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옛날 어머니 가단차라의 인연
부처님께서 어느 때 돌아다니시다가 거하라국(居荷羅國)으로 가시는 도중에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
그 때 가단차라(迦旦遮羅)라는 한 노모는 남에게 매어 살면서 우물에서 물을 긷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기 가서 물을 얻어 오너라.”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가서 물을 청하였다.
그 때 노모는 부처님께서 물을 청하신다는 말을 듣고 스스로 물그릇을 들고 와서
부처님 앞에 이르자, 물그릇을 땅에 놓고 부처님을 안으려 하였다.
아난이 그것을 막으려 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막지 말라. 그 노모는 5백 생 동안 내 어머니였다.
그래서 애정이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를 안으려 하는 것이니,
만일 그것을 막으면 끓는 피가 얼굴에서 흘러 나와 이내 목숨을 마치고 말 것이다.”
노모는 부처님을 안자 손발을 불고는 한쪽에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가서 이 노모의 주인을 불러 오너라.”
그 주인이 와서 땅에 엎드려 부처님께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섰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이 노모를 놓아 주어 집을 떠나게 하라. 만일 집을 떠나면 반드시 아라한이 될 것이다.”
주인은 곧 놓아 주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노모를 파사파제(波?波提) 비구니에게 붙여 주어 중을 만들게 하라.
오래지 않아 아라한의 도를 얻어, 비구니 중에서 경전을 잘 알기로 가장 으뜸갈 것이다.”
비구들은 이상히 여겨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이는 어떤 인연으로 남에게 매여 살며 또 어떤 인연으로
아라한이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이는 가섭(迦葉)부처님 때 집을 나와 도를 배웠다. 그 인연으로 아라한이 될 것이다.
또 그 때 여러 주인들을 위하여 성현들을 비방하고 비구니보다 종이 낫다 하였기에
그 인연으로 지금 남에게 매어 살고, 또 5백 생 동안 늘 내 어머니가 되었으나
간탐하고 질투하여 내 보시를 방해하였기에 그 인연으로 항시 빈천한 집에 태어났었다.
그런데 나는 오늘만 그를 빈천에서 구제한 것이 아니니라.”
비구들이 아뢰었다.
“알 수 없습니다. 과거 세상에 그를 빈천에서 구제한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나간 세상에 바라내국(波羅捺國)에 어떤 가난한 집에서 모자가 살고 있었다.
아들은 늘 품을 팔아 어머니를 공양하는데, 재물을 조금 얻어 겨우 조석을 지탱해 나갔다.
그 때 아들은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나도 여러 상인들과 함께 멀리 가서 장사하려 합니다.’
어머니가 허락하자, 그 아들은 길을 떠났는데, 아들이 떠난 뒤에 도적이 와서
그 집을 부수어 재물을 뺏고, 또 그 노모를 끌고 가서 다른 곳에 팔았다.
아들이 돌아와 어머니를 찾다가 있는 곳을 알고는 많은 재물을 가지고 가서
어머니를 풀어내고 본국에서 생활할 때 이전보다 몇배나 살림이 풍족하였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어머니는 바로 지금의 저 가단차라요, 그 아들은 바로 지금의 나다.
나는 그 때에도 어머니의 고통을 제거해드렸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