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 바라문에게 어울리는 일

2.07. 바라문에게 어울리는 일

(284)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날 거룩한 스승께서는 사아밧티이의 제타 숲, 고독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베푸는 장자의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 코오살라 나라에 사는, 큰 부자인 바라문들이 – 그들은 늙어 쇠약해 있었지만 – 스승이 계신 곳에 가까이 와서 인사를 하였다.

서로 기억에 남을 만한 즐거운 인사를 나누더니 한편에 가서 앉았다.

큰부호인 바라문들은 스승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대체 현재의 바라문들은 옛날 바라문들이 지켜 내려온 바라문의 법을 따르고 있는 것일까요?”

“바라문이여, 지금의 바라문들은 예전 바라문들이 지켰던 바라문의 법을 지키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고오타마시여, 별 지장이 없으시다면, 옛날 바라문들이 지켜 온 바라문의 법을 우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면 바라문들이여, 명심해 잘 들으시오. 내가 말을 해드리리다.”

“듣겠습니다. 어서 말씀해 주십시오.”

스승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었다.

“옛 선인(仙人)은 자신을 억제하는 고행자였소. 그들은 오욕(5欲)의 대상을 버리고 자기의 참된 의(義)를 행하였소.

(285) 바라문들에게는 가축도 없었고, 황금도 곡식도 없었소. 그러나 그들은 베에다의 독송을 재보(財寶)로 삼고 곡식으로 삼아, 브라흐만의 창고를 지켰던 것이오.

(286) 그들을 위해 문간에 마련하여 놓은 음식을, 신도들은 바라문들에게 주려고 생각했소.

(287) 여러 가지로 아름답게 물들인 의복과 침상과 집을 많이 가지고 있는 지방과 나라 사람들은 모두들 바라문에게 경례했소.

(288) 바라문들은 법의 보호를 받았기 때문에 그들을 죽이거나 눌러 이겨도 안 되었소. 그들이 문간에 서 있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소.

(289) 옛말의 바라문들은 사십 팔년 동안 동정(童貞)의 청정행을 가졌소. 지(知)와 행(行)을 구했던 것이오.

(290) 바라문들은 다른 종족의 여자를 얻지 않았소. 또 그들은 아내를 사지도 않았소. 그저 서로 사랑하면서 함께 살고 화목해 즐거워하였소.

(291) 함께 살면서 즐기고 있었지만, 바라문들은 아내를 가까이 할 수 있는 시기를 제하고는, 월경(月經) 때문에 멀리해야할 때에는 결코 성의 교섭을 갖지 않았소.

(292) 그들은 불음(不淫)의 행과 계율 , 정직 , 온순 , 고행 , 유화와 남을 해치지 않고 참는 것을 칭찬했소.

(293) 그들 중에서 용맹하고 으뜸가는 바라문들은 성의 교섭을 꿈꾸는 일도 없었소.

(294) 이 세상에 있는 일부 유식자들은 그들의 행동을 본받아 가며 불음과 계율과 인내를 찬탄했소.

(295) 쌀과 침구와 의복 , 제호(버터) , 기름을 법답게 모아 그것으로 제사를 지냈소. 그들은 제사를 지낼 때에 결코 소를 잡지 않았소.

(296) 부모 형제 또는 다른 친척들과 마찬가지로 소는 우리들의 선량한 벗이오. 소한테서는 약이 생기오.

(297) 소에서 생긴 약은 식료품이 되어, 우리에게 기운을 주고 피부를 윤택하게 하며, 또 즐거움을 주오. 소에게 이러한 이익이 있음을 알아 그들은 소를 죽이지 않았던 것이오.

(298) 바라문들은 손발이 부드럽고 몸이 크며 용모가 단정하고 명성이 있으며, 자기 의무에 충실하여 할일은하고, 해서 안될 일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소. 그들이 세상에 있는 동안에 이 세상 사람들은 안락하고 번영했소.

(299) 그런데 그들에게 뒤바뀐 견해가 일어났던 것이오. 점점 왕자 같은 영화와 곱게 단장하고 화려하게 입은 부인들을 보게 됨에 따라.

(300) 또는 준마(駿馬)가 이끄는 훌륭함 수레, 아름다운 옷, 여러 가지로 설계되어 그 부분마다 잘 지어진 주택을 보고.

(301) 바라문들은 소의 무리가 번창하고 미녀들에 둘러 싸여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히고 말았소.

(302) 그래서 그들은 베에다의 신기로운 주문을 편찬하고, 저 감자왕(甘蔗王)에게 가서 말했소. ‘당신은 재산도 곡식도 풍성합니다. 제사를 지내십시오, 당신의 재산은 많습니다. 제사를 지내십시오, 당신의 재산은 많습니다.’

(303) 그래서 수레와 군사의 주인인 왕은 바라문들의 권유로 – 말에 대한 제사, 인간에 대한 제사, 투창(擲棒)에 대한 제사, 소오마에 대한 제사, 아무에게나 공양하는 제사 – 이러한 제사를 지내고, 재물을 바라문들에게 주었소.

(304) 소 , 침구 , 의복, 아름답게 꾸민 여인과 준마를 단 좋은 수레며, 아름답게 수놓인 옷들.

(305) 쓸모있게 잘 설계된 훌륭한 주택에, 여러 가지 식량을 가득 채워 바라문에게 주었소.

(306) 이리하여 그들은 재물을 얻었는데, 이번에는 또 그것을 저장하고 싶은 생각이 났던 것이오. 그들은 욕심에 사로잡혀 많은 것을 갖고 싶어 했소. 그래 그들은 또 베에다의 주문을 편찬하여 다시 감자왕을 찾아 갔었소.

(307) ‘물과 땅과 황금과 재물과 곡식이 생명있는 사람들의 필수품이듯이, 소도 사람들의 필수품입니다. 제사를 지내십시오, 당신의 재산은 많습니다. 제사를 지내십시오, 당신의 재산은 많습니다.’

(308) 수레와 군사의 주인인 왕은 바라문들의 권유로 수백 수천 마리의 소를 제물로 잡게 되었소.

(309) 발이나 뿔, 그 밖에 무엇으로든지 해를 끼치지 않는 소는 양처럼 유순하고, 항아리가 넘치도록 젖을 짤수 있었소. 그런데 왕은 뿔을 잡고 칼로 찔러서 소를 죽이게 했던 것이오.

(310) 칼로 소를 찌르자, 신들과 조상의 신령과 제석천 , 아수라 , 나찰들은’불법한 일이다’고 소리쳤소.

(311) 예전에는 탐욕과 굶주림과 늙음의 세 가지 병밖에는 없었소. 그런데 많은 가축들을 제사 지내기 위해 죽인 까닭에 아흔 여덟 가지나 되는 병이 생긴 것이오.

(312) 이와 같이 살생의 몽둥이를 부당하게 내려친다는 것은, 그 옛날부터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하오.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소를 죽였던 것이오. 제사를 지내던 사람은 이치를 거스리고 있었던 것이오.

(313) 이와 같이 옛부터 내려온 이 좋지 못한 풍습은 지혜로운 이의 비난을 받아 왔소. 사람들은 이러한 일을 볼 때마다 제사지내는 이를 비난하게 되오.

(314) 이렇게 해서 법이 무너질 때, 노예(슈우드라)와 서민(바이샤)의 양자가 분열하고, 여러 왕족들이 흩어지고 아내는 지아비를 경멸하게 되었소.

(315) 왕족이나 범천의 친족(바라문) 또는 종성(種姓)의 제도에 의해 지켜지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생(生)에 대한 말씀을 버리고 욕망에 사로잡히고 만 것이오.”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큰 부자인 바라문들은 스승께 여쭈었다.

“훌륭한 말씀입니다. 고오타마시여. 훌륭한 말씀입니다, 고오타마시여.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듯이, 덮인 것을 벗겨 주듯이, 길 잃은 자에게 길을 보여 주듯이, 또는’눈있는 사람은 빛을 볼 것이다’하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비춰 주듯이, 당신 고오타마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법을 설해 주셨습니다.

저희들은 당신께 귀의합니다. 그리고 진리와 수행승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당신 고오타마께서는 오늘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귀의한 재속신자로서 저희들을 받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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