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석종녀 구파를 찾다
1) 선지식에게 법을 묻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람비니 숲으로부터 가비라성을 향하면서, 저 숲차지신이 얻은 바, 부처님들이 태어나며 자재하게 신통 변화하는[諸佛受生自在神變] 보살의 해탈문을 관찰하여, 생각하고 닦고 늘리고 넓히고 순종하며, 깨닫고 기억하여 잊지 아니하였다. 점점 나아가 보살이 모이어 법계의 그림자를 두루 나타내는 광명[普現法界影像光明] 궁전에 이르니, 그 궁전차지신의 이름은 근심 없는 공덕[無憂德]인데 1만 궁전차지신을 데리고 와서 선재동자를 맞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시었습니다. 장부여, 큰 지혜가 있고 용맹하여 두려움이 없으며, 보살의 헤아릴 수 없이 태어나는 신통 변화의 자재한 해탈을 닦았으며, 항상 광대한 서원을 버리지 아니하고 모든 법의 경계를 잘 관찰하며, 마음은 항상 위없는 법성(法城)에 머물러 깨끗하고 묘한 법의 궁전에 들어가며, 한량없이 좋은 방편을 보이어 중생을 조복하여 깨닫게 하며, 여래의 공덕 바다를 성취하여 부처님의 그지없이 묘한 변재를 얻으며, 중생에 따라 막힘 없는 지혜 바퀴를 운전하여 즐겁게 서원을 더하게 하며, 일체지의 길로 회향하여 나아가게 하나이다. 내가 보기에 당신은 깊은 행을 잠깐도 버리지 아니하며 위의가 고요하여 때가 없으니, 오래지 아니하여 여래의 위없이 깨끗하고 가장 훌륭한 몸과 말과 뜻의 업을 얻어, 모든 잘생긴 몸매로 몸을 장엄할 것이며, 십력과 지혜 광명이 마음을 맑히어 세간에 다니면서 큰 빛을 지을 줄 아나이다. 또 내가 보기에 당신의 용맹하게 정진함을 저괴(沮壞)할 수 없으니, 오래지 아니하여 삼세의 부처님을 보고 몸매가 원만함을 얻을 것이며, 부처님들의 말씀하시는 법문을 듣고 모든 보살의 선정과 해탈과 삼매의 즐거움을 받을 것이며, 여래의 경계에 깨달아 들어가리이다.
그 이유를 말하면, 당신은 이미 선지식을 보고 가까이 모시고 받들어 공경하고 공양하였으며, 그 가르침을 순종하고 그 공덕을 생각하며 닦아 행하기를 그치지 아니하여, 근심이 없고 번뇌가 없고 게으르지 아니하고 물러가지 아니하여 장애가 없으며, 모든 세간의 하늘이나 사람이나 마군이나 범천들이 장난을 하지 못하리니, 오래지 아니하여 위없는 보리를 이룰 것이며, 또 중생들로 하여금 정각을 증득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지금 말씀한 여러 가지 공덕을 내가 모두 얻으리라 하오나, 나는 바라건대 중생들의 뜨거운 번뇌를 영원히 쉬게 하고, 중생들의 착하지 못한 업을 없애 버리고, 중생들에게 위없는 안락을 주어 중생들로 하여금 청정한 행을 닦게 하려 하나이다.
거룩하신 이여, 중생들의 마음이 항상 산란하여 번뇌를 일으키고 나쁜 업을 짓고, 업을 따라서 나쁜 갈래에 떨어져 헤매면서 캄캄한 밤중에 몸과 마음에 온갖 고통을 받으므로 보살이 보고 걱정하는 것입니다. 거룩하신 이여, 마치 어떤 사람이 외아들을 두고 사랑하는 정이 지극하였는데, 뜻밖에 나쁜 사람에게 팔다리를 상해당하는 것을 본다면 절통한 마음을 참을 수 없는 것과 같으니,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이 나쁜 업을 짓고 삼악취(三惡趣)에 떨어져서 가지가지 고통 받는 것을 보면 마음이 크게 괴로워서 참을 수 없으며, 만일 중생들이 몸과 말과 뜻의 세 가지로 선한 일을 행하고 좋은 갈래에 태어나서 쾌락을 받는 것을 보면 매우 즐거워하나이다.
왜냐 하면, 보살은 자기를 이롭게 하기 위하여 일체지를 구하는 것이 아니니, 나고 죽는 데서 가지가지 안락을 탐함이 아닌 까닭이며, 다섯 가지 욕락을 탐함이 아닌 까닭이며, 욕계의 권속들이 사랑하고 장엄하는 낙을 구함이 아닌 까닭이며, 또는 잘못된 생각·잘못된 마음·잘못된 소견과 여러 가지 번뇌와 애정과 소견의 힘에 끌리지 아니하며, 중생들의 은정에도 속박되지 아니하며, 모든 선정의 낙에 맛들인 것도 아니며, 또 가지가지 장애에 염증을 내고 나고 죽는 자리에 물러가서 헤매는 것도 아니며, 보살은 다만 중생들이 나고 죽는 바다에서 끝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내고, 그들을 거두어서 하루 바삐 나고 죽는 바다에서 건지려는 것이며, 비장한 원력으로 가지가지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부지런히 행하여 모든 번뇌를 끊어 버리고 고통 바다에서 뛰어나 영원히 물러가지 않게 하려 하나니, 그러므로 부지런히 여래의 일체지지를 구하며,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물들고 깨끗하지 못한 세계를 보고는 모든 부처 세계를 청정하게 장엄하며, 중생들의 가지가지 이름과 모양이 진실치 아니함을 보고는 모두 깨끗한 법신을 얻게 하며, 중생들의 몸과 마음이 더러움을 보고는 세 가지 업을 깨끗이 장엄하게 하며, 중생들의 마음의 움직임이 구비하지 못함을 보고는 모두 깨끗하고 구족하게 하나이다.
거룩하신 이여, 보살이 이와 같이 중생에게 대하여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깊고 두터워 여러 가지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행하면서 끝없는 세월에 고달픈 마음이 없이, 여러 가지 행하는 일을 모두 성취하는 것이 마치 부모와 같고, 유모와 같고, 땅과 같고, 물과 같고, 불과 같고, 바람과 같고, 허공과 같고, 해와 같고, 달과 같고, 큰 바다와 같고, 함께 난 천신[同生天]과 같아서 가지가지 원만한 이익을 내나이다.
어찌하여 보살이 부모와 같다 하는가 하면, 보리심을 잘 이루는 까닭입니다. 어찌하여 보살이 유모와 같다 하는가 하면, 보살의 도를 이루게 하는 까닭입니다. 어찌하여 보살이 땅과 같다 하는가 하면 땅에는 열 가지 일이 있나니 그 열 가지란, 마치 땅이 넓고 한량이 없어 모든 일과 물건을 두루 성취하는 것같이, 보살도 한량없고 엄청난 복과 지혜와 공덕을 성취하며, 또 땅이 세간에서 살아갈 가지가지 물건을 내어서 중생들이 의지하여 있는 것같이 보살은 세간에서 뛰어나는 공덕과 재물을 내나니 이른바 보시와 계행과 참는 일과 정진함과 선정과 지혜와 보리분(菩提分) 등 묘한 법들을 내어 중생의 공덕과 지혜를 기르는 것이며, 또 땅이 평등하게 이익케 하여 근심도 없고 기쁨도 없고 분별도 없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원수나 친한 이나 미워하고 사랑함이 없어 두 가지 생각이 없는 것이며, 또 땅이 구름에서 내리는 한량없는 비를 모두 받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여래의 법 구름에서 내리는 비를 모두 받는 것입니다.
또 땅에는 온갖 중생들이 의지하여 사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모든 중생의 세간락(世間樂)과 세간에 뛰어나는 가지가지 낙의 의지가 되는 것이며, 또 땅에는 모든 종자가 의지하여 나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모든 중생의 선한 법의 종자가 의지하여 나는 것이며, 또 땅에서는 여러 가지 보배와 보배 그릇을 내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중생들의 가지가지 법의 그릇과 공덕 보배를 내는 것이며, 또 땅에서는 모든 약을 내어 중생의 병을 치료하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대자대비로 법약을 내어 가지가지 번뇌 병을 없애는 것이며, 또 땅은 여러 가지 독한 벌레나 독사 따위가 건드려도 꼼짝도 하지 않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몸 안과 몸 밖의 여러 가지 괴로움이 몸과 마음을 시끄럽게 하여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며, 또 땅은 천둥이나 용왕의 외침이나 가지가지 사나운 소리에 놀라지도 두려워하지도 아니하고 듣는 흔적도 없는 것같이, 보살도 마군이나 외도들의 가지가지 나쁜 소리에 놀라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근심도 없고 공포도 없으며 듣는다는 생각도 없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의 열 가지 공덕을 구족하여 원만한 것이 마치 땅이 자재하게 성취하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보살이 물과 같다 함은 마치 물이 모든 약초와 숲과 큰 나무를 내고 자라게 하는 것같이, 보살마하살도 삼매의 물로 모든 보리에 나아가는 법[菩提分法]인 가지가지 약풀을 내며, 복덕과 지혜의 나무를 자라게 하여 위없는 보리의 열매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보살이 불과 같다 함은 마치 불이 모든 부정한 물건을 태우며, 땅에 있는 초목과 숲을 태우듯이 보살도 가지가지 지혜 불로써 중생들의 번뇌와 수면과 버릇과 부정한 허물을 태우기 때문입니다. 보살이 바람과 같다 함은 마치 바람이 모양도 없고 머무는 곳도 없고 의지한 데도 없고 붙은 데도 없지만, 모든 세계의 물과 육지와 허공에 있는 모든 궁전과 수미산 따위의 크고 작은 온갖 산을 이룩함을 일체의 사람이 보지 못하듯이, 보살마하살도 모든 곳에 의지하거나 고집함이 없지만 온(蘊)·처(處)·계(界) 등 보살의 공덕을 이룩함을 모든 세간과 성문과 연각들이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보살이 허공과 같다 함은, 마치 허공은 자체가 막히는 것이 아니어서 온갖 법이 의지하여 성취하듯이, 보살마하살도 근본 성품이 걸림이 없어 모든 선한 법[白法]이 의지하여 성취하기 때문입니다.
달과 같다 함은 달은 초하루부터 보름날까지 차츰차츰 살아나서 둥글게 되듯이, 보살마하살도 처음 마음을 낼 때부터 모든 깨끗한 법이 차츰차츰 자라서 마침내 부처를 이루어 보리도량에 앉으면 온갖 공덕이 구족하게 원만하기 때문입니다. 해와 같다 함은, 해가 뜰 적에는 모든 캄캄한 것이 모두 없어지듯이, 보살의 지혜의 해도 이와 같아서 나타날 적에는 중생들의 어두운 무명이 모두 소멸되기 때문입니다. 바다와 같다 함은, 바다에서 모든 보배를 내어 중생들로 하여금 사용하게 하듯이, 보살마하살도 복덕 지혜의 바다로부터 모든 공덕과 지혜의 보배를 내어 중생을 이익케 함이 끝없기 때문입니다. 함께 난 천신과 같다 함은 마치 두 천신이 사람과 함께 나서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이 그림자가 형상을 따라 서로 떠나지 아니하듯이, 보살마하살도 항상 중생을 따르며 내지 나쁜 갈래와 험악한 곳에 이르러서도 따라다니며 보호하여 떨어지지 않게 하기 때문입니다.
또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모든 중생에게 사공이 되나니 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게 하는 까닭이며, 귀의할 곳이 되나니 마군과 번뇌의 공포를 여의게 하는 까닭이며, 믿고 의지할 데가 되나니 뜨거운 번뇌를 없애고 서늘함을 얻게 하는 까닭이며, 큰 나루가 되나니 중생을 인도하여 법 바다에 들게 하는 까닭이며, 바다의 길잡이가 되나니 부처님 법의 보배 섬에 이르게 하는 까닭이며, 깨끗한 연꽃이 되나니 부처님의 공덕 마음을 피게 하는 까닭이며, 장엄거리가 되나니 복과 지혜의 광명으로 항상 장엄하는 까닭이며, 사랑할 만하니 보현보살의 청정한 삼업을 이루어 모두 단정한 까닭이며, 소중히 여길 만하니 부지런히 나쁜 짓을 여의게 하는 까닭이며, 보현행이 되나니 미묘하고 원만한 자체를 이루게 하는 까닭이며, 보기 좋은 것이 되나니 좋아함을 따라 모두 나타내는 까닭이며, 큰 광명이 되나니 지혜 광명의 불꽃을 널리 놓는 까닭이며, 밝은 등불이 되나니 가지가지 법을 비추어 모두 통달하게 하는 까닭이며, 밝게 비침이 되나니 보리심을 깨끗하게 하는 까닭이며, 용맹한 대장이 되나니 모든 마군의 업을 부수는 까닭이며, 햇빛 구슬이 되나니 지혜 불꽃 광명 그물을 놓는 까닭이며, 달빛 구슬이 되나니 법계에 가득하게 서늘한 빛을 놓은 까닭이며, 큰 구름이 되나니 온갖 감로 법 비를 내리는 까닭입니다.
거룩하신 이여, 보살이 이렇게 행을 닦을 적에 중생들로 하여금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진실한 법의 즐거움을 구족히 이루게 하나이다.”
이 때에 근심 없는 공덕 신이 1만의 권속 신들과 함께 큰길 곁에서 선재동자의 보리심 내던 이야기를 듣고 희한한 생각을 내어 기뻐 뛰놀면서 천상의 것보다 뛰어나는 훌륭한 화만과 바르는 향과 가루향과 보배 장엄거리로써 선재동자의 위에 흩고 따라서 돌고 보살의 궁전에 들어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중생들을 위하여서 정각 이룰 맘 냈으니
끝이 없는 겁 동산에 세상 등불 되오리라.
한량없는 억만 년에 당신 보기 어렵더니
지혜 햇빛 지금 나서 온 세상을 비추네.
캄캄한 무명 속에 덮여 있는 중생 보고
자비하온 맘을 내어 스승 없는 도를 찾네.
당신의 깨끗한 맘 부처 공덕 구하려고
선지식을 섬기노라. 몸과 생명 안 돌보고
당신 마음 이 세상에 의지 없고 집착
없고 조금도 때가 없어 깨끗하기 허공
같고
묘한 지혜 행을 닦고 공덕 수레 운전하며
큰 지혜의 광명 놓아 끝없는 곳 비추며
이 세간을 떠나잖고 세간 일에 집착 않고
허공 중에 바람같이 걸림없이 잘 다니네.
보리도에 향한 행실 용맹하여 안 굽히니
겁말(劫末)의 불과 같아 아무라도 끌
이 없고
사자처럼 두려움 없고 금강같이 견고하며
당신 지혜 그러하니 흔들 이가 그 누구랴.
시방 법계 많은 세계 부처님의 온갖 법문
선지식을 섬겼을새 속속들이 들어가네.
이 때에 근심 없는 공덕 신은 게송으로
선재동자의 공덕을 칭찬하고, 바른 법을
들으려고 선재동자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잠깐도 떠나지 아니하였다.
선재동자는 법계의 그림자를 두루 나타내는
광명 궁전에 들어가서 두루 살펴보았다.
석녀(釋女) 구파는 대청 안에 있었는데,
모든 보살들이 많이 모인 가운데서 모든
궁전의 그림자를 되비쳐내는 마니보배 연꽃
사자좌에 앉아, 팔만 사천 채녀(采女)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이 채녀들은
모두 석가씨 문중에 태어난 이들로서 모두
지난 세상 보살행을 닦을 적에 보살의
모든 선근을 함께 심었다.
보시와 사랑스러운 말과 이롭게 하는 행과
일을 함께하는 것으로 여러 중생을 거두어
주며, 일체지의 경계가 항상 앞에 나타나고,
가지가지 부처님 보리의 행을 이미 모아
쌓았고, 언제나 평등하고 그지없고 불쌍히
여기는 큰 마음에 머물러 있으면서 중생들을
외아들처럼 거두어 주며,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고 넓고 깨끗하여 모든 중생을 모두
따라 주며, 지난 세상에 가지가지 헤아릴
수 없는 방편을 닦았으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되었으며, 보살의 바라밀에
깊이 들어가 보살이 배우던 것을 모두
닦았으며, 마음에는 언제나 허망한 생각과
집착이 없고, 나고 죽는 것을 싫어하고
바른 법을 좋아하며, 비록 세상에 다니더라도
마음이 항상 깨끗하며, 한결같은 법계를
부지런히 관찰하여 살바야 도를 빨리 구하며,
번뇌의 모든 그물을 여의고 걱정 근심에서
뛰어났으며, 깨끗한 법신을 얻었으나 한량없는
화신을 나타내어 모든 세간을 조복하고
성숙하며, 깊고 깊은 공덕 바다를 성취하여
보현행으로 생겨났으며, 용맹한 힘을 빨리
늘리어 지혜 등불이 원만하게 비치는 이들이었다.
이 때에 선재동자는 앞으로 나아가 석가아씨 구파에게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생사 속에 있으면서 나고 죽는 걱정에 부딪치지 아니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법의 성품을 알아서 성문이나 벽지불 자리에 머물지 아니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부처님 자리에 있으면서도 보살의 자리에 두루 들어가오며,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지위에 있으면서 부처님의 가지가지 경계에 들어가오며, 보살이 어떻게 세간을 초월하고서도 세간의 법을 이룩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법신을 증득하고도 가지가지 색신을 나타내며, 보살이 어떻게 모양 없는 법을 얻고도 중생을 따라서 여러 가지 모양을 나타내며, 보살이 어떻게 법이 말할 수 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중생을 위하여 모든 법문을 말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중생이 공한 줄을 알면서도 중생을 교화하는 사업을 버리지 아니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부처님이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줄을 알면서 부지런히 공양하여 물러가지 아니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모든 환술 같은 경계를 뛰어나고도 항상 환술 같은 지혜로 중생을 조복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모든 법의 성품이 허공 같은 줄 믿으면서 끝이 없는 방편 지혜를 성취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온갖 법이 집착할 것 없음을 알면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는 마음이 물러가지 아니하오며, 보살이 어떻게 모든 행이 업도 없고 과보도 없는 줄 알면서 선한 일 행하기를 쉬지 아니하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2) 보살의 행과 해탈문의 경계
구파는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구나, 선남자여. 그대가 지금 보살이 닦는 행의 성품과 지혜의 모양을 묻거니와, 보현보살의 행과 원을 닦을 수 있는 이라야 이러한 질문을 할 수 있느니라. 그대는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내가 부처님의 위엄과 신통의 힘을 받들어 그대에게 말하리라.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열 가지 법을 닦아 익히면 인다라(因陀羅) 그물 같은 지혜의 광명 짐대 보살의 행을 성취할 수 있느니라. 그 열 가지 법이란, 하나는 선지식을 의지하는 것, 둘은 광대한 믿음과 알음알이를 얻는 것, 셋은 깨끗한 욕망을 일으키는 것, 넷은 많은 복과 지혜를 모으는 것, 다섯은 부처님께 바른 법을 듣는 것, 여섯은 삼세의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는 것, 일곱은 보살의 행을 함께 닦는 것, 여덟은 부처님들의 염려하여 보호함을 얻는 것, 아홉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서원이 모두 깨끗한 것, 열은 지혜의 힘으로 나고 죽는 일을 끊는 것이니라. 보살이 이 법을 성취하면 인다라 그물 같은 지혜의 광명 짐대 보살의 행을 성취하리라.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고 섬기면 곧 용맹하게 나아가 물러가지 아니하며, 넓고 크고 평등하고 다함이 없는 부처님 법을 닦아 익히며 나게 하리라. 불자여, 보살은 다시 열 가지 법으로 선지식을 섬기어 항상 즐겁게 하나니, 그 열 가지란 것은, 하나는 몸과 목숨과 재물을 아끼지 않고, 둘은 세간의 살림하는 도구를 탐내지 않고, 셋은 온갖 법의 성품이 평등함을 알고, 넷은 모든 지혜와 서원을 버리지 않고, 다섯은 실상의 법계를 관찰하기 좋아하고, 여섯은 모든 생멸하는 바다에 염증을 내지 않고, 일곱은 법이 머무는 데 없음이 허공과 같은 줄을 알고, 여덟은 거리낄 것 없는 보살의 서원을 세우고, 아홉은 모든 세계에 몸을 나타냄이고, 열은 보살의 막힘 없는 지혜를 깨끗이 닦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이 열 가지 법으로 모든 선지식을 섬기어 즐겁게 하면, 행하는 것이 거스리지 아니하여 일체지에 이르리라.”
그 때에 석가녀 구파는 이 뜻을 다시 펴려 하여,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시방을 살펴보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혜 얻어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 간 데마다
선지식을 모두 섬기며 정직하고 착한 마음
부지런하니 이런 행을 세상에서 인다라
그물좋은 지혜 넓고 크고 깨끗하여서 허공처럼
삼세의 많은 세계와 부처님과 중생에게
널리 드나니 이를 일러 지혜 광명 짐대
행이라.
뜻과 행이 넓고 크기 허공과 같고 물
안 들고 고요하여 끝간 데 없어 부처님들
계신 데서 공덕 닦으니 이를 일러 세상에서
몸 구름의 행.
보살이 일체지와 헤아릴 수 없는 공덕
쌓아 모으고 복과 덕과 지혜 몸을 깨끗이
하니 이를 일러 세상에서 집착 없는 행.
시방세계 부처님 계신 곳에서 바른 법문
얻어 듣기 싫증 안 내고 듣는 대로 지혜
생겨 등불이 되니 이를 일러 세상에서
잘 비치는 행.
열 방위와 삼세의 모든 부처님 잠시라도
빼지 않고 모두 모시고 언제든지 여의잖고
생각하나니 이를 일러 보리에의 서원과
수행.
온갖 세계 부처님께 모두 나아가 보살들의
방편 바다 함께 닦으며 삼매의 서원 바다
가이없으니 이런 행을 세상에서 인다라
그물.
여러 세계 부처님의 가지(加持)를 얻고
간 데마다 보현의 도 닦아 행하기 오는
세상 끝나도록 다함 없으니 이를 일러
세상에서 몸 나누는[分身] 행.
중생들이 모든 고통 받음을 보고 대자대비
일으키고 세상에 나서 법의 광명 연설하여
어둠 없애니 이를 일러 세상에서 지혜
햇빛 행
중생들이 나쁜 갈래 헤맴을 보고 가이없는
법 수레를 두루 모아서 나고 죽는 흐린
물결 끊게 하나니 이를 일러 보현보살
행을 닦는 것.
이와 같은 열 가지 법 닦아 행하면 한량없는
중생 앞에 모두 나타나 나고 죽는 여러
갈래 두루 다니며 여러 종류 중생들을
건져내오리.
대자대비 방편 지혜 모든 행으로 가지가지
장엄한 몸 나타내고서 중생들의 마음 따라
법문을 연설 모두 다 보리길로 가게 하리라.
이 때에 석가녀 구파는 이 게송을 마치고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모든 보살의 삼매 경계 바다를 관찰하는 해탈문을 얻었노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의 경계는 어떠합니까?” “선남자여, 나는 이 해탈문에 들고서는 이 사바세계에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을 지나서부터 낱낱 겁 가운데 있던 중생들의 가지가지 종류 형상과 착한 일을 하고 나쁜 일을 하는 것과 여기서 죽고 저기서 나면서 모든 갈래에서 과보를 받는 것과 선정과 해탈과 평등하게 지니고 평등하게 이르는 것을 알며, 혹은 벗어나는 것, 혹은 벗어나지 못하는 것, 바른 결정과 잘못된 결정과 결정되지 못한 것이 있으며, 혹은 번뇌와 함께 한 선근과 번뇌와 함께하지 않는 선근도 있고, 구족한 선근과 구족하지 못한 선근도 있으며, 혹은 선하지 못한 근에 잡히는 선근도 있고 선근에 잡힌 선하지 못한 근도 있나니, 이와 같이 모든 선한 법과 선하지 못한 법을 내가 모두 분명히 알고 의심이 없노라.
또 그 겁 가운데서 여러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던 가지가지 이름과 계속하신 차례를 내가 모두 알며, 또 저 낱낱 부처님 세존이 처음 마음을 내어 일체지를 구할 적부터 세우던 온갖 서원 바다와 섬기신 선지식들과 공양한 모든 부처님들과, 행하던 보살행들과 장엄한 부처 세계들과 원만한 부처님 공덕 바다와 탄생하여 정각을 이루던 일들과 나타내던 큰 신통 바다와 방편으로 법 수레를 운전한 일들과, 중생들을 조복하던 일 등을 내가 모두 분명히 알아 걸림이 없으며, 또 저 부처님 회상에 모인 대중의 차별을 알고, 그 대중에서 어떤 이는 성문법을 의지하여 벗어남을 얻은 것과 그 성문들이 지나간 세상에서 익힌 모든 선근과 받아 지닌 성문법과 얻은 지혜들을 내가 모두 분명하게 알며, 그 대중에서 어떤 이는 독각법을 의지하여 벗어남을 얻은 것과 그 독각들이 익힌 선근과 증득한 독각의 과보와 머무른 바 고요하고 훌륭한 해탈과 깨달아 들어간 삼매와 나타내던 신통과 교화한 중생과 내지 열반에 들은 것을 내가 모두 아노라.
또 저 부처님 보살 회중이 원만하고 두루하여 가이 없음을 알고, 그 보살들이 처음 마음을 내어 선근을 심을 때부터 가지가지 서원을 일으키고 가지가지 어려운 행을 닦고 모든 바라밀을 원만하게 성취하고 가지가지로 보살의 도를 장엄하던 것을 알며, 자재한 힘으로 보살의 가지가지 지위에 들어갔으니, 곧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도를 돕는 것과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자재한 행,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로 들고 나는 삼매,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자재한 신통,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로 자재하게 나타나는 것,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세움,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관찰,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깨끗이 다스림,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의지,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모양,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자체, 보살 지위의 가지가지 지혜, 보살에 딸린 지혜, 보살의 성취하는 지혜, 보살의 머무는 곳, 보살의 넓고 큰 행의 경계, 보살의 큰 신통, 보살의 삼매 바다, 보살의 해탈하는 방편 바다, 보살의 들어가는 삼매의 차별 바다, 얻은 바 교법에 의지한 지혜[敎智]의 광명, 얻은 바 일체지의 번개 빛 구름, 얻은 바 온갖 법인, 가진 바 용맹한 지혜, 깨달은 바 모든 법 바다, 들어가는 모든 부처 세계 바다, 제도한 중생 바다, 나타내어 보이는 방편 바다, 일으킨 신통 바다, 세운 바 엄청난 서원 바다를 내가 다 분명하게 아노라.
선남자여, 이 사바세계에서 지나간 세월의 처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있는, 가지가지 차별한 겁 바다와 거기 있는 중생과 부처님과 회상에 모인 대중들이, 오는 세월이 끝날 때까지 많은 겁 바다가 차츰차츰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차례를 내가 다 분명히 아노라.
선남자여, 이 사바세계를 아는 것처럼, 사바세계 가운데 생겨나는 온갖 세계의 티끌 수 세계가 계속되는 차례를 알며, 또 사바세계 안에서 온갖 세계가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또 사바세계에 있는 온갖 티끌 속의 세계가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또 사바세계 밖의 시방에 빈틈없이 차례로 세워지는 세계가 계속되는 차례를 알며, 또 사바세계가 의지하여 있는 시방에 두루 비치는 찬란한 보배 광명 세계종[刹種]에 딸린 온갖 세계가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또 비로자나 세존께서 계시는 이 화장 장엄 세계해 가운데 있는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종에 딸린 세계들이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또 화장 세계해에 딸린 온갖 세계의 티끌 속에 있는 세계들이 계속하는 차례를 내가 아노라.
또 저 온갖 세계의 가지가지로 나란히 마련됨[安立]과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분량과 가지가지 의지하여 있음과 가지가지 경계선과 가지가지 장엄과 가지가지 성취함과 가지가지 없어짐과 있는 권속과 있는 바퀴와 도는것과 있는 연꽃과 있는 수미산과 있는 강과 바다와 있는 풀과 나무의 가지가지 이름을 내가 다 알고, 또 이 화장 세계해가 지난 세상에 비로자나여래의 원력으로 말미암아 이러한 가지가지 세계가 생겨나던 갖가지 인연을 내가 다 알고, 또 화장 세계해 밖에 있는 시방에 가이없는 온 세계 허공의 온갖 세계해에 있는 모든 세계를 내가 모두 분명하게 아노라.
또 비로자나 세존께서 지나간 옛적 한량없는 겁 동안에 있던 모든 지난 생의 일[本事]과 지난 세계에 세운 광대한 서원 바다와 지난 세상에 모든 교법 바다와 지난 세상에 닦은 보살행 바다와 지난 세계에 깨끗이 한 세계 바다와 지난 세상에 섬기던 모든 부처님 바다와 지난 세상에 교화한 중생 바다와 지난 세상에 일으킨 신통 바다와 지난 세상에 들어간 방편 바다와 지난 세상에 받은 불법 바다와 지난 세상에 들어간 삼매 바다와 지난 세상에 얻은 자재한 바다와 지난 세상에 이룬 공덕 바다와 지난 세상에 모든 살림살이를 보시한 단나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가지가지 범행(梵行)을 지킨 지계(持戒)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가지가지 경계를 참던 인욕(忍辱)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용맹하게 닦은 정진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가지가지 삼매에 들어간 선나 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가지가지로 깨끗이 한 지혜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모든 세간에 들어가는 그림자 같은 몸을 나타내던 방편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깨끗하고 원만한 보현보살의 행원 바다를 세운 서원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모든 여래의 가지가지 자재한 신통 바다를 얻은 힘바라밀과 지난 세상에 모든 여래의 지혜 빛이 세간에 자재한 지혜 바다를 비치는 지혜바라밀을 모두 아노라.
또 부처님들의 보리를 두루 거두며, 부처님들의 지혜 광명을 두루 얻으며, 부처님의 일체지의 성품을 증득하며, 온갖 곳에서 정각을 이루며, 신통으로 유희하여 운전하는 법 수레를 모두 알며, 그리고 온갖 도량에 모인 대중 속에 있는 모든 보살이 지난 세상에 심은 온갖 선근과 처음 마음 낸 적부터 보살의 행을 행하면서 모은 방편과 성숙시킨 중생과 그 보살들이 섬기던 부처님과 선지식들을 알며, 잠깐잠깐마다 증장하여 얻은 삼매와 잠깐잠깐마다 들어간 다라니문과 잠깐잠깐마다 얻은 변재 바다와 잠깐잠깐마다 일으킨 자재한 신통과 잠깐잠깐마다 닦은 보살행의 그물과, 잠깐잠깐마다 모은 방편 문과 잠깐잠깐마다 안 중생의 근성과 잠깐잠깐마다 모은 보리분법과 잠깐잠깐마다 증득한 평등하게 가지고 평등하게 이르는 신통문과 이러한 모든 것이 비로자나여래께서 시방 법계에 두루하여 한량없는 겁 동안에 닦은 행임을 내가 모두 알며, 또 시방의 온 법계와 허공계에서 모든 여래께서 많은 겁 동안에 닦은 것임을 알고, 내지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신통의 힘으로 가지(加持)함과 환술 같은 지혜의 경계와 이런 것을 내가 모두 자세하게 아노라.
그 까닭을 말하면, 내가 이 모든 보살의 삼매 경계를 관찰하는 해탈문에 들어갈 때에, 한 생각 동안에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마음의 움직임과 더럽고 깨끗한 것이 흘러 변천하여 없어지는 것과 모든 성문의 가지가지 삼매와 모든 독각의 고요한 해탈과 삼매와 신통과 모든 보살의 가지가지 삼매와 가지가지 지위와 가지가지 법문과 가지가지로 나아감을 모두 분명히 알며, 모든 부처님의 해탈과 광명과 신통 바다를 모두 분명하게 안 까닭이니라.”
3) 위덕주 태자와 길상동녀를 만나다
이 때에 선재동자는 구파 아씨에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을 얻은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나이까?”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1백부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겁 전에 겁이 있었으니 이름이 가장 좋은 행[最勝行]이요, 세계의 이름은 썩 좋아 두려움 없음[勝無畏]이었고, 그 세계에 있는 한 사천하의 이름은 모든 낙이 늘 구족함[常具衆樂]이요, 염부제 안에 한 왕도가 있으니, 이름을 큰 나무 높은 길상[大樹妙高吉祥]으로 84천억 도성들 가운데 가장 으뜸가는 도성이었다. 이 도성은 또 84천억 도성으로 권속을 삼았고, 그 모든 도성은 낱낱이 아름답게 꾸미어서 모두 깨끗하였으니, 비유리 보배로 땅이 되고 보배로 된 일곱 겹 담이 둘리었는데, 담마다 가지가지 빛깔의 영상이 비치는 광명 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고, 그 보배 담마다 보배 해자가 둘리었는데 금모래가 바닥에 깔리고 향수가 가득히 찼으며, 우발라화·발두마화·구물두화·분타리화가 물 위에 가득 피었고, 낱낱 강마다 보배 난간과 보배 그물들이 저절로 둔치를 장엄하고 낱낱 강 사이에는 보배 다라 나무가 일곱 겹으로 둘러 있고, 또한 저절로 무성한 보배로 장엄한 나무가 있어 영락과 의복과 화만과 보배 띠가 드리웠고, 순금 그물이 위에 덮이었다.
그 여러 도성으로 왕래하는 길은 좌우로 여덟 걸음씩인데, 가지가지 훌륭한 여러 보배로 사이사이 장엄하여 찬란한 빛이 흘러 나와 모든 것이 비치며, 또 한량없는 주문을 외우는 신선들이 자재천 사람들처럼 몸을 깨끗이 하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중생들을 보호하고, 또 저 도성마다 낱낱이 한량없는
공원이 있어 노닐도록 되었는데, 꽃 나무 과일 나무와 아름다운 숲이 갖가지로 구비되었고 여러 가지 새들이 화평하게 노래하면서 동산에 모이어 즐기며 두려움을 모르고, 어느 때나 깨끗하고 미묘하며 잘생긴 남자와 여자들이 그 안에 있으니 몸에서 풍기는 신기한 향내가 모든 것에 쏘이며, 하늘에서는 밤낮으로 아름다운 꽃을 내리어 백천 가지 꽃들이 어지러이 떨어지고 모든 도성마다 낱낱이 백천 땅차지신이 있어 항상 수호하며, 그 도성들의 안팎에 있는 보배 나무와 영락과 화만과 보배 풍경과 보배 그물과 모든 장엄거리에서는 바람이 불 적마다 가지가지 아름다운 법문을 연설하여 그 소리를 듣는 이는 모두 즐거워서 번뇌는 소멸되고, 몸과 마음이 시원하고 교법의 즐거움이 가득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되고, 항상 칭찬하는 보현보살의 묘한 행과 공덕을 구족하였다.
그 때에 한 임금이 있었으니 이름은 재물 주인[財主]이었다. 항상 바른 법으로 나라를 교화하며, 왕비와 후궁과 궁녀가 8만 4천이요, 정승과 대신들이 5백이요, 왕자도 5백인데 몸매와 기운이 구족하고 형상이 단정하며, 용맹하고 두려움 없어 원수와 대적을 만나는 대로 굴복시켰다. 왕비는 이름이 연꽃 길상광[蓮華吉祥藏]이니 위덕이 훌륭하고 얼굴이 제일이었다.
연꽃 부인이 낳은 태자의 이름은 위덕님[威德主]이니, 단정하고 기특하여 사람마다 좋아하며, 삼십이상을 원만히 갖추었다.
발바닥은 판판하여 경대 바닥 같고, 천 개의 수레바퀴 살 무늬가 구족하고, 손발이 부드럽기는 도라솜과 같고, 손가락이 가늘고 길며, 손가락 사이에는 얇은 막이 생기었고, 발꿈치가 원만하고, 발등이 높고, 낱낱 몸매가 잘 어울리어 빛나며 아름답고, 장딴지가 통통하고 둥글어 사슴 다리 같고, 팔을 펴면 손이 무릎을 지나감이 코끼리의 코 같고, 남근(男根)이 오므라들어 몸 안에 숨은 것이 말의 음장(陰藏)과 같고, 털구멍마다 감청색 털이 나고, 검붉은 머리카락이 오른쪽으로 쏠리어 소라 고동의 무늬 같아 어지럽지 않고, 살이 금빛이고, 살결이 부드럽고 매끄러워 때가 끼지 않고, 손바닥·발바닥과 어깨와 정수리 일곱 군데가 판판하고 둥글고, 겨드랑이가 편편하고 등골뼈가 드러나지 않고, 모두 둥글어 서로 어울림이 니구타(尼拘陀) 나무와 같고, 턱 아래와 가슴이 사자 같고, 목에 감포(甘蒲) 열매와 같이 세 줄 무늬 가 생기었고, 늘 있는 광명이 사방으로 한 길씩 비치고, 이가 40개인데 깨끗하고 희고 가지런하고 빽빽하고, 혀가 붉고 길고 넓어서 얼굴을 덮을 만하고, 맑은 음성이 아름다워 사람마다 듣기를 좋아하고, 속눈썹이 푸르고 윤택하여 산란하지 않고, 눈이 위 아래로 깜박임이 소와 같고, 검은 자위 흰 자위가 분명하고, 얼굴이 밝은 달처럼 원만하고, 눈썹이 가늘고 굽은 것이 무지개 같고, 미간의 흰 털이 깨끗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정수리에 육계(肉?)가 있어 천개(天蓋)와 같았다. 이러한 잘생긴 모양으로 몸을 장엄하였다.
선남자여, 이 태자가 어느 날 부왕(父王)의 허락을 받고 2만의 기생과 시녀들과 권속이 앞뒤로 시위하여 궁성에서 나와 빛난 구름 봉우리 향싹[光明雲峯大香芽] 동산에 가서 구경하게 되었다. 그 때에 태자는 훌륭한 염부단금 수레를 타고 있었는데, 수레의 잘 꾸민 것은 세상에 짝이 없었다. 큰 불꽃 금강으로 바퀴가 되고, 하늘 금강으로 속 바퀴가 되고 향기로운 마니보배로 수레 바닥이 되었으며, 상품의 전단으로 사이사이 장식하고 보배 꽃 그물을 위에 덮고, 큰 장엄광 마니보배로 사자좌가 되었고, 5백의 시녀들이 보배 줄을 잡고 끌고 가는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아 알맞게 운전하며, 좋은 말 천 필에 금수레를 메워 앞뒤로 따르고, 흰 비유리 마니보배로 일산이 되고, 헤아릴 수 없이 희유한 각색 광명을 놓은 마니보배로 장식하였으며, 모든 영상이 비치는 검붉은 비유리 마니로 일산대를 만들어 사람들이 받고 위를 가리우며, 백천만 사람은 보배 일산을 들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짐대를 들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깃대를 들고, 백천만 사람은 풍악을 잡히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꽃을 흩고, 또 백천만 사람은 향로를 받들어 좋은 향을 사르면서 앞뒤로 호위하고 따라갔다.
길은 넓고 평탄하고 여덟 거리가 정돈되었고, 여러 보배로 한계가 되고 금모래를 깔고 여러 가지 보배 꽃을 위에 흩었으며, 보배로 된 줄 선 나무와 보배 난간이 여덟 길거리 사이에 차례로 줄지어 섰고, 가지가지 보배 풍경과 그물과 비단을 나무 사이에 달아서 아름답게 장식하였다.
길가에는 군데군데 구차한 이들을 도와주는 집[義堂福舍]과 보배 누각과 여러 창고가 서로 잇달아 늘여 있어 보배와 재물이 가득하였는데, 그 가운데는 귀한 보배와 영락과 장엄거리를 쌓아 두기도 하고, 비단과 훌륭한 의복과 맛나는 음식을 마련하기도 하고, 향과 꽃과 몸치장거리를 쌓아 두기도 하고, 코끼리와 말과 여러 가지 수레를 마련하여 두기도 하고, 또는 단정한 여인과 하인들을 두기도 하였는데, 모두 세상의 예의 범절이 익숙하고, 모든 기예가 능란하였다. 이러한 여러 가지를 갖추어 두고 중생들이 와서 구하는 대로 보시하여 모든 소원을 만족하게 하였다. 그 때에 큰 나무 높은 길상[大樹妙高吉祥] 왕도 안에 한 어머니가 있으니, 이름이 잘 나타나는 이[善現]요, 그에게 한 딸이 있으니 이름이 갖추 예쁜 길상[具足吉祥]인데, 용모가 단정하고 몸매가 청결하며 뚱뚱하지도 훌쭉하지도 않고, 크지도 작지도 않으며, 여러 가지 잘생긴 모양이 구비하고 눈과 머리카락이 검푸르고 음성이 범음(梵音)과 같아서 맑고 아름답고 지혜 있고 총명하여 사람들이 존중히 여기며, 모든 예능에 통달하고 변론이 훌륭하며, 공손하고 근검하여 게으르지 않고, 수수하고 유순하며, 욕심이 없고, 분별이 적으며, 인자하여 남을 해치지 아니하며, 부끄러운 생각이 많고, 교만하지 아니하며, 뜻과 도량이 깊어 짝할 사람이 없었다.
그 어머니와 함께 훌륭한 수레를 타고 여러 권속과 수없는 채녀들에게 호위되어 태자보다 먼저 왕성에서 나와 노래하고 유희하며 길을 따라가다가, 태자가 풍악을 잡히고 지나가는데 풍채와 말하는 음성이 훌륭함을 보고, 사모하는 마음을 내어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어머니, 저는 저 분을 섬기려는 소원이 간절합니다. 만일 이 소원을 이루지 못한다면 죽는 길밖에 도리가 없나이다.’
어머니 선현이 딸에게 말하였다.
‘너는 그런 부질없는 생각을 내지 말아라. 왜냐 하면 저 어른은 나라의 태자로서, 전륜왕의 신수를 구족하게 원만하였으니, 오래지 않아 전륜왕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요, 저절로 보배 아가씨들이 나타나서 허공을 날아다니며 위덕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런데, 너나 내나 지체가 미천하여 그의 배필이 될 수 없는 일이니 그런 외람된 마음일랑 아예 내지 말아라.’
그러나 딸의 마음은 굳게 결정되어 버릴 수가 없었다. 이 때에 구름 봉우리 향싹 동산 곁에 한 도량이 있었으니 이름은 법 구름 광명[法雲光明]이었고, 해보다 빛난 몸[勝日身] 여래께서 이 도량에서 정각을 이룬 지 이레가 되었었다.
딸은 구경하기에 피로하여 잠깐 졸았더니, 그 여래가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꿈을 꾸었다. 깨고 나니 지난 세상에 보살을 수호하던 친구가 하늘 사람을 시켜 허공에서 외치었다.
‘아가씨여, 당신이 아까 꿈에 보던 부처님은 해보다 빛난 몸 여래신데, 구름 봉우리 향싹 동산 곁에 있는 법 구름 광명 보리도량에서 정각을 이루신 지 겨우 이레 되었소. 보살 대중이 앞뒤에 둘러 모시고, 천인·용왕·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범천왕·정거천인(淨居天人)과 모든 세간의 강차지·바다차지·땅차지·물차지·바람차지·불차지·산차지·성차지·동산차지·약풀차지·숲차지·곡식차지·방위차지·허공차지·낮차지·밤차지 신들과 몸 많은 신·발로 가는 신·도량신 등과 남녀 권속들이 부처님을 뵈옵고 법문을 들으려고 모두 모였으니, 그대도 나아가서 가까이 모시고 공경하여 받들라.’
이 때에 갖추 예쁜 길상 동녀는 꿈에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보았고, 부처님의 공덕으로 가피하심을 입었으므로 마음이 두려움 없이 쾌락하였고, 미리부터 태자를 사모하였으므로 그 앞에서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이내 몸 단정하여 견줄 이 없고 지혜로나
몸매로나 모두 원만코 말씀이나 예의 범절
능란하오매 공덕과 좋은 소문 시방에 가득
이 세간의 한량없는 모든 중생들 내 몸을
보는 이는 모두 탐내나 내 마음은 저들에게
항상 깨끗해 한 번도 물든 마음 낸 적이
없고 내 마음엔 사랑하고 미움이 없고
어리석고 한탄하는 마음도 없고 어느 때나
깨끗하고 자비한 마음 끝끝내 중생들을
이익하올 뿐.
내가 지금 태자님을 처음 뵈오니 가장
좋은 공덕으로 장엄하시고 즐거운 그의
마음 몸에 가득해 여러 기관 기쁘오심
늘 모시고자 빛깔은 깨끗하기 광명한 보배
머리카락 검푸르고 우(右)로 돌았고 높은
코는 곧고 길고 단정하오며 넓은 이마
반듯하고 눈썹은 고와 몸매는 묘한 보배
황금 덩어리 잘생긴 몸 광명하여 짝할
이 없고 눈매는 넓고 길어 청련화 같고
가지런히 빽빽한 이 눈보다 희어 얼굴은
보름달에 볼은 사자 뺨 입매는 방정하고
입술은 다홍 예사로 하는 말씀 모두 다
법문 바라노니 이내 마음 살피옵소서.
혀는 넓고 길고도 부드러우며 피부빛은
붉은 구리 빛난 보배요 음성은 맑고 고와
긴나라처럼 중생들 듣는 이는 모두 기뻐해.
웃음 띠운 말씀이 맑고 묘하고 찬란한
위엄 광명 끝없는 공덕 기쁜 얼굴 고운
모양 장엄하시니 보는 이는 저마다 싫은
줄 몰라.
마음에는 때 없고 몸은 깨끗해 서른둘의
잘난 모양 장엄하시니 오래잖아 전륜왕
되오실 이여 자비하신 마음으로 살펴줍소서.
이 때에 위덕주 태자는 이 세상의 여자는 허물과 걱정이 많아서 세간의 낙과 세간을 뛰어나는 낙을 장애하며, 또 보리도를 장애하는 줄을 보이려 하여, 여럿이 모인 가운데서 아가씨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상 사람 허망하게 생각을 내어 뜻에
맞고 좋은 이가 여인이라고 겨레 중에
가장 좋아 비길 데 없어 함께 있을 선한
동무 된다고 하며
여인이란 사람 중에 가장 보배요 천상에도
해탈 얻을 원인이 되며 좋은 종족 이어받을
공덕 있는 몸 세상에선 여인들이 가장
좋다고
내 마음을 괴롭히는 뜨거운 번뇌 가지가지
원수들이 못살게 굴 때 아내가 위안하여
서늘케 함이 무더운 여름 날에 단비 내리듯
시끄러운 범부 마음 근심에 잠겨 오랫동안
중병 들어 앓고 있는 듯 아양 떠는 아내
말에 시름을 잊고 걱정을 없애 주는 약이라
하네.
삿된 소견 가진 중생 생각하기를 여인이란
이 세계의 원인이 되어 낳아 주고 길러
주고 복으로 장엄 천지의 변화로도 이길
수 없고
세상 일에 애쓰는 이 여자뿐이니 남편으로
선한 일을 짓도록 하여 사내들을 마음대로
부리면서도 이 여자는 딴 사람께 물 안
든다고
지혜 있는 사람들의 말하는 것은 모든
번뇌 온갖 허물 여자 탓이니 문벌 낮은
여자를 아내 삼으면 이 세상에 나쁜 일은
이것이 으뜸
편벽하고 고집 많은 여자의 성질 땅과
같이 견고하여 고칠 수 없어 언제든지
부귀 영화 따라만 가고 가난하고 고달프면
헌신 버리듯
다섯 신통 얻은 신선 위덕으로도 묘한
신통 잃은 것은 여자 때문에 제멋대로
목을 타고 다니는 것도 왕의 딸이 고요하게
만드는 것을
중생들을 잡아가는 염라왕이나 폭풍이나
바다 밑에 끓는 돌이나 화재거나 독한
뱀과 독약보다도 여자의 해독이란 더 큰
것이니
공경하는 마음으로 이바지하고 정성 다해
섬기는 일 기특하지만 지혜 있고 수단
많고 억센 이라도 여자들의 마음이란 알
수 없는 일.
사람 보곤 웃고 울고 갖은 태도로 가지가지
요술 부려 창자를 뽑고 공손한 체 남편에게
아첨하지만 마음 속에 독한 칼날 알 수
없나니
턱없는 거짓말도 참말과 같고 창자 끊는
하소연도 모두 거짓말 짐승들을 홀려 먹는
여우 같건만 어리석은 남자들은 함께 살더라.
오랫동안 달래어도 교만만 늘고 한 번만
안 들어도 발끈 성내며 어느 때나 제멋대로
출입하면서 남편을 농락하기 부끄럼 없어
나무더미 다 태워도 불은 늘 부족 백천
강물 들어가도 바다는 안 넘어 염라왕
중생 죽이기 싫증 없듯이 남편 골린 여자
마음 그와 같나니
여인이란 문벌 귀천 돌보지 않고 늙은이도
젊은이도 가리지 않고 뭇 남자에 하나하나
탐심을 내어 정욕만을 만족하고 싫은 줄
몰라.
여자들의 욕망이란 만족 모르고 남편을
위하는 맘 조금도 없어 들에 놓인 소와
말이 제 마음대로 새 풀만을 먹으려고
달아나듯이
젊은이의 호탕한 맘 물 흐르는 듯 부귀란
건 남편에게 매였건마는 좋은 음식 진주
영락 사치한 의복 가난함도 돌보잖고 제
뜻대로만
가지가지 공급함이 모두 만족해 향 풍기고
분 바르고 곱게 꾸며도 남편의 은혜란
건 생각도 않고 제멋대로 나쁜 마음 끊일
줄 몰라.
사랑을 속삭이고 애끊는 얘기 혀끝으론
감로같이 꿀맛이지만 마음으론 독사처럼
악만 가득해 그러므로 여자의 말 믿을
수 없어
여인이란 시집 사람 이간을 잘해 그런
이와 잠깐 동안 함께 살아도 부모님과
동생들을 원수로 알아 필경에는 일가친척
모두 헤어져겉모양은 화순한 듯 속은 고약해
여러 가지 나쁜 꾀가 뱃속에 가득 한
시간도 그런 꼴을 볼 수 없거든 일평생에
그런 말을 듣고 있으랴.
여자는 일생 동안 온갖 곳에서 허물이나
혐의될 일 조심한대도 한 행실 잘못 되면
보잘것없어 풍속을 망친다고 침뱉느니라.
여자는 어려서나 자란 뒤에나 크고 늙어
백년 동안 살아갈 적에 안팎의 친척들이
영화로워도 말과 행동 사람마다 조심하나니
처녀로 집에서는 부모 따르고 나이 자라
시집가면 남편 따르고 남편 죽곤 아들
따라 몸을 조심해 어느 때나 제 맘대로
못하느니라.
집을 떠나 욕심 끊고 도를 닦는 이 여자를
생각하면 성현 아니니 울금향을 낡은 옷에
뿌린 것처럼 어느 때나 모든 사람 웃음
받으리.
놓여 나온 죄수가 옥을 그리랴. 미친
병이 나았다가 다시 생기며 대풍병을 고친
이가 또 생각하듯 출가한 이 여자 생각
이보다 더해.
고요하고 맑은 물에 도롱뇽 있듯 황금
굴에 맹수들이 살고 있듯이 계와 정을
닦으면서 여자 생각을 어진 이가 볼 적에는
그와 같나니
영리한 이는 뜨거운 쇠 삼킬지언정 여색으로
제 마음을 설레잖나니 계와 정과 지혜가
원수가 되고 고요한 좋은 인연 버릴 새니라.
여자들은 가문이나 길상과 부귀 명예거나
지혜는 생각도 않고 애욕만 채우려고 체면
모르니 이런 것을 어떻게 가까이 하리.
선정을 닦았거나 용맹이 있어 역사들과
왕과 신선 죽인다 해도 마음속에 여색을
그리게 되면 항복 받던 모든 공덕 잃게
되오리.
다투거나 소송하고 싸우는 일과 목숨 걸고
바다에서 보배 찾는 일 양반으로 하인
되고 거지 되는 일 나쁜 짓을 하는 것이
여자들 때문
성내다가 기뻐하다 여자의 변덕 간사한
꾀 나쁜 마음 한량이 없어 세상에서 지혜
있는 사람이라도 여자들의 마음이란 알
수 없나니
다섯 신통 얻은 신선 여러 천왕들 큰
바다의 물방울 수 알 수 있어도 여자들의
가지각색 온갖 잔꾀는 일생 두고 헤아려도
알지 못하리.
소근소근 속삭임이 꿀과 같아도 마음속엔
칼을 품고 사람 상하며 교묘하게 꾸민
꾀는 혼을 빼앗고 가지가지 술책으로 독을
펴나니
갖은 화장 하였거나 안 하였거나 앉고
서고 여인들을 모두 샘내 잘났거나 바보거나
흘겨서 보고 그림 속에 여자라도 시기하나니
어린 아이 옻나무도 꺾으려 하고 미친
이는 독사 굴에 들어도 가고 정신 빠져
빨간 쇠를 집기도 하나 여색에 홀린 이는
이보다 더해
여색에 맛 들이면 마음 홀리고 거슬리면
독을 품고 몸을 해치니 무서운 건 여인들의
웃고 성난 때 아는 이야 그를 어찌 가까이
하랴.
여자란 것 나쁜 꾀가 마음에 가득 고요하고
맑은 물에 독룡 있듯이 가문이고 체면이고
아는 체 않고 마음대로 욕심 부려 시비도
없이
여자의 맘 정처 없음 바람도 같고 빠른
번개 뜬구름과 같기도 하여 일생 동안
온갖 것을 이바지해도 남편 은혜 잠깐인들
고맙다 하랴.
덕 있는 이 공경 않고 없는 이는 멸시
빈궁하면 싫어하고 부귀만 탐해 좋은 말로
칭찬하면 교만부리고 재물이 없어지면 헌신
버리듯
뱀의 독이 묻은 돌과 오독도기꽃[狼毒]
만지고는 한평생을 고생커니와 여색을 가까이
함 그보다 더해 오는 세상 공덕까지 해치는
것이
여인이란 옳고 그르고 하리놀아 친척들과
친구들을 이간 붙이고 제 허물은 숨겨두고
남을 헐뜯어 온갖 허물 여자에서 생기느니라.
여자 마음 일정찮아 원숭이같이 작은 허물
기억하고 은혜는 잊어 상전처럼 섬기고
어른 받들 듯 못난 남편 정성도 만족치
않고
여자 성품 강무같아 한 번 넘치면 좋은
선근 띄워 가고 몸을 망하고 양 언덕을
헐어가는 홍수와 같이 여인들의 해되는
일 그보다 심해.
여자들의 애욕 그물 굳고 촘촘해 살펴보고
다니기에 부끄럼 없고 웃을 때나 즐길
때나 딴 마음 없이 부귀한 이 그물 씌워
홀리게 하네.
여자의 사랑이란 허망한 것이 뿌리 없는
나무 같고 꺼지려는 등 잠깐 동안 나이
늙고 사랑이 쉬면 지극하던 은정들도 소멸되나니
여자들의 애욕이란 잠깐이어서 물든 마음
삿된 말을 믿기 어려워 어떤 때는 진주같이
귀히 여기다 싫어지면 풀잎처럼 버리고
마네.
코끼리의 자재한 힘 나무를 뽑고 몸 빛깔은
허공에 뜬 구름 같으나 암 코끼리 마음
팔려 흐리게 되면 사람들의 하는 대로
조복되나니
보살들이 법으로써 여인 거둘 제 가끔가끔
가르쳐도 마음은 멀어 어쩌다가 지나쳐서
가깝게 되면 날개 꺾인 새가 되어 날지
못하리.
여자들의 생각이란 낮고 더러워 강물이
흐르는 데 언덕 깎이듯 간 데마다 선한
법은 쇠하게 되고 친척까지 망하는 일
여자들 때문
여자들은 애욕 그물 항상 쳐 놓고 어리석은
사내들을 잡으려 하니 세상에서 음욕 많은
모든 중생들 낚시 삼킨 고기처럼 먹히게
되리.
본래부터 부정한 줄 보아 알지라 아홉
구멍 밤낮으로 물이 흐르니 여자의 몸
이러하게 싫어할진댄 어찌하여 거기에다
탐심을 내랴.
여자의 몸 허망하기 물거품 같아 늙고
병나 죽는 고통 의지한 데요 부정한 것
쌓인 것이 산과 같거늘 어찌하여 거기에다
탐심을 내랴.
모든 근심 시끄러움 온갖 공포가 하나하나
여색에서 생겨나나니 이런 줄을 살펴 알고
탐하잖으면 해탈하여 걱정 없고 두려움
없으리.
지혜 있는 사람은 여자 안 보며 자비한
마음으로 본다 하여도 어머니나 딸이나
누나들같이 적당하게 탐욕 없는 법을 말하네.
누구든지 여자의 몸 안과 바깥이 가지가지
부정으로 생긴 줄 알면 어찌하여 거기에다
욕심 불을 내어 여러 겁에 쌓은 선근
태워 버리랴.
4) 태자와 동녀가 법을 얻다
이 때 위덕주 태자는 이 게송을 말한 뒤에 갖추 예쁜 길상 동녀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뉘 집 딸이며, 먼저는 누구에게 딸렸으며, 누구의 보호를 받았는가.
만일 다른 이에게 딸렸으면, 나는 너를 거두어 줄 수가 없노라.’
그리고 나서 태자는 게송으로 물었다.
그대 몸이 깨끗하고 공덕 갖추고 몸매가
단정하고 아름답구나.
내가 이제 물을 테니 대답하여라. 어디서
태어났고 어디 사느냐.
부모와 친척들은 누구누구며 지금에는 누구를
의지했느냐 네가 만일 다른 이에게 딸리었다면
나는 너를 거둬주지 아니하리라.
남의 재물 훔치기를 좋아 않느냐 인정
없이 중생들을 죽이잖느냐 사음하려 나쁜
마음 생각 않느냐 너는 필경 어떤 말을
의지하려나.
벗과 친척 이간하는 말이 없느냐 입으로
나쁜 말을 내지 않느냐 거짓말로 중생들을
속이잖느냐 다른 경계 탐을 내는 샘 없느냐
다른 이들 대하여서 성내지 않고 험악한
나쁜 소견 마음에 없고 아첨으로 온 세상을
속이잖느냐 법을 어겨 나쁜 짓을 하지
않느냐
부모님과 어른들을 존중하느냐 선지식을
공경하여 섬기려느냐 가난하고 곤궁한 사람을
보면 자비한 마음으로 구제하려나.
만일에 이 세상의 선지식들이 너에게 참된
법문 가르쳐 주면 믿는 마음 견고하여
정성으로써 공경하고 부지런히 공양하려나.
네가 능히 부처님을 섬겨 받들고 네가
능히 보살들을 존중히 하고 가장 높은
바른 법과 스님들을 한결같은 정성으로
공경하려나.
네가 능히 바른 법에 머물러 살고 네가
능히 나쁜 법을 멀리 여의고 한량없는
공덕 바다 칭찬을 듣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생각을 내랴.
외롭고 의지 없는 사람을 보고 자비한
마음 내어 건지려느냐 나쁜 갈래 헤매는
중생 보고는 불쌍하게 여기는 맘 낼 수
있느냐.
다른 이의 영화롭고 좋은 일 보면 지성으로
기뻐하는 마음을 내고 못견디게 시달리는
중생들에게 평등한 마음으로 대하겠느냐.
번뇌 많고 어리석은 중생 위하여 보리도를
구하여서 깨우쳐 주고 한량없는 오랜 세월
수행할 적에 고달픈 맘 일으키지 아니하려나.
태자가 이렇게 물은 데 대하여, 어머니 선현은 그 앞에서 딸이 처음 나던 때부터 자라나던 일과 여러 가지 상서롭고 공덕 있는 모양을 게송으로 말하였다.
태자께선 자세히 들어 주소서. 물으신
바 이 아이의 생기던 인연 처음에 나던
일과 자라던 일과 공덕 장엄 갖추던 일
말씀하리다.
그 때에 태자께서 탄생하던 날 이 아이도
연꽃에서 태어났으니 모든 기관 깨끗하고
용모 둥글고 팔다리의 온갖 장엄 구족하였소.
나는 그 때 화창한 봄 달구경하러 훌륭한
사라 동산 놀러 갔더니 풀과 나무 꽃봉오리
한창 커지고 모든 곡식 약초들도 싹이
자라며
좋은 나무 유명한 꽃 여러 가지 빛 찬란하게
광채 내어 구름과 같고 벌과 나비 모여들고
새는 노래해 듣는 이들 시름 잊고 마음
즐거워.
함께 갔던 팔백 채녀 아름답게도 용모가
단정하여 보는 이 칭찬 옷차림도 훌륭하고
장엄 갖추고 노래하고 말하는 것 모두
기묘해
동산에 보배로운 못이 있으니 이름을 가지가지
연꽃 짐대라 채녀들과 못가에 나아갔다가
꽃을 흩어 땅에 깔고 앉아 있었네.
깨끗하고 아름다운 못 가운데서 일천 잎새
보배 연꽃 솟아났으니 염부단금으로써 꽃판이
되고 비유리로 줄기 되고 마니로 잎새.
향기로운 여러 보배 꽃술이 되어 여러
가지 큰 광명을 널리 놓으니 이 모양을
보는 중생 의심을 내어 이 밤중에 어찌하여
햇빛 비치나.
날이 새고 밝은 해가 처음 들 무렵 아침
볕이 비치면서 연꽃이 피고 연꽃에서 빛을
내고 향기 풍기며 이 아이가 처음 나는
모양 보였소.
이리하여 나는 그 때 인간 보배가 연꽃
위에 태어남을 처음 보고서 지난 세상
닦는 선근 효력이 있어 두렷하고 밝은
과보 얻었다 했소.
머리카락 검푸른 유리 눈은 청련화 얼굴이
단정하여 황금빛이고 화만과 보계로써 장엄
갖추니 길상하고 때가 없는 연꽃 빛이라.
온 몸의 부분마다 모두 원만코 광명과
잘난 모양 비길 데 없어 의젓하게 연꽃
위에 앉아 있으니 깨끗하고 아름다운 순금
부처님.
전신에 널려 있는 털구멍마다 아름다운
전단 향기 풍겨 나오고 입에서는 연꽃
향기 항상 나오며 음성은 청아하여 범음과
같네.
어떤 때는 웃으면서 말하는 소리 하늘에서
잡히는 풍악 소린 듯 이러한 보배 아씨
세상에 제일 어떻게 못난 이와 짝을 지으랴.
온 세상을 내가 모두 살펴보아도 이 아이의
남편될 사람이 없고 태자만이 모든 공덕
장엄했으니 바라건대 큰 자비로 받으옵소서.
이 아이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고 뚱뚱하지
아니하고 홀쭉도 않고 온 몸이 두루두루
단정하오며 잘난 모양 구비하여 흠잡을
데 없고
이 세상의 온갖 기술 여러 재능과 글
잘하고 총명하고 솜씨가 좋고 말 잘하고
노래까지 맑고 묘하니 바라건대 태자께서
받아 줍소서.
활 잘 쏘고 칼 잘 쓰고 병법 잘 알고
여러 가지 기예들이 모두 능하고 다투는
일 자비로써 화해하오며 이름 듣곤 조복되지
않는 이 없고
지난 세상 지은 인행(因行) 두루 원만해
가지가지 공덕으로 장엄하여서 보는 사람
기뻐하고 사모하나니 바라건대 태자께서
받아 줍소서.
중생들의 모든 병이 나는 원인과 더하고
덜리는 일 모두 알고서 병에 따라 약을
쓰면 어김이 없이 앓는 이의 모든 고통
소멸케 하고
염부제의 여러 나라 가지각색 말 음성
따라 뜻과 소리 각각 다르고 속담이나
사투리도 같지 않거늘 이와 같은 여러
말을 모두 다 알고
이 세상에 가지가지 모든 음악과 춤과
노래 유희하고 찬탄하는 일 변론이나 해설들이
적절하여서 보는 이와 듣는 이를 감동케
하며
언어 동작 모든 행동 규모가 있고 들고
놓고 가고 옴이 모두 적당해 딴맘 있고
딴맘 없는 여러 중생들 자비로써 상대하고
애착이 없어
자늑자늑 자세 보고 산란치 않고 모든
기관 고요하고 모자람 없고 입과 몸은
어느 때나 지혜를 따라 여인들의 모든
허물 모두 여의고
여자들이 아름다운 온갖 공덕은 이 한
몸에 고루고루 구비했으니 인간에서 보배임을
살펴 아시고 자비하신 마음으로 받으옵소서.
고운 마음 인색치도 시샘도 없고 욕심이나
성내는 일 모두 없으며 부드럽고 정직하고
성품은 화평 음성까지 아름답고 거칠지
않아
어른에게 공경하여 섬길 줄 알고 선근
공덕 구하는 뜻 변동이 없고 모든 계행
깨끗하게 지녔사오니 바라건대 자비로써
받으옵소서.
나이 많고 병들어서 살필 이 없고 재액
만나 곤궁하고 가난한 이들 친척 없고
의지 없고 딱한 이들을 보는 대로 자비한
맘 구호하오며
자기 몸의 안락은 생각도 않고 여러 중생
이익하기 항상 즐기며 이러한 공덕으로
마음을 장엄 필경에는 참된 법을 찾게
되오니
앉고 서고 누울 적에 게으르지 않고 말하거나
동작함이 때에 알맞아 잠시라도 한 중생도
버리잖으니 보는 이는 존중하지 않는 이
없고
여러 계급 사람들과 함께 있으나 범부들의
물든 마음 생기지 않고 자비하고 공덕
있는 사람을 보면 늘 가까이 뫼시어도
싫은 줄 몰라
선지식은 공경하여 항상 섬기고 나쁜 이는
방편 써서 멀리 여의고 조급한 마음 없이
행을 닦으며 생각하고 짓는 일이 잘못이
없네.
모든 세간 중생에게 원망이 없고 여러
가지 복을 닦아 몸을 장엄코 지혜로는
이 세상에 짝이 없나니
이 때에 위덕주(威德主) 태자는 구름 봉우리 향싹[香牙] 동산에서 모든 대중과 잘 나타나는[善現] 여인에 대하여 동녀(童女)에게 물었다.
“선여인이여,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기 위하여,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보살의 행을 행하면서 모든 보리를 돕는 법을 모으며, 모든 바라밀을 닦으며, 오는 세상의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여 섬기며, 모든 부처님 교법을 보호하며, 모든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며, 온갖 여래의 근본 성품을 이으려 하며, 모든 중생을 성숙하려 하며, 모든 중생의 고통과 번뇌를 끊으려 하며, 온갖 것을 편안한 곳에 두려 하며, 모든 중생의 눈을 깨끗케 하려 하며, 모든 보살의 묘한 행을 닦을 것이며, 보살의 평등한 성품에 들어갈 것이며, 모든 보살의 지위에 머물 것이며, 이승(二乘)으로 하여금 부처님 과보를 원만케 하며, 모든 중생들이 기쁘게 하기를 원하노라.
나는 또 바라밀을 만족하며, 필경에 위없는 보리를 성취하기 위하여 안과 밖의 재물과 머리와 눈까지라도 모두 보시하고 돌아보지 아니할 터인데, 그 때에 네가 나의 일을 방해하여서 나의 보시가 원만치 못하게 하거나, 재물을 보시할 적에 네가 아까운 마음을 가지거나, 아들과 딸을 보시할 적에 너의 마음이 애통하거나, 몸을 갈기갈기 찢을 적에 네 마음에 걱정하거나, 너를 버리고 출가할 적에라도 네가 뉘우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겠느냐?”
태자는 이렇게 묻고, 다시 동녀(童女)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이미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 크고
넓은 보리심을 일으켰으니 이제부터 한량없는
억 겁 동안에 보리 지혜 쌓아 모아 원만하리라.
한량없고 끝이 없는 많은 세월에 모든
서원 허공처럼 깨끗이 닦고 땅 위에서
번뇌 끊고 행을 갖추어 필경에는 부처
지위 얻게 되오리.
삼세의 부처님들 계신 곳에서 여러 가지
바라밀 갖추 배우고 모든 방편 구족하게
닦아 행하여 가장 좋은 보리도를 이룩하리라.
시방 법계 크고 작은 더러운 세계 내가
모두 깨끗하게 장엄하겠고 나쁜 갈래 고통
받는 모든 중생들 내가 모두 구제하여
나오게 하리.
모든 중생 업 바다에 살고 있으며 번뇌와
치암과 의혹 속에 얽매었으니 내가 장차
남김 없이 소멸하고서 여래의 도에 편안하게
있게 하리라.
내가 모든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내가
모든 보살 지위 널리 닦으며 크고 넓은
자비한 맘 항상 일으켜 달라는 것 모두
주고 아끼잖으리
여러 중생 달라는 이 네가 보고는 재물에
인색한 맘 낼지 모르나 중생에게 보시하기
나는 즐기니 내 마음을 순종하고 어기지
말라.
내가 장차 머리로써 보시할 때에 걱정하고
번뇌 망상 내지 말 것을 내가 지금 네게
일러 알게 하노니 너의 마음 견고하여
동요치 말라.
몸과 활개 찢어 주고 손발 끊으며 처자까지
보시할 때 아끼지 말고 달라는 이 대할
적에 원망치 말며 진실하게 생각하고 뒷걸음
말라.
중생들의 모든 욕망 채우기 위해 몸과
몸에 달린 것을 다 버릴 적에 네가 능히
보리 마음 순종한다면 나도 그대 소원대로
따라 주리라.
이 때에 구족염길상(具足吉祥) 동녀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즉시 위덕주 태자에게 여쭈었다.
“장하십니다, 대장부여. 당신께서 물으신 것같이 보살의 행은 행하기 어려운 것을 행하고, 참기 어려운 것을 참음이오니, 이러한 온갖 것을 내가 모두 순종하여 부지런히 닦겠사오며, 가까이 모시고 버리지 않기를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 하여 당신의 소원을 모두 만족하게 하리이다.”
이 때 동녀는 태자를 대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한량없고 끝이 없는 오랜 세월에 모든
지옥 독한 불이 몸을 태워도 당신께서
이내 몸을 받아 주시면 달게 여겨 받사옵고
사양 않으리.
한량없이 태어나는 모든 곳에서 이 몸이
부수어져 티끌 되어도 당신께서 이내 몸을
받아 주시면 달게 여겨 참아 받고 꼼짝
않으리.
한량없고 끝이 없는 오랜 세월에 수가
없는 금강산을 이고 있어도 당신께서 이내
몸을 받아 주시면 달게 여겨 받사옵고
싫어 않으리.
당신께서 나고 죽는 오랜 세월에 나의
살로 중생들께 보시하고서 부처님의 문중에
있게 된다면 당신같이 그런 과보 나도
얻으리.
바라노니 태자께서 굽어 살피사 나를 위해
주인 되어 함께 닦으면 태어나는 세상마다
보시하올 때 내 몸으로 중생들께 늘 주옵소서.
당신께서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 크고 넓은
보리심을 내었사오니 여러 중생 널리 거둬
주실 바에는 대자비로 이 몸까지 거둬
주소서.
나는 본디 부귀함을 구하지 않고 다섯
욕락 탐하지도 아니하옵고 같은 법을 한가지로
닦기 위하여 당신으로 나의 주인 삼으렵니다.
검푸르고 길고 넓고 자비하신 눈 여러
세계 모든 중생 두루 보시고 범부처럼
물든 마음 일지 않으니 고요하온 보리과를
이루시리다.
태자께서 다니시는 여러 곳마다 땅의 신이
보배 연꽃 받들어 내고 빛나시는 묘한
모습 장엄하시니 전륜성왕 이루시고 나를
맞으리.
법 광명이 이 도량을 밝게 비추고 부처님이
정각 이뤄 광명 놓으시니 한량없는 보살들이
둘러 앉음을 내가 그 때 꿈 속에서 뵈었나이다.
해보다 빛나신 몸 여래께서 자금산(紫金山)과
같은 광명 밝게 비추며 손을 펴서 내
정수리 만져 주셨더니 깨고 나서 기쁜
마음 뛰놀았나이다.
허공 중에 기쁜 광명 하늘 사람은 지난
옛적 나와 함께 수행하던 이 내게 와서
좋은 음성 일러주기를 부처님이 이 세상에
나시었다고
내가 그 때 마음에 소원하기를 태자의
공덕 몸을 보려 했더니 저 하늘이 나에게
일러주는 말 이번에는 반드시 보게 되리라.
부처님의 도움 받아 당신 뵈오니 그 때에
세운 소원 원만히 성취 나와 함께 저
여래 계신 데 가서 같은 마음 보리도를
닦아지이다.
태자는 승일신(勝日身)여래의 이름을 듣고는, 즉시 빠르고 깨끗한 마음을 얻었으니 이름은 부처님의 차별을 걸림없이 보고 즐거워함[見佛差別無障?大歡喜]이다. 5백 가지 마니보배 꽃을 동녀 위에 흩으며 길상장 마니 보계(寶?)를 씌우고, 여러 가지 빛 불꽃 마니보배 옷을 입히었다. 이 때에 동녀는 단정한 마음 바른 생각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기쁜 기색도 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합장하고 태자를 우러러보면서, 바른 생각이 앞에 나타나 잠깐도 헛눈 팔지 아니하였다.
그 때에 어머니인 선현(善現)은 태자를 향하여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이 여자는 훌륭하여 인간의 보배 깨끗한
복 잘난 모양 몸을 장엄해 오랜 서원
태자에게 지금 받드니 온갖 희망 이제야
이루어졌네.
계행을 잘 가지어 범한 일 없고 지혜도
원만하고 생각 간절해 몸매는 단정하고
공덕이 구족 세상의 모든 여인 따를 이
없어
이 여자 연꽃에서 태어났으니 문벌이 깨끗하여
흠할 것 없고 여인의 온갖 허물 모두
여의어 태자를 따라가서 닦을 만하네.
몸매는 아름다워 비단결 같고 손과 발은
보드랍기 도라솜이니 한 번만 만지어도
병 없어지고 몸과 마음 안락하여 고통
없으리.
온몸의 털구멍서 풍기는 향기 인간에선
볼 수 없이 훌륭하시고 한 번 쐬면 마음에
때 없어지고 깨끗한 계행 얻어 편안하오리.
깨끗하고 묘한 살갗 진금빛이요 물과 티끌
묻기는 연꽃 같으니 중생들 한 번 보면
삼독 여의고 자비한 맘 갖추어서 성내잖으며
음성은 아름답고 말은 유순해 중생마다
들으면 모두 기쁘고 귀와 뜻에 지나가도
몸이 즐거워 나쁜 짓 스러지고 번뇌가
소멸
마음이 깨끗하여 때가 없으며 화평하고
정직하고 편협치 않고 말씀이 뜻에 맞고
거슬리잖아 듣는 이는 모두 기뻐 탄복하나니
부끄런 맘 갖추어서 속이지 않고 교만
없고 아첨 없고 자비가 흘러 중생을 제도하고
법을 구하려 선지식을 늘 섬겨도 족한
줄 몰라
몸매에나 문벌에나 끌리지 않고 부귀에도
향악에도 취하지 않고 겸손하고 공손하고
나까지 잊어 위없는 보리도만 구하옵니다.
위덕주 태자는 구족풍길상 동녀와 2만 채녀(采女)와 권속들을 데리고 해보다 빛난 몸 여래를 가까이 모시고 공경하며 공양하려고, 제각기 훌륭한 수레를 타고 향싹 동산을 떠나 법구름 광명 도량으로 향하였다.
도량에 이르러서는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 계신 데로 걸어가 부처님을 뵈오니, 몸매가 단정하고 고요하며, 여러 기관[根]이 잘 조화되어 코끼리와 같으며, 안과 밖이 깨끗하여 한 점의 때도 없는 것이 큰 용이 있는 못과 같았다. 부처님을 뵈옵고는 믿는 마음이 생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더하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았다.
이 때에 태자와 저 동녀는 각각 마니보배로 된 5백 송이의 연꽃을 부처님 위에 흩었다. 연꽃은 부처님의 신통의 힘으로 공중에서 여래와 모인 대중에게 덮이었다. 태자는 또 그 부처님을 위하여 훌륭한 절을 지으니 절 수효는 5백이요, 낱낱이 향나무로 이루었고 5백 마니보배로 사이사이 장식하고 가지가지 여러 보배로 두루 장엄하였다. 이 때에 그 여래는 태자의 근성이 성숙된 줄 아시고 넓은 눈 등불 문 경[普眼燈門修多羅]을 연설하였다.
태자는 그 경을 듣고 여러 가지 법 가운데서 열 가지 삼매 바다문을 얻었으니, 모든 여래의 원력으로 나타나는 광명 삼매문과, 삼세에 널리 비치는 광명 광 삼매문과 모든 부처님의 도량을 보는 삼매문과 모든 중생의 세계에 들어가는 광명이 널리 비치는 삼매문과 모든 세간에 널리 비치는 지혜 덩어리 광명 등불 삼매문과 모든 중생의 여러 기관을 널리 비치는 지혜 등불 삼매문과 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지혜 광명 구름 삼매문과 모든 중생을 조복하여 성숙하는 큰 지혜 광명 등불 삼매문과 부처님들의 법 수레 운전하는 말씀을 들어 소리가 앞에 나타나는 삼매문과 보현보살의 깨끗한 행과 원(願)의 바다를 원만하는 삼매문을 얻었다. 이러한 삼매문을 얻었으므로 모든 법에서 깊은 삼매를 얻지 못한 것이 없었다.
또 구족염길상 동녀는 법문을 듣고 곧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굴복할 수 없는 지혜 바다 광[難?伏智海藏]이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되었다. 이 때에 태자와 저 동녀는 권속들과 법문을 듣고 이익을 얻고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하직하고 궁전으로 돌아갔다.
부왕(父王)이 계신 데 나아가 발에 절하고 이렇게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해보다 빛난 몸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었는데, 이 나라의 구름 봉우리 향싹 동산 곁에 있는 법구름 광명 도량에서 정각을 이루신 지 오래지 아니하였나이다.”
재물 주인[財主] 임금은 이 말을 듣고 태자에게 물었다.
“누가 너에게 그런 말을 하더냐? 하늘이 하더냐, 사람이 하더냐?” “그것은 구족염길상 동녀가 말하였나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기쁘기 한량없어 마치 가난한 사람이 노다지를 얻은 듯,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은 위없는 보배라 세상에 나시기도 어렵고 만나기도 어려운 것이니, 만일 부처님을 뵈오면 모든 번뇌와 나쁜 업을 끊고 나고 죽는 험한 갈래에 떨어지지 아니할 것이며, 여래는 세상에 나시어 큰 의원이 되나니 중생들의 번뇌병을 다스릴 것이며, 여래는 세상에 나시어 큰 등불이 되나니 중생들의 무명의 어둠을 깨뜨릴 것이며, 여래는 세상에 나시어 큰 길잡이가 되나니 중생들을 인도하여 일체지의 편안한 곳에 가게 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북을 치고 명령을 내려 여러 작은 왕과 모든 신하와 권속들과 찰제리와 바라문과 장자와 거사와 도시와 시골에 있는 여러 백성들을 모두 모이게 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시는 것은 매우 희유한 일이요 어려운 일이니, 나는 지금 부처님 계신 데 가서 가까이 모시고 예배하려 하노라.”
왕은 그 자리에서 임금의 자리를 태자에게 전하여 주며 정수리에 물 붓는 예식을 마치고 십천(十千) 권속을 데리고 보리 도량으로 향하였다.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서는 발에 예배하고 백천 겹을 돌고 권속들과 함께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그 때에 여래는 도량에 모인 대중과 재주(財主)인 왕과 그 권속들을 두루 살펴보고 양미간의 백호상(白毫相)으로 큰 광명을 놓으니 이름이 모든 중생의 마음을 비추어 보는 등불[照現一切衆生心燈]이라,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 비치고 모든 세간 차지의 앞에 머물러 있으면서, 헤아릴 수 없는 여래의 가지가지 불사와 엄청난 신통 변화를 보이어, 교화를 받을 만한 중생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였다.
이 때에 여래는 헤아릴 수 없는 자재한 신통의 힘으로 온갖 세간에 뛰어난 가장 큰 몸을 나타내고, 원만한 음성으로 모든 종류의 말을 따라서 다라니문(陀羅尼門)을 말씀하셨으니, 이름은 온갖 법과 이치에 들어가 눈 가리움을 여의는 등불[入一切法義離?燈]이라,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다라니문으로써 권속이 되었다.
임금은 이 법문을 듣고 온갖 법 큰 지혜 광명을 얻었고, 모인 대중 가운데서 남섬부주의 티끌 수 보살들은 한꺼번에 온갖 법과 이치에 들어가 눈 가리움을 여의는 등불 다라니문을 증득하였고, 60나유타 중생은 모든 번뇌가 없어지고 해탈을 얻었으며, 십천(十千) 중생들은 티끌과 때를 여의고 법눈이 깨끗하여졌고, 한량없는 중생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다.
이 때에 여래는 다시 헤아릴 수 없는 힘으로 시방세계에서 신통 변화를 크게 나타내고 삼승의 법문으로 중생들을 교화하였다. 재주인 왕은 큰 법의 광명이 마음에 비치었으므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만일 집에 있었더라면 이 깊고 깊은 공덕 법맛을 증득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나의 출가함을 허락하여 가까이 모시게 되면 이런 법을 이룩할 수 있을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는 부처님께 여쭈었었다.
‘저는 이제 출가하여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면서 도를 닦으려 하나이다.’ ‘대왕이여, 그대의 뜻대로 하려니와 시기를 잘 알아야 하리라.’
재주인 임금은 그 자리에서 십천 권속과 더불어 부처님께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부지런히 닦더니, 오래지 않아서 모두 온갖 법과 이치에 들어가 눈 가리움을 여의는 등불 다라니문을 얻었고, 또 위에 말한 여러 가지 삼매문을 얻었고, 또 보살의 열 가지 신통문을 얻었고, 보살의 그지없는 변재문에 들어가고, 보살의 걸림없는 청정한 몸을 얻고, 시방세계의 여래 계신 데로 다니면서 부처님들이 말씀하는 미묘한 법문을 듣고 모두 받아 지니어 잊어 버리지 아니하였다.
또 부처님 계신 데서 법사가 되어 중생들에게 법문을 연설하고, 신통의 힘으로 시방세계에 두루하여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몸을 나타내며, 모든 세간에 큰 등불이 되어 부처님이 세간에 나타나심을 칭찬하고, 부처님의 본래 닦으시던 행과 원을 칭찬하고, 부처님의 모은 공덕을 칭찬하고, 부처님의 전생 인연을 칭찬하고,부처님의 자재한 신통을 칭찬하며, 부처님의 모든 교법을 수호하였다.
5) 수없는 부처님을 섬기다
어느 보름날에 태자는 정전에 올라 사자좌에 앉으니, 채녀(采女)들이 둘러싸고 전륜왕의 일곱 가지 보배가 저절로 이르러 왔다. 하나는 바퀴 보배[輪寶]니 이름은 막힘 없이 다님[無?行]이라, 살[輻]과 테[輞]가 갖추었고, 백천 가지 묘한 보배로 장엄하였으니 염부단금의 광명이 널리 비쳤다. 둘은 코끼리 보배[象寶]니 이름은 금강산(金剛山)이라 위엄과 기운이 엄청나고, 셋은 말 보배[馬寶]니 이름은 빠른 바람[迅疾風]이요, 넷은 구슬 보배[珠寶]니 이름은 햇빛 광 구름[日光藏雲]이요, 다섯은 여자 보배[女寶]니 이름은 구족염길상(具足吉祥)이요, 여섯은 고방 차지 신하 보배[主藏臣寶]니 이름은 큰 재물[大財]이요, 일곱은 군대 맡은 보배[主兵寶]니 이름은 때 없는 눈[離垢眼]이었다. 이러한 일곱 가지 보배가 홀연히 나타나서 구족하게 성취하였으며, 전륜왕이 되어 사천하를 다스리니 위덕이 자재하고 바른 법으로 교화하여 모든 종류를 굴복하니 사람들이 모두 쾌락하였다.
왕의 아들 천 사람이 모두 단정하고 용맹하며, 위엄 있고 웅장하여 원적(怨敵)이 없으며, 교화하는 국경이 넓어서 큰 바다의 끝까지 이르고, 땅이 부드러워 나쁜 가시나무가 없으며, 편안하고 쾌락하여 걱정과 재앙이 없었다. 그 때에 남섬부주에 팔만 사천 도성이 있고 도성마다 각각 5백의 절이 있었고, 절마다 1백 누각이 있었으며, 주위에는 나무숲이 울창하였고, 여름 겨울로 안거하고, 거니는 곳에는 모두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으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기구가 충분하게 구비되었다. 또 절마다 부처님의 탑을 세웠는데, 높고 크고 장엄이 훌륭하며, 저 여러 도성에서 모두 여래를 청하여 헤아릴 수 없는 꽃·향·짐대·일산·보배 채단과 여러 가지 공양거리로 공양하였다.
그 때에 여래께서 그 청하는 것을 모두 받으시고, 자재한 신통의 힘으로 모든 도성에 골고루 들어가서, 한량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선근을 심게 하고, 한량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마음이 깨끗케 하며, 한량없는 중생들로 즐거운 마음을 내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공경을 더하게 하며, 한량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큰 보리의 뜻을 속히 내게 하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중생들을 이익케 하여 부처님의 바른 법을 부지런히 닦게 하며, 닦는 대로 모두 깨달아 들어가게 하며, 부처님의 일체지의 길로 회향하여 부처님의 깊은 법 바다를 통달케 하며, 삼세의 차별 없는 지혜에 널리 들어가며, 삼세의 중생 세계를 널리 비추며,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나서 계속하는 차례를 알며, 모든 부처님의 종지(種智)를 얻어 모든 중생을 방편선교(方便善巧)로 조복하며, 보살의 크고 넓은 행과 원을 일으키며, 모든 보살의 도를 깨끗이 하고 보살의 평등한 지혜 성품에 편안히 머물러 부처님의 다함 없는 변재에 들어가서 부처님의 깨끗하고 걸림없는 법 수레를 운전하며, 온갖 세계에 몸을 나타내어 모든 중생의 앞에 머물며, 중생들의 근성과 욕망과 가지가지 마음을 알고 조복할 만한 이들을 모두 성숙케 하였다.
그 때에 위덕주 전륜성왕과 모든 도성(都城) 안에 있는 사람들이 승일신(勝日身)여래께서 가지가지 헤아릴 수 없는 신통의 힘을 나타내는 것과 이러한 자재하게 이익하는 것을 모두 보았었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때에 위덕주 태자가 임금에게서 정수리에 물 붓는 예식을 받고 등극하여 전륜왕이 되어 부처님께 공양한 이는 딴 사람이 아니라, 지금 비로자나여래이시고, 그 때의 재주(財主)인 임금은 지금의 보화광(寶華光)여래이시니, 그 부처님은 지금 동쪽으로 세계해의 티끌 수 세계해를 지나서 있는 세계해에 계시며, 그 세계해 이름은 법계와 허공의 그림자를 두루 나타내는 구름[普現法界虛空影像雲]이요, 그 세계해 가운데 한 세계종이 있으니 이름이 삼세의 그림자를 나타내는 마니왕[普現三世影像摩尼王]이요, 그 세계종 가운데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은 부처님 원만한 등불[佛圓滿燈]이며, 그 세계에 보리장이 있으니 이름은 모든 세간 차지 몸 그림자 짐대인데, 보배 꽃빛 여래가 거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으며,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이 앞뒤로 둘러 모셨으며, 그 대중 가운데서 바른 법을 연설하시어 한량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성숙케 하느니라. 그 부처님이 지난 세상에 보살로 계실 적에 이 세계해를 수행하여 장엄하였나니, 이 세계해에서 지난 세상·오는 세상에 나서 정각을 이루신 부처님들은 모두 보화광여래가 교화하여 제도한 것이니, 맨 처음에 그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고 필경에 성숙케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그 때에 재주(財主)인 임금의 첫 부인으로서 위덕주 태자의 어머니인 연화길상장(蓮華吉祥藏)은 다른 이가 아니라, 지금 부처님의 어머니이신 마야부인이었다. 환술 같은 지혜 광명 걸림없는 해탈을 얻었고, 그 몸에는 지난 세상 오는 세상의 모든 부처님을 간직하고 낳는 것이며, 지금 세상에서는 부처님 세존이신 비로자나여래를 낳으시니라.
또 구족염길상 동녀의 어머니인 선현(善現)은 딴 사람이 아니라 지금 나의 어머니인 집장석종선목(執杖釋種善目) 부인이다.
선남자여, 그 때에 위덕주 전륜성왕의 권속들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지금 부처님 세존의 회상에 모인 모든 보살들이니, 이 보살들이 모두 보현의 행을 닦아 모았으며, 보현의 큰 서원을 원만하게 성취하였고, 비록 이 부처님 도량에 있으면서도 항상 모든 세계에 나타나서 보살의 평등한 삼매에 머물며, 항상 온갖 부처님을 뵈옵고 모든 여래의 허공 세계 같은 묘한 음성으로 말씀하는 법문을 들으며, 온갖 법에 자재하는 지혜에 머물러서 소문이 여러 부처님 세계에 들렸으며, 온갖 여래의 도량에 모인 대중을 가까이 하면서 교화를 받을 만한 중생에게 바른 법을 연설하여 모두 성숙케 하며,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모든 겁 바다에서 보살행 닦기를 잠깐도 끊이지 아니하여, 보현보살의 큰 서원을 성취하느니라. 선남자여, 저 구족염길상 동녀는 위덕주 전륜왕과 함께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네 가지 공양거리로 승일신(勝日身)여래께 공양하였으니, 그는 딴 사람이 아니라 곧 이 몸이니라.
선남자여, 저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에 이 세계에 또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은 청정신(淸淨身)이다. 나는 그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며 법문을 듣고 받아 지니었으며, 중생들을 위하여 보살도를 행하였느니라. 그 다음에 나신 부처님 이름은 일체지영상월신(一切智影像月身)이니, 나는 그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였으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염부단금광명왕(閻浮檀金光明王)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대범음상장엄신(大梵音相莊嚴身)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종종염묘월광(種種焰妙月光)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묘고지관찰당(妙高智觀察幢)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광대지광명왕(廣大智光明王)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나라연금강정진력(那羅延金剛精進力)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지세력무능승(智勢力無能勝)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보관찰지(普觀察智)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광대지길상운(廣大智吉祥雲)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무외지광명신(無畏智光明身)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정지염광운(淨智焰光雲)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공덕당(功德幢)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지일당(智日幢)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연화개부신(蓮華開敷身)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복덕엄정광(福德嚴淨光)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지염운(智焰雲)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비로자나월(毘盧遮那月)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장엄개대성왕(莊嚴蓋大聲王)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대용맹보지광명(大勇猛普智光明)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법계경계지월왕(法界境界智月王)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보현영상개오중생여허공심(普現影像開悟衆生如虛空心)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어언상적멸향(語言相寂滅香)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보운수순적정성(普震隨順 寂靜聲)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견고지무장광망(堅固智無障光網)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감로산위덕왕(甘露山威德王)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법해뢰음(法海雷音)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불허공광조(佛虛空光照)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월광녀상운(月光女相雲)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월면묘원만(月面妙圓滿)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묘각지구소마화광(妙覺智拘蘇摩華光)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보염산길상위덕(寶焰山吉祥威德)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광대공덕성수광(廣大功德星宿光)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구일체지삼매신(具一切智三昧身)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염원만신(焰圓滿身)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최승위덕보광명(最勝威德寶光明)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보지속질행(普智速疾行)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광염해문등(光焰海門燈)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대법궁전묘성왕(大法宮殿妙聲王)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무비공덕명칭당(無比功德名稱幢)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수비(修臂)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청정본원신변화월(淸淨本願神變化月)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허공지실의등(虛空智實義燈)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법상허공자재왕(法上虛空自在王)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비로자나덕장왕(毘盧遮那德藏王)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나라연법취(那羅延法聚)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제승지적당(諸乘智積幢)이며, 다음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법해묘련화(法海妙蓮華)이니, 이러한 육십백천억 나유타 부처님 이 그 겁 동안에 차례차례 계속하여 세상에 나셨는데, 내가 모두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였다.
가장 나중 부처님 이름은 광대환희출현위덕(廣大歡喜出現威德)이니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나셨다. 그 부처님이 서울로 들어 오시는데, 나는 그 때에 왕의 첫 부인이 되어 대왕과 함께 여러 가지 공양거리로 그 부처님께 공양하고, 부처님께 법문을 들으니 이름이 일체여래수생출현등(一切如來受生出現燈)이었고, 곧 차별한 지혜눈을 얻으니 이름이 관일체보살삼매해미세경계해탈문(觀一切菩薩三昧海微細境界解脫門)이었다.
선남자여, 나는 그 때에 이 해탈문을 얻고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항상 보살들과 함께 부지런히 닦으면서, 이러한 겁 동안에 한량없는 부처님을 모두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며 말씀하는 법대로 실행하였다. 어느 겁에는 한 부처님을 섬기고, 어느 겁에는 두 부처님을 섬기고, 어느 겁에는 세 부처님을 섬기었으며, 혹은 백 부처님 혹은 천 부처님을 섬기며, 어느 한 겁 동안에는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었고, 어느 겁 동안에는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을 만나서 모두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며 섬기었지만, 오히려 보살의 몸과 형상과 빛깔과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업과 과보와 삼매와 해탈의 모든 경계를 알지 못하였노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보살을 만나보고 일체지(一切智)를 위하여 모든 행을 닦을 적에, 혹 거스르거나 순종하거나 혹 의심하거나 믿거나 한 이는 보살이 모두 세간법 출세간법의 가지가지 방편으로 거두어 권속을 삼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도록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저 크게 기뻐 나타난 위덕 여래 계신 데서 이 온갖 보살의 삼매 바다의 미세한 경계를 관찰하는 해탈문을 얻고 백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항상 보살과 함께 닦아 익혔으며, 저렇게 오랜 겁 동안에 세상에 나타나는 부처님들을 모두 가까이 모시고 받들어 공양하였으며, 그 여래들께서 각각 다르게 말씀하시는 수다라를 따라서 수행하고 기억하고 잊지 아니하여 이 해탈문이 더욱 더욱 늘고 자라게 하였으며, 그리하여 가지가지 경전을 알고 가지가지 공덕 몸을 얻고, 가지가지 해탈문을 증득하고, 가지가지 삼세의 바다를 보고, 가지가지 부처님 세계에 나아가 여러 가지로 정각을 이루심을 보았으며, 가지가지 부처님 회상에 들어가 가지가지 보살의 원을 세우고, 가지가지 보살의 행을 행하며, 가지가지 보살의 해탈을 만족하였지만, 오히려 보살의 성취하는 보현의 해탈은 알지 못하였노라.
그 까닭은 보살이 얻은 보현의 해탈과 신통의 경계는 큰 허공과 같고, 중생의 이름과 같고, 삼세의 바다와 같고, 시방의 바다와 같고, 법계 바다와 같아서, 한량이 없고 가이없고 끝단 데가 없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의 얻은 보현의 해탈 법문을 여래의 경계와 같은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그러한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보살의 몸매 있는 경계를 살펴보기에 싫증냄이 없었노라.
마치 정욕이 많은 사람들은 남녀가 모이어서 서로 사랑하면서 한량없는 허망한 생각을 일으키고, 그 경계를 따라 변천함이 끝이 없는 것같이, 나도 그러한 겁에 보살의 몸을 살펴보면서,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잠깐마다 한량없고 끝이 없는 엄청난 세계가 가지가지로 생겨나고 가지가지로 벌여 있고, 가지가지로 장엄하고, 가지가지 형상이고, 가지가지로 의지하여 있고, 가지가지 분량이며 가지가지 세월이며 가지가지 경계선이며, 가지가지 산과 바다며 가지가지 땅이며 가지가지 구름이 덮였으며, 가지가지 이름이며, 가지가지 부처님이 나시어서 가지가지 보리 도량에서 가지가지 큰 신통을 나타내며, 가지가지 큰 대중 모임에서 가지가지 수다라를 연설하며, 가지가지 여러 교법[乘敎]을 세우며 가지가지 방편문을 열며, 가지가지 광명을 놓고, 가지가지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고, 가지가지 정수리에 물 붓는 법식 베푸는 것을 모두 보았노라.
또 보살의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잠깐마다 시방의 한량없는 부처님들이 가지가지 도량에 앉아서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법 수레를 운전하고, 가지가지 수다라를 연설하여 차례차례 계속되어 끊어지지 아니함을 항상 보았으며, 또 보살의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잠깐마다 시방의 모든 중생들의 머물러 사는 곳과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동작과 가지가지 업 짓는 것과 가지가지 근성과 가지가지 마음씨를 항상 보았으며, 또 보살의 낱낱 털구멍에서, 삼세의 보살 바다와 한량없는 행하는 문과 한량없는 큰 서원 바다와 한량없는 보살의 지위와 한량없는 바라밀과 한량없는 전생의 일과 한량없는 세계를 장엄하던 일과 한량없는 대자(大慈)의 문과 한량없는 대비(大悲)의 구름과 한량없이 정진하는 바다와 한량없이 기뻐하는 마음과 잠깐잠깐 동안 그지없는 중생을 거두어서 방편으로 조복하며 성숙케 하는 것을 모두 보았노라.
선남자여, 나는 그러한 세계의 티끌 수 겁에서 잠깐잠깐마다 이렇게 보살의 낱낱 털구멍에 있는 경계를 관찰할 적에 한 번 지난 데는 다시 지나지 아니하며, 한 번 본데는 다시 보지 아니하며, 한 번 들은 데는 다시 듣지 아니하며, 한 번 얻은 데는 다시 얻지 아니하였고, 내지 실달(悉達) 태자가 궁전 안에서 채녀에게 둘러싸임을 보았으며, 나는 또 해탈의 힘으로써 보살을 관찰하여 낱낱 털구멍에서 삼세 온갖 법계의 가이없는 경계를 보고 짬이 없는 데까지 깊이 들어갔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삼매 바다의 미세한 경계를 관찰하는 해탈문을 얻었을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여러 방편 바다를 성취하여 중생들과 평등하게 종류를 따르는 몸을 나타내어 모든 중생의 앞에 나타나며, 중생의 가지가지 근성을 따라 가지가지 교법(敎法)을 연설하며, 모든 털구멍에서 모두 한량없는 빛깔의 변화하는 바다 구름을 내며, 온갖 법이 본래 청정하여 성품 없는 것으로 성품을 삼는 줄을 알며, 모든 중생이 허공과 같아서 모양 없는 것으로 모양을 삼는 줄을 알며, 분별이 없는 끝까지의 해탈에 머물러서 복판과 가이없는 넓고 큰 경계를 나타내며, 부처님의 신통한 힘이 끝까지 진여와 같으면서 큰 서원을 따라 신통 변화를 널리 나타내는 줄을 알며, 한 생각에 넓고 큰 법계에 들어가서 온갖 법으로 자재하게 마음을 따라 달라지게 하며, 모든 법에 두루하는 지혜의 문을 얻어 보살들의 지위에서 유희하며, 온갖 번뇌 결사(結使)를 멀리 여의고 깨끗하고 원만한 지혜와 신통을 얻으며, 모든 중생이 끝까지 고요한 줄을 알면서 그들을 따라 몸을 나타내어 즐겁게 하며, 보살들과 더불어 평등한 인연으로 함께 모이어 서로 버리거나 여의지 아니하며, 끝까지 물러가지 않는 큰 신통을 얻고 모든 세계에 자재하게 다니며, 중생들을 따라 일부러 정각을 이루며, 모든 도량의 회상에 두루 앉아서 여러 갈래에서 태어남을 보이며, 물러가지 않는 수레를 타고 보살행을 행하여 보는 이와 듣는 이가 이익을 얻는 것이 큰 약나무와 같게 하고, 중생의 마음을 만족케 하는 것이 여의 보배와 같게 하며, 한 음성으로 두루 연설하여 모두 즐겁게 하며, 큰 지혜의 땅에 모든 법을 나란히 건설하며, 환술 같은 지혜와 신통이 법계에 두루하는 보살의 행과 지혜와 공덕이야, 내가 어떻게 알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이 때에 석가족의 여인인 구파(瞿波)는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세계에 큰 마니 비로자나 보배 연꽃 광 사자좌가 있는데,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이 앉아 계시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아야 모든 세간에 물들지 아니하며,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아야 모든 세간에 물들지 아니하며, 보살이 어떻게 자재한 힘을 얻어 모든 법에서 때를 멀리 여의며, 보살이 어떻게 믿는 힘[信樂力]을 얻어 부처님들을 항상 섬기면서 게으르지 아니하며, 보살이 어떻게 용맹하게 정진하는 힘을 얻어 보살들의 사업을 이루며, 보살이 어떻게 지혜의 힘을 얻어 번뇌의 장애를 멀리 여의며, 보살이 어떻게 깊은 알음알이를 얻어 듣는 법을 자연히 깨달으며, 보살이 어떻게 앞에 나타나는 힘을 얻어 보살의 관찰하는 지혜를 성취하며, 보살이 어떻게 두루하는 힘을 얻어 여러 여래 계신 데 나아가며, 보살이 어떻게 큰 서원의 힘을 얻어 온갖 중생 세계를 널리 거두며, 보살이 어떻게 물러가지 않는 힘을 얻어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보살의 행을 닦으며, 보살이 어떻게 관찰하는 힘을 얻어 모든 법을 보는 데 걸림이 없으며, 보살이 어떻게 반연하여 생기는 지혜를 얻어 모든 법이 모두 나[我]라 할 것이 없음을 보며, 보살이 어떻게 순종하는 지혜를 얻어 모든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알며, 보살이 어떻게 미세한 지혜를 얻어 모든 법의 자체 성품을 잘 관찰하며, 보살이 어떻게 신통한 지혜를 얻어 중생들에게 비밀한 것을 말하며, 보살이 어떻게 큰 서원을 일으켜 중생들의 선근을 자라게 하기를 쉬지 아니하며, 보살이 어떻게 부처님과 보살과 성문과 독각들을 가까이 모시고 섬기기를 끊임없이 하는가라고 물으라.”
이 때에 석가족 여인인 구파는 이 해탈문의 이치를 다시 펴고자 하여,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선재동자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어느 중생이 여러 보살의 가지가지
보리행을 닦아 모음을 보고 착하거나 착하잖은
마음을 내면 모두 다 거두어서 이익하나니
지난 옛적 백 세계의 티끌 수보다 곱이
넘는 오랜 옛적 겁이 있으니 평등하고
깨끗한 장엄겁이요 세계 이름 가장 좋은
수미산 광명.
그 겁 동안 그 세계에 나신 부처님 삼십육억
나유타 차례로 계속 맨 나중에 나타나신
부처님 이름 바른 법의 짐대로서 세간의
등불.
그 때에 그 부처님 열반하신 뒤 임금
이름 지혜 위덕 산이 계시어 자재하게
남섬부주 통치하시며 위력으로 원수 대적
굴복하시고
그 임금이 오백 왕자 두시었는데 단정하고
용맹하여 이길 이 없고 밝은 지혜 좋은
방편 뛰어나더니 중생들이 사모하기 싫은
줄 몰라.
그 임금과 왕자들의 마음이 깨끗 부처님의
바른 법을 깊이 믿으며 받아 지녀 수호하고
닦아 행하고 용맹하게 정진하여 물러 안
가네.
그 임금의 태자 이름 불꽃 빛이니 삼십이상
구족하여 장엄하시고 때를 여읜 모든 공덕
원만하여서 간 데마다 모든 중생 이익하더니
오백억 권속들을 모두 데리고 법문 듣고
출가하여 도를 배울 제 한결같이 부지런히
범행(梵行) 닦으며 용맹하게 부처님 법
수호하더라.
그 때에 왕도(王都) 이름 지혜 나무니
천억 성이 구족하게 둘러 있었고 숲 이름은
고요하고 큰 길상이니 보배 나무 훌륭하게
장엄하니라.
불꽃 빛 보살 태자 그 가운데서 대중에게
부처님의 법을 말하니 말솜씨와 밝은 지혜
다함이 없어 듣는 이들 번뇌 망상 소멸케
하네.
어느 때에 보살 태자 밥을 빌려고 가사
입고 발우 들고 왕성(王城) 들어가 위의
있고 정중하게 걸어가시며 정당하게 보는
마음 산란치 않아
이 때에 성(城) 안에 장자 있으니 이름은
소문 높은 즐거운 짐대 그 댁에 동녀로서
태어난 나는 이름이 맑은 햇빛 단정한
모양
그 때 내가 이 보살을 멀리서 보니 생각
지혜 깨끗하게 앞에 나타나 여러 기관
조복되고 몸매가 엄숙 오고 가는 모든
위의 두루 고요해
차례로 밥을 빌어 내 집에 오매 한 번
보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어 내가 입은
영락들과 장엄거리를 벗어 정을 얹어 진주까지
발우에 넣고
그 때 비록 물든 사랑 마음이지만 불꽃
빛 보살님께 공양하옵고 그 뒤부터 나쁜
갈래 나지 않고서 언제나 천상 인간 태어나노라.
이백오십 큰 겁 동안 오랜 세월에 날
적마다 훌륭하온 여자 몸 되어 불꽃 보살
공부하는 곳을 보면서 모든 몸매 때 없는
몸 장엄하였고
이백오십 많은 겁을 다 지나고는 잘 나타난[善現]
어머니의 집에 태어나 단정하고 고운 몸매
동녀가 되니 이름이 갖추 예쁜 길상 아가씨.
나는 처음 위덕주 태자 뵈옵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어 늘 모시고 수행하기
원하였더니 지난 세상 인연 깊어 허락되었소.
나는 그 때 기쁜 마음 태자를 따라 해보다
빛나신 몸 부처님께 가 크고 넓은 보리
마음 함께 내어서 공양하고 법문 듣고
즐겨했노라.
한 겁 동안 이 세상에 나신 부처님 육십천억
나유타로 세계 되는데 나중 나신 부처님은
해탈한 광명 차례차례 내가 모두 공양하였고
맨 나중 여래가 계신 곳에서 법 깨닫는
깨끗한 맘 내가 얻었고 생멸 없는 법의
성품 관찰하고서 숙명통을 성취하고 번뇌를
소멸.
보살의 삼매 바다 미세한 경계 관찰하는
해탈문을 증득한 뒤에 시방의 셀 수 없는
세계 바다를 한 생각에 내가 능히 들어가노라.
한량없는 모든 세계 두루 살피니 깨끗한
것 더러운 것 다르지마는 더러운 세계라도
미워 안하고 깨끗한 세계라고 탐하지 않아
시방의 온갖 세계 모두 보나니 한량없는
세계마다 보리 도량에 여래들 두루 계셔
광명 놓으심 나는 벌써 한 생각에 모두
다 알고
저 부처님 계신 곳에 모인 대중들 나는
능히 한 생각에 다 들어가서 그 대중의
닦는 행과 삼매와 해탈 신통한 지혜 힘을
모두 아노니
저 대중의 닦으시는 넓고 큰 행과 그
지위와 바라밀과 모든 방편과 그지없이
굳게 세운 서원 바다에 생각마다 속속들이
들어가노라.
내가 보니 보살들의 잘생긴 몸매 털구멍
구멍마다 신통하온 일 오랜 세월 묘한
행을 함께 닦으며 끝간 데를 구하여도
찾을 수 없어.
하나하나 털구멍에 있는 세계가 말로는
할 수 없는 엄청난 수효 그 속에서 지륜(地輪)
수륜 화륜 풍륜을 낱낱이 용납하고 섞이지
않아
저러한 모든 세계 건설된 것과 형상과
이름들도 각각 다르고 그 세계의 가지각색
중생의 몸도 빛깔 모양 장엄들이 한량이
없고
나는 또 이 해탈문 힘을 의지해 시방의
온갖 세계 낱낱이 보니 부처님의 화신들이
그 속에 가득 한량없는 중생들을 조복하시네.
한량없는 겁 동안에 행을 닦아서 부처님들
신통력을 본다 하여도 이 보살의 몸과
마음 깊은 지혜와 행하시는 보리 길은
알 수가 없네.
이 때에 선재동자는 이 법문을 듣고는 구파(瞿波)에게 절하고 백천 겹을 돌고 공손히 우러르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리워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