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서른 여섯 개의 상자를 짊어진 신하
옛날 한 왕이 무우원(無憂園)에 들어가 즐겁게 놀기 위하여 어떤 신하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궤짝 하나를 들고 저 동산으로 가서, 내가 앉아 쉴 수 있게 하라.”
신하는 남 보기에 창피스러워 들려고 하지 않고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들 수가 없습니다. 지고 가겠습니다.”
그래서 왕은 곧 서른 여섯 개의 궤짝을 그의 등에 지우고 그를 재촉하여 동산으로 갔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여자의 털 하나가 땅에 떨어진 것을 보고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계율을 지킨다”고 하며 그것을 집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그 뒤에 번뇌에 홀리어, 서른 여섯 가지 물건, 즉 털, 손, 발톱, 이, 똥, 오줌 따위의 더러운 것도 더럽다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서른 여섯 가지 더러운 물건을 한꺼번에 전부 붙잡고도 부끄러워하는 생각이 없이 죽을 때까지 놓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궤짝을 지는 것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