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나아라카

3.11. 나아라카

-서(序)-

(679) 아시타 선인(仙人)은 한낮의 휴식 때에, 정결한 옷을 입은 설흔 명의 신들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옷을 벗어 들고 공손히 제석천(帝釋天)을 극구 찬탄하는 것을 보았다.

(680) 기뻐서 뛰노는 신들을 보고 선인은 조심스레 물었다. “신들이 기쁨에 넘쳐 있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왜 당신들은 옷을 벗어 흔들고 있는 것입니까?

(681) 만일 아수라와의 싸움에서 신들이 이기고 아수라가졌다 할지라도 몸의 털을 곤두 세울 만큼 그토록 기뻐할 수는 없을 터인데, 어떤 희귀한 일이 있기로 그처럼 기뻐하는 것입니까?

(682) 그들은 소리치고 노래하며 악기를 연주하고 손뼉을 치면서 춤을 춥니다. 나는 수미산 꼭대기에 살고 있는 당신들께 묻습니다. 존경하는 분들이여, 제 궁금증을 어서 풀어 주십시오.”

(683) 신들은 대답했다. “비할 데 없이 묘한 보배인 저 보살(미래의 부처님)은 모든 사람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인간세계에 태어 났습니다. 석가 족 마을 룸비니이 동산에. 그래서 우리는 만족해하고 기쁨에 넘쳐 있는 것입니다.

(684) 무릇 살고 있는 자 중에서 가장 으뜸가는 사람, 가장 높은 사람, 황소 같은 사람, 살아 있는 것 중에서 가장 높은 분은, 머지 않아 선인들이 모이는 숲에서 법바퀴(法輪)를 굴릴 것입니다. 용맹스런 사자가 뭇 짐승들을 이기고 포효를 하듯이.”

(685) 선인은 그 말을 듣자 급히 인간세계로 내려 왔다. 그리고 숫도오다나왕의 궁전에 가까이 가서 석가 족에게 이렇게 말했다. “왕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나도 한 번 뵙고 싶습니다.”

(686) 그리하여 석가족들은 솜씨 있는 금공(金工)이 만든 황금처럼 반짝이며 행복에 빛나는 거룩한 아기의 얼굴을 아시타 선인에게 보였다.

(687) 불꽃처럼 빛나고 하늘의 달처럼 맑으며, 구름을 헤치고 비치는 가을 태양처럼 환한 아기를 보고 환희에 넘쳐 몹시 기뻐했다.

(688) 신들은 뼈가 있고 천개의 둥근 고리가 달린 산개(傘蓋)를 공중에 펼쳤다. 또 황금 자루가 달린 불자(拂子)를 위 아래로 흔들었다. 그러나 불자나 양산을 손에 쥔 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689) 칸히시리(아시타)라는 머리 딴 선인은, 머리 위에 흰 양산을 가리고 빨간 모포에 싸여 있는 황금 패물 같은 악기를 보고 기뻐서 가슴에 안았다.

(690) 용모와 신주(神呪 = 베에다)를 환히 알고 있는 그는 황소같이 훌륭한 석가 족의 아기를 안고 그 유다른 상(相)을 살피더니 환성을 질렀다. “이 아기는 위 없는 사람, 인간 중에서 가장 뛰어났습니다!”

(691) 그러더니, 선인은 자기의 얼마 남지 않는 생애를 생각하고, 말 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선인이 우는 것을 보고 석가 족들은 물었다. “우리 왕자에게 무슨 장애라도 있단 말인가?”

(692) 석가족들이 걱정하는 것을 보고 선인은 말했다. “왕자에게 어떤 불길한 상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는 평범한 상이 아닙니다. 주의해서 길러주십시오.

(693) 이 왕자는 깨달음의 궁극에 이를 것입니다. 이 아기는 가장 으뜸가는 청정을 보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고 불쌍히 여긴 나머지 법바퀴를 굴릴 것입니다. 그의 청정한 행은 널리 펼쳐질 것입니다.

(694) 그러나 이 세상에서 살, 내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도중에서 내게는 죽음이 찾아올 것입니다. 나는 비할 데 없이 큰 힘을 가진 사람의 가르침을 듣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슬퍼하는 것입니다.”

(695) 청정한 수행자 아시타 선인은 석가족에게 커다란 기쁨을 안겨 주고 궁중을 떠나갔다. 그는 자기의 조카나아라카를 불러 비할 데 없이 큰 힘을 가진 사람의 교법을 따르도록 하였다.

(696) “만일 네가 나중에’눈뜬 사람이 깨달음을 펴고 진리의 길을 간다’는 말을 듣거든, 그 때 그곳으로 가서 그 분의 가르침을 따라 그 밑에서 청정행을 닦아라.”

(697) 남을 위해 걱정하고 미래에 있어서 최상의 청정행을 예견한 그 성인에게 가르침을 받고 온갖 착한 일을 쌓을 나아라카는 승자(勝者 = 부처님)를 기다리면서 스스로의 감관을 지키고 살아갔다.

(698) 훌륭한 승자가 <법바퀴>를 굴린다는 소문을 듣고, 아시타 선인이 일러 준 대로 으뜸가는 선인(부처님)을 보고 기뻐하며 거룩한 성인에게 행을 물었다.

– 서문의 싯귀(詩句)는 끝났다 –

(699) 나아라카가 말했다. “아시타가 알려 준 말을 잘 알아 들었습니다. 그러하오니 고오타마시여, 모든 것에 통달하신 당신께 묻겠습니다.

(700) 저는 출가하여 탁발(托鉢)의 행을 쌓으려 하오니, 성스러운 행과 으뜸가는 길을 말씀해 주십시오.”

(701) 스승(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그대에게 성스러운 행을 일러 주리라. 이것은 행하기 어렵고 이루기 힘들다. 이제 그대에게 그것을 알려 줄 것이니, 마음을 굳건히 하라.

(702) 마을에서 욕을 먹든지 절을 받든지 한결 같은 태도로 대하여라. 욕을 먹더라도 성내지 말며, 절을 받더라도 우쭐거리지 말고 냉정하여라.

(703) 가령 동산의 숲속에 있더라도 불꽃처럼 여러 가지가 나타난다. 아낙네는 성자를 유혹한다. 아낙네로 하여금 유혹하도록 하지 말라.

(704) 성 행위(性行爲)에서 떠나 온갖 욕망을 버리고, 약하고 강한 모든 생명 있는 것에 대해 적대시 말고, 애착하지도 말라.

(705) 그들은 나와 같고 나도 그들과 같다고 생각하여, 생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또한 남들로 하여금 죽이게 해서도 안 된다.

(706) 범부가 집착하는 욕망과 욕심을 떠나 눈있는 사람은 길을 가라. 지옥을 벗어나라.

(707) 배를 주리고 음식을 절제하여 욕심을 없애고 탐내지 말라. 욕망을 버리면 욕심이 없어 평안하다.

(708) 그 성자는 탁발을 끝내고 숲에 돌아와 나무 아래 머물러 앉아야 한다.

(709) 그 현자는 전신의 안정에 전념하고 숲에서 즐기며 나무 아래서 명상함으로써 스스로 만족해야 한다.

(710) 날이 새면 마을로 가야 한다. 신도에게서 초대를 받거나 마을에서 음식을 가져 올지라도 결코 반겨서는 안 된다.

(711) 성자는 마을에 이르러 집들을 조급하게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 이야기를 끊고 음식을 얻으려는 생각으로 말을 꺼내서는 안 된다.

(712) ‘음식을 얻어서 잘 됐다”얻지 못한 것도 잘 됐다’ 생각하고, 완전한 사람은 어떤 경우에라도 태연히 돌아온다. 마치 과일을 얻으려고 나무밑에 간 사람이 과일을 얻거나 얻지 못하거나 태연히 돌아오는 것처럼.

(713) 그는 바리때를 손에 들고 돌아다니며, 벙어리는 아닌데 벙어리처럼 보이는 것이다. 시물(施物)이 적다고 가볍게 여기지 말고, 시주를 업신여겨서도 안 된다.

(714) 사문(부처님)은 높고 낮은 여러 가지 도(道)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거듭 피안에 이르는 일은 없으나 한 번에 이르는 일도 없다.

(715) 윤회의 흐름을 끊은 수행승에게는 집착이 없다. 해야 할 선(善)도, 하지 말아야 할 악도 버렸기 때문에 번뇌가 없는 것이다.”

(716) 스승은 다시 말씀하셨다. “나는 그대에게 성자의 길을 말하리라. 음식을 얻을 때에는 면도날의 비유처럼 하여라. 혀를 입천정에 붙이고 스스로 배를 주리라.

(717) 마음이 침체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쓸데없이 많은 것을 생각해서도 안 된다. 비린내가 없이, 걸림이 없이, 청정한 행을 궁극의 의지처로 삼아라.

(718) 홀로 앉는 일과 도인에게 봉사하는 일을 배우라. 성인의 길은 홀로 있는 것이다. 홀로 있어야만 즐거울 수 있다.

(719) 그렇게 하면 그는 시방(十方)에 빛이 나리라. 욕망을 버리고 명상하고 있는 여러 현자들의 명성을 들으면, 내 제자는 더욱더 부끄러움과 믿음을 일으켜야 한다.

(720) 이 일을 깊은 늪과 얕은 개울물의 비유로 알아라. 바닥이 얕은 개울물은 소리내 흐르지만, 큰 강물은 소리없이 흐르는 법이다.

(721) 모자라는 것은 소리를 내지만, 가득찬 것은 아주 조용하다. 어리석은 자는 반쯤 물을 채운 항아리 같고, 지혜로운 이는 물이 가득찬 연못과 같다.

(722) 사문이 의미 있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스스로 알고 법을 설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알고서 많은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723) 그러나 스스로 알고 자제하여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는 성인으로서 성인의 행에 알맞다. 그는 성인으로서 성인의 행을 체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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