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멈추세요
-법상스님-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연습해 왔습니다.
보다 빨리, 보다 거침없이 돌진하는 일에만 익숙합니다.
나아가는 일만이 나를 살찌우는 일이며,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성공하게 만드는 일이라 생각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이 너무 빨라졌습니다.
너무 급해졌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무언가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에게 뒤쳐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한 순간도 ‘멈춤을 위한 멈춤’을 해 보지 않았습니다.
하기야 어쩔 수 없이 멈추게 되었을 때조차 가만히 온전히 멈춰 서 있지 못하고 무엇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니 말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가르침은 세상과 거꾸로 가는 법이라 하셨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일 말고 이제 멈추는 일을 배워야 합니다.
수행이란 멈춤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잡으려 하고, 나아가려 하는 일에서 놓아버리고 멈추는 일로 바꾸는 일이 수행입니다.
멈춘다고 해서 도태되는 것이 아닙니다.
멈추어 선 그 자리에도 우리가 원하는 행복의 가능성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멈추어 선 그 자리에 일체 만법이 다 녹아 있습니다.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하나가 곧 일체이고 일체가 곧 하나이며,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한 티끌 가운데 시방을 머금고 있으며, 일념즉시무량겁(一念卽是無量劫) 한 생각 속에 무량겁이 다 녹아 있고,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 처음 발심한 그 순간의 한마음이 정각을 이룬다 하였습니다.
나아가야만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 선 이 자리에서 지금 여기가 바로 온전한 ‘성취’ 의 자리임을 알아야 합니다.
온전한 깨달음의 자리임을 알아야 합니다.
잠시 멈추고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세요.
바쁜 일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