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2품 분신들이 모이다(分身集會品)
그때 백천만억의 생각할 수도 없고, 의논할 수 없으며, 헤아릴 수 없고 말로 할 수도 없는 그 무량무수한 세계의 모든 지어가에 있던 지장보살의 분신들이 모두 다 도리천궁에 모여들어 있었다.
또 각각 그 방면에서 해탈을 얻고 업도에서 나온 자가 천만억 수로 있었는데, 이들이 부처님의 신력을 입어 다 같이 향과 꽃을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다.
함께 온 무리들은 모두가 지장보살의 교화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영원히 물러서지 않게 된 자들이었다.
이 모든 무리들은 멀고먼 겁으로부터 오면서 생사의 물결에 빠져 육도에 떠돌면서 고통을 받아 잠깐도 쉴 틈이 없었다가, 지장보살의 광대한 자비와 깊은 서원력으로 각기 도과를 증득하고 도리천에 이르렀으니, 마음이 기뻐 뛸듯하여 부처님을 우러르며 잠시도 한 눈을 팔지 않았다.
그때 세존께서 금빛 팔을 펴시어 백천만억의 생각할 수 없고 의논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고 말할 수도 없는 무량무수한 세계의 모든 화신지장보살의 이마를 어루만지시면서 말씀하셨다.
“내가 오탁악세에서 저런 억세고 거치른 중생들을 교화하여 그 마음을 조복시켜 삿된 것을 버리고 바른 데로 돌아오게 하였건만 열에 하나 둘은 아직도 악습에 빠져 있느니라.
나도 역시 천백억의 분신으로 널리 방편을 베푸노니 혹 근기가 날카로운 자는 법을 들으면 곧 믿어서 지니며, 혹 좋은 과보를 지닌 자는 부지런히 권하면 성취하고, 혹 둔하고 어두운 자는 오래 교화하여야 겨우 귀의하고, 혹 업이 무거운 자는 우러러 공경치 않느니라.
이런 중생 무리들을 각각 차별하여 분신이 제도하는데, 혹은 남자몸을 나타내고, 혹은 여자몸을 나타내고, 혹은 하늘사람이나 용의 몸을 나타내고, 혹은 귀신의 몸을 나타내고, 혹은 산.숲.내.강.못.샘.우물을 나타내어 사람을 이롭게 하면서 모두 다 제도하여 해탈케 하고, 혹은 제석천왕의 몸으로, 혹은 범왕의 몸으로, 혹은 전륜왕의 몸으로, 혹은 거사의 몸으로, 혹은 국왕의 몸으로, 혹은 재상의 몸으로, 혹은 관속의 몸으로, 혹은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의 몸으로 내지 성문.아라한.벽지불.보살 등의 몸으로 나타내어 교화하고 제도하노니, 단지 부처의 몸으로만 그 몸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니라.
내가 여러 겁을 두고 부지런히 애써서 저런 교화하기 어려운 억세고 거치른 죄고중생들을 제도하였으나, 거기에 아직도 조복되지 못한 자가 있어서 업보를 따라 만약 악도에 떨어져 큰 고통을 받게 된 것을 보거든, 그대는 마땅히 내가 이 도리천궁에서 은근히 부촉하던 것을 생각하고, 사바세계에 미륵불이 출세하여 오실 때까지 중생들을 다 해탈케 하여 영원히 모든 괴로움을 여의케하고 부처님의 수기를 받도록 하라.”
이때 여러 세계에서 온 모든 분신 지장보살이 다시 한 몸으로 되어 애절하게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멀고먼 겁으로 오면서 부처님의 인도 하심을 입어 불가사의한 신력을 얻고 크나큰 지혜를 갖추게 되었나이다. 제가 저의 분신으로 하여금 백천만억 항사 세계에 두루하여, 한 세계마다 백천만억 분신을 화현하고, 그 한 몸마다 또 백천만억 사람을 제도하여 삼보께 귀의토록하며, 영원히 나고 죽는 것을 여의고 열반락에 이르도록 하오리다.
다만 불법 중에서 착한 일을 하되, 한터럭.한물방울.한모래. 한티끌 만큼이나 혹은 털끝만치라도 한다면, 제가 점차로 제도하여 해탈시켜 큰 이익을 얻게 하오리다.
세존이시여! 바라오니, 후세의 악업중생으로는 염려하지 마옵소서.”
이렇게 세 번이나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때 부처님께서 지장보살을 찬탄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내가 그대를 기쁘게 하리라. 그대는 아득한 겁으로 오면서 세운 큰 서원을 능히 성취하여 장차 널리 중생들을 제도한 후에 곧 보리를 이루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