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 77. 나귀의 젖을 짜 마신 사람들

77. 나귀의 젖을 짜 마신 사람들

옛날 변방에 있는 사람들은 나귀를 알지 못하고 다만 다른 사람들이 ‘나귀의 젖은 매우 맛있다’라고 하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그 때 그들은 수나귀 한 마리를 얻어 그 젖을 짜려고 서로 다투어 붙잡았다. 그 중에 어떤 이는 머리를 붙잡고 어떤 이는 귀를 붙잡고 어떤 이는 꼬리를 붙잡고 어떤 이는 다리를 붙잡았다.

또 어떤 이는 그릇을 들고 먼저 젖을 짜 마시려고 하였다.

그 중에 어떤 이가 나귀의 생식기를 붙잡고 “이것이 젖이다”고 외쳤다.

그들은 그것을 짜면서 젖을 얻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들은 지치기만 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였고 한갓 수고만 하였다.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았다.

외도의 범부들도 그와 같다.

도(道)라는 말을 듣고는 구할 곳에서 구하지 않고, 망령되이 잡생각을 내고 갖가지 삿된 소견을 일으켜 발가벗기도 하고 스스로 굶기도 하며 혹은 높은 바위에서 떨어지거나 불에 몸을 던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삿된 소견으로 나쁜 길에 떨어지는 것이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망령되이 나귀 젖을 구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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