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 세에라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때 스승께서는 수행승 천 이백 오십 인과 함께 앙굿타라아파를 두루 다니시다가 아아파나라고 하는 앙굿타라아파의 한 마을에 들어가셨다. 머리 딴(結髮) 행자 케니야는 생각했다.
‘석가 족의 아들인 사문 고오타마는 석가 족의 집에서 출가하여, 수행승 천 이백 오십 인의 큰 무리를 이끌고 앙굿타라아파를 편력하다가 아아파나에 이르렀다. 그 고오타마에게는 다음과 같은 좋은 소문이 있다. 즉 그는 참사람, 깨달은 사람, 지혜와 행을 갖춘 사람, 행복한 사람, 세상을 알아버린 사람, 위없는 사람, 사람들을 길드리는 이(御者), 신과 인간의 스승, 눈 뜬 사람, 거룩한 스승이라고 불리운다. 그는 스스로 깨닫고 증명하여 신,악마,범천을 포함
한 이 세계와 사문,바라문,신,인간을 포함하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 가르침을 베푼다. 그는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고, 글과 뜻이 잘 갖추어진 가르침과 원만하고 청정한 행을 설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토록 훌륭하고 존경받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영광스런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머리 딴 행자 케니야는 스승이 계신 곳으로 가서 인사를 드렸다. 기쁘고 기억할만한 인사를 나눈후에 한편에 가 앉았다. 스승께서는 머리 딴 행자 케니야에게 법에 대한 말씀을 하시고 지도하시고, 용기를 주어 기쁘게 해 주셨다. 케니야는 스승께 이 같이 말씀드렸다.
“고오타마께서는 수행승의 무리와 함께 내일 제가 올리는 음식을 받아 주십시오.”
이 말을 듣고 스승은 케니야에게 말씀하셨다.
“케니야여, 수행승의 무리는 많아서 천 이백 오십 인이나 됩니다. 또 당신은 바라문들을 섬기고 있지 않습니까?”
케니야는 거듭 스승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수행승의 무리는 천 이백 오십 인이나 되고, 또 저는 바라문을 섬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오타마께서는 수행승들과 함께 내일 제가 올리는 음식을 받아 주십시오.”
스승은 케니야에게 거듭 말씀하셨다.
“케니야여, 수행승의 무리는 많아서 천 이백 오십 인이나 되며, 당신은 바라문들을 섬기고 있지 않습니까?”
케니야는 세 번째 스승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수행승의 무리는 많아서 천 이백 오십 인이나 되며, 또 저는 바라문들을 섬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오타마께서는 그들과 함께 오셔서 제가 올리는 음식을 받아 주십시오.”
스승께서는 침묵으로써 승낙하셨다. 케니야는 스승께서 승낙하신 것을 알고, 자리에서 떠나 자기의 암자로 갔다. 그리고는 친구와 친척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십시오. 나는 사문 고오타마를 그 수행승의 무리와 함께 내일 식사에 초대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나를 도와 주십시오.”
케니야의 친구와 친척들은 승낙하고, 어떤이는 솥을 걸고 나무를 쪼개며, 어떤이는 그릇을 씻고 독에 물을 길어다 붓고 혹은 자리를 준비했다. 그리고 케니야 자신은 흰막을 친 원당(圓堂)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때 세에라 바라문은 아아파나에 살고 있었는데, 그는 3베에다의 깊은 뜻을 깨달아 어휘, 활용론, 음운론, 어원론과 제4의 아타르바 베에다와 제5 고담(古譚)의 어귀(語句)와 문법에 통달하고, 순세론(順世論)과 위인의 관상에 통달했으며, 삼백명의 소년에게 베에다를 가르치고 있었다. 케니야는 세에라 바라문을 신봉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그때 세에라 바라문은 삼백 명의 소년들에게 둘러 싸여 있었다. 오래 앉아 있었기 때문에 생긴 피로를 풀기 위해 여기저기 산책을 하다가 케니야의 암자에 가까이 갔었다.
세에라 바라문은 케니야의 암자에 사는 머리 딴 행자들이, 어떤 이는 솥을 걸고 나무를 빠개며, 어떤이는 그릇을 씻고 독에 물을 길어다 붓고 혹은 자리를 준비하며, 케니야는 몸소 원당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케니야에게 물었다.
“케니야, 당신 아들이 장가라도 가는 것입니까? 혹은 딸이 시집이라도 가는 것입니까? 아니면, 큰 제사가 있습니까? 또는 마가다왕 세니야 빔비사아라가 군대를 이끌고 내일 식사라도 하러 오게 돼 있습니까?”
“세에라시여, 저는 아들을 장가보내지도 않고 딸을 시집보내지도 않으며, 또 마가다왕 세니야 빔비사아라를 초대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게는 머지 않아 큰 제사가 있습니다. 석가 족의 아들인 사문 고오타마가 석가 족의 집에서 출가하여 앙굿타라아파나라를 두루 다니다가 그를 따르는 수행승 천 이백오십 인과 함께 아아파나에 오셨습니다. 그 고오타마에게는 이런 좋은 소문이 따르고 있습니다. 즉, 그 스승은 참사람, 깨달은 사람, 지혜와 행을 갖춘 사람, 행복한 사람, 사람을 길들이는 이, 신과 인간의 스승, 눈뜬 사람, 거룩한 스승이라고들 합니다. 저는 그분을 수행승과 함께 내일 식사에 초대했습니다.”
“케니야여, 당신은 그를 눈 뜬 사람이라 부릅니까?”
“세에라여, 나는 그를 <눈뜬 사람>이라 부릅니다.”
“케니야여, 당신은 그를 <눈뜬 사람>이라 부릅니까?”
“세에라여, 나는 그를 <눈 뜬 사람>이라 부릅니다.”
그 때 세에라 바라문은 생각했다.
‘눈 뜬 사람이란, 이 세상에서 그 목소리를 듣기조차 힘든 일이다. 그런데 우리들 성전(聖典)속에 위인의 상(相)이 설흔 두 개 전해지고 있다. 그것을 갖추고 있는 위인에게는 단 두 가지 길이 있을 뿐 다른 길은 있을 수 없다. 만일 그가 재가(在家)의 생활을 한다면, 그는 전륜왕(轉輪王)이 되어 정의를 지키는 법왕, 사방의 정복자로서 국토백성을 안정시키고 칠보
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그에게는 바퀴(輪)라는 보배, 코끼리,말,구슬,여자,재산 그리고 지휘자라는 보배가 따를 것이다. 또 그에게는 천 명 이상의 아들이 있어 모두가 용감무쌍하며 외적을 쳐부순다. 그는 이 대지(大地)를 사해(4海)의 끝에 이르기까지 무력을 쓰지 않고 정의로써 정복하고 지배한다. 그러나 그가 만일 집을 떠나 출가자가 된다면 참사람, 깨달은 사람이 되어 이 세상 온갖 번뇌의 가림을 없앨 것이다.”
세에라는 케니야에게 물었다.
“케니야여, 그럼 그 참사람, 깨달은 사람인 고오타마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케니야는 바른 팔을 들어 세에라 바라문에게 말했다.
“세에라여, 저쪽으로 가면 푸른 숲이 있습니다. 그 곳에 부처님이 계십니다.”
그리하여 세에라 바라문은 삼백 명의 소년들과 함께 스승이 계신 곳으로 갔다. 그 때 세에라 바라문은 같이 온 바라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천천히 걸어 소리를 내지 말고 따라 오너라. 모든 스승은 사자처럼 홀로 거니는 분이며, 가까이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사문 고오타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너희들은 중간에 참견을 해서는 안된다. 내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세에라 바라문은 거룩하신 스승이 계신 곳으로 갔다.
스승께 절을 하고 나서 기쁘고 기억할 만한 인사를 나눈 뒤 한편에 가 앉았다. 그리고 세에라 바라문은 스승의 몸에 설흔 두 가지 위인의 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폈다. 그는 스승의 몸에서 단 두 가지 상을 내놓고 설흔 두 가지 위인의 상이 거의 갖추어져 있음을 보았다. 그 두 가지 상은 그것이 과연 스승께 있는지 없는지 의심되어 <눈 뜬 사람>이라는 것을 믿
을 수 없었다. 그 두 가지란 몸의 막(膜) 속에 들어 있는 음부(隱部)와 광장설상(廣長舌相)이었다.
그 때 스승은 생각했다.
‘이 세에라 바라문은 내 몸에 있는 설흔 두 가지 위인의 상을 거의 보았지만, 단 두 가지는 보지 못했다.
몸의 막속에 들어 있는 음부와 광장설의 두 위인상은 그것이 과연 내게 있는지 없는지 의심하고, 눈뜬 사람임을 믿지 않는구나.’
그래서 스승께서는 세에라 바라문이 몸의 막 속에 들어 있는 음부를 볼 수 있도록 신통(神通)을 나타내셨다.
그리고 혀를 내밀어 혓바닥으로 양쪽 귓속을 아래 위로 핥으시고, 양쪽 콧구멍을 아래 위로 핥으시며, 또 이마를 혀로 핥으시었다.
세에라 바라문은 이렇게 생각했다.
‘사문 고오타마는 설흔 두 가지 위인상을 완전히 갖추고 계시다. 그러나 나는 그가 부처님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나는 늙고 나이가 많아, 스승이나 또는 그의 스승인 바라문들이 <모든 존경받을 사람, 깨친 사람은 자기가 칭찬받을 때는 자신을 나타낸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럼, 나는 적당한 시로써 사문 고오타마를 그 앞에서 찬탄하리라.’
그래서 세에라 바라문은 적당한 시로써 스승의 면전에서 찬탄하였다.
“스승이시여, 정력이 있는 분이시여, 당신은 몸이 완전하고 빛이 나며 태생도 좋고 보기에도 아름답습니다. 금빛으로 빛나며 이는 아주 흽니다.”
(549) 그리고 태생이 좋은 사람이 갖추는 용모는 모두 위인의 상으로서 당신 몸에 있습니다.
(550) 당신은 눈이 맑고 얼굴도 보기 좋으며, 신체는 크고 단정하며 빛나 사문들 속에서도 태양처럼 빛납니다.
(551) 당신은 보기에도 아름다운 수행자(비구)로 그 살갗은 황금 빛입니다. 이렇듯 용모가 훌륭한데 어찌 사문될 필요가 있습니까?
(552) 당신은 전륜왕이 되어 군대를 거느리고 사방을 정복하여 잠부주(인도)의 지배자가 되셔야 합니다.
(553) 왕족이나 시골의 왕들은 당신께 충성을 맹세할 것입니다. 고오타마시여, 왕 중의 왕으로서, 인류의 제왕으로서 통치를 하십시오.”
(554) 스승은 대답했다. “세에라여, 나는 왕이로되 위 없는 진리의 왕입니다. 진리로써 바퀴(輪)를 굴리는 것입니다. 거꾸로 돌 수 없는 바퀴를.”
(555) 세에라 바라문이 말했다. “당신은 정각자(正覺者)라고 스스로 말씀하고 계십니다. 고오타마시여, 당신은’위없는 진리의 왕이고, 진리로써 바퀴를 굴린다’고 말씀하십니다.
(556) 그렇다면 누가 당신의 장군입니까? 스승의 상속자인 제자는 누구입니까? 이 굴려진 법 바퀴(法輪)를 누가 당신의 뒤를 이어 굴릴 것입니까?”
(557) 스승은 대답했다. “세에라여, 내가 굴린 위없는 법 바퀴를 사아리풋타(舍利佛)가 굴릴 것입니다. 그는 완전한 사람을 따라 나타난 사람입니다.
(558) 나는 알아야 할 것을 이미 알았고, 닦아야 할 것을 이미 닦았으며, 끊어야 할 것을 이미 끊어 버렸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부처입니다. 바라문이여.
(559) 내게 대한 의혹을 푸십시오. 바라문이여. 그리고 나를 믿으십시오. 깨달은 사람들을 만나기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560) 그들(눈뜬 사람)이 가끔 세상에 나타나는 것은 그대들에게는 만나보기 어려운 일인데, 나는 바로 그 정각자입니다. 바라문이여, 나는 번뇌의 화살을 꺾어 버린 위없는 사람입니다.
(561) 나는 신성한 사람이며, 비길 데 없고, 악마의 군대를 때려부셨으며, 모든 적을 항복시켰고, 아무것에도 두려움 없이 기뻐합니다.”
(562) 세에라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눈이 있는 이의 말씀을 들어라. 그는 번뇌의 화살을 꺾어 버린 사람이며 위대한 영웅이시다. 마치 사자가 숲속에서 포효하는 것과 같다.
(563) 신성한 분, 비길데 없고 악마의 군대를 쳐부순 이를 보고, 누가 믿지 않을 것인가. 이를테면, 살갗이 검은 종족 출신이라도 믿으리라.
(564) 따르고자 하는 자는 나를 따르라. 그리고 따르고 싶지 않은 자는 떠나 가거라. 나는 뛰어난 지혜있는 분에게 출가하겠다.”
(565) 세에라의 제자들이 말했다. “만일 스승님께서 바로 깨달은 이의 가르침을 기뻐하신다면, 저희들도 또한 뛰어난 지혜있는 분에게 출가하겠습니다.”
(566) 세에라가 스승께 말했다. “저희들 삼백 명의 바라문은 합장하고 청합니다. 스승이시여, 우리들은 당신 곁에서 깨끗한 행을 닦겠습니다.”
(567) 스승이 말했다. “세에라여, 깨끗한 행이 잘 설해져 있습니다. 그것은 눈앞에 당장 과보를 가져 옵니다. 도를 닦는 사람이 게으르지 않고 출가하여 청정행을 닦는 것은 헛된 일이 아닙니다.”
(568) 세에라 바라문은 제자들과 함께 스승 곁에 출가하여 완전한 계율을 받았다.
그 때 머리 딴 행자 케니야는 그날 밤이 지나자 자기 암자에서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차려 놓고 스승께 시간이 된 것을 알렸다.
“고오타마시여, 시간이 되었습니다. 공양 준비가 되었습니다.”
스승은 오전 중에 속옷(內衣)과 겉옷(重衣)을 입고 바리때를 드시고 머리 딴 행자 케니야의 암자로 가셨다. 그리고 수행승의 무리와 함께 미리 마련된 자리에 앉으셨다. 케니야는 부처님을 비롯하여 수행승들에게 손수 맛좋은 음식을 나르면서 마음껏 들도록 권했다. 그리고 케니야는 스승께서 공양을 마치시고 바리때에서 손을 떼시자 한층 낮은 자리에 앉았다. 스승은 다음과 같은 시로써 케니야에게 감사의 말씀을 하셨다.
“불에 대한 공양은 제사 중에도 가장 으뜸입니다.
사아비트리이는 베에다의 싯귀(詩句)중에서 으뜸이고, 왕은 사람 중에서 으뜸이며, 큰 바다(大洋)는 모든 강 중에서도 으뜸이듯이.”
(569) 달은 뭇별 중에서 으뜸이며, 태양은 빛나는 것 중에서 으뜸이고, 스님들은 공덕을 바라고 공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으뜸인 것입니다.”
(570) 스승은 이러한 시를 읊어 케니야에게 감사의 뜻을 말씀하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시었다.
세에라 장로는 자기를 따르던 무리들을 떠나 홀로 게으르지 않고 열심히 정진하여 얼마 안 가서 – 여러 선남자들이 그것을 얻으려고 떳떳하게 집을 나와 집없이 사는 것인데 – 위없는 청정행의 궁극을 현세에서 스스로 깨닫고 증명하고 구현하며 세월을 보냈다.
‘태어나는 일은 끝났다. 청정한 행은 이미 완성됐다.
할일을 다 마쳤다. 이제 다시는 이러한 생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함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세에라 장로는 그의 무리와 함께 성인의 한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그 후 세에라 장로는 그의 무리들과 함께 스승이 계신 곳으로 갔었다.
그리고 옷을 한쪽 어깨에 걸치고, 스승께 합장하여 다음의 시로써 여쭈었다.
“스승이시여, 눈이 있는 분이시여, 오늘부터 여드레전에 우리는 당신께 귀의했습니다만, 일곱밤을 지나 우리는 당신의 가르침속에서 안정을 얻었습니다.
(571) 당신은 깨달으신 분입니다. 당신은 스승이십니다. 당신은 악마의 정복자이며 현자이십니다. 당신은 번뇌의 잠재적 가능성을 끊고, 몸소 건너시고 또 이 사람들을 건네 주십니다.
(572) 당신은 장애를 넘어서고 모든 번뇌의 더러움을 없애 버렸습니다. 당신은 집착없는 사자이십니다. 무서워 떠는 일이 없으십니다.
(573) 이들 삼백 명의 수행승은 합장하고 서 있습니다. 영웅이시여, 발을 뻗쳐 주십시오. 여러 용(龍 = 行者)들로 하여금 스승께 예배드리게 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