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구족 우바이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놀면서 존경하는 마음을 내어,그 때에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따라서 바른 생각으로 관찰하고 은근하게 앙모하여 마음이 만족한 줄을 모르는 것이 마치 큰 바다가 많은 비를 받으며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는 듯하여 이렇게 생각하였다.
‘선지식의 가르침은 마치 봄 날씨 같아서 모든 선한 법의 싹을 자라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마치 가을 달과 같아서 비추는 데마다 몸과 마음이 서늘하여지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마치 여름날 설산과 같아서 모든 짐승의 답답한 갈증을 덜어주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연못에 쪼이는 햇빛 같아서 모든 착한 마음의 연꽃을 피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일정(日精) 마니와 같아서 중생들을 비추어 법보 있는 곳에 이르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염부 나무와 같아서 온갖 복과 지혜의 꽃과 열매를 열리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용왕과 같아서 마음대로 법의 구름과 비를 일으키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묘고산과 같아서 여러 가지 샘이 없는[無漏] 공덕을 쌓아서 33천이 장엄하게 머물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제석천왕과 같아서 모든 공덕천에게 호위되어 애정과 잘못된 소견의 아수라 군대를 물리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해별주성(海別住城)에 이르러 여러 곳으로 다니며 구족 우바이를 찾았다. 이 때에 여러 사람들은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 우바이는 이 성중에 있는 자기 집에 있습니다.”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그 문 앞에 나아가 합장하고 서서 살펴보았다. 집은 엄청나게 넓고 화려하여 가지가지로 장엄되었으며, 보배로 쌓은 담이 사면으로 둘려 있고, 사방에는 보배로 장엄한 문이 있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니 구족 우바이가 보배로 꾸민 평상에 앉아 있는데, 젊은 나이에 아름다운 태도로 용모가 단정하며, 화만 영락을 차리지 아니하고 소복 단장에 머리카락을 드리웠으며, 위의와 광채가 유난하여 보는 이마다 기뻐하니, 부처님과 보살을 제하고는 짝할 이 없으며, 특수한 위력과 넓고 큰 마음이 있어, 중생들로 보고 듣는 이는 모두 존경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내게 되었다.
집 안에는 십억 자리를 놓았으니 인간이나 천상의 것으로 비교할 수 없고, 모든 것이 다 보살의 업력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방 안에는 옷이나 음식이나 다른 장신구가 없고, 평상 앞에 조그마한 그릇 하나를 놓았을 뿐이며, 십천의 아가씨들이 호위하였는데, 모두 아름다운 보배로 몸을 단장하였고, 음성이 화평하며, 항상 좌우에 모시고 있어 받들어 섬기되 게으른 생각이 없으며, 몸에서는 미묘한 향기가 나와 온 성 안과 공중에 널리 퍼지며, 이 세상과 천상 사람으로서 이 향기를 맡은 이는 보리의 마음이 물러나지 아니하며, 다른 중생들도 이 향기를 맡기만 하면 몸과 마음이 부드러워져서, 성내는 마음이 없고 원망하는 마음이 없으며, 간탐하는 마음·질투하는 마음·아첨하는 마음·속이는 마음·왜곡된 마음·탐내는 마음·미워하는 마음·거짓된 마음·하열한 마음·교만한 마음·사특한 마음·장애되는 마음·고집하는 마음이 모두 없어지고, 평등한 마음에 머물러 자비심을 일으키며, 이익케 하려는 마음을 내고, 계율을 가지는 마음으로 탐욕을 여의게 되므로 그 소문을 듣는 이는 환희하여 뛰놀고 그 몸매를 보는 이는 모두 더럽게 물드는 마음을 여의었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앞에 나아가 우바이 발에 경례하고 오른쪽으로 돌아 공경하고 합장하여 서서 이렇게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니,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나이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저를 위하여 말씀해 주소서.”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그지없는 복덕으로 장엄한 해탈문을 얻었으므로 이 조그만 그릇 속에서,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욕망을 따라 가지가지 달고 맛난 훌륭한 음식을 내는데, 빛깔이나 향기가 맛이나 촉각(觸覺)이 구족하였느니라.
선남자여, 이 조그만 그릇에서 나오는 음식은, 설사 백 중생·천 중생·백천 중생·억 중생·백억 중생·천억 중생·백천억 중생·나유타 중생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중생이거나, 염부제의 티끌 수 중생이거나, 사천하의 티끌 수 중생이거나, 소천 세계 티끌 수 중생·중천 세계 티끌 수 중생, 대천 세계 티끌 수 중생이거나,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중생이거나, 시방 모든 세계의 티끌 수 중생이라도 모두 그 욕망을 따라 배부르게 먹으면, 기갈이 소멸되고 몸과 마음이 안락하며 지혜가 더욱 자라지마는, 그래도 이 음식은 없어지지 아니할 뿐 아니라 적어지지도 아니하는 것이니라.
또 이 그릇에서는 음식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지가지 상좌(牀座)와 가지가지 좌복과 가지가지 채단·가지가지 의복·가지가지 수레·가지가지 깃발·가지가지 일산·가지가지 화만·가지가지 영락·가지가지 보물과 가지가지 흩는 향과 가지가지 환 지은 향·가지가지 바르는 향·가지가지 사르는 향·가지가지 가루 향과 내지 가지가지 법다운 도구를 내어서, 사람이 오는 대로 넓은 마음으로 베풀어 주고, 원수·친한 이·귀한 사람·천한 사람·가난한 이·부자를 가리지 않고 원하는 대로 풍족하게 하므로 모두 나에게 존중하는 마음과 공경하는 마음과 싫증 없는 마음과 굴복하는 마음을 내느니라.
선남자여, 가령 동방의 한 세계 중생들로서 성문법을 닦거나 연각법을 닦는 이가 내 음식을 먹으면, 모두 성문과(果)나 연각과를 증득하여 맨 나중 몸에 머물게 되며, 한 세계 중생이 그러한 것같이 차례차례로 백 세계 중생, 천 세계 중생, 백천 세계·억 세계·백억 세계·천억 세계·백천억 세계·백천억 나유타 세계·염부제의 티끌 수 세계·한 사천하의 티끌 수 세계·소천 세계 티끌 수 세계·중천 세계 티끌 수 세계·대천 세계 티끌 수 세계와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있는 모든 중생으로서, 성문법을 닦거나 연각법을 닦는 이가 내 음식을 먹으면, 모두 성문과나 연각과를 증득하며 맨 나중 몸에 머물게 되나니, 남방·서방·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하방 세계의 중생들도 역시 그러하니라.
또 선남자여, 동방의 한 세계와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 중에 있는 맨 나중 몸에 머무른 보살이 내 음식을 먹으면, 모두 가장 좋은 보리도량에 나아가 마군을 항복 받고 정각을 이루게 되는 것 같이, 남방·서방·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하방에 있는 한 세계와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 중에 있는 맨 나중 몸에 머무른 보살들이 내 음식을 먹으면, 모두 가장 좋은 보리도량에 나아가 마군을 항복 받고 정각을 이루게 되느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십천의 아가씨 권속들을 보았는가?” “보았나이다.”
우바이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에게 딸린 보살 권속이 백만 아승기인데 이 십천의 아가씨가 으뜸이 되었으니 모두 나와 함께 같은 수행을 하였으므로 큰 서원이 같고, 선근이 같고, 벗어나는 도가 같고, 청정한 이해가 같고, 청정한 신심이 같고, 청정한 생각이 같고, 청정한 지취[趣]가 같고, 청정한 지혜가 같으며, 한량없는 깨달음이 같고, 깨끗한 감관[根]이 같고, 두루한 마음이 같고, 넓고 큰 마음이 같고, 행하는 경계가 같고, 증득한 이치가 같고, 결정된 알음알이가 같고, 분명히 아는 법이 같고, 깨끗하고 묘한 빛깔이 같고, 한량없는 힘이 같고, 꾸준히 나아감이 같고, 바른 법의 소리가 같고, 종류를 따르는 음성이 같고, 청정한 음성이 같고, 제일가는 음성이 같고, 공덕을 찬탄함이 같고, 청정한 업이 같고, 청정한 과보가 같고, 넓고 크게 사랑함이 같고, 두루하게 불쌍히 여김이 같고, 널리 구호함이 같고, 두루 성숙함이 같으며, 몸으로 짓는 깨끗한 업이 같아서 인연을 따라 나타나면 보는 이가 모두 즐거워하며, 말로 짓는 깨끗한 업이 같아서 법에 자재하여 세속을 따라 해석하여 교화를 펴며, 모든 부처님 도량에 함께 나아가며, 모든 부처님 계신 데 함께 가서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깨달은 지혜가 같아서 부처님들의 차별한 법문을 모두 알며, 모든 보살의 청정한 행에 머무는 것이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십천의 아가씨들이 이 음식을 가지고 잠깐 동안에 시방세계에 골고루 가서, 맨 나중 몸에 머무른 모든 보살께 공양하고, 또 모든 성문과 연각에게 공양하며, 내지 시방세계의 아귀 갈래에까지 두루 나아가 모두 배부르게 먹고 기갈을 덜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이 십천의 아가씨가 또 이 음식을 가지고, 하늘에 가서는 하늘 사람들의 식성을 만족케 하고, 용에게 가서는 용들의 식성을 만족케 하며, 내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데까지 가서 그들의 요구하는 대로 음식을 베풀어 주어 배부르도록 먹게 하여도, 나의 그릇 속에 음식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거늘 어찌 다함이 있겠는가. 선남자여, 잠깐만 기다리면 그러한 사실을 보게 되리라.”
이렇게 말할 때에 선재동자는 한량없는 중생들이 네 문으로 들어 오는 것을 보았다. 이것은 모두 이 우바이가 본래의 서원으로 청한 것이며, 모여 온 뒤에는 상좌를 펴고 앉게 하고, 그들의 요구하는 대로 음식과 내지 가지가지 훌륭한 도구들을 주어 마음이 만족케 하였으며, 그들이 환희한 마음을 내고 편안하고 기뻐서 모두 좋아하며 서로 위로하였으나 그릇에서 나오는 물건은 줄어들지도 않고 끝이 나지도 아니하였다. 우바이는 이렇게 보시하고 나서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그지없는 복덕으로 장엄한 해탈문을 아는 것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의 그지없는 큰 장엄광은 깊고 깊어 밑이 없는 것이 바다와 같고, 크고 넓어 가이없는 것은 허공과 같고, 중생들의 마음을 만족하기는 여의주와 같고, 구하는 대로 얻게 되기는 큰 보배 더미 같고, 모든 것을 옹호하기로는 윤위산과 같고, 선근을 자라게 하기는 큰 비와 같고, 법광을 수호하기는 자물쇠와 같고, 법보를 모으기는 묘고산과 같고, 무명의 어둠을 깨뜨리기는 등불과 같고, 중생에게 그늘을 만들기는 일산과 같으니, 이런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대유성(大有城)이 있고 그 성에 구족지(具足智)라고 하는 장자가 있으니,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