살림이 풍부하고 아름답고 고우며, 손과 발이 단정하고 용모가 곱고 집이 호화로우며, 마니(摩尼)와 금과 은과 뭇 보물이 가득 차고 안녕하고 쾌락하여 즐기고 뜻에 맞나니, 마땅히 알라. 이는 선업(善業)의 모양이니라.

변방에 태어나서 하천하고 빈궁하며 재산과 쓰는 것이 부족하여 남의 향락을 부러워하며, 음식이 추악하고 혹 얻어먹지도 못하여 형용이 마르고 더러우며 사는 바가 비열하나니, 마땅히 알라. 이는 악업(惡業)의 모양이 되느니라.

마치 밝은 거울이 얼굴의 좋고 나쁜 것을 비추매 거울의 그림자 모양은 형질이 없어서 취할 수 없는 것과 같아서, 이와 같은 식이 선과 불선의 업을 힘입어 인간 천상 중에 태어나며, 혹 지옥 축생 등 속에 태어나느니라.

큰 약왕자여, 마땅히 이와 같이 업과 식이 화합하여 옮겨 변화한 것임을 보아야 하느니라”

큰 약왕자는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작은 식이 능히 모든 감관[根]을 가지며, 능히 큰 몸을 취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큰 약왕자여, 비유컨대 사냥꾼이 산 숲에 들어가서 활과 독한 화살을 가지고 큰 코끼리를 쏘면 화살의 독기가 피에 스며들어 독기가 코끼리 몸에 퍼진다. 그리고 사지가 절단 나고 감관과 대상이 함께 상하는데, 독기는 흘러서 해치려고 하며, 몸의 빛은 푸르고 붉어서 마치 어혈(淤血)과 같아 독이 코끼리를 죽이고서 문득 곧 옮겨 변화하나니, 뜻에 어떻다 하느냐? 독이 코끼리 몸과 크고 작은 것을 비할 수 있느냐?”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독과 코끼리 몸의 크고 작은 것은 그 분량이 아주 차이가 있어서 비대할 수 없는 것이 마치 수미산을 겨자씨에 비하는 것 같나이다.” “큰 약왕자여, 이와 같아서 식이 이 몸을 버리고 모든 감관을 취하며, 이의 모든 계(界)를 버리고, 업을 따라 옮겨 변화함도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라.”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 미세한 식이 큰 몸을 감당하여 지치지 아니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큰 약왕자여, 수미산(須彌山)이 높이가 8만 4천 유순(由旬)인데, 난타(難陀)와 오바난타(烏波難陀) 두 큰 용왕이 각기 세 겹으로 두르고 두 용이 크게 숨 쉬면 수미산이 흔들리고 안의 바닷물도 모두 변하여 독을 이룬다. 이 두 용왕은 장대하고 힘이 건장한데, 화수길용(和修吉龍)과 덕차가용(德叉迦龍)인 두 큰 용왕도 또한 그와 같다. 뜻에 어떻다 하느냐? 네 용왕의 식(識)이 모기와 등에의 식과 어찌 다르겠느냐?”

큰 약왕자는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네 용과 모기와 등에의 그 식(識)이 다름없나이다.” “큰 약왕자여, 한 작은 물방울만한 발착나바(跋錯那婆)를 네 용의 입에 넣으면 네 용은 문득 죽나니, 뜻에 어떻다 하느냐? 작은 물방울만한 약의 독과 용의 입속의 독(毒) 중 어느 독이 크다 하느냐?”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용의 입의 독이 크고, 작은 물방울만한 약의 독이 심히 작습니다.” “큰 약왕자여, 큰 몸인 중생의 힘이 아홉 마리 코끼리를 대적한다 하여도 그 미묘한 식(識)은 색깔도 형체도 없어서 분별할 한계가 아니요, 업을 따라 유지하여 있나니, 그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라.

니구타(尼拘陀)의 종자가 아주 작으나 심어서 나무가 나면 크고 광대하며 가지가 백천이 되나니, 뜻에 어떻다 하느냐? 그 종자와 나무의 크기가 같으냐?”

큰 약왕자는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그 종자가 나무와 크고 작음이 서로 다른 것이 연실 구멍을 허공계에 비함과 같나이다.” “이와 같으니라, 큰 약왕자여. 나무는 종자 속에서 찾아보아도 얻을 수 없으나, 만일 종자가 아니면 나무가 곧 나지 못할 것이니, 만일 종자가 아니면나무가 곧 나지 못할 것이니, 미세한 니구타의 종자가 능히 큰 나무를 내고, 미세한 식이 능히 큰 몸을 낸다. 식 속에서 몸을 찾아보아도 몸을 얻을 수 없으나, 만일 식을 제외하면 몸은 곧 있지 못하느니라.”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 다시 아뢰었다.

“어찌하여 금강처럼 견고하여 파괴할 수 없는 식이온데 다만 몸은 연약하여 속히 썩어지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큰 약왕자여, 비유컨대 가난한 사람이 여의보(如意寶)를 얻으면 보배의 힘으로 높은 집과 아로새긴 누각과 미묘하고 화려한 궁실(宮室)이며, 동산 숲이 울창하고 꽃과 과일이 만발하고 코끼리와 말과 기녀와 시종과 쓸 물건과 오락 기구들이 저절로 왔다가 그 사람이 그 후에 여의보를 잃으면, 뭇 살림살이와 오락 기구들이 모두 다 소멸하는 것과 같다. 여의신보(如意神寶)는 견고하고 참으로 굳어서 비록 1천 금강으로도 능히 헐고 무너뜨리지 못하거니와, 그의 생긴바 살림살이와 물건은 허망하고 무상하여 빨리 흩어지고 빨리 없어지느니라. 식도 또한 이와 같아서 견고하여 무너지지 않지만 그 생긴바 몸은 빨리 썩어지고 빨리 없어지느니라.”

큰 약왕자는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부드럽고 미묘한 식이 어떻게 추하고 뻣뻣한 색(色) 속을 뚫고 들어가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큰 약왕자여, 물의 자체는 지극히 부드러우나 급하게 흘러서 샘[泉]을 이루며, 능히 산과 들을 뚫나니, 뜻에 어떻다 하느냐? 물과 돌의 질이 굳고 연한 것이 어떠하냐?”

큰 약왕자는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돌의 질은 견고하여 마치 금강과 같고, 물의 질은 부드러워서 좋은 감촉이 되나이다.” “큰 약왕자여, 식도 또한 이와 같나니, 지극히 미묘하고 지극히 부드러우나 능히 굳고 큰 몸의 색(色)을 뚫고 옮겨 들어가서 보(報)를 받느니라.”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중생이 몸을 버리고 어떻게 모든 하늘에 태어나며, 나아가 지옥 등 속에 태어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큰 약왕자여, 중생이 죽음에 임할 때에 복업(福業)으로 도와주는 자는, 본래의 보는 것을 버리고 하늘의 미묘한 봄을 얻어 하늘의 미묘하게 보는 것으로 6욕천(欲天) 및 6취(趣)를 보며, 몸이 요동함을 보며, 하늘 궁전 및 환희원(歡喜園)과 잡화원(雜花園) 등을 보며, 또 하늘 연화(蓮花) 궁전에 고운 기녀[妓]들이 둘러 모시고 웃고 농담하고 희롱하여 즐기는데, 뭇 꽃으로 귀를 꾸미고 교사야(僑奢耶)를 입었으며, 팔에는 팔찌를 끼고 가지가지로 장엄하고, 꽃은 늘 피어 있으며, 뭇 오락 기구가 갖추어졌음을 본다. 하늘 여인을 보고, 마음이 문득 물들고 그리워하여 환희하고 뜻에 맞아 자태와 얼굴은 기쁘게 피어오르고 낯은 연꽃과 같으며, 보는 것은 착란하지 않으며, 코는 찌그러지거나 굽지 않고 입은 냄새나지 않으며, 눈빛은 밝고 선명하여 푸른 연잎과 같고, 몸의 모든 마디엔 고통이 없고, 눈과 귀와 코와 입에 또 피나는 일이 없고, 대소변이 잘못된 일이 없으며, 터럭이 놀래어 쭈뼛하지 않고, 손바닥이 죽은 누런빛이 아니며, 살 껍질은 푸르거나 검지 않으며, 손과 발은 어지럽지 않고, 또 말려들거나 축소하지 않았으며, 좋은 모양이 나타났다.

허공에 높고 큰 궁전이 보이는데, 채색 기둥은 백천이며, 곱게 아로새겨 줄지어 분포했고, 모든 방울 그물을 드리웠는데,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면 청아한 소리가 기쁘고 아름답게 나며, 가지가지 향과 꽃으로 보배 궁전을 장엄하였고, 모든 하늘 동자는 뭇 보배로 몸을 장엄하고 궁전 안에서 유희한다. 그를 보고서 환희하여 빙그레 웃으며 나타난 것이 군도화(君圖花)와 같고, 눈은 부릅뜨지도 않고 또 감지도 않았으며, 말소리는 부드럽고 유창하며, 몸은 아주 차지도 아주 뜨겁지도 않고, 친속(親屬)은 둘러싸고 또 근심과 고통이 없으며, 해가 처음 뜰 때에 마땅히 그 목숨을 버리며, 보는 바가 명백하고 어두움이 없으며, 이상한 향내가 피어올라 사방에서 이르러 오는데, 부처님의 거룩한 모습을 보고 환희하고 공경하며, 보고서 친애하고 환희하나 떠나 사직하고 잠깐 다녀오는 것처럼 곧 되돌아와서 친지(親知)를 위안하여 괴로워하지 않게 하되, 그 세간의 변함이 있는 법은 으레 그러하여 나면 반드시 죽나니, 그 분별하여 고뇌를 내지 말라고 한다.

큰 약왕자여, 착한 업을 지닌 사람은 목숨을 마칠 때에 임하여 보시(布施)를 좋아하는 가지가지 게송으로 가지가지로 찬탄하는 것이 가지가지 명백하여 가지가지로 정법(正法)을 칭송하고 말하기에 자는 듯 마는 듯하게 편안히 목숨을 버리게 된다. 장차 목숨을 버릴 때에 하늘 아버지와 하늘 어머니가 한 자리에 함께 있는데, 하늘 어머니의 수중에서는 저절로 꽃이 나온다. 하늘 어머니는 꽃을 보고 하늘 아버지를 돌아보고 말하되, ‘매우 복되고 길상인 희귀하고 뛰어난 열매[勝果]가 되겠습니다. 천자(天子)는 아소서. 아들 경사로 기뻐할 때가 머지 않나이다’ 하고서 드디어 두 손으로 그 꽃을 흔들어 희롱하나니, 꽃을 희롱할 때에 목숨을 문득 마치면 모양이 없는 식(識)이 모든 감관[根]을 버리고, 모든 경계의 업(業)을 가지고 모든 계(界)를 버리며, 모든 계의 일들을 가지고 옮겨서 다른 보(報)를 받나니, 마치 말을 타는데 하나를 버리고 하나를 타는 것과 같고, 일애(日愛)가 광명을 끄는 것과 같고, 나무가 불을 내는 것과 같으며, 또 달의 그림자가 맑은 물에 나타나는 것과 같이 식이 선업을 힘입어 옮겨 하늘의 보리를 받나니, 혈맥의 바람이 옮기는 것같이 빨리 꽃 속에 의탁한다. 하늘 아버지와 하늘 어머니는 자리를 같이하고 그를 보는데, 감로(甘露)의 애욕 바람[欲風]이 꽃에 7일간 불면 보배 방울로 몸을 장엄하여 빛나게 움직이고, 눈부신 하늘 동자가 명랑하고 고결하게 하늘 어머니의 손에 나타나느니라.”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떻게 식이 몸을 떠나서 빨리 몸을 받나이까? 식이 옛 몸을 버리고 새 몸을 받지 못할 그 때를 당해서 식은 어떤 모양이 되옵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큰 약왕자여, 만일 어떤 장부가 팔이 길며 날쌔고 건장하여 견고한 갑옷과 투구를 입고 빠른 바람과 같은 말을 타고 진중에 들어가서 방패와 창이 어울리매 마음이 어지러워 말에서 떨어져도 무예가 능숙하여 재빠르게 도로 뛰어오름과 같아서 식이 몸을 버리고 빨리 몸을 받는 것도 또한 다시 이와 같다. 또 겁낸 사람이 적을 보고 두려워하여 말을 타고 물러 달아나는 것과 같아서 식이 선업(善業)을 힘입어 하늘의 부모가 자리를 같이하여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빨리 의탁하여 저곳에 태어남도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라.

큰 약왕자여, 그대가 물은 바와 같아서, ‘식이 옛 몸을 버리고 새 몸을 받기 전인 그 때를 당해서는 식이 어떤 모양이 되느냐?’ 한 것이란, 큰 약왕자여, 비유컨대 사람의 그림자가 물속에 나타나면 형질을 취할 수 없고, 손과 발과 얼굴과 모든 형상은 사람과 다르지 않으나 체질과 사업은 그림 속에 모두 없고, 차가움과 뜨거움과 모든 촉각이 없으며, 또 피곤함과 살덩어리와 4대(大)가 없고, 말소리와 몸의 소리와 괴로움, 즐거움의 소리가 없나니, 식이 옛 몸을 버리고 새 몸을 받지 못했을 때의 모양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큰 약왕자여, 이것이 선업을 힘입어 하늘에 태어나는 자이니라.”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떤 것이 식이 지옥에 나는 것이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큰 약왕자여, 악업(惡業)을 행하는 자는 지옥에 들어가나니, 그대는 마땅히 자세히 들어라. 큰 약왕자여, 이 가운데 중생이 죄악을 쌓으면 목숨을 마칠 때에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되, ‘내 지금 여기서 몸이 죽으면 부모와 친지와 사랑하는 이를 버리나니, 심히 근심되고 괴롭도다’라고 한다. 지옥 및 자기 몸을 보는데, 마땅히 들어갈 자는 발은 위에 있고, 머리는 거꾸로 아래로 향했음을 보며, 또한 한 곳의 땅은 순전히 이 피[血]인 것을 보게 된다. 이 피를 보고 마음에 끌림이 있나니, 끌리는 마음으로 인연하여 문득 지옥에 나게 된다. 부패한 나쁜 물과 냄새나고 더러운 인연의 힘으로 식이 그 속에 의탁하나니, 비유컨대 똥의 더럽고 냄새나는 곳에 냄새나는 타락[酪]과 냄새나는 술과 모든 냄새나는 인연의 힘으로 벌레가 그 속에 생기는 것과 같다. 지옥에 들어가는 자는 냄새나는 물건에 의탁하여 생기나니,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라.”

현호승상 동진은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옥 중생은 어떤 색상(色相)이오며, 몸은 또 어떠하옵니까?”

부처님께서는 큰 약왕자에게 말씀하셨다.

“그 피의 땅을 좋아하여 지옥에 태어난 자는 온몸이 핏빛이어서 몸이 피 와 같은 빛이니라. 탕황(湯隍)지옥에 나는 자는 몸이 검은 구름 같고, 유탕하(乳湯河)에 나는 자는 몸에 점이 있어 알록달록하여 가지가지 색깔이며, 체질은 극히 연약하여 마치 귀여운 아이들의 몸과 같나니, 그 몸은 길고 커서 8주(肘) 정도 넘고 수염과 털과 몸의 털은 모두 길어서 축 늘어지고 손과 발과 얼굴은 비틀어지고 굽고 온전하지 못하여 염부제 사람이 멀리 보기만 하여도 질겁하여 죽느니라.”

큰 약왕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옥 중생은 무엇을 먹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큰 약왕자여, 지옥 중생은 먹음에 조그마한 낙도 없나니, 놀라고 두려워하여 달리고 달아나다가 머리 끊는 구리의 붉은 즙을 보면 뜻에 피라고 생각하여 모두 그곳으로 달려간다. 또는 외치는 소리가 있되, ‘모든 배고픈 자들은 빨리 와서 먹어라’ 하거든, 문득 달려가 그곳에 이르러서 손으로 입에 대면 옥졸(獄卒)이 뜨거운 구리 즙물로 움킨 손 속에 쏟아 주고 강제로 구리물을 마시게 하여 뱃속에 들어가면 뼈마디가 튀어 터지고 온몸에 불이 일어나느니라.

큰 약왕자여, 지옥 중생이 먹는바 물건은 오직 고통만 더하고 조금도 안락이 없어서 지옥 중생의 고통이 이와 같다. 식이 이를 버리지 않고, 또한 파괴되지 않으며, 몸은 뼈 무더기와 같은데, 식이 머물러 떠나지 않나니, 업보(業報)가 다하지 않으면 고통의 몸을 버리지 못하고 기갈의 고통에 허덕인다. 문득 숲에 꽃과 과일이 열리고 크고 넓으며 푸르고 무성함을 보면, 보고서 기뻐하여 서로 일러 말하되, ‘이 동산이 푸르고 무성하며 맑은 바람에 서늘하고 아름답도다’ 하고 모두들 급히 동산에 들어가서 잠깐 즐기면 나뭇잎과 꽃과 과일이 모두 칼이 되어 죄인들을 베고 끊으며, 혹 그중엔 몸을 파하여 두 조각 내며, 혹 크게 부르짖고 사면으로 달려 달아가거든 옥졸이 떼로 일어나서 금강봉을 가지고, 혹은 철봉과 쇠도끼와 철강을 가지고 입술을 다물며 눈을 부라리고 성이 나서 몸에서는 불을 뿜고 죄인을 찍고 치며 막아서 나오지 못하게 하나니, 이것은 모두 이 자기의 업으로 이와 같은 일을 본 것이다. 옥졸이 죄인들의 뒤를 따라 죄인들에게 말하되, ‘너희들은 어디로 가느냐. 너희들은 여기에 있고, 다시는 다른 데로 가지 말라. 어디로 도망치려 하냐. 지금 이 동산은 너희들의 업으로 장엄된 것이니, 벗어날 수 있겠느냐?’ 한다. 이와 같도다, 큰 약왕자여. 지옥 중생이 가지가지 고통을 받다가 7일만에 죽어서 도로 지옥에 태어나나니, 업력(業力) 때문이니라. 노는 벌이 꽃을 채취하여 도로 본 곳에 들어가는 것과 같나니, 죄업 중생으로서 지옥에 마땅히 들어갈 자는 처음 죽을 때에 저승사자가 와서 목을 졸라매고 몸을 핍박하는 것을 보고 몸과 마음으로 크게 괴로워하여 큰 흑암(黑闇)에 들어가는데, 겁탈하는 도적에게 붙들려 잡혀가는 것과 같아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아이고 불행해라, 아이고 괴로워라. 나는 지금 염부제의 가지가지 사랑함과 좋아함과 친속과 아는 벗을 버리고 지옥에 들어가는구나. 나는 지금 천상 길을 보지 못하고, 다만 고통스런 일만 보는구려. 누에가 실을 만들어 스스로 얽어 놓아 죽음을 취하는 것과 같이 나도 스스로 죄를 지어서 업에 묶임이 되어 밧줄에 목을 내고 끌리고 쫓겨서 장차 지옥에 들어가겠구나.’

현호여, 죄업 중생으로서 지옥에 태어나는 자의 고통스런 모양이 이와 같으니라.”

그 때에 현호는 큰 약왕자와 함께 이 말씀을 듣고서 몸이 오싹하고 터럭이 쭈뼛하여 함께 합장하고 이와 같은 말은 하였다.

“저희들은 지금에 부처님께 귀의하오니 원컨대 구호하시옵소서. 원하오니 지금 이 법을 들은 공덕으로 유류(有流)를 해탈하지 못하고 나고 죽는 윤회에 처해 있을지라도 3도(途)에 떨어지거나 지옥에 들어가지 아니하오리다.”

현호는 부처님께 다시 아뢰었다.

“묻고 싶은 바가 있사온데, 원컨대 들어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대가 바라는 대로 그대가 묻는 바를 들어주겠노라.”

현호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쌓음[積]이 되오며, 어떤 것이 모음[聚]이 되오며, 어떤 것이 음(陰)이 되오며, 어떤 것이 몸과 변천하지 아니한 것이 되옵니까?”

부처님께서는 현호에게 말씀하셨다.

“지계(智界)와 견계(見界)ㆍ의계(意界)와 명계(明界)인이 4계(界)로 화합하여 몸을 이루었나니, 4계 경계의 식을 쌓음[積]이 된다 이름한다. 모음[聚]이란, 6계(界)와 6입(入)과 6입의 경계와 3계(界)의 인(因)과 2입(入)의 인이니, 즉 수염과 털과 손톱과 피부와 살과 피고름과 콧물과 침과 황담(黃痰)과 지방[脂]과 골수와 진액과 손과 발과 얼굴과 크고 작은 지절이 화합하여 높이 모인 것을 모음[聚]이 된다 이름한다. 마치 곡식과 팥과 깨와 보리가 적집하고 모아 쌓여서 높고 큼을 이룬 것과 같음을 모음[聚]이 된다고 이름한 것과 같다. 그 땅과 물과 불과 바람과 허공과 식(識)은 6계(界)가 된다 이름하고,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은 6입(入)이 된다 이름하고, 색(色)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감촉과 법은 6입의 경계가 된다 이름하고, 탐심[貪]ㆍ진심[嗔]ㆍ치심[痴]은 3계의 인이 된다 이름하고, 또 풍(風)ㆍ황(黃)ㆍ담(痰)을 또한 3인(因)이라 이름한다. 2입인(入因)이란 계(戒)와 신(信)을 이름이다. 또 2인(因)이 있으니, 버림과 보시함이다. 또 2인(因)이 있으니, 정진과 선정이다. 또 2인(因)이 있으니, 선(善)과 불선(不善)을 말한다. 그 수(受)와 상(想)과 행(行)과 식(識)이, 넷은 무색음(無色陰)이라 이름하나니, 수는 괴로움과 즐거움의 모양 및 괴로움도 즐거움도 아닌 모양을 받아 감수함이요, 상은 고락 등의 모양을 앎이요, 행은 현재 생각이 뜻 및 감촉을 작용함이요, 식은 이 몸의 주재라 두루 신체에 행하나니, 몸이 하는 짓이 식을 말미암지 아니함이 없다. 변천하지 아니하는 것이란, 몸과 말과 뜻이 청정하여 도과(道果)를 증득하여 얻음이니, 이 사람은 죽으면 식이 유음(有陰)을 버리고 다시 유(有)를 받지 않으며, 모든 갈래[趣]에 유전하지 않고 극락(極樂)으로 옮기고 다시는 거듭 옮기지 않나니, 이를 변천하지 않음이라 이름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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