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본수능엄경(正本首楞嚴經) 06券
그때에 관세음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부처님께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생각해보니 옛날 수없이 많은 항하사 겁 이전 어느 때에 어떤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그 이름이 관세음 보살이었습니다. 저는 그 부처님으로 인하여 보리심을 발하였더니 그 부처님께서 저를 가르치시되 듣는 것으로부터 생각하고 닦아서 삼마지에 들어가라고 하셨습니다. 처음 듣는 가운데에 흐름에 들어가되 처소가 없어서 들어간 곳이 이미 고요해져서 움직이고 고요한 두 모양이 또렷이 생기지 아니하거늘 이와 같이 점점 더해서 듣는 놈과 들을 대상이 다 끊어지며 듣는 놈이 다 끊어진 것도 머물지 아니하여 깨닫는 놈과 깨달을 대상이 공(空)하였으며 공(空)한 깨달음이 아주 원만하여 공한 것도 공할 것도 없어졌더니 나고 없어짐이 이미 끊어진지라 끊어져 고요함이 앞에 나타나더이다. 홀연히 세간과 출세간을 초월하여 시방이 원만하게 밝아져서 두 가지 수승함을 얻었으니, 하나는 위로 시방에 모든 부처님의 본각인 오묘한 마음을 합하여 부처님의 인자하신 힘과 동일하게 된 것이고, 둘째는 아래로 시방의 여섯 갈래의 모든 중생과 합하여 중생으로 더불어 비앙(悲仰)이 동일함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관음여래를 공양하므로 인해서 그 여래께서 저에게 허깨비와 같이 듣는 놈을 비추어 보고, 듣는 놈을 닦는 금강삼매를 일러 주심으로 말미암아 부처님과 사랑스러운 힘이 같아졌으므로 저의 몸으로 하여금 서른 두 가지 응신을 이루어서 여러 국토에 들어갈 수 있게 하여주셨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모든 보살이 삼마지에 들어가서 새는 것이 없어지는 수행을 하여 수승한 깨달음이 원만하게 나타나면 저는 그 사람의 앞에서 부처님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하여 설법해서 그로 하여금 해탈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모든 유학들이 고요하고 오묘하게 밝아서 열두 가지 인연을 끊고서 인연이 끊긴 수승한 성품에 수승하고 오묘한 것이 원만하게 나타나면 저는 그의 앞에 벽지불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해탈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여러 유학들이 사제[苦, 集, 滅, 道]가 공한 것임을 깨달아서 도를 닦아 멸함에 들어가 수승한 성품이 원만하게 나타나면 저는 그의 앞에 성문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해탈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모든 중생이 욕심을 밝게 깨달아서 욕심의 티끌을 범하지 아니하고 욕심덩어리의 이 몸이 청정해지면 저는 그의 앞에 범왕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모든 중생이 천주(天主)가 되어 여러 하늘을 통솔하고자 하면 저는 그 앞에 제석(帝釋)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모든 중생이 욕심으로 뭉쳐진 몸뚱이가 자유롭게 되어서 시방에 나다니게 되면 나는 그의 앞에 자재천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모든 중생이 욕심으로 뭉쳐진 몸이 자재하게 되어 허공에 날아다니거든 저는 그의 앞에 대자재천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모든 중생이 귀신을 통솔하여 국토를 구호하기를 좋아하면 저는 그의 앞에 하늘의 대장군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모든 중생이 세계를 통솔하여 중생을 보호하기를 좋아하면 저는 그의 앞에 사천왕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모든 중생이 천궁에 나서 다시 귀신을 부리기를 좋아하면 저는 그의 앞에 서천왕국 태자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모든 중생이 인간 세상에 왕이 되기를 좋아하면 저는 그의 앞에 인간 세상의 왕으로 나타나서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중생이 족성의 맹주가 되어 세상에서 추앙받기를 좋아하면 저는 그의 앞에 부자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모든 중생이 유명한 말을 하여 청정하게 살기를 좋아하면 저는 그의 앞에 거사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모든 중생이 국토를 다스려서 나라를 쪼개어 제도를 바로 잡기를 좋아하면 저는 그의 앞에 재상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모든 중생이 술수로서 자신을 호위하며 살기를 좋아하면 저는 그의 앞에 바라문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어떤 남자가 배우기를 좋아하여 출가하여 계율을 지키면 저는 그의 앞에 비구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어떤 여자가 배우기를 좋아하여 출가하여 금하는 계율을 지키면 저는 그의 앞에 비구니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어떤 남자가가 다섯 가지 계율을 지키기를 즐거워하면 저는 그의 앞에 우바새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어떤 여자가 다섯 가지 계율을 잘 지키면 저는 그의 앞에 우바이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어떤 여인이 내부 살림으로 입신하여 가정과 나라를 다스리려고 하면 저는 그의 앞에 여주인의 몸이니 왕의 부인 혹은 대신의 부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어떤 정숙한 사내가 남근(男根)을 더럽히지 아니하려고 하면 저는 그의 앞에 동남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어떤 처녀가 처녀의 몸으로 있기를 좋아하여 난폭한 침략을 당하지 않으려고 하면 저는 그의 앞에 동녀의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천룡,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사람, 사람 아닌 것 등이 그 무리에서 벗어나기를 좋아하면 저는 그의 앞에 모두 그가 원하는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들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사오며, 만약 어떤 중생이 역사(力士)가 되어서 직접 악마와 원수를 항복받고자 하면 저는 그의 앞에 금강을 잡은 큰 힘을 지닌 몸으로 나타나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로 하여금 성취하도록 하겠나이다.
이것을 이름하여 오묘하고 청정한 서른 두 가지 응신으로 국토에 들어가는 몸이라 하나니 모두가 삼매에서 듣는 놈을 훈습하고 듣는 놈을 닦아 작위가 없는 오묘한 힘으로써 자재함을 성취한 것이니라.
세존이시여! 저는 또다시 이 듣는 놈을 훈습하고 듣는 놈을 닦는 금강삼매의 작위가 없이 오묘한 힘으로 시방 삼세 육도의 모든 중생으로 더불어 애절한 우러름이 같으므로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저의 몸과 마음에서 열 네 가지 두려움 없는 공덕을 얻게 하겠나이다. 불 속에 들어가더라도 그 불이 태우지 못하게 하겠으며, 셋째는 보고 듣는 놈을 돌이켜 회복하였으므로 중생으로 하여금 큰 물에 떠내려가더라도 그 물이 빠뜨리지 못하게 하겠으며, 넷째는 허망한 생각을 끊어 없애서 마음에 살해할 생각이 없으므로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귀신의 세계에 들어가더라도 그 귀신이 해칠 수 없도록 하겠으며, 다섯째는 듣는 놈을 훈습하여 그 듣는 성품을 성취시켜 여섯 개의 감각기관을 없애고 다시 회복시켜 소리를 듣는 것과 같으므로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피해를 당하게 되더라도 칼이 동강동강 부러져서 병장기로 하여금 물을 베이는 듯하고 또한 빛을 부는 듯하여 본래의 성품이 흔들림이 없게 하겠으며, 여섯째는 듣는 놈을 훈습함이 정밀하고 밝아서 그 밝음이 법계에 두루 비치어 모든 어두움이 그 성품을 온전하게 보전하지 못하므로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야차와 나찰과 구반다 귀신과 비사자와 부단나 등이 비록 그 곁에 가까이 가더라도 눈으로 볼 수 없게 하겠으며, 일곱째는 소리의 성품이 원만하게 사라지고 보고 듣는 놈을 돌이켜 들어가서 모든 허망한 대상인 물질의 현상을 여의었으므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구금하여 얽어매고 가두고 구속함이 조금도 붙을 수 없게 하겠으며, 여덟째는 소리가 없어지고 들음이 원만하게 되어 인자한 힘을 두루 내므로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험악한 길을 지나게 하더라도 도적이 겁탈할 수 없게 하겠으며, 아홉째는 들음을 훈습하고 대상인 물질을 여의어서 색(色)이 겁탈하지 못하므로 일체의 많은 음욕으로 성품에 장애가 생긴 모든 아전가로 하여금 탐욕을 영원히 여의도록 하겠으며, 열째는 순수한 소리는 허망한 티끌이 없어서 감각기관과 그 대상이 원융해져서 상대하는 놈과 상대될 대상이 없으므로 일체의 성내고 한스러운 성품의 장애가 있는 모든 아전가로 하여금 진노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하겠으며, 열한 번째는 허망한 티끌이 사그라지고 밝음을 돌이켜서 법계와 몸과 마음이 마치 유리처럼 맑아서 밝게 사무쳐 막힘이 없으므로 일체의 어둡고 둔한 성품이 막힌 모든 아전가로 하여금 어리석음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하겠으며, 열두 번째는 형상이 융화하고 듣는 놈을 회복시켜 도량을 움직이지 아니하고 세간에 들어가되 세계를 무너뜨리지 아니하여 시방에 두 남자가 태어나게 하겠으며, 열세 번째는 여섯 개의 감각기관이 원만하게 통해서 밝게 비침이 둘이 아니므로 시방의 법계를 포함하여 대원경(大圓鏡)과 공여래장(空如來臧)을 성립하여 시방의 작은 먼지같이 많은 여래의 비밀스러운 법문을 순종하여 그를 이어받아 잃지 않았으므로 법계에 자식이 없는 중생들이 여자를 구하려는 자로 하여금 단정하고 복덕이 있고 유순하여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고 공경할만한 잘 생긴 딸을 탄생하게 하겠으며, 열 넷째는 이 삼천세계의 백억이나 되는 해와 달에서 세간에 현재 머무는 모든 법왕자가 六十二억의 항하강 모래 수와 같이 많이 있으니 법을 닦고 모범을 보여서 중생을 교화시키며 중생을 잘 따르게 하는 방편과 지혜가 각각 같지 않지만, 제가 얻은 원만하게 통한 근본이 오묘한 귀로부터 발한 다음에 몸과 마음이 미묘하게 포용해서 법계에 두루하였으므로 중생으로 하여금 저의 이름만 불러도 저들이 六十二억의 법왕자를 함께 부르는 것과 두 사람의 복덕이 똑같아서 다를 것이 없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 한 사람의 이름이 저 많은 이의 이름과 다르지 아니한 것은 제가 닦아 익혀서 참으로 원만하게 통함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열네 가지 두려움 없는 힘을 베풀어 중생에게 복을 주는 것이라고 이름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이 원만하게 통함을 얻어서 위없는 도를 닦아 증득하였으므로 또 네 가지 생각으로 헤아리지 못할 작위 없는 오묘한 덕을 얻을 수 있었사오니, 첫째는 제가 처음으로 오묘하고 오묘한 듣는 마음을 얻고서 마음이 청밀해지고 들음을 버릴 수가 있게 되어 보고 듣고 깨닫고 느끼는 것이 따로이 막히는 것이 없어서 하나로 원만하게 융통하고 청정한 보배의 깨달음을 이루었으므로 저는 여러 가지 오묘한 용모를 나타내며 그지없는 비밀스러운 신주를 말하노니, 그 가운데 혹 머리가 하나나 셋 또는 다섯, 일곱, 아홉, 열 하나로 나타나기도 하며 이와 같이 一백 八에서부터 천, 만, 八만 四천의 삭가라 머리를 나타내기도 하며, 혹은 팔이 둘, 넷, 여섯, 여덟, 열, 열둘로 나타나며 이와 같이 一백 八에서부터 천, 만, 八만 四천의 모타라 팔을 나타내기도 하고, 혹 눈이 둘, 셋, 넷, 다섯, 여섯, 아홉으로 나타나며 이와 같이 一백 八에서부터 천, 만, 八만 四천의 청정한 보배의 눈을 나타내기도 해서 때로는 자비, 때로는 위엄, 때로는 바른 선정, 때로는 지혜로 중생을 구호하되 크게 자재함을 얻게 하겠나이다.
둘째는 제가 듣고 생각하는 것으로 말미암아 여섯 가지 대상인 물질에서 벗어남이 마치 소리가 담을 넘어가는 것과 같아서 이를 막을 수가 없으므로 저의 오묘한 능력이 갖가지 형상을 나타내어 갖가지 주문을 외우되 그 형상과 그 주문이 두려움이 없음으로써 중생에게 베푸나니 이런 때문에 시방의 작은 티끌같이 많은 국토에서 모두 저를 이름하여 두려움 없이 베푸는 자라고 합니다.
셋째는 제가 본래 오묘하고 원만하게 통한 청정한 본근(本根)을 닦고 익힘으로 말미암아 다니는바 세계의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몸과 귀중한 보배를 버리고서 저의 가엾고 불쌍하게 여겨줌을 구하게 하였습니다.
넷째는 제가 부처님의 마음을 얻어 최후의 것까지 증득하고 여러 가지 귀중한 보배로써 시방의 여래를 공양하며, 그 밖에 법계의 육도중생에게까지 미치어서 아내를 구하면 아내를 얻게 하고, 아들을 구하면 아들을 얻게 하고, 삼매를 구하면 삼매를 얻게 하고, 오래 살기를 구하면 오래 삶을 얻게 하며, 이와 같이 큰 열반을 구하면 큰 열반까지도 얻게 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원만하게 통한 원인을 물으신다면 저의 생각으로는 귀를 따라 원만하게 비추는 삼매로 말미암아 반연하는 마음이 자재하게 되어서 흐름에 들어가는 현상으로 인하여 삼마지를 얻고 보리를 성취하는 것이 제일인가 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저 부처님께서 제가 원만하게 통하는 법문을 훌륭하게 증득하였다고 찬탄하시고 큰 모임에서 저에게 수기하여’관세음’이라 하였으니 이는 저의 들음을 관하므로 말미암아서 시방이 원만하게 밝았으므로 관세음이란 이름이 시방세계에 두루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때에 세존께서 사자좌에서 온몸으로부터 보배의 광명을 내시어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여러 법왕자 보살들의 이마 위에 잇대게 하시고 저 모든 여래도 온 몸에서 함께 보배의 빛을 내시어 티끌처럼 많은 곳을 거쳐 와서 부처님의 정상에 잇대시며 아울러 모임 중의 모든 큰 보살과 아라한에게까지 잇대었으니, 숲 속의 나무와 웅덩이 늪까지도 모두 진리를 연설하며 광명이 교차되어 서로 펼쳐짐이 마치 보배의 실로 짠 그물과 같거늘 이 모든 대중들이 일찍이 없었던 일을 얻었으며 모두가 널리 금강삼매를 얻었다. 그때에 하늘에서 온갖 보배 연꽃이 비처럼 내려서 푸르고 누렇고 붉고 흰 것이 찬란하게 사이사이 섞였으며, 시방의 허공이 일곱 가지 보배의 색깔을 이루었으니 이 사바세계의 땅덩이와 산과 강은 일제히 보이지 않고 오직 보이는 것은 시방의 작은 티끌처럼 많은 국토가 합하여 한 세계가 된 것이며 범패와 노래 소리가 자연히 울려 퍼졌다.
그때에 세존께서 문수사리법왕자보살에게 말씀하시기를 너는 지금 이 二十五명의 배울 것이 없는 모든 보살들과 아라한을 관찰하여라, 각각 최초의 도를 이룬 방편을 말하되 모두 진실하고 원만하게 통함을 닦았다고 하였나니 그들의 수행은 진실로 우열도 앞뒤의 차별도 없는 것이겠으나 내가 지금 아난으로 하여금 깨닫게 하고자 하노니 스물다섯 가지 수행 중에서 어느 것이 그의 근기에 적당하겠으며, 그리고 내가 멸도한 뒤에 이 세계의 중생들이 보살승에 들어가서 위없는 도를 구하려면 어떤 방편의 문이라야 쉽게 성취할 수 있겠느냐?
문수보살이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부처님의 위엄스럽고 신통함을 받들어 게송을 읊어 부처님에게 대답하였다.
깨달음의 바다 그 성품 맑고 둥글어
둥글고 맑은 깨달음이 원래 오묘하더이다.
원래 밝음이 비치어 대상이 생기니
그 대상이 생기면 밝은 성품이 없어지네.
혼미하고 허망하여 허공이 있거늘
허공을 의지하여 세계가 성립되네.
생각이 엉켜서 국토가 이뤄지고
허망한 깨달음이 중생이 되나이다.
허공이 대각(大覺) 중에서 생겨남이
마치 바다에서 물거품이 일어나는 듯하니
새는 것이 있는 작은 티끌 같이 많은 국토가
모두 허공에 의하여 생기는 것이네.
물거품이 없어지면 허공도 본래 없을 것이거든
더구나 다시 삼유(三有)가 있겠습니까?
본원(本元)으로 돌아가면 성품이 둘이 아니나
돌아가는 방편으로는 여러 문이 있다네.
성인의 성품으로는 통하지 않음이 없어
순하고 거스림이 모두가 방편이지만
초심자로서 삼매에 들어갈 적엔
더디고 빠름이 같지 않다네.
색(色)은 생각이 맺히어 이루어진 티끌
정밀하고 또렷함으로도 통할 수가 없으니
이렇게 명철(明哲)하지 못한 것으로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음성은 섞여진 언어이므로
다만 이름과 구절과 의미뿐이니
한마디 말이 일체를 포함할 수 없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향기는 코와 만나야만 느낄 수 있고
코를 떠나서는 원래가 있는 것이 아니니
항상 깨닫는 것이 아니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맛보는 성품은 본래 자연 그대로가 아니라서
맛볼 때에만 있는 것이니
그 느낌이 항상한 것이 아니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감촉은 감촉하는 대상으로 인해 느끼고
그 감촉의 대상이 없으면 감촉을 느낄 수가 없나니
합하고 여읨에 성품이 일정치 않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법은 내진(內塵)이라고 하는데
내진에 의한 것이면 반드시 처소가 있으리니
주체와 객체가 널리 통하지 못하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보는 성품이 밝다고 하여도
앞만 밝고 뒤는 밝지 못하여
사유(四維)에서 하나 반이 모자라거니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코로 숨 쉬는 것은 들고 남에 통하기는 하나
교차하는 순간에는 기운이 없어
연속하여 들어가지 못하거니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혀는 무단히 들어가지 않는지라
맛을 통해야만 느낌이 생기나니
그 맛이 없으면 느끼는 것이 없게 되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몸은 감촉하는 대상과 같아서
각각 원만하게 깨닫고 보지 못하나니
몸과 감촉의 한계가 있어 서로 합하지 못하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지근(知根)은 어지러운 생각이 섞이어
밝은 지혜를 보지 못하나니
허망한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보는 의식은 세 가지 조화가 섞인 것이니
근본을 따져보면 실상이 아니니
자체가 애당초 결정됨이 없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마음으로 들음이 시방세계에 통하는 것은
큰 인연의 힘에서 생긴 것이니
초심자로는 들어갈 수가 없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코에 생각을 두라 함은 본래가 방편이므로
다만 마음에 붙들어서 머물게 하심이니
머무는 것은 마음이 머무는 것이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법을 설하여 말과 글로 희롱함은
깨달아 앎을 먼저 이룬 것이니
말과 글귀는 샘이 없는 것이 아니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계율을 지킴은 몸만을 단속하는 것
몸이 아니면 단속할 것이 없으니
원래가 일체에 두루하지 아니한 것이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신통은 본래 속세의 인연이니
법분별(法分別)과 무슨 관계가 있으오리까?
생각과 인연은 물질을 여읜 것이 아니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 땅의 성품으로써 관찰하건댄
굳게 막혀서 통달함이 아니며
작위가 있으면 성인의 성품이 아니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 물의 성품으로써 관찰하건댄
상념(想念)은 진실함이 아니고
여여(如如)는 느끼고 보는 대상이 아니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 불의 성품으로 관찰하건댄
있음을 싫어함이 참으로 여읜 것이 아니며
초심자에게 맞는 방편이 아니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 바람의 성품으로 관찰하건댄
움직이고 고요함이 상대가 없지 아니하니
상대가 있음은 위없는 깨달음이 아니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 허공의 성품으로 관찰하건댄
혼둔(昏鈍)한 것이지 애당초 깨달음이 아니니
깨달음이 없는 것은 보리와 다르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 의식의 성품으로 관찰하건댄
관찰할 의식이 항상 머물지 아니하며
마음을 붙들어 둔다는 것이 허망한 것이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모든 행동은 항상함이 없는 것이며
생각하는 성품은 본래 나고 죽는 것이니
인과가 지금 다르게 느껴지거늘
어떻게 원만하게 통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지금 세존에게 아뢰옵니다.
부처님께서 사바세계에 오시니
이곳에서 진실한 가르침의 실체는
청정함이 소리를 듣는데 있는 듯하오니
삼마지를 취하고자 하면
사실 듣는 것으로부터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을 얻게 하나니
훌륭하여라! 관세음이여!
항하사처럼 수없이 오랜 겁 가운데
작은 티끌처럼 많은 불국에 들어가서
크게 자재하는 신력을 얻어
두려움 없음을 중생에게 베푸나니
오묘한 소리의 관세음과
범음(梵音)과 해조음(海潮音)으로
세상을 구제하여 다 편안케 하며
세상을 벗어나 항상 머무름을 얻게 하옵나이다.
제가 지금 여래에게 아뢰옵나니
관음께서 말씀한 것과 같아서
비유하면 사람들이 조용히 쉬고 있을 때
시방에서 한꺼번에 북을 치면
열 곳의 소리를 일시에 듣는 것과 같나니
이는 곧 원만한 진실인가 하나이다.
눈은 담장 밖의 것을 보지 못하며
입과 코도 역시 마찬가지일세.
몸은 접촉하는 대상과 합해야 느낌이 있으며
마음과 생각은 분잡하여 두서가 없네,
담장이 가렸어도 음향을 듣는데 있어서는
멀거나 가깝거나 다 들을 수 있으니
다섯 개의 감각기관이 모두가능하지 못하되
이것만이 원만하게 통하는 진실인가 하나이다.
소리의 성품은 움직이고 고요해서
듣는 중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니
소리가 없으면 들음이 없다고 할지언정
진실로 듣는 성품이 없는 것은 아니네.
소리가 없더라도 없어진 것이 아니고
소리가 있어도 생긴 것이 아니네,
생과 멸을 다 여의었으니
이는 곧 항상 하고 진실한가 하나이다.
비록 꿈속에 있을지라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니
깨닫고 보는 놈이 생각에서 벗어나서
몸이나 마음으로는 미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이 사바세계는
말로서 논란해야만 밝힐 수 있나이다.
중생들의 본래의 듣는 성품이 혼미하여
소리만을 따라가므로 흘러 전전하게 되나니
아난이 비록 억지로 기억한다 하더라도
간사한 생각에 떨어짐을 면치 못함이
어찌 빠짐을 따르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흘러 진전함을 돌이켜야만 허망함이 없게 될 것입니다.
아난아! 너는 자세히 들으라.
내가 지금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금강왕인 허깨비 같이 헤아릴 수 없을
부처님의 모체인 진실한 삼매를 말하고자 하노라.
네가 비록 모든 여래의
일체 비밀 법문을 들었다고 하나
욕애때문에 정기가 새는 것을 먼저 제거하지 못하였으므로
많이 듣는 것만 쌓이어 과오가 되었으니
많이 들음을 가지고 부처님의 법을 지키면서
어찌하여 스스로 듣는 놈을 듣지 못하느냐?
듣는 놈이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소리로 인하여 그 이름이 있게 되었네.
듣는 놈을 돌이켜 소리에서 벗어나면
해탈한 놈을 무엇이라 이름하랴!
하나의 감각기관이 본원으로 돌아가면
여섯 개의 감각기관이 해탈을 이루게 되리라.
보고 들음이 허깨비에 가려진 것 같으며
삼계가 허공의 헛꽃과 같나니
들음이 회복되면 가려진 감각기관이 없어지고
허망한 티끌이 없어지면 깨달음이 청정하리라.
맑음이 지극하면 광명이 통달해서
고요하게 비침이 허공을 삼키니
돌아와 세간을 보건댄
마치 꿈속의 일과 같네.
마등가도 꿈속에 있거니
누가 너의 형체를 머물게 하랴.
마치 세상의 교묘한 환술사가
환술로 만들어 놓은 남자와 여자 같으니,
비록 모든 감각기관을 움직일 수 있더라도
요점은 한 고동을 트는 데에 달린 것이네.
그 고동을 멈추어 움직이지 않게 하면
모든 환술로 된 것은 성품이 없으리라.
여섯 개의 감각기관도 이와 같아서
원래는 하나의 정밀하고 밝음에 의지하여
이것이 나뉘어 여섯 개와 화합하나니
한 곳이 회복함을 이루면
여섯 작용이 다 이루어질 수 없어서
티끌과 때가 생각을 따라 없어져서
원만하게 밝고 청정하고 오묘하게 되리라.
남은 티끌은 아직도 배워야 하지만
밝음이 지극하면 곧 여래이니라.
대중과 아난아! 너의 거꾸로 듣는 기관을 돌려서
듣는 놈을 돌이켜 자성을 들으면
그 성품이 위없는 도를 이룰 것이니
원만하게 통함이 사실 그러하니라.
이것이 티끌 같이 많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어가신 유일한 길이라네.
과거의 모든 여래께서도
이 문으로 이미 성취하셨고
현재의 모든 보살도
지금 각각 원만하고 밝은 데로 들어가며
미래의 수학하는 사람들도
마땅히 이 법문을 의지할 것이요
나도 역시 그것을 따라 증득했으니
관세음보살뿐만이 아니니라.
진실로 불세존께서
나에게 모든 방편을 물으시어
모든 말법 세상에
세간을 벗어나기를 구하는 사람을 구제한 것과 같네.
열반의 마음을 성취하려면
관세음보살이 최고이고
그 나머지 모든 방편은
모두가 부처님의 위엄 있고 신비함으로
일에 나아가 진로(塵勞)를 버리게 할지언정
이것은 영원히 닦을 것이 못되며
얕고 깊은 근기에게 함께 말할 법은 아닙니다.
여래장으로서 정기가 밖으로 새는 것이 없어진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음에 절하옵니다.
미래의 중생에게 가피를 내리시와
이 문에 의혹이 없게 하소서.
방편을 쉽게 성취할지라
감히 아난과
말 겁에서 헤메이는 중생을 가르치겠사오니
다만 이 감각기관으로 닦으면
원만하게 통함이 다른 것보다 뛰어나리니
진실한 마음이 이와 같나이다.
그때에 아난과 모든 대중들이 몸과 마음이 뚜렷이 밝아져서 크게 열어 보이심을 얻어 부처님의 보리와 큰 열반을 관찰함이 마치 어떤 사람이 볼 일이 있어 멀리 갔다가 미처 돌아오지는 못했으나 그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환하게 알고 있는 것과 같으며, 그 모임의 대중에 천룡팔부(天龍八部)와 배울 것이 있는 이승(二乘)과 새로 발심한 보살들이 그 수효가 무릇 열 개의 항하사 수와 같았더니 모두 본심을 깨달아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어서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으며, 성비구니(性比丘尼)는 이 게송을 듣고 아라한을 이루었으며, 한량없는 대중들이 모두 같을 수 없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
아난이 의복을 정돈하고 대중 속에서 합장하며 이마를 대어 절하고 마음의 자취가 원만하게 밝아지며 슬픔과 기쁨이 서로 엉켜서 미래의 모든 중생을 유익하게 하고자 하여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께 아뢰기를 “크게 자비하신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부처가 되는 법을 이미 깨달아 법대로 수행함에 의혹이 없어졌거니와 늘 듣자오니 여래께서는 이와 같이 말씀하시되 자기는 제도되지 못하였으나 먼저 남을 제도하는 것은 보살의 발심이고 스스로 깨달음이 이미 원만하게 되고 다른 이를 깨닫게 하는 것은 여래께서 세상에 응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비록 제도되지는 못하였으나 말 겁의 일체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중생이 부처님이 떠나신지 점점 멀어지면 사악한 스승의 설법이 항하사와 같으리니 그 마음을 가다듬어 삼마지에 들어가고자 하면 그로 하여금 어떤 방법으로 도량을 편안히 세워서 모든 악마의 일을 멀어지게 하여 보리심에서 퇴굴함이 없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때에 세존께서 대중 가운데에서 아난을 칭찬하시기를 “훌륭하고 훌륭하다. 네가 물은 것과 같아서 도량을 편안히 세워서 말겁시대에 방황하는 중생들을 구호하려고 할진댄 너는 지금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아난과 대중이 ‘가르침을 받겠습니다.’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너는 내가 비내야[계율] 가운데 수행하는 세 가지 결정한 뜻을 설명하는 것을 늘 들었을 것이다. 이른 바 마음을 항복받는 것으로 계를 삼고 그 계로 인하여 선정이 생기며 그 선정으로 인하여 혜(慧)가 발하나니 이것을 정기가 밖으로 새는 것을 없애는 세 가지 학문 이라고 한다.
아난아! 어떻게 마음을 가지는 것을 내가 계율이라고 이름하는고. 만약 모든 세계의 육도 중생들이 그 마음이 음란하지 아니하면 나고 죽음이 서로 계속되는 것을 따르지 않으리라. 네가 삼매를 닦는 것은 본래 진로(塵勞 : 여덟 가지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함이거늘 음란한 마음을 제거하지 못하면 진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니 비록 지혜가 많아서 선정이 앞에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만일 음욕을 끊지 못하면 반드시 마구니의 무리에 떨어지리니, 크게 잘 되어야 마왕이 되고 중간쯤 되면 마왕의 신하이고 하품은 마왕의 백성이니 그 마구니들도 역시 무리가 있어서 각각 스스로 위없는 도를 성취했노라고 하나니라. 내가 멸도한 뒤 말법 가운데 이러한 악마가 세상에 많이 번성하여 음욕을 탐내어 널리 음행을 행하면서 선지식이라고 말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애욕의 구덩이에 떨어지게 하여 보리의 길을 잃게 할 것이다.
아난아! 내가 비구로 하여금 음욕을 끊고 도를 깨닫게 하겠노라. 왜냐하면 음욕을 여의고 고요하고 편안하게 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일이니 만약 여래의 위없는 보리를 올바르게 수련하는 방법을 얻으면 근기의 크고 작음이 없이 모두 불과(佛果)를 이룰 것이니라.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한번 더러워진 습지는 만겁을 지나도 소멸되기 어렵다. 만약 음욕을 탐하여 음탕하게 사는 것보다는 계를 지키면서 정결하게 죽는 것만 같지 못하니라. 네가 세상 사람을 시켜서 삼마지를 닦게 하려면 먼저 음욕을 행하려는 마음을 끊게 해야 할지니 이것이 여래선불세존께서 제일로 결정하신 청정하고 분명하신 가르침이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만약 음욕을 끊지 않고서 선정을 닦는 자는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모래를 쪄서 밥을 짓는 것과 같으니 여러 겁을 지내더라도 다만 뜨거운 모래라고 이름할지니 왜 그런가 하면 이는 밥이 되는 근본이 아니고 모래로 밥을 지으려 하기 때문이다. 네가 음란한 몸으로 부처님의 오묘한 과업을 구한다면 비록 오묘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모두 음욕의 근본이다. 근본이 음욕으로 이루어져서 삼도에 전전하며 윤회해서 반드시 해탈할 수 없을 것이니 여래의 열반을 어떻게 닦아 증득하리오?
아난아! 반드시 음란한 기미를 제어하고 교화하여 몸과 마음에 모두 끊어버리고 끊었다는 성품마저도 없어져야 부처님의 보리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 만약 모든 비구들이 먼저 탐욕을 버리고 애욕을 제거하여서 대상을 대해서도 무심하여 여여(如如)하게 움직이지 않아서 영원히 나고 죽는 윤회의 근본을 끊으면 부처님이 인정하시기를 이 사람은 불법을 분명히 믿고 알아서 보리의 위없이 지혜로운 깨달음을 깨닫게 되리라. 나와 같은 이러한 말은 부처님의 말이라고 할 것이요 이와 같이 않은 말은 곧 파순(波旬)의 말이니라.
아난아! 어떻게 마음 가지는 것을 내가 계율이라고 하는고. 만약 모든 세계의 육도 중생들이 그 마음에 살생할 생각이 없으면 나고 죽음이 서로 계속되는 것을 따르지 않으리라. 네가 삼매를 닦는 것은 본래 진로에서 벗어나고자 함이거늘 살생할 마음을 제거하지 못하면 진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니 비록 지혜가 많아서 선정이 앞에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만일 살생할 마음을 끊지 못하면 반드시 삭도에 떨어지리니, 크게 잘 되어야 큰 힘을 지닌 귀왕이 되고 중간쯤 되면 날아다니는 야차나 그 밖에 여러 가지 귀신의 장수가 되고 하품이 되면 땅에서 다니는 나찰이 될지니 저 삭귀들도 역시 무리가 있어서 각각 스스로 위없는 도를 성취했노라고 하나니라. 내가 멸도한 뒤 말법 가운데 이러한 악한 삭귀가 세상에 많이 번성하여 스스로 말하기를 고기를 먹어도 보리의 길을 얻는다고 하리라.
아난아! 내가 비구로 하여금 다섯 가지 깨끗한 고기를 먹게 하였으니 이 고기는 다 나의 신력으로 화생한 것이라서 본래 생명이 없는 것이니라. 이 시라벌은 무더운데다 습한 땅이 많거늘 더구나 사토까지 겹쳤으므로 풀이나 채소가 생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크게 자비로운 신력의 가피로 버섯을 나게 하여 살찌고 향기가 나도록 해서 이를 거짓 이름하여 고기라고 하였거늘 너희들은 그것을 먹을 수 있거니와 어찌하여 여래가 멸도한 뒤에 중생들의 고기를 먹는 자를 불자라고 하겠느냐?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고기를 먹는 사람이 비록 마음이 열려서 삼마지를 얻은 듯하더라도 이는 다 큰 나찰인지라 과보가 끝나면 반드시 생사의 고통 바다에 빠지게 되어 부처님의 제자가 못되나니, 이러한 사람은 서로 죽이고 서로 잡아 먹어서 서로 먹고 먹힘이 그치지 아니할 것이어니 이런 사람이 어떻게 삼계를 벗어날 수 있겠느냐? 네가 세상 사람들을 시켜서 삼마지를 닦게 하려면 다음으로 살생하는 마음을 끊게 해야 할지니 이것이 여래선불세존께서 두 번째로 결정하신 청정하신 가르침이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만약 살생할 마음을 끊지 않고서 선정을 닦는 자는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귀를 막고 큰 소리로 부르짖으면서 다른 사람이 듣지 않기를 구하는 것과 같으니 이러한 것을 가리켜 숨기고자 하면서 더욱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나니라. 청정한 비구와 보살들이 길을 다닐 적에 산 풀도 밟지 않거든 더구나 손으로 뽑는 것이겠느냐? 어찌 크게 자비로운 자가 중생의 피와 고기를 취하여 배부르게 먹으리요?
아난아! 동방의 비단이나 명주와 이 땅의 가죽신이나 털옷과 우유나 그것으로 가공한 것 등을 먹거나 입지 아니하면 이러한 비구는 참답고 올바른 불자로서 묵은 빚을 갚고 삼계에 갇히지 않으리니 어째서 그런가 하면 그 몸의 한 부분으로 이뤄진 것을 먹거나 입으면 모두가 그것들과의 인연이 됨이 마치 사람이 땅에서 생산되는 온갖 곡식을 먹기 때문에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과 같나니라. 만약 모든 비구들이 반드시 몸과 마음으로 하여금 모든 중생들의 몸이나 몸의 어느 일부분을 몸과 마음 두 갈래에서 입거나 먹지 아니해서 시작이 없는 과거로부터 원망으로 생긴 업장의 그물을 모두 다 벗어버리면 부처님께서 인정하기를 이 사람은 능히 부처님의 법에서 참다운 삼매를 얻은 사람이라 하리니 나와 같은 이러한 말은 부처님의 말이라고 할 것이요 이와 같지 않은 말은 곧 파순의 말이니라.
아난아! 어떻게 마음 가지는 것을 내가 계율이라 하는고. 만약 모든 세계의 육도 중생들이 그 마음이 도둑질 할 생각이 없으면 나고 죽음이 서로 계속되는 것을 따르니 않으리라. 네가 삼매를 닦는 것은 본래 진로에서 벗어나고자 함이거늘 도둑질할 마음을 없애지 못하면 진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니, 비록 지혜가 많아서 선정이 앞에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만일 도둑질할 마음을 새지 못하면 반드시 사도에 떨어지리니, 크게 잘 되어야 정령(精靈)이 되고 중간쯤 되면 요괴가 되고 하품이 되면 귀신들린 사람이 된다. 모든 도깨비가 붙을 것이니 저 사귀들도 역시 무리가 있어서 각각 스스로 위없는 도를 성취했노라고 하나니라. 내가 멸도한 뒤 말법 가운데 이러한 악한 사귀가 세상에 많이 번성하여 몰래 숨어서 간사하게 속이고 선지식이라고 하면서 무식한 자를 현혹하고 속여서 가는 곳마다 그 집안을 망하게 하리라.
아난아! 내가 비구를 시켜서 법대로 걸식하게 한 것은 그들로 하여금 탐심을 버리고 보리의 도를 이루게 하려고 함이니 모든 비구들은 스스로 밥을 지어 먹지도 않고 남은 생애를 붙여 살면서 삼계의 나그네가 되어서 한번 다녀가고서는 아주 가고 돌아오지 않을 것을 보여주는 것이거늘 어찌하여 말세에 많은 도둑들이 나의 옷을 빌어 입고 여래를 팔아 각가지 죄업을 지으면서 모두가 부처님의 법이라고 말하고, 문득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은 비구를 그르다고 비방하며 소승도라고 말하느냐? 이로 말미암아서 한량없는 중생을 의혹 되게 하였으므로 목숨이 끝날 때는 모두 무간 지옥에 떨어지게 되리라.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한 오리의 털과 한 개의 겨자 알이라도 모두가 중한 과보가 있나니 차라리 손을 끊을지언정 자기 재물이 아닌 것은 취하지 말고 항상 청렴한 마음을 갖고서 선근을 키워야 하나리라. 네가 세상 사람들을 시켜서 삼마지를 닦게 하려면 더욱 더 훔치려는 마음을 끊게 해야 할지니 이것이 여래선불세존께서 세 번째로 결정하신 청정하고 분명한 가르침이시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만약 도둑질한 마음을 끊지 않고서 선정을 닦는 자는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새는 잔에다 물을 부으면서 가득 차기를 바라는 것과 같으니 비록 수많은 겁을 지낸다고 하더라도 마침내 가득 채우지 못하리라. 세간의 어질고 착한 사람들도 시장에서 이익을 다투지 아니하며 길에서 버려진 물건을 줍지 아니하거든 더구나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은 승니이겠느냐? 삿된 생각을 극복하고 행실을 돌보아서 결정코 삼가하여 허물을 짓거나 덕을 상실하지 말아야 하나니라.
아난아! 뜻을 이룩하고 도를 받들어서 자기의 사물에 대해서 마땅히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할 것이니 만족할 줄 아는 자는 혹 지옥에 있더라도 오히려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거니와 만족할 줄 모르는 자는 비록 천궁에 있다고 하더라도 마음에 맞지 않나니라. 만약 모든 비구들이 입을 옷과 바루 외에는 푼촌만한 것도 쌓아두지 말고 걸식하여 남은 것을 굶주린 중생에게 나누어 주며, 큰 집회에서 대중에게 합장하고 예배하고 사람들이 때리고 욕을 하더라도 오히려 칭찬처럼 여기며, 반드시 몸과 마음을 부려서 두 가지를 다 버려서 힘이 드는 모든 일을 도반들과 함께 하며, 여래의 이치에 맞지 않는 방편의 말씀을 가져다가 자기 멋대로 해석해서 초학을 그르치지 아니하면 부처님께서 인정하시기를 이 사람은 능히 부처님의 법에서 참다운 삼매를 얻은 사람이라 하리니 나와 같은 이러한 말은 부처님의 말이라고 할 것이요 이와 같지 않은 말은 파순의 말이니라.
아난아! 이러한 세계의 육도중생이 비록 몸과 마음에 음욕과 살생과 도적 질이 없어져서 세 가지 행실이 이미 원만하게 되었더라도 만약 큰 거짓말을 하면 곧 삼마지에 청정함을 얻지 못해서 애견마(愛見魔)가 되어서 여래의 종자를 잃으리니 이른 바 얻지도 못한 것을 얻었다고 하거나 증득하지도 못한 것을 증득하였다고 하며, 혹은 세간에서 제일가는 높고 수승함을 구하여 앞 사람에게 말하기를 내가 지금 이미 수다원과, 사다함과, 아나함과, 아라한도, 벽지불승, 십지 모든 지위의 보살을 얻었다 고 하여 저들이 예 올리고 참회하기를 구해서 그들의 공양을 탐하리라. 내가 멸도한 뒤에 모든 보살과 아라한에게 명하여 응하는 몸이 말법 세계에 태어나서 갖가지 형상을 지어서 윤전하는 모든 이를 제도하게 하되 혹은 승려, 백의거사, 왕, 정승, 동남, 동녀가 되기도 하며, 이렇게 음란한 여자, 과부, 간사한 도둑, 도살하는 사람이 되어서 그들과 같이 일을 하며 불승(佛乘)을 칭찬하여 그들의 몸과 마음으로 하여금 삼마지에 들어가게 하되 마침내 스스로 말하기를 내가 진실한 보살이며 진실한 아라한이라 고 해서 부처님의 비밀한 법[密印]을 누설해서 말학에게 경솔하게 말하지 못하게 하리라. 오직 죽을 적에 가만히 유언으로 부탁하게 할 것이니라. 그렇게 하면 어떻게 그 사람이 중생을 현혹하고 혼란하게 하여 큰 거짓말을 하겠느냐?
아난아! 내가 비구를 가르치되 정직한 마음이 도량이라 하노니 행하고 머물고 앉고 눕는 네 가지 거동과 일체 행동 가운데 오히려 조금도 거짓됨이 없거늘 어떻게 스스로 상인(上人)의 법을 얻었다고 하겠느냐? 비유하면 마치 가난한 사람이 거짓으로 제왕이라고 자칭하다가 스스로 벌을 받는 것과 같거든, 더구나 법왕을 어떻게 거짓으로 도둑질하리요? 원인의 터전이 정직하지 못하면 결과가 얽히고 굽음을 부르나니 부처님의 보리를 구하려 하여도 배꼽을 깨무는 사람과 같을 것이니 그 누가 성취할 수 있으리요? 네가 세상 사람들을 시켜서 삼마지를 닦게 하려면 다음으로 또다시 큰 거짓말을 끊게 하여야 할지니 이것이 여래선불세존께서 네 번째로 결정하신 청정하고 분명한 가르침이시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만약 큰 거짓말을 끊지 못한 사람은 마치 사람의 똥을 깎아 전단의 형체를 만들려는 사람과 같으니 향기를 구하고자 하여도 그렇게 될 리가 없나니라. 만약 모든 비구가 마음이 줄과 같이 곧으면 일체가 진실해서 삼마지에 들어가 영원히 악마의 일이 끊어지리라. 이러한 네 가지 계율을 원만하게 성취하면 부처님께서 인정하시기를 이 사람은 능히 부처님의 법에서 보리의 위없는 깨달음을 닦아 증득하리라고 하리라. 나와 같은 이러한 말은 부처님의 말이라고 할 것이요 이와 같지 않은 말은 곧 파순의 말이니라.
아난아! 말법시대에는 모든 비구와 비구니가 이 네 가지 계율을 조금도 기탄없이 범하여 오신(五辛)과 술 고기를 간 곳마다 마음대로 먹으리니 이러한 아전가는 부처가 될 씨앗을 소멸시키되 마치 사람이 칼로써 다라나무를 자르는 것과 같으리니 부처님께서 인가하시기를 이 사람은 영원히 선근을 없앴으므로 다시는 지견을 가질 수가 없어서 세 가지 고통의 바다에 빠져서 삼매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하니라. 만약 내가 멸도한 후에 특별히 승니들이 발심하여 삼마지를 닦기로 결정할진댄 여래의 형상 앞에서 지극한 정성으로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업장을 참회하고 불을 일으켜 몸을 태워서 다섯 가지 독을 다 태워 버리면, 나는 말하기를 이 사람은 시작이 없는 과거로부터 묵은 빚을 일시에 다 갚고 세간을 영원히 하직하여 정기가 밖으로 새는 것을 영원히 벗어났다고 할 것이다. 비록 위없는 깨달음의 길을 밝히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람은 법에 이미 마음을 결정했나니라. 만약 이 몸의 작은 원인까지도 버리지 못하면 비록 몸으로 직접 저지르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인간 세상에 환생하여 그 묵은 빚을 갚음이 마치 내가 말에게 주는 보리를 먹은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아난아! 너희들이 나의 주위에 있으면서 항상 나를 보고 있더라도 만약 내가 말한 계율을 범하면 마침내 도를 이룰 수 없으려니와 나의 주위를 떠나서 비록 나를 보지 못하더라도 나의 계율을 잘 지키면 반드시 과업을 이룰 것이다.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참는 것이 덕이 되는 것은 계율을 지키면서 고행을 하는 것으로서도 미칠 수 없는 것이니 참을 수 있는 자라야 힘 있는 큰 사람이라고 할 수 있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