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회고(回顧)

제 4 장 회고(回顧)

1. 일생을 회고하다

어느 날 세존께서는 아침 일찍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손에 드시고, 베살리 마을로 탁발하러 들어가셨다. 그리고 베살리 마을을 돌면서 공양을 끝내시고 마을을 나오실 때, 마치 코끼리가 사물을 바라보듯 지그시 베살리 마을을 응시하셨다. 이렇게 얼마쯤 계시다가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여래가 베살리 마을을 보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이니라. 자 아난다여! 우리들은 이제부터 반다 마을로 가도록 하자.”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아난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이리하여 세존께서는 많은 수의 비구들과 함께 반다 마을로 향하셨다. 그리고 반다 마을에 도착하시어 마을에서 머무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사람들은 네 가지 가르침을 깨닫지 못하고 그것을 통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랜 동안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유전하고, 끝없이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그 네 가지 가르침이란 무엇이겠는가?비구들이여! 사람들은 우선 첫번째로 성스러운 계율(戒)을 깨닫지 못하고 통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랜 동안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유전하면서, 끝없이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것이니라.

또 비구들이여! 사람들은 성스러운 정신통일(定)을 깨닫지 못하고 통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랜 동안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유전하고, 끝없이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것이니라.

또 비구들이여! 사람들은 성스러운 지혜(慧)를 깨닫지 못하고 통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랜 동안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유전하고, 끝없이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것이니라.

또 비구들이여! 사람들은 성스러운 해탈(解脫)을 깨닫지 못하고 통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랜 동안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유전하고, 끝없이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것이니라.

반대로 비구들이여! 성스러운 계율을 깨달아 그것에 통달하고 성스러운 정신통일을 깨달아 그것에 통달하며, 성스러운 지혜를 깨달아 그것에 통달하고 성스러운 해탈을 깨달아 그것에 통달한 사람은, 생존에 대한 갈애를 단절하고 생존의 원인을 멸진함으로써 다시 태어남(生)을 받지 않느니라.’

이렇게 세존께서는 네 가지 가르침을 설하신 다음, 거듭 원만한 분, 큰 스승께서는 다음과 같은 시를 노래하셨다.

계(戒), 정(定), 혜(慧), 해탈(解脫)이것이야말로 무상(無上)의 가르침이네이것들을 깨달은 고타마는그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리

이렇게 깨달은 붓다는제자 비구들에게 설하고괴로움 다하고 눈을 얻으니큰 스승님 열반에 드는구나.

이렇게 반다 마을에 머무실 동안에도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여러 가지 가르침을 설하셨던 것이다.

즉 ‘이것이 계율이니라. 이것이 정신통일이다. 이것이 지혜이다. 또 계를 두루 닦은 정신통일에는 큰 공덕과 이익이 있고, 정신통일을 두루 닦은 지혜에도 큰 공덕과 이익이 있나니, 이렇게 지혜를 두루 닦은 마음은 애욕, 생존, 견해, 근본무지 등의 번뇌로부터 바르게 해탈할 수 있느니라’라고.

이렇게 반다 마을에 마음껏 머무신 다음, 세존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자 우리들은 이제부터 핫티 마을로 가자.’

이리하여 세존께서는 많은 수의 비구들과 함께 핫티 마을로 향하셨다. 이와 같이 하여 압바 마을, 잠부 마을 등의 각 지역을 여기저기 두루 다니신 다음, 보가 나가라로 가셨다.

2. 보가 나가라에서 설하신 네 가지 큰 지표

보가 나가라에 도착하시어, 그 마을에 있는 아난다 영지에 머무셨다. 이곳에서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이제부터 나는 ‘네 가지 큰 지표(四大敎法)’의 가르침을 설하리라. 잘 듣고 마음에 새겨 두어라.”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설하여 주시옵소서’라고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장차 다음과 같이 말하는 비구들이 있을지 모른다.

‘존자여! 세존께 직접 나는 ‘이것이 법(法)이다. 이것이 율(律)이다. 이것이 큰 스승의 교설이다’라는 것을 듣고 그대로 수지하고 있다’라고.

그러나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그 비구의 말을 듣더라도,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싫다고 거부해서는 안 된다. 오직 그 말의 자구(字句)를 잘 파악하고, 그 문구(文句)를 경(經)에서 찾고 율(律)과 대조해 보아라.

그리고 만약 경에서 찾고 율과 대조해 본 결과, 경에서도 찾을 수 없고 율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이것은 확실히 세존의 말씀이 아니다. 이 비구는 잘못되었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하여 그 설(說)을 추종하지 말도록 하여라. 반대로 경에서도 찾을 수 있고 율에서도 볼 수 있다면, 이것은 분명히 내가 설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비구의 말은 올바르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하여라.

비구들이여! 이것이 제1의 큰 지표이니라. 잘 받들어 지니도록 하여라.

또 비구들이여! 장차 다음과 같이 말하는 비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존자들이여! 이러이러한 곳에는 장로비구, 상수비구를 모신 비구모임이 있다. 그 비구모임으로부터 나는 직접 ‘이것이 법이다. 이것이 율이다. 이것이 큰 스승의 교설이다’라고 듣고, 그대로 수지하고 있다’라고.

그러나 그때도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그 비구의 말을 듣더라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싫어하면서 거부하지 말아라. 오로지 그 말의 자구를 잘 파악하여 그 문구를 경에서 찾고 율과 대조해 보아라.

그리고 만약 경에서 찾고 율과 대조해 본 결과, 경에서도 찾을 수 없고 율에서도 볼 수 없다면, ‘그것은 확실히 세존의 말씀이 아니다. 이 비구는 잘못되었다’라고 최종적으로 판단하여 그 설을 추종하지 말도록 하여라. 반대로 만약 경에서도 찾을 수 있고 율에서도 볼 수 있다면, ‘그것은 확실히 세존이 하신 말씀이다. 이 비구의 말은 올바르다’라고 최종적으로 판단하여라. 비구들이여! 이것이 제2의 커다란 지표이니라. 잘 받들어 지니도록 하여라.

또 비구들이여! 장차 다음과 같이 말하는 비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존자들이여! 이러이러한 곳에 장로비구가 많이 머물고 있다. 이들 비구는 박식하여 성전에 통효하고 법을 보전하고 율을 지키며, 논보(論母)를 보전하고 있는 훌륭한 비구뿐인데, 이들 장로비구들로부터 나는 직접 ‘이것이 법이다. 이것이 율이다. 이것이 큰 스승의 교설이다’라고 듣고, 그대로 수지하고 있다’라고.

그러한 경우에도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그 비구의 말을 듣더라도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기뻐하여 받아들이거나 싫어하면서 거부하지 말고, 오로지 그 말의 자구를 잘 파악하여 그 문구를 경에서 찾고 율과 대조하여 보아라.

그리고 만약 경에서 찾고 율과 대조해 본 결과, 경에서도 찾을 수 없고 율에서도 볼 수 없다면, ‘그것은 확실히 세존의 말씀이 아니다. 이 비구는 잘못되었다’라고 최종적으로 판단하여 그 설은 추종하지 말도록 하여라. 반대로 만약 경에서도 찾을 수 있고 율에서도 볼 수 있다면, ‘그것은 확실히 세존의 말씀이다. 이 비구가 말하는 것은 올바르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하여라.

비구들이여! 이것이 제3의 커다란 지표이니라. 잘 받들어 지니도록 하여라.

또 비구들이여! 장차 혹은 이렇게 말하는 비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존자들이여! 이런이런 곳에 한 명의 장로비구가 머물고 있다. 그 장로비구는 박식하여 성전에 통효하고, 법을 보전하고 율을 지키며, 논모(論母)를 보전하고 있는 훌륭한 비구인데 그 장로비구로부터 나는 직접 ‘이것이 법이다. 이것이 율이다. 이것이 큰 스승의 교설이다’라고 듣고, 그대로 수지하고 있다’라고.

그러나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그런 비구의 말을 듣더라도,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싫어하면서 거부하지 말아라. 오로지 그 말의 자구를 잘 파악하여 그 문구를 경에서 찾고 율과 대조해 보아라.

그리고 만약 경에서 찾고 율과 대조해 본 결과, 경에서도 찾을 수 없고 율에서도 볼 수 없다면, ‘이것은 확실히 세존의 말씀이 아니다. 이 비구는 잘못되었다’라고 최종적으로 판단하여 그 설을 추종하지 말도록 하여라. 반대로 만약 경에서도 찾을 수 있고 율에서도 볼 수 있다면, ‘이것은 확실히 세존께서 하신 말씀이다. 이 비구의 말은 올바르다’라고 최종적으로 판단하여라비구들이여! 이것이 제4의 커다란 지표이니라. 잘 받들어 지니도록 하여라.

비구들이여! 이상이 네 가지 큰 지표이니라. 이것들을 잘 받들어 지니도록 하여라.

이렇게 보가 나가라에 머무실 동안에도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여러 가지 가르침을 설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세존께서는 보가 나가라에서 마음껏 머무신 다음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자 아난다여! 우리들은 이제부터 파바 마을로 가자.”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아난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3. 춘다의 공양 – 발병의 결정적 원인

이렇게 하여 세존께서는 많은 수의 비구들과 함께 파바 마을로 향하셨다. 그리고 파바 마을에 도착하시어, 대장장이 춘다가 소유하고 있는 망고 동산에 머물고 계셨다.

대장장이 춘다는 세존께서 파바 마을에 도착하시어 ‘춘다의 망고 동산에 머물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둘러 세존의 처소로 왔다. 그리고 세존께 인사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대장장이 춘다에게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 가르침을 설하여 믿어 받들게 하고, 격려하고 기뻐하게 하셨다.

이렇게 세존께서 가르침을 설하시니, 믿고 받들며 기뻐한 대장장이 춘다는 세존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내일 세존께 공양을 올리고자 하오니, 비구들과 함께 꼭 오시도록 하옵소서.’

이 초대를 세존께서는 침묵으로 수락하셨다.

이렇게 세존의 동의를 얻고, 대장장이 춘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세존께 절을 올리고 오른쪽으로 도는 예를 표하고 세존의 처소를 떠났다.

그 이튿날 아침, 대장장이 춘다는 자신의 집에 딱딱하고 부드러운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였다. 준비가 완료되자 대장장이 춘다는 사람을 보내어 세존께, ‘세존이시여! 때가 왔사옵니다. 공양준비도 다 되었사옵니다’라고 고하게 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날 정오 전에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손에 드시고, 비구들과 함께 대장장이 춘다의 집으로 향하셨다. 그리고 도착하시어 마련된 자리에 앉으셨다. 자리에 앉으신 세존께서는 준비한 음식 가운데서 스카라 맛다바가 있는 것을 아시고, 대장장이 춘다에게 말씀하셨다.

‘춘다여! 이 스카라 맛다바는 모두 내 앞으로 가져오도록 하고, 비구들에게는 다른 것을 올리도록 하여라.”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대답한 대장장이 춘다는 준비한 스카라 맛다바는 모두 세존께 드리고, 비구들에게는 다른 갖가지 음식을 올렸다.

이렇게 공양이 끝나자, 세존께서 춘다에게 말씀하셨다.

‘춘다여! 이 남은 스카라 맛다바는 구덩이를 파 그곳에 모두 묻어라. 춘다여! 이 세상에 이것을 먹더라도 완전하게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악마와 범천, 신들과 인간들, 사문과 바라문을 포함하더라도 여래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니라.”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서둘러 그렇게 하겠사옵니다’라고 대답한 대장장이 춘다는 세존의 말씀대로 남은 스카라 맛다바는 모두 구덩이에 묻어 버리고 세존의 처소로 되돌아와, 세존께 절을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대장장이 춘다에게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 가르침을 설시하시어 믿어 받들게 하시고, 그를 격려하고 기쁘게 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셨다.

한편 이렇게 대장장이 아들 춘다로부터 공양을 받으신 세존께 심한 병이 엄습하였다. 피가 섞인 설사를 계속하는 고통으로, 죽음이 오고 있음을 느끼셨다.

그러나 그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세존께서는 마음 괴로워하지 않으시고, 바르게 사념 하시고 바르게 의식을 보전하면서 지그시 고통을 참으셨다.

그리고 이런 고통도 차츰 치유될 무렵, 세존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자, 아난다여! 우리들은 지금부터 쿠시나가라로 가자.”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아난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이리하여 세존께서는 아난다와 함께 쿠시나가라로 향하셨다.

대장장이 춘다가 올린 공양을 받고 세존께서는 심한 중병이 걸리셨다.

세존은 이것이 죽음의 고통이라고……

나는 들었네.

드신 스카라 맛다바가 중병의 원인,큰 스승 세존께서 자, 향하자 쿠시나가라로……

고통 참으면서 말씀하시도다.

한편 쿠시나가라로 가던 중도에서 세존께서는 길 옆에 있는 어떤 나무 아래에 앉으셨다.

그리고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자, 아난다여! 가사를 네 겹으로 깔아라. 피곤하니 조금 쉬고 싶다.”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아난다 존자는 세존의 말씀대로 가사를 네 겹으로 깔았다.

자리에 앉으신 세존께서는 곧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물을 길어다 다오! 나는 목이 몹시 말라 물을 마셔야만 하겠느니라.’

세존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을 때, 아난다 존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시냇물은 지금 약 5백 대의 수레가 지나갔기 때문에 물결이 채 가라앉지 않아 흐려서 도저히 마실 수 없사옵니다.

세존이시여! 다행히도 조금만 가면 카쿠타 강이 있사옵니다. 그 강물이라면 물도 깨끗하고 맑고 시원하며, 또 마시기에도 좋은 물이 가득 채워져 있으므로, 충분히 목을 축일 수 있고, 몸도 씻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이제 잠시만 참으소서.’

다시 세존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물을 길어다 주지 않겠는가? 나는 몹시 목이 말라 물을 마셔야만 하겠느니라.’

세존의 말씀에 아난다 존자는 또 마찬가지로 대답하였다.

세 번째로 세존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물을 길어다 주지 않겠는가? 나는 몹시 목이 말라 물을 마셔야만 하겠느니라.’

그러자 아난다 존자는 ‘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게 하겠사옵니다’라고 대답하고, 발우를 가지고 냇가로 갔다.

그런데 그 시냇물은 이제 막 5백 대의 수레가 지나갔기 때문에 물도 흐리고 또한 출렁이면서 흐르고 있어야만 하는데, 아난다 존자가 갔을 때에는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것을 본 아난다 존자는 그 불가사의함에 내심 놀라워 ‘얼마나 불가사의한 일인가? 얼마나 경탄할 만한 일인가? 여래의 신통력, 여래의 위력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이 시냇물은 이제 막 수레가 지나갔기 때문에 물도 흐르고 물결도 가라앉지 않아야 하는데, 내가 왔을 때에는 흐림이 사라지고 깨끗하게 맑아져 있다니’하고 경탄했다.

이리하여 아난다 존자는 시냇물을 발우에 가득 채우고 곧 바로 세존의 처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본 대로 세존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얼마나 불가사의한 일이옵니까? 얼마나 경탄할 만한 일이옵니까? 여래의 신통력, 위력은 얼마나 위대한 것이옵니까? 저 시냇물은 이제 막 수레가 지나갔으므로 물은 적고 물결도 가라앉지 않아 흐려 있을 텐데, 제가 갔을 때는 이미 흐림은 사라지고 깨끗하게 맑아 있었사옵니다.

세존이시여! 드시옵소서. 원만한 분은 드시옵소서. 드시고 목을 축이소서.’

이렇게 하여 세존께서는 물을 드셨다.

4. 푸쿠사와의 만남

바로 그때 알라라 카라마의 제자이며 말라 족의 아들인 푸쿠사가 쿠시나가라에서 파바로 향해가고 있었다.

말라족의 아들 푸쿠사는 세존께서 길 옆 나무 아래에서 쉬고 계시는 것을 보고 그 곳으로 갔다. 그리고 세존께 인사 드리고 한쪽에 앉은 말라 족의 아들 푸쿠사는 세존께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출가하신 분들이 머무는 청정한 경지란 실로 불가사의하고 실로 희유한 일이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은 세존이시여! 사실 저는 알라라 카라마의 제자인데, 예전에 저의 스승께서 여행 도중 길 옆의 나무 아래에서 공양 후 명상을 하고 계셨사옵니다. 그때 세존이시여! 5백 대의 수레가 줄을 지어 스승인 알라라 카라마의 앞을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수레를 따라오던 한 남자가 스승 알라라 카라마가 계시는 곳에 이르러 스승과 다음과 같은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혹시 출가하신 분이시여! 이제 막 이곳에 5백 대의 수레가 지나갔사온데, 보셨사옵니까?”아니네, 벗이여!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였네.”그럼 무슨 소리라도 듣지 못하였사옵니까?”아니네, 벗이여! 나는 아무것도 듣지 못하였네.”그러면 당신은 주무셨던 것이옵니까?”아니네, 벗이여! 나는 자지 않았네.”그러면 당신은 의식일 있었던 것이옵니까?”분명히 그대로네, 벗이여! 나는 확실하게 의식이 있었다네.”그러면 당신은 자지도 않고 의식도 확실했는데, 5백 대의 수레가 조금 전에 지나갔는데도, 그것을 보지도 못하고 그 소리를 듣지도 못했다고 하시다니요. 그럼 출가하신 분이시여! 당신의 상의에 흙탕물이 묻지 않았사옵니까?”그렇게 말하고 보니, 벗이여! 확실히 나의 상의에 흙탕물이 튀겨 있구려.’

세존이시여! 그 남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실로 희유한 일이다. 출가한 사람이 청정한 경지에 들어 있으면 잠들어 있을 리가 없고 의식도 확실했을 텐데, 눈 앞에 5백 대의 수레가 줄을 지어 지나갔는데도 그것을 보지도 못하고 그 소리를 듣지도 못했다니.’

이리하여 그 남자는 알라라 카라마께 깊은 존경의 뜻을 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습니다.

저 역시 이 같은 이야기를 듣고, 알라라 카라마에 대해 깊은 존경의 뜻을 품게 되었습니다.”과연 그런 일이 있었는가? 그런데 푸쿠사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음과 같은 일이 있다고 한다면, 어느 쪽의 사람이 더 어렵게 의식하지 않는 경지에 도달했겠는가?즉 한 사람은 자지도 않고 의식도 확실했다. 그런데 눈 앞에 5백 대의 수레가 지나가도 그것을 보지도 못하고 그 소리를 듣지도 못한 채 의식하지 못하는 것과, 다른 한 사람 역시 마찬가지로 자지도 않고 의식도 확실했는데 소나기가 심하게 내리고 번개가 치며 천둥이 울리면서 바로 근처에 벼락이 떨어지는데도 그것을 보지도 못하고 그 소리를 듣지도 못한 채 의식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도대체 어느 쪽의 사람이 더 어렵게 의식하지 않는 경지에 도달할 것인가?”세존이시여!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사옵니다. 5백 대의 수레가 아니라 설령 6백, 7백, 8백, 9백, 1천의 수레, 혹은 10배가 넘을 지라도, 훨씬 더 어렵게 의식하지 않는 경지에 도달할 것이옵니다.”푸쿠사여! 그대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런데 푸쿠사여! 내가 예전에 아투마의 ‘왕겨의 집’

에 머무른 적이 있는데, 그때 갑작스럽게 심한 소나기가 내리고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바로 근처에 벼락이 떨어졌다. 그로 말미암아 푸쿠사여! ‘왕겨의 집’에 있던 두 농부와 네 마리의 소가 벼락에 맞아 죽었느니라. 그러자 푸쿠사여! 아투마 마을의 사람들은 아 두 명의 농부와 소의 사체(死體)가 있는 곳으로 왔느니라.

푸쿠사여! 그때 나는 ‘왕겨의 집’에서 명상에 들어 있었는데, 잠시 경행(經行)을 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오자, 모여 있던 마을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내가 있는 곳으로 왔다. 그 마을 사람은 절을 하고 나의 옆에 섰다. 그래서 나는 마을 사람들과 다음과 같은 문답을 주고받았던 것이니라.

‘벗이여! 사람이 많이 모인 듯한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실은 지금 내린 소나기와 벼락에 농부 형제 두 명과 소 네 마리가 죽었사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많이 모였는데, 당신께서는 도대체 어디에 계셨던 것이옵니까?”벗이여! 나는 줄곧 이곳 ‘왕겨의 집’ 속에 있었다네.”그러면 조금 전의 번개는 보셨사옵니까?”아니네, 벗이여! 나는 보지 못하였네.”그럼 천둥소리는 듣지 못하였사옵니까?”아니네, 벗이여! 나는 천둥소리도 듣지 못했다네.”그럼 도대체 당신은 주무시고 계셨사옵니까?”아니네, 벗이여! 나는 자지도 않았다네.”그럼 당신의 의식이 확실하게 있었던 것이옵니까?”그대로네, 벗이여! 나는 분명히 의식이 있었네.”그럼 당신은 특별히 주무시지 않으셨고 의식도 확실하면서, 소나기가 내리고 천둥이 치고 벼락이 떨어졌는데 그것을 보지도 못하고 그 소리를 듣지도 못하였사옵니까?”그대로네, 벗이여! 나는 번개를 보지도 못하였고 그 소리를 듣지도 못했다네, 소나기가 내렸다는 것도 몰랐다네.’

내가 이렇게 대답하니, 푸쿠사여! 그 마을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실로 희유한 일이 도다. 출가한 분께서 청정한 경지에 들어 있으면 자지 않고 의식도 분명했는데, 눈 앞에 소나기가 심하게 내리고 천둥 번개가 치고 바로 근처에 벼락이 떨어졌는데도 그것을 보지도 못하고 그 소리를 듣지도 못한 채 의식하지 못했다니’라고.

이리하여 그 마을 사람은 나에게 깊은 존경의 뜻을 표하고 오른쪽으로 도는 예를 표하고는 일어나 떠났던 것이니라.’

세존으로부터 이러한 말씀을 들은 말라 족의 아들 푸쿠사는 세존께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지금 세존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알라라 카라마에 대한 존경심 따위는 태풍 속의 먼지, 급류 속의 나뭇잎처럼 날아가 버렸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마치 넘어진 사람을 붙잡아 일으키고, 눈꺼풀을 쓴 사람에게 눈꺼풀을 떼어 주고 길에서 헤매는 사람에게 바른 길을 제시하고, 암흑 속에 있는 사람에게 등불을 밝혀 ‘눈 있는 자는 보라’고 말씀하시듯, 이 우매한 저에게 훌륭한 말씀을 하시어 진리를 설시하셨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이제부터 저는 세존께 귀의하겠사옵니다. 또 가르침과 비구 모임(僧伽)에 귀의하겠사옵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저를 재가 신자로서 허락해 주시옵소서. 오늘 이후 일생 동안 저는 귀의하겠사옵니다.’

이리하여 말라 족의 아들 푸쿠사는 세존의 재가 신자가 되었는데, 허락을 받은 푸쿠사는 하인들을 향해 말했다.

‘여봐라! 나의 짐 속에 금색의 좋은 옷이 있을 것이니 그것을 한 벌 가지고 오너라.”잘 알았사옵니다, 주인 나리’라고 푸쿠사의 하인은 대답한 뒤 금색의 화려한 옷 한 벌을 가지고 나왔다. 말라 족의 아들 푸쿠사는 화려한 금색의 옷을 받아 세존께 올리고 이렇게 말했다.

‘세존이시여! 변변하지 못한 것이지만, 부디 저를 가엾이 여기시와 이것을 받아 주소서.”푸쿠사여! 그러면 나는 그 옷을 받으리라. 그리고 한 벌을 더 아난다에게 올려라.”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대답한 말라 족의 아들 푸쿠사는 세존의 말씀대로 한 벌은 세존께, 그리고 또 한 벌은 아난다 존자에게 올렸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 가르침으로 말라 족의 아들 푸쿠사에게 설시하시어 믿어 받들게하시고, 그를 격려하시고 기뻐하게 하셨다. 이렇게 세존께서 가르침을 설하시니 믿어 받들고, 격려 받고 기뻐한 말라 족의 아들 푸쿠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으로 도는 예를 표하고 떠났다.

말라 족의 아들 푸쿠사가 일어나서 떠나자 곧 아난다 존자는 푸쿠사가 올린 금색 옷 한 벌을 세존께 입혀 드렸다. 그런데 금색 옷이 세존의 몸 앞에서는 사그라진 잿불처럼 빛을 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아난다 존자는 세존께 이렇게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 아니옵니까? 실로 희유한 일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의 피부색은 청정하여 하얗게 빛나고 있사옵니다. 화려한 금색 옷을 세존께 올렸는데, 세존의 모습 앞에서는 이 옷 색이 그 빛을 잃었습니다.”확실히 그럴 것이니라, 아난다여! 여래는 두 가지 경우에만 특별히 여래의 피부색을 하얗고 청정하게 빛나게 하느니라. 아난다여! 그것은 어떤 때인가? 하나는 여래가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는 때이고, 또 하나는 여래가 남김없이 완전한 열반의 세계에 드는 때이니라. 아난다여! 이 두 가지 경우에는 여래의 피부색이 유달리 청정하여 하얗게 빛나게 되느니라. 아난다여! 오늘 밤 최후의 야분(夜分)에 쿠시나가라 근교 ‘역사(力士:세존)가 태어났던 곳’인 사라 나무 숲속의 한 쌍의 사라 나무(娑羅雙樹) 사이에서 여래는 완전한 열반의 세계에 들 것이니라.

자, 아난다여! 우리들은 이제부터 카쿠타 강으로 가자.”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아난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황금색 옷 한 벌푸쿠사 올렸네그것을 걸치신 큰 스승님께서는금색처럼 찬란히 빛나시네.

5. 카쿠타 강에서 – 춘다를 위로하다

다시 세존께서는 많은 수의 비구들과 함께 카쿠타 강으로 향하셨다. 그리고 카쿠타 강에 도착하시어 흐르는 물에 몸을 담궈 목욕하시고, 또 입을 씻으시고 물을 드셨다. 그것이 끝나자 강변에 오르시어 근처 망고 나무 숲으로 가셨다. 망고 나무 숲에 자리를 잡으신 세존께서는 춘다카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자, 춘다카여! 가사를 네 겹으로 깔아 주지 않겠는가? 춘다카여! 나는 피곤하여 잡시 누워서 쉬고 싶다.”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춘다카 존자는 대답하고, 서둘러 가사를 네 겹으로 깔았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 위에 오른쪽으로 몸을 틀고 아래로 발과 발을 겹쳐 모으시고 사자가 옆으로 눕듯이 몸을 눕히셨다. 그리고 바르게 사념하고 바르게 의식을 보전하시며, 생각을 일으키려는 마음을 초월하셨다. 세존 앞에 춘다카 존자가 앉았다.

물이 맑아 뜻에 맞는깨끗한 강 카쿠타 부처님 그곳에 도착하셨네

세상에 비할 데 없는 여래큰 스승께서는 심히 피로한몸으로 강에 드셨다네

몸을 깨끗하게 하시고 입을 씻으시고강에서 나오신 큰 스승께서는우리들 비구의 중심이 되어

진리의 가르침을 설하시지 않고큰 스승 세존께서는망고 숲으로 가셨다네

춘다카라는 이름의 한 비구에게’나를 위해 가사를 네 겹으로 펴 주게’

라고 말씀하시네

분부 받은 춘다카 기뻐하여익숙한 솜씨로 빠르게가사를 네 겹으로 폈다네

피로한 큰 스승께서는 몸을 누이시니그 앞에서 시봉하네 춘다 비구

다시 이렇게 잠시 몸을 쉰 세존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장차 저 대장장이 아들 춘다에게 다음과 같이 비난이 있을지도 모른다.

즉 ‘그대 춘다여! 여래께서는 그대가 올린 공양을 마지막으로 입멸하셨다. 그것은 너에게는 이익 됨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난다여! 그로 말미암아 대장장이 아들 춘다는 나에게 최후로 올린 공양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난다여! 너는 이렇게 말하여 대장장이 아들 춘다를 위로하여라.

‘그대 춘다여! 조금도 후회할 것 없소. 여래께서 당신이 올린 최후의 공양을 드신 뒤 입멸 하셨다는 것은 당신께서는 참으로 경사스럽고 좋은 일이오.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대 춘다여! 세존께서는 생전에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기 때문이오.

음식을 시여(施輿)함에는 큰 공덕과 큰 이익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뛰어난 큰 공덕을 가져오는 것에 두 가지가 있나니, 이들 두 가지가 가져오는 결과는 모두 같아 서로 우열이 없다. 그러면 그 두 가지 음식의 시여란 무엇인가? 하나는 그것을 먹고 여래가 위없이 바른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될 때이고 또 하나는 그것을 먹고 여래가 남김 없는 완전한 열반의 세계(無餘涅槃界)에 들 때이니라. 이러한 두 가지 음식을 시여한 공덕은 모두 동등하여 서로 우열이 없는데, 다른 음식의 시여와 비교한다면 훨씬 큰 이익과 복덕을 가져오느니라.

그러므로 그대 춘다여! 대장장이 아들 춘다 존자는 장차 장수(長壽)를 가져오는 행위를 성취하며, 좋은 태어남으로 나아가는 행위를 성취하며, 안락함으로 나아가는 행위를 성취하며, 명성을 얻는 행위를 성취하며, 혹은 천계(天界)로 나아가는 행위를 성취하고, 또 대장장이 아들 춘다 존자는 왕후(王候)로 나아가는 선업(善業)을 쌓은 것이오. 이 얼마나 훌륭한 일이 아니겠소’ 라고.

아난다여! 대장장이 아들 춘다에 대한 비난을 이렇게 말하여 춘다를 변호하고 위로하여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그 의미를 부연하시어, 그때 다음과 같은 기쁨의 시를 노래하셨다.

베푸는 사람에게 복은 증가하고자제로운 사람은 원망하지 않으며선한 사람 나쁜 과보 받지 않고탐진치(貪,瞋,癡)는 다하여 열반에 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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