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든 살든 굳게 믿으라
-법상스님-
굳은 믿음이 없으면 우리의 신념은, 우리의 신앙은 강해질 수 없습니다.
굳은 믿음이 없으면 방하착도, 절수행도, 염불이며 그 어떤 부처님의 가르침도 모두 헛것이 되고 맙니다.
너무나도 힘겹고 괴로운 경계 앞에서 우린 누구나 힘없고 나약한 존재가 되고 맙니다.
그 나약함에 믿음마저 흔들리고 나면 그야말로 우린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게 됩니다.
그러나 그 어떤 힘겨운 경계일지라도 굳은 믿음이 있다면 우린 전부를 가진 것이 됩니다.
굳은 믿음이란 조건이 붙는 것이 아닙니다.
‘잘 되게 해 주면 믿는다’, ‘믿으면 잘 되겠지.’ 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죽든 살든 목숨 내어놓고 믿는 것이 참된 믿음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무거운 업장 녹일 길이 없습니다.
지을 때는 쉽게 쉽게 지어놓고 받을 때는 괴롭게 마련입니다.
받을 때 참 쉽게 받는 법이 바로 굳은 믿음으로 놓아 버리는 것입니다.
믿음이 없다면 한치의 방하착도 없는 것입니다.
계산하고 놓는 것은 참된 ‘놓음’이 되질 못합니다.
잘 알고 있는 포교사님이 계십니다.
참 열심히 사시고 열심히 포교하시며 남들이 보면 참 신기한 사람이다 싶을 정도로 그렇게 베푸는 것에 아주 익숙하신 그런 분이십니다.
그렇게 열심히 수행하셨지만 그 분에게도 IMF는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자진 퇴사하시고 또다른 돌파구를 찾고 계셨습니다.
너무나도 힘겨워 보일 때가 많았지만 늘 기도하는 마음, 수행하는 마음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포교사님의 뒷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릅니다.
그리곤 어느정도의 세월이 흐른 뒤 이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게 되고는 그때를 회상하셨습니다.
그때는 참으로 힘들었다고, 너무 괴롭웠기에 부처님을 믿고 끊임없이 기도하셨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고 기도해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또 열심히 기도하고 그래도 낳아지지 않는 현실을 볼 때마다 분별심만 커져갔습니다.
부처님! 제가 얼마나 지금껏 열심히 수행하고 교화했는데…
제가 직장좀 가지고 돈좀 번다고 내가 다 쓰는 것도 아니고 회향하고 포교하는데 쓸테니 도와 주세요…
하는 계산된 마음, 부처님께 거래를 하고자 하는 그런 마음이 내면의 깊은 곳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깔려 있으셨던 것입니다.
살게 해 달라고, 잘 되게 해 달라고 비는 모습을 보신 것입니다.
그렇게 그렇게 수없이 기도를 하며 마지막에 가서는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았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다 포기하신 것입니다.
직장이고, 돈벌이고, 지위, 명예, 가족이며 자식들 교육까지…
이 모든 것을 그야말로 다 비워버리신 것입니다.
죽든 살든 다 놓아 버리신 것입니다.
어느 한 쪽을 택해 이렇게 해 주십사 하는 기도가 아닌 그저 일체를 놓아버리고 죽든 살든 믿게 된 것입니다.
죽든 살든 다 놓아버리고 일심(一心)이 된 것입니다.
그렇게 그렇게 조건이 없이 굳게 믿고 놓고 나니 현실에서 하나 하나 길이 보이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믿지 못할 만큼 일이 쉽게 풀리게 되고 밝은 인연이 찾아오고 그렇게 되었습니다.
다 놓고 나니 다 잡힌다는 그런 말씀을 알았노라고 그렇게 밝게 이야기를 하십니다.
까짓 죽음에 대해 뭐가 그리 무섭습니까.
목숨 내어 놓고 굳게 믿고 나면 세상 참 허허롭습니다.
넉넉히 여여할 수 있습니다.
살려고 믿어선 안됩니다.
죽는 것도 사는 것입니다.
바른 법을 듣고 그 날 죽어도 좋다는 그런 굳은 믿음이라야 합니다.
죽는 것도 죽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잠시 옷 갈아입는 것일진데 그놈을 놓지 못합니다.
살려고 하니 괴롭게 마련입니다.
목숨 내어 놓고 죽든 살든 믿고 놓아 보세요…
안 될 일이 없습니다.
죽는 일도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수행자는 꼭 한번은 죽어야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고요히 명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는 참된 힘을 가져야 합니다.
한 턱 넘어서고 나면, 그야말로 넘쳐나는 큰 힘과 정진력, 굳은 믿음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참되게 사는 것입니다.
밝게 수행하는 것입니다.
경계를 만난 수행자는 참으로 행복한 줄 아셔야 합니다.
언제 받을 지 모를 것 이렇게 수행할 때, 이렇게 밝은 법 만났을 때 만난 것이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닦아낼 수 있으니…
한 거사님께서 스님께 말씀드렸다고 합니다.
몸에 죽을지도 모르는 큰 병이 걸렸는데 이 병 또한 나에게서 나온 것이니 스스로 녹이겠노라고 한마음으로 부처님 굳게 믿고 이겨내겠노라고 말입니다.
수술하면 살 수 있겠지만 수술하지 않고 죽든 살든 굳게 믿어보겠노라고 말입니다.
스님께서는 참으로 기뻐하셨다고 합니다.
참된 믿음이라 죽는 것도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죽음을 담보로 그 경계 뛰어넘고자 하는 그 굳은 믿음에 눈물이라도 날 지경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무조건 병원도 가지 말고 스스로 이겨내야만 한다는 말이라기보다 스스로의 마음자리에서 나온 것 스스로 이겨내고자 하는 그 큰 믿음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하는 것도 법일 수 있고 그렇게 스스로 녹여냄도 법일 수 있을 것입니다.
굳은 믿음은 수행의 기초이기보다 전부입니다.
방하착의 준비과정이 아닌 방하착 그 자체입니다.
참된 믿음은 조건이 붙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