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 바아셋타

3.09. 바아셋타

(594)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때 거룩한 스승께서는 잇차아낭갈라 숲에 살고 계시었다. 그 때 재산이 많고 저명한 바라문들이 그곳에 많이 살고 있었다. 즉, 찬킨 바라문, 타아룻카 바라문, 포옥카라사아치 바라문, 자아눗소오니 바라문, 토오데야 바라문, 이 밖에 저명한 바라문들이었다.

그 때 바아셋타와 바아라드바아자라고 하는 두 젊은이가 오랫동안 앉아 있었기 때문에 생긴 피로를 없애기 위해, 여기저기 거닐면서 논쟁을 벌였다.

“도대체 바라문이란 어떤 것인가?”

바아라드바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계(父系)와 모계(母系) 양쪽이 다 유서깊은 순결한 모태에 깃들기를 칠대(7代)의 조상에 이르기까지 혈통에 대해서 지탄이나 비난 받은 일이 없는 이런 사람을 바라문이라 합니다.”

바아셋타는 말했다.

“사람이 계율을 지키며 덕행을 갖추고 있다면, 바로 이 사람이 바라문입니다.”

바아라드바아자는 바아셋타를 설득할 수 없었고, 바아셋타도 바아라드바아자를 설득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바아셋타는 바아라드바아자에게 말했다.

“바아라드바아자여, 석가 족의 아들인 사문 고오타마는 출가하여 이곳 잇차아낭갈라 숲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 고오타마에게는 이러한 좋은 명성이 떠돌고 있습니다. 즉, 그 스승은 존경할 만한 사람, 눈뜬 사람, 지혜와 덕행을 갖춘 사람, 행복한 사람, 세상을 안 사람, 위없는 사람, 사람들을 길들이는 이, 신과 인간의 스승, 눈이 열린 부처님, 거룩한 스승이라고 합니다.

바아라드바아자여, 사문 고오타마에게로 가 봅시다.

거기 가서 그분에게 이것을 물어 봅시다. 그의 대답에 따라 우리는 그것을 믿읍시다.”

그들은 스승이 계신 곳으로 찾아 갔다. 스승께 절을 하고 나서, 기쁘고 잊을 수 없는 말들로 인사를 나눈 뒤 한쪽에 앉았다. 바아셋타 바라문은 다음과 같은 시로써 스승께 여쭈었다.

“우리 두 사람은 3베에다의 학자라고 스승께서도 인정하고 스스로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저는 포옥카라사아치의 제자이고 이 사람은 타아루카의 제자입니다.

(595) 3베에다에 쓰여 있는 모든 것을 우리는 완전히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베에다의 어귀(語句)와 문법에 통달했고 독송도 스승에게 견줄 만합니다.

(596) 고오타마시여, 그러한 우리가 태생에 대한 논쟁을 했습니다. ‘태생에 따라 바라문이 된다’고 바아라드바아자는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행위에 따라 바라문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눈이 있는 분이시여, 이런 사정임을 알아 주십시오.

(597) 우리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눈뜬 사람으로 널리 알려진 스승께 물으러 온 것입니다.

(598) 사람들이 보름달을 향해 합장하고 예배하며 공경하듯이, 세상 사람들은 고오타마를 예배하고 공경합니다.

(599) 세상의 눈으로 출현하신 고오타마에게 우리는 묻습니다. 태생에 따라 바라문이 됩니까? 행위에 따라 바라문이 됩니까? 알지 못하는 우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바라문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도록.”

(600) 스승은 대답하셨다. “바아셋타여, 그대들을 위해 모든 생물에 대한 태생의 구별을 차례대로 설명해 주리라. 그들의 태생이 여러 가지로 다르기 때문이다.

(601) 풀이나 나무에도 종류의 구별이 있는 줄을 알아라. 그러나 그들은, ‘우리는 풀이다’라든가, ‘우리는 나무다’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들의 특징은 태생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태생은 여러 가지로 다르기 때문이다.

(602) 또 구더기나 귀뚜라미로부터 개미에 이르는 것들에게도 종류의 구별이 있음을 알아라. 그들의 특징은 태생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태생은 여러 가지로 다르기 때문이다.

(603) 작은 것이나 큰 것이나 네발 달린 짐승에게도 종류의 구별이 있다는 것을 알아라. 그들의 특징은 태생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태생은 여러 가지로 다르기 때문이다.

(604) 배로 기어 다니는 길이가 긴 것들에게도 종류의 구별이 있음을 알아라. 그들의 특징은 태생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태생은 여러 가지로 다르기 때문이다.

(605) 물속에 태어나 물에서 사는 물고기들도 종류의 구별이 있음을 알아라. 그들의 특징은 태생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태생은 여러 가지로 다르기 때문이다.

(606) 그리고 날개를 펴 하늘을 날으는 새들에게도 종류의 구별이 있음을 알아라. 그들의 특징은 태생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태생은 여러 가지로 다르기 때문이다.

(607) 이와 같은 생물에 있어서는 태생에 기인한 특징이 여러 가지로 다르지만, 인류에게는 태생에 기인한 특징이 다를 수 없다.

(608) 머리카락이나 머리,귀,눈,입,코,입술이나 눈썹에 대해서도.

(609) 목이나 어깨,배,등,궁둥이,가슴,음부나 성교에 대해서도.

(610) 손이나 발,손가락,손톱,종아리,넓적다리,얼굴색이나 음성에 대해서도, 다른 생물처럼 태생에 기인한 특징의 구별이 인류에게는 결코 없다.

(611) 몸을 받은 생물 사이에는 각기 구별이 있지만, 인간에게는 그런 구별이 없다. 인간 사이에서 구별이 나타나는 것은 다만 그 명칭뿐이다.

(612) 인간 가운데서 소를 치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농부이지 바라문이 아님을 알아라. 바아셋타여.

(613) 인간 가운데서 여러 가지 기능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기능인이지 바라문이 아님을 알아라. 바아셋타여.

(614) 인간 가운데서 사고 파는 것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장사치이지 바라문이 아님을 알아라. 바아셋타여.

(615) 인간 가운데서 남의 일을 해주고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고용인이지 바라문이 아님을 알아라. 바아셋타여.

(616) 인간 가운데서 주지 않는 것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도둑이지 바라문이 아님을 알아라. 바아셋타여.

(617) 인간 가운데서 무술(武術)에 의해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무사이지 바라문이 아님을 알아라. 바아셋타여.

(618) 인간 가운데서 사제직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제관(祭官)이지 바라문이 아님을 알아라. 바아셋타여.

(619) 인간 가운데서 고을이나 나라를 차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왕이지 바라문이 아님을 알아라. 바아셋타여.

(620) 나는 바라문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사람을 바라문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는’그대여, 라고 불리는 사람’이라 부른다. 그는 무엇인가 소유물에 걸리어 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집착이 없는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21) 모든 속박을 끊고 겁내지 않으며, 집착을 초월해 붙잡혀 있지 않은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22) 가죽 끈과 가죽 줄을 고삐와 함께 끊어 버리고 장애를 없애 눈 뜬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23) 죄 없이 욕을 먹고 구타나 구속을 참고 견디며, 인내력이 있고 마음이 용맹한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24) 성내지 않고 도덕을 지키며, 계율에 따라 욕심을 부리지 않고, 몸을 안정시켜 <최후의 몸>에 이른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25) 연꽃잎에 이슬처럼, 송곳 끝에 겨자씨처럼, 온갖 욕정에 더럽히지 않는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26) 현세에서 이미 자기의 고뇌가 소멸된 것을 알고, 무거운 집을 내려 놓고 걸림이 없는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27) 지혜 깊고 총명하며 온갖 길에 통달해 최고의 목적에 도달 한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28) 재가자나 출가자 아무하고도 섞이지 않고, 집 없이 편력하며 욕심이 없는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29) 힘 세거나 약한 어느 생물에게도 폭력을 쓰지 않고, 또 죽이거나 죽이도록 하지 않는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30) 적의를 품은 자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그들에게 대적하는 마음이 없고, 폭력을 휘두르는 자와 함께 있으면서도 마음이 온화하며, 집착하는 자들과 같이 있으면서도 집착하지 않는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31) 겨자씨가 송곳 끝에서 떨어지듯이, 애착과 증오와 거만과 거짓을 털어 버린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32) 거칠지 않고 사연을 전하는데 진실한 말을 하며, 말로써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33) 이 세상에서 길고 짧거나, 가늘고 굵거나, 깨끗하고 더러운 것을 막론하고, 주지 않은 것은 어떤 물건이 라도 갖지 않는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34) 현세도 내세도 바라지 않고, 욕심도 걸림도 없는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35) 집착이 없고 완전히 깨달아 의혹이 없이 불사(不死)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36) 이 세상의 재앙이나 복덕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근심과 티가 없이 깨끗한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37) 구름에 가리워 있지 않은 달처럼, 깨끗하고 맑아 환락의 생활이 끝난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38) 이 힘들고 어려운 길, 윤회, 헤매임을 넘고 피안에 이르러 정신을 안정시키고, 욕망도 의욕도 집착도 없이 마음이 평안한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39) 이 세상의 욕망을 끊고 집을 떠나 편력하며, 욕망의 생활을 끝낸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40) 이 세상에 대한 집착을 끊고 집을 떠나 편력하며 애착의 생활을 끝낸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41) 인간의 인연을 끊어 버리고 천상의 인연도 벗어나 모든 굴레를 벗어난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42) 쾌락도 쾌락 아닌 것도 버리고, 맑고 깨끗해져 얽매임 없이 온 세상을 이겨낸 영웅,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43) 모든 살아 있는 생물의 생사를 알고, 집착 없이 행복한 사람, 깨달은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44) 신도 귀신(간다르바)도 인간도 그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 번뇌의 더러움을 멸해 버린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45) 앞에도 뒤에도 중간에도 한 물건도 가지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46) 황소처럼 늠늠하고 기품있는, 영웅,대선인(大仙人),승리자,욕망없는 사람,목욕자,깨달은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47) 전생 일을 알고, 천국과 지옥을 보며, 생존을 멸(滅)해버린 사람, 그를 나는 바라문이라 부른다.

(648) 세상에서 쓰는 이름이나 성은 통칭(通稱)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이 태어난 그 때마다 임시로 붙여져 전해지는 것이다.

(649) 성명이 임시로 붙여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그릇된 선입견을 오래 가지게 된다. 모르는 사람은 말한다. ‘태생에 의해서 바라문이 된다’고.

(650) 태생에 의해 바라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태생에 의해 바라문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행위로 인해 바라문이 되고, 행위로 인해 바라문이 안 되기도 하는 것이다.

(651) 행위에 의해 농부가 되고, 행위에 의해 기능인이 되며, 행위에 의해 장사치가 되고, 또한 행위에 의해 고용인이 된다.

(652) 행위에 의해 도둑이 되고, 행위에 의해 무사가 되며, 행위에 의해 제관이 되고, 행위에 의해 왕이 된다.

(653) 현자(賢者)는 이와 같이 행위를 사실 그대로 본다. 그들은 <연기(緣起)>를 보는 자이며, 행위와 그 과보를 잘 알고 있다.

(654) 세상은 행위로 말미암아 존재하며, 사람들도 행위로 인해서 존재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행위에 매어있다. 마치 달리는 수레가 쐐기에 의해 매어 있듯이.

(655) 고행과 청정한 행과 감관의 억제와 자제, 이것으로 바라문이 된다. 이것이 으뜸가는 바라문이다.

(656) 지식인들이 볼 때 3베에다를 갖추고 마음 편안하여 다시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사람이 범천이며 제석(帝釋)이다. 바아셋타여, 이러한 줄을 알아라.”

(657) 이와 같은 말씀을 듣고 바아셋타와 바아라드바아자 청년은 스승께 말씀드렸다. “훌륭하십니다, 고오타마시여, 훌륭하십니다, 고오타마시여,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키듯이, 덮인 것을 벗겨 주듯이, 길 잃은 이에게 길을 가리켜 주듯이, 그리고’눈이 있는 자는 빛을 볼 것이다’하면서 어두운 밤에 등불을 비춰 주듯이, 당신 고오타마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법을 밝혀 주셨습니다. 저희들은 이제 고오타마와 진리와 승가에 귀의하겠습니다. 고오타마께서는 저희를 오늘부터 죽을 때까지 귀의한 재가신자로 받아 주십시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