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8. 장자의 아들이 품팔이로 회를 베풀어 현재의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어떤 장자의 아들은 일찍이 부모를 잃고, 외롭고 궁하여 헤매면서 품팔이로 살아갔다.
그는 어떤 사람에게서 도리천상은 아주 즐겁다는 말을 듣고, 또 다른 사람에게서 부처님과 스님을 공양하면 반드시 거기 가서 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물었다.
“얼마나 들면 부처님과 스님께 공양할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금 30냥을 쓰면 보시회를 베풀 수 있다.”
그는 곧 저자로 가서 품팔 곳을 구하였는데, 저잣거리에 어떤 큰 부자 장자가 있어 그를 쓰기로 하였다.
장자는 물었다.
“너는 지금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는 무슨 일이나 다 할 수 있습니다. 3년 동안 일하면 얼마나 찾겠습니까?”
“금 30냥은 찾을 것이다.”
장자는 그가 무슨 일이나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곧 그를 썼다.
그는 사람됨이 단정하고 정직하여 금·은·동·철 등 갖가지 점방에서 보통 때보다 곱절이나 이익을 얻게 하였다.
연한이 차자, 그는 장자에게서 품삯을 받았다. 장자는 물었다.
“너는 지금 그 돈으로 무슨 일을 하려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는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려 합니다.”
장자는 말하였다.
“나는 이제 너를 도와 주리라. 갖가지 그릇과 쌀과 국수를 너에게 줄 것이니, 음식을 만들어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라.”
그는 곧 승방으로 가서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을 시켜 그 청을 받게 하셨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당신 방에 계시고 스님들만 장자 아들의 청을 받기로 하였다.
마침 그날은 명절날이 되어 여러 사람들은 갖가지 음식을 스님에게 보내 었다.
그래서 스님들은 모두 배불리 먹은 뒤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 때 장자의 아들은 손수 음식을 돌렸다. 상좌(上座)가 조금만 놓으라 하자, 차례로 모두 조금만 놓으라 하여 아랫줄에 이르렀다.
그 때 장자의 아들은 울고 번민하면서 생각하였다.
‘3년 동안 고생하여 이 음식을 베푼 것은 여러 스님이 잘 자시기를 바랐던 것인데, 이제 스님들이 드시지 않는구나. 내가 천상에 나기를 구하였지만 끝내 거기 가서 나지 못하겠구나.’
그리고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스님들이 저의 공양을 먹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저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조금 먹던가?”
“예, 모두 조금씩 먹었습니다.”
“먹지 않더라도 네 소원은 반드시 이뤄지겠거늘, 하물며 조금 먹었는데 어찌 이뤄지지 않겠느냐?”
그는 기뻐하면서 돌아가서 음식을 먹었다. 여러 스님들도 음식을 마치고 모두 돌아갔다.
그 때 5백 상인들이 바다에 들어갔다가 돌아와서 성에 들어가 음식을 찾았다. 그러나 마침 세상에는 흉년이 들어 아무도 주는 이가 없었다.
어떤 사람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저 장자의 아들이 오늘 회를 열었으니 반드시 거기에는 음식이 있을 것입니다.”
장자의 아들은 상인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여 5백 상인들에게 음식을 주어 모두 충족하게 하고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도 모두 배불리 먹였다.
제일 아랫 상인이 만 냥의 가치가 있는 구슬 하나를 풀어 그에게 주었다. 그리하여 5백 상인이 저마다 구슬 하나씩과 발우 하나씩을 주었지마는 그 장자의 아들은 감히 받지 않고, 부처님께 달려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이 바로 이 세계에서 받는 갚음[華報]이니 가지더라도 괴로움이 없을 것이요, 뒷날에는 반드시 천상에 날 것이니 두려워할 것이 아니니라.”
그리고 그의 주인 장자는 아들이 없고 외딸이 있었는데, 곧 그 아이에게 딸을 아내로 주었다. 이리하여 드디어 가업이 번창하여 사위성 안에서 제일이 되었다.
장자가 목숨을 마치자, 바사닉왕은 그 아이가 총명하고 지혜가 있다는 말을 듣고, 장자의 가업을 모두 그 아이에게 주었다.
그의 이 세계에서 받는 갚음은 이와 같았고, 과보(果報)는 뒤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