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지금 당장 미련없이 죽을 수 있겠는가

지금 당장 미련없이 죽을 수 있겠는가?

-법상스님-

죽음명상에 대해 언젠가 이야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 죽을 수 있겠는가’ 하고 물었을 때 ‘예’ 하고 대답할 수 있을 만큼 일체를 다 놓고 살자고 하였습니다.

지금 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을 참으로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거라 하였습니다.

그 물음을 하루 뒷날로 미루어 봅시다.

오늘이 내 삶의 남은 마지막 하루가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내일 죽는다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보자는 말입니다.

과연 나는 내일 죽는다면 무엇을 하며 오늘 하루를 보낼까.

내일 죽더라도 여한 없이 오늘을 살고 있는가.

내일 죽더라도 미련 없이 이 생을 마감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붙잡아 왔던 모든 이 생의 집착을 다 놓아버릴 수 있겠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는 것입니다.

주윗 분들의 죽음을 꾀 여러번 접하고 그로인해 괴로워하는 많은 이들을 만나다보니, 또한 말짱하던 사람이 한 순간 죽어가는 일들을 겪게 되다 보니, 처음에는 아무런 마음에 동요 없이 시다림을하고 천도를 하다가 어느날인가 문득 그 모든 것들이 나의 일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내일 내가 죽지 않을 수 있다고 누가 말하던가 말입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실로 ‘나는 내일 죽는다’ 하고 생각하고 보니 이게 결코 간단히 오늘을 살 일이 아니라고 여겨졌습니다.

지금 매 순간 순간이 중요해지고,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 수행하지 않을 수 없게되며, 어리석게 이것 저것 붙잡아 집착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또한 자연스럽게 베풀 수 밖에 없어집니다.

이처럼 내일 죽음을 준비한다는 말은 첫째로 ‘일체를 놓음(방하착)’을 의미하며 둘째는 ‘최선의 정진’을 뜻하고, 마지막으로 ‘보시의 실천’이 뒤따르게 됩니다.

내일 죽을 사람에게 집착이란 아무짝에도 쓸 모 없는 일이기에, 지금까지 집착하고 있던 정신적, 물질적 모든 잡음을 일순간 정리하여 놓을 수 있게 됩니다.

‘내일 죽는다’ 하고 인정하여 마음에서 수용하고 보면 그간 절대 놓지 못할 것 같은 것들도 쉽게 놓을 수 있게 됩니다.

죽을 사람이 무엇에 얽매이며, 무엇을 가져 갈 수 있겠습니까.

또한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복력과 수행력 밖에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수행자는 또한 복력과 수행력의 증장에 힘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정진하고 또 정진하며 한 순간도 화두를 놓지 못하고, 염불을 놓지 못하며 부처님 말씀을 놓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지금까지 쌓아 놓은 재산이며 일체의 ‘내 것’들을 마음 편히 이웃에게 회향하여 베풀수 있게 됩니다.

오늘 하루를 한 치의 후회도 없이 살아갈 수 있으며, 죽음을 비롯해 지금까지 살아오며 잡아왔던 모든 것들을 다 놓아버렸기에 그 어떤 경계에도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까짓 죽음을 앞둔 마당에 무엇이 괴로울 것이 있고, 무엇이 서글프며 그 무엇이 외롭고, 답답하고, 질투날 것이 또 그 무엇이겠습니까.

우리가 느끼는 괴로움의 경계 가운데 죽음 이상의 경계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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