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 97. 비단 옷과 순금을 모두 빼앗긴 사람

97. 비단 옷과 순금을 모두 빼앗긴 사람

어느 날 두 사람이 짝이 되어 넓은 들판을 함께 가다가 한 사람은 도중에서 한 벌의 비단옷을 도적에게 빼앗기고, 또 한 사람은 도망쳐 풀 속으로 들어갔다.

옷을 빼앗긴 사람은 일찍이 그 옷 끝에 금전 한 푼을 싸 두었었다.

그래서 그는 도적에게 말하였다.

“이 옷은 금전 한 푼 값에 해당한다. 지금 금전 한 푼을 줄 것이니 이 옷과 바꾸자.”

도적은 말하였다.

“그 돈이 지금 어디 있는가.”

그는 그 옷 끝을 풀어 금을 내어 보이면서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그 순금이다. 만일 내 말이 믿어지지 않거든 지금 이 풀 속에 훌륭한 금사(金師)가 있으니 가서 물어 보라.”

도적은 금과 옷을 모두 가져갔다. 그리하여 어리석은 사람은 옷과 금을 모두 잃었다.

그리고 제 이익만 잃은 것이 아니라, 또 남도 잃게 하였다.

범부도 그와 같다.

도를 닦아 행하고 온갖 공덕을 지었다가, 번뇌라는 도적에게 겁탈 당하여 그 선법도 잃고 온갖 공덕도 잃고 만다. 그리고 또 제 이익만 잃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이익도 잃게 한다.

그리하여 몸이 허물어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지나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이것저것을 모두 잃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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