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02장. 방편품(方便品)
그 때에 비야리성 안에 한 장자가 있는데 그 이름은 ‘유마힐’이라 한다. 그는 일찍이 한량없는 부처님을 받들어 모시고 깊이 선의 종자를 심었으며 무생법인을 얻어 변재가 걸림이 없고 신통에 자재하며 총지를 얻어 두려울 것이 없게 되며 마군과 원수를 항복받고 깊은 법문을 증득하였으며 지혜로 생사의 바다를 건넜고 모든 방편을 통달하여 큰 소원을 성취하였으며 중생의 마음으로 하는 짓을 밝게 알며
또 중생들의 근기가 영리함과 노둔함을 잘 분별하여 오래전부터 불도에 마음이 순일하여 비야리성에 살고 있으면서 한량 없는 재물을 가지고 가난한 사람을 포섭하며 계행을 깨끗하게 지니면서 파계하는 사람들을 교화하며 욕됨을 참는 덕행으로 성내기를 잘하는 사람을 교화하며 꾸준하게 정진하므로서 게으른 사람들을 교화하며 한결같이 선정을 닦으므로써 마음 산란한 사람들을 교화하며 결정적인 지혜를 닦으므로써 어리석은 사람들을 교화하며 흰옷 입은 속인이지만 스님들의 청정한 계율을 받들어 지니며 세속에서 살림살이를 하지만 삼계에 애착하지 않으며 처자를 거느리고 있지만 항상 깨끗한 범행을 닦으며 권속이 있기는 하지만 항상 멀리 여의기를 즐기며 보배로써 장식하기는 하지만 공덕으로 닦아 얻은 상호로써 몸을 치장하며 음식을 먹기는 하지만 선정의 즐거움으로서 맛을 삼으며 장기와 바둑놀이판에 가더라도 그 일로써 사람을 제도하였다.
여러 외도들을 받아주면서도 바른 믿음을 고치지 아니하며 세속의 경전을 밝게 알지만 항상 불법을 좋아하며 모든 사람에게 존경을 받는 것이 공양 중에 으뜸이 되며 정법을 받아 가지므로 어른과 아기들을 포섭하며 살림살이에 뜻대로 되어 속계의 이익이 생기더라도 그것으로 만족하지 아니하여 네거리에 다니면서 중생을 이익케 하며 정법으로 다스리는 곳에 들어가서 여러사람을 구원하며 경서를 강론하는 데에 들어가서 대승법으로써 인도하며 글 배우는 학당에 들어가서 어린이들을 잘 인도하며 음난한 집에 들어가서 음욕의 허물을 보여주며 술 파는 집에 들어가서 그 뜻을 굳게 세우게 하더라.
만일 장자들 축에 있게 되면 장자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좋은 법문을 말하여 주며 거사 가운데 있게 되면 거사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탐착심을 끊게 하며 왕족 가운데 있으면 왕족 가운데서 어른이 되어 욕된 것을 참도록 가르치며 바라문 가운데 있게 되면 바라문 가운데서 어른이 되어 교만한 마음을 없애게 하며 대신 가운데 있게 되면 대신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바른 법을 가르치고 왕자 중에 있게 되면 왕자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충성하고 효도하는 일을 보여주며 내관 중에 있게 되면 내관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궁녀들을 올바르게 교화하며 서민 중에 있게 되면 서민 가운데 어른이 되어 복 짓는 일을 일으키게 하며 제석천에 있게 되면 제석천 가운데 어른이 되어 무상한 이치를 보여 주며 사천왕 중에 있게 되면 사천왕들 가운데 어른이 되어 모든 중생을 보호하였다.
장자 유마힐이 이러한 한량없는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여 이익케 하였다. 그는 하나의 방편으로 몸에 병이 있노라고 하고 있었다. ‘그가 병이 났다’는 말을 듣고 임금과 대신과 장자와 거사와 바라문들과 왕자와 여러 권속들 수천명이 와서 병을 위문하였다.
유마힐은 그 몸에 병난 것을 인연으로 널리 법문을 하였다. 여러분, 이 몸이란 덧없고 늘 건강한 것이 아니며 큰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단한 것도 아니며 빨리 노쇠하여 가는 것이매 믿을 것도 못되며 괴로운 것이고 시끄러운 것이며 모든 병이 모인 것이외다.
여러분, 이와 같은 몸을 지혜있는 이는 믿을 것이 없는 것이요. 이 몸은 물거품과 같아서 만질 수가 없으며 이 몸은 멀리 눈에 어리는 아지랑이와 같아서 목말라 하는 애정으로 생긴 것이며 이몸은 파초와 같아서 속에 굳은 고갱이가 없으며 이 몸은 요술장이의 눈속임과 같은 것이며 이 몸은 꿈속과 같아서 허망으로 보이는 것이며 이 몸은 그림자와 같아서 업으로 나타난 것이며 이 몸은 메아리와 같아서 인연으로 울려나는 것이며 이 몸은 구름과 같아서 잠시 변하여 없어지는 것이며
이 몸은 번개와 같아서 잠간도 머물지 못하며 이 몸은 따로 주장하는 이가 없는 것이 마치 땅과 같으며 (땅 자체는 주장함이 없음) 이 몸은 오래지 못함이 지나가는 바람과 같으며 이 몸은 사람이라 할 존재가 없는 것이 마치 한데 모여 이룩된 물과 같으며 이 몸은 실답지 못하니, 지.수.화.풍의 사대(四大)가 모인 것이며 이 몸은 공한 것이니 나와 내 것을 여읜 것이며 이 몸은 앎이 없나니 초목이나 돌맹이와 같으며 이 몸은 본래 작용도 없지만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며(움직이는 힘을 바람이라 함) 이 몸은 깨끗지 못한 것이라 더러운 물질이 가득 찬 것이며 이 몸은 허망한 것이라 목욕하고 옷 입히고 먹여 주어도 마침내 마멸되어 없어지고 마는 것이며
이 몸은 모든 화근이라 백 한가지 병이 늘 괴롭히는 것이며 이 몸은 벼랑이나 웅덩이처럼 늙음에 쫓기어 떨어져 들어가는 것이며 이 몸은 정한 것이 없으니 늘 죽음으로 나가는 것이며 이 몸은 독사와 같고 원수,도둑과 같으며 빈 촌락과 같으니 오음 십팔계 십이입으로 모여 되었나니라.
여러분, 이 몸은 싫증나고 걱정거리라 마땅히 부처님 몸을 좋아해야 할 것이외다. 왜냐하면 부처님 몸은 곧 법의 몸이니 한량없는 공덕과 지혜로 쫓아 생겼으며계행과 선정,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으로 생겼으며 자.비.희.사로 생겼으며 보시.지계.인욕.유화(柔和).정진.선정.해탈.삼매.다문(多聞).지혜의 모든 바라밀로 생겼으며 방편을 닦는 공덕으로 생겼으며 신통으로 쫓아 생겼으며 삼명(三明)으로 쫓아 생겼으며 삼십칠도품으로 쫓아 생겼으며 지관(止觀)으로 쫓아 생겼으며 십력과 사무외와 십팔불공법으로 쫓아 생겼으며 온갖 나쁜 짓을 끊고 온갖 착한 짓을 쌓으므로부터 생겼으며 진실한 마음으로 생겼으며 청정한 법으로 말미암아 여래의 법신이 생겼느니라.
여러분, 부처님의 몸을 얻어 일체 중생의 병을 끊고저 하거든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할 것이니라.
이와 같이 유마힐 장자가 병을 위문하는 이들을 위하여 때에 따라 설법하여 무수한 사람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