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 26. 실룩거리는 왕의 눈

26. 실룩거리는 왕의 눈

옛날 어떤 사람이 왕의 환심을 사려고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왕의 환심을 살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이 말하였다.

“네가 왕의 환심을 사려거든 왕의 형상을 본 받아라.”

그는 왕궁에 가서 왕의 눈이 실룩거리는 것을 보고 그것을 본받아 똑같이 눈을 실룩거렸다.

왕이 물었다.

“너는 무슨 눈병에 걸렸는가. 혹은 바람을 맞았는가. 왜 눈을 실룩거리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는 눈을 앓지도 않고 또 바람도 맞지 않았습니다만 왕의 환심을 사려고 그것을 본받은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크게 화를 내어 사람을 시켜 갖가지로 벌을 준 뒤에 나라에서 쫓아내 버렸다.

세상 사람들도 그러하여 법을 듣거나 혹은 글귀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문구가 있으면 곧 그것을 비방하거나 헐뜯는다.

그 때문에 부처님 법안에서도 선(善)한 것을 잃어버리고 세 갈래 나쁜 길[삼악도]에 떨 어지는 것이니 저 왕의 실룩거리는 눈을 본받은 사람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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