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어리석은 수비둘기
옛날 암, 수 두 마리의 집비둘기가 한 둥우리에 살면서 익은 과실을 가져다 둥우리에 채워 두었다.
그 뒤 과실이 말라 차츰 줄어들어 반 둥우리밖에 남지 않았다.
수컷은 성을 내며 암컷에게 말하였다.
“과실을 모으느라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왜 혼자서 먹고 반만 남았느냐?”
암컷이 대답하였다.
“나는 먹지 않았습니다. 과실이 저절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수컷은 믿지 않고 성을 내어 암컷을 보고 말했다.
“네가 혼자 먹지 않았으면 왜 줄어들었겠느냐.”
수컷은 곧 주둥이로 암컷을 쪼아 죽였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큰비가 내려, 과실은 차츰 불어나 전과 같이 되었다.
수컷은 그것을 보고 비로소 후회하였다.
“실은 그가 먹은 것이 아니었는데 내가 망령되이 그를 죽였다”고.
수컷은 곧 슬피 울면서 암컷을 불렀다.
“너는 어디로 갔느냐.”
범부들도 그와 같다.
뒤바뀐 생각을 마음에 품고 망령되이 쾌락을 누리면서, 덧없음을 보지 않고 중한 계율을 범하다가 뒤에 가서 후회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리하여 슬피 탄식하였으니 그것은 어리석은 비둘기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