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 대애도(大愛道)가 금실로 짠 옷을 부처님께 드린 일과 또 천주사(穿珠師)의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대애도(大愛道)는 부처님을 위하여 금실로 짠 옷을 가지고 가서 부처님께 올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을 스님들에게 보시하시오.”
대애도는 말하셨다.
“저는 부처님을 젖을 먹여 길렀습니다. 내 손으로 옷을 만들어 일부러 와서 부처님께 바치는 것은 부처님께서 나를 위해 이것을 받아 주시기를 바라서인데, 어찌하여 스님들에게 주라고 말씀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모님으로 하여금 큰 공덕을 얻게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중들의 복밭은 가없이 넓고 크기 때문에 권하는 것입니다. 만일 내 말대로 한다면 그것은 이미 내게 공양한 것입니다.”
그 때 대애도는 그 옷을 가지고 중들에게로 가서 윗자리에서부터 돌렸으나 아무도 감히 받는 이가 없었다. 차례가 미륵에게 이르자 미륵은 곧 그것을 받아 입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미륵의 몸에는 32상(相)이 있었고, 몸빛은 자마금빛이었다.
미륵이 성에 들어가자 여러 사람들은 다투어 구경하였지만 아무도 밥을 주는 이가 없었다.
그 때 어떤 천주사(穿珠師)는 아무도 그에게 밥을 주는 이가 없는 것을 보고, 곧 미륵 앞에 나아가 꿇어앉아 청하여 집으로 데리고 가서 밥을 주었다.
미륵이 식사를 마치자, 천주사는 조그만 자리를 미륵 앞에 펴 놓고 앉아 설법을 들으려 하였다.
미륵은 네 가지 변재의 힘이 있었다. 그래서 그를 위해 갖가지 묘법을 설하였다.
그 때 천주사는 설법 듣기를 즐겨 조금도 싫증을 내지 않았다.
예전에 어떤 장자가 딸을 시집 보내려고 천주사를 시켜 한 보배 구슬을 뚫게 하고 돈 10만 냥을 주었었다.
마침 그 때 그 장자는 사람을 보내어 구슬을 찾으러 왔다. 그러나 천주사는 법을 듣기에 정신이 없어 구슬 뚫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대답하였다.
“잠깐만 더 기다리시오.”
그 사람은 또 찾으러 왔다. 이렇게 세 번이나 오갔지마는 그래도 찾아가지 못하였다. 그 장자는 화를 내어 돈과 구슬을 모두 도로 빼앗아 갔다.
천주사의 아내는 성을 내어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
“이제는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잠깐 동안 구슬을 뚫으면 10만 냥의 이익을 얻을 것인데, 왜 저 도인의 말만 듣고 있습니까?”
천주사는 그 말을 듣고 마음 속으로 매우 한탄하였다.
그 때 미륵은 그가 매우 한탄하는 것을 알고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나를 따라 절에 갈 수 있는가?”
“갈 수 있습니다.”
그는 미륵을 따라 승방에 가서 상좌 비구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금 10만 근을 얻는 것과 기쁜 마음으로 설법을 듣는 것과 어느 것이 낫습니까?”
교진여는 말하였다.
“설령 어떤 사람이 금 10만 근을 얻더라도 다른 사람이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믿는 마음으로 잠깐 동안이나마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 그것은 저것보다 백천만 곱이나 훌륭하니라.”
그래서 다시 둘째 상좌에게 묻자, 둘째 상좌는 대답하였다.
“설령 어떤 사람이 10만 수레의 금을 얻더라도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기뻐하는 마음으로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
조금 있다가 또 셋째 상좌에게 물었다. 셋째 상좌는 대답하였다.
“설령 어떤 사람이 10만 집의 금을 얻더라도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
또 넷째 상좌에게 묻자, 넷째 상좌는 대답하였다.
“설령 10만 나라의 금을 얻더라도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 그것은 백천만 갑절이나 나으니라.”
이렇게 차례로 물어 아나율에게 이르자, 아나율은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사천하에 가득 찬 금을 얻더라도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
미륵이 물었다.
“존자는 ‘비구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이 사천하에 가득한 금을 얻는 것보다 낫다’고 하였는데, 어째서 그러합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내 자신이 징험한 바입니다. 생각하면 과거 91겁 전에 어떤 왕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첫째는 이름이 리타(利)요, 둘째는 이름이 아리타(阿利)였습니다. 장자는 항상 그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높은 이도 떨어지며 항상된 듯한 것도 다하는 것이다. 대개 남[生]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모이면 흩어지는 것이다.’
장자는 병으로 목숨을 마치려 할 때 아들에게 분부하였습니다.
‘부디 갈라져 살지 말라. 마치 실 한 가닥은 코끼리를 잡아 매지 못하지만, 실을 많이 모으면 코끼리도 끊지 못하는 것처럼 형제가 한데 사는 것도 많은 실과 같으니라.’
장자는 이렇게 아들에게 훈계하고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들은 아버지의 유훈이기 때문에 형제가 같이 살면서 서로 공경하고 화목하였습니다.
뒤에 그 아우가 장가들어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우의 아내는 남편이 못마땅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당신은 저이의 종과 같습니다. 재물을 쓰는 것과 손님을 대접하는 것은 모두 당신 형님이 맡아 하고, 당신은 그저 옷과 밥을 얻을 뿐이니, 종이 아니고야 어찌 그렇겠습니까?’
아내는 자주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그 때 부부는 마음에 변화가 생겨 형에게 갈라져 살기를 청하였습니다. 형은 아우에게 말하였습니다.
‘너는 아버지의 임종 때의 말을 생각하지 않느냐?’
그러나 아우는 마음을 고치지 않고 자꾸 갈라져 살기를 청하였습니다. 형은 아우의 뜻을 보고 곧 갈라져 살기로 하되, 모든 소유를 모두 반으로 나누었습니다.
아우 내외는 나이가 젊기 때문에 방탕하게 놀아 낭비가 심하였습니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못하고 빈궁하게 되어 그 형에게 와서 구걸하였습니다. 그 때 그 형은 그에게 돈 10만 냥을 주었습니다.
아우는 그것을 얻어간 지 오래지 않아 다 써 버리고 또 와서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여섯 번까지는 10만 냥씩 주었다가, 일곱 번째에는 형은 아우를 꾸짖었습니다.
‘너는 아버지의 임종 때 말을 생각하지 않고 갈라져 살기를 청하였는데, 애를 써서 생활하지 못하고 자꾸 와서 물건을 청하는구나. 이제 너에게 10만 냥을 줄 터인데, 네가 생활을 잘하지 않고, 또 와서 청하더라도 다시는 주지 않을 것이다.’
이런 괴로운 말을 듣고 그 내외는 애써 생활하여 점점 부자가 되었고, 그 형은 재물을 잃고 차츰 빈궁하게 되어 아우에게 가서 구걸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우는 형에게 밥도 주지 않으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형은 항상 부자이리라고 생각하였는데, 가난할 때도 있습니까? 나는 옛날 형에게 구걸한 적이 있었는데 몹시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지금 왜 저에게 와서 청하는 것입니까?’
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근심하고 번민하면서 생각하였습니다.
‘한 배에서 난 형제도 오히려 이러하거늘, 하물며 남이겠는가?’
그는 그만 생사가 싫어져 집에는 돌아가지 않고 산에 들어가 도를 공부하되, 부지런히 고행하여 벽지불이 되었습니다.
뒤에 그 아우도 점점 빈궁하게 되고 또 세상의 흉년을 만나 나무를 팔면서 살아갔습니다.
그 때 벽지불은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으나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빈 발우로 도로 성을 나왔습니다. 그 나무꾼은 벽지불이 빈 발우로 성을 나오는 것을 보고, 곧 나무를 팔아 얻은 핏[稗]가루를 주려고 벽지불에게 말하였습니다.
‘존자시여, 이 거친 음식을 드시겠습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그저 먹어 몸을 지탱하겠노라.’
그래서 나무꾼은 그것을 주었습니다. 벽지불은 그것을 받아 먹고는 허공에 날아올라 열여덟 가지 신변을 보인 뒤에 본 자리로 내려왔습니다. 뒤에 나무꾼은 나무하러 가다가 길에서 토끼 한 마리를 보고 지팡이로 쳤습니다. 그것은 죽은 사람으로 변하여 갑자기 일어나 나무꾼의 목을 껴안았습니다. 그는 온갖 방편으로 그것을 떼려 하였으나 뗄 수가 없어 옷을 벗어 주고 사람을 시켜 하였지마는 또한 뗄 수 없었습니다.
끝내 날이 어두워 그것을 업고 집으로 항하였습니다.
집에 이르자 그 시체는 스스로 풀리면서 땅에 떨어져 순금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때 나무꾼은 그 금 사람의 머리를 베었는데, 머리는 도로 났습니다. 그 손과 다리를 베자 손과 다리는 다시 나서 잠깐 동안에 금머리와 금손이 그 집에 가득 차서 큰 무더기로 쌓였습니다.
이웃 사람들은 관청에 알렸습니다.
‘저이는 빈궁한 사람인데, 그 집에 저절로 저런 금무더기가 쌓였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사람을 보내어 살펴보게 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그 집에 갔으나 순전히 문드러지고 냄새나는 죽은 사람의 손과 머리밖에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주인이 스스로 금머리를 들고 왕에게 바치자, 그것은 바로 순금이었습니다.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이이는 복받은 사람이다’ 하고, 큰 마을을 봉(封)해 주었습니다.
그는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둘째 하늘에 나서 제석천이 되었다가 인간에 내려와서는 전륜성왕이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91겁 동안을 끊이지 않고,
하늘 왕과 인간의 왕이 되었고, 지금은 최후의 몸으로 석가 종족에 났는데, 처음 나는 날에는 40리 안의 묻힌 창고에서 보배가 저절로 솟아났습니다. 그 뒤에 그가 점점 자라나자, 부모는 그 형 석마남(釋摩男)을 치우치게 사랑하였습니다.
아나율의 어머니가 여러 아이들을 시험하려고 사람을 보내어 ‘밥이 없다’고 말하자, 아나율은 ‘빈 그릇만 가지고 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빈 그릇을 그에게 주었더니, 빈 그릇에는 온갖 맛난 음식이 저절로 찼습니다.
비록 4천하의 금으로 젖을 사서 먹이더라도 한 겁 동안도 모자라겠거늘, 하물며 91겁 동안 언제나 즐거움을 받는 것이겠습니까? 그러므로 내가 지금 이 저절로 된 음식을 받는 것은, 전생에 그 한 발우의 밥을 보시하였기 때문에 이 갚음을 받는 것입니다.
위로 여러 부처님과 아래로 범천에 이르기까지 깨끗한 계율을 가지는 이만을 모두 지계자(持戒者)라 합니다.”
그 때 천주사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