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남의 집 담벽
옛날 어떤 사람이 남의 집에 가서 그 집 담벽을 바르는 것을 보았다. 그 벽은 편편하고 깨끗하여 아주 좋았다.
그는 물었다.
“진흙에 무엇을 섞어 바르기에 그처럼 좋은가.”
주인은 대답하였다.
“벼와 보리를 물에 푹 담가 두었다가 그것을 진흙에 섞어 벽을 바르면 이렇게 된다.”
어리석은 사람이 생각하기를
“벼와 보리를 섞어 쓰는 것보다 벼만 쓰면 벽이 희고 깨끗할 것이요 진흙도 고루 묻을 것이다’ 하였다.
그는 곧 벼를 진흙에 섞어 벽에 바르고는 편편하고 고르기를 바랐다. 그러나 도리어 벽은 높고 낮아 모두 벌어졌다.
결국 벼만 버리고 아무 이익도 얻지 못하여 차라리 보시하여 공덕을 쌓는 것만 못하였다.
범부도 그와 같다.
성인이 ‘온갖 선을 닦아 행하면 이 몸을 버린 뒤에는 천상에 나거나 해탈을 얻는다’고 설법하는 것을 듣고, 스스로 제 몸을 죽여 천상에 나거나 해탈을 얻을 것을 기대하지만, 헛되이 제 몸만 죽이고 아무 소득이 없는 것이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