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스님. 문무왕 때에 광덕(廣德)과 교분(交分)이 두터워서 서로 약속하기를 “먼저 극락세계에 가는 사람이 뒷사람에게 일러 주자”고 하였다. 광덕은 분황사 서쪽 마을에 있었고, 엄장은 남악(南岳)에 혼자 있었다. 하루는 광덕이 창밖에 와서 “나는 서방으로 가노라” 하므로 이튿날 가보니 광덕이 죽었다. 엄장은 광덕의 처와 함께 장사를 치르고, 광덕의 처에게 같이 살자고 하니, 처도 승낙하였다. 그날 저녁에 동침을 요구하자 그는 “스님이 정토를 구원하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잡으려 함과 같습니다”라고 했다. 엄장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광덕도 그러했는데 어찌하여 나는 그렇지 못하는가? 하니 그녀는 ”그는 나하고 십 년 동안 같이 살았지만 한 밤도 한자리에서 잔 적이 없었는데 하물며 몸을 더럽힐 리가 있겠습니까. 매일 단정히 앉아 염불을 하거나 16관을 짓거나 하였습니다. 이제 스님은 동으로는 갈 수 있지만 서로는 갈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엄장이 그 말을 듣고 부끄럽게 여겨 물러가서 원효(元曉)에게 요긴한 도를 물어 쟁관법(錚觀法)을 배우고 일심으로 수행하여 서방정토로 갔다. 그 처는 분황사의 종으로 19응신(應身)의 1덕(德)이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