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참는 건 수행이 아니다 –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는 작년 5월에 ‘깨달음의 장’에 다녀왔습니다.
스님 즉문즉설 방송도 계속 듣고, 책도 사 보고, 남편한테 참회기도도 했어요.
그러니까 애들이 ‘엄마가 좀 변했다’ 그런 말도 하는데 제가 남편한테 참회기도 하고 뭐든지 ‘예, 예’ 하니까 남편이 버럭 화를 내는 거예요.
그리고 ‘예, 예’ 하면서 사는데 요즘엔 큰 애가 짜증을 내요.
엄마는 왜 아빠한테 큰 소리 한 번 안 치고 그렇게 사냐고..
그래서 좀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옛날처럼 맞받아 큰 소리 치며 살아야 하는 건지..
고민됩니다.
▒ 답 속에서 화가 나는데 억지로 참으면서 ‘예, 예’ 합니까, 아니면 ‘우리 남편 성질이 저러니까 그냥 맞춰주는 게 낫겠다~’ 싶어서 편안하게 ‘예, 예’ 합니까? (성질이 쪼끔 나죠~ ㅎㅎ) 성질 나는 걸 참으면서 하면 안으로 스트레스가 쌓여요.
그래서 아이 말에 지금 내가 휘둘리는 거예요.
‘그래, 옛날처럼 성질 한 번 내볼까?’ 이건 아이 말 때문이 아니고 나도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예요.
‘이렇게 살아야 하나? 내가 자꾸 참아주니까 지 잘난 줄 알고 기고만장 해 가지고..’ 이런 머리가 자꾸 굴러가는 거예요.
이건 ‘참는 것’은 되지만 ‘인욕바라밀’은 아녜요.
수행은 아녜요.
수행은 ‘아, 남편 성질이 저렇구나.
저 입장에선 저럴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수용하는 거예요.
내가 되받아친다고 남편 성질이 고쳐질까? 그럴다면 내가 옛날에 되받아칠 때 고쳐졌겠지 왜 안 됐겠어? (안 고쳐지죠 ㅎㅎ) 그래, 그러니까 싸우면 집안만 시끄럽지..
좀 나아지긴 했지만 확실히 수행으로 나아가진 못 했어요.
깨달음장에서 뭐라고 그래요? 화가 나는데 참으라고 그래요? 아니면 화낼 일이 없다고 그래요? (화낼 일이 없다고 그래요) 자기는 지금 화를 내면서 참고 있잖아? 그래서 이런 번뇌가 생기는 거예요.
화가 나는데 참고 있을 때는 얼른..
그런 자기를 알아차려야 해요.
‘어, 내가 화를 내고 있구나.
내 고집을 세우는구나~’ 아이 말을 듣고 동조하는 마음이 생기면 ‘아,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이렇게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러면 애들 보기에 제가 너무 무기력하고 자신감이 떨어져 보이지 않을까요?) 그 핑계로 자기도 성질 한 번 내보겠다 이 얘기지 뭐 ㅎㅎ (대중들 폭소) 자기가 지금 애 걱정하게 됐어? 애 핑계 대고 성질 한 번 내볼까..
내고 싶으면 내세요.
아이한테 물어보세요.
‘엄마가 옛날처럼 그렇게 아빠하고 악다구니로 싸우는 게 낫겠나? 엄마라도 숙여서 집안이 편안한 게 낫겠나?’ 물어보세요.
(남편하고 제 관계는 그래도 많이 좋아진 거 같은데 아들이 이제 사춘기에 들어가는데 아빠하고 관계가 아주 안좋아요) 그럴 수밖에 없지.
옛날에 남편하고 싸울 때 남편을 미워했잖아? 그런데 그때 그걸 보면서 자라난 애들 마음에 아빠를 미워하는 감정이 무의식 속에 깔려 있어요.
아빠가 싫은 거야..
그런데 요즘 아빠는 고함 지르는데 엄마는 ‘예, 예’ 하니까 더 꼴 보기 싫은 거지..
그러니까 애들이 아빠한테 대들 때 ‘아이구, 내가 옛날에 대들어서 애들도 저래 되었구나~’ 남편한테 더 참회해야 합니다.
‘내가 어리석어서 애들까지 당신한테 대들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애들 보고는 ‘그건 아빠 잘못이 아니다.
엄마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다’ 이렇게 자꾸 얘기해줘야 돼.
(그럼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요?) 남편에게는 ‘아이구 내가 당신에게 빡빡 우기고 대들었더니 나를 닮아 애들이 저러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뿌린 씨를 제가 잘 받겠습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사춘기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다 자기가 뿌린 씨앗이 싹 터 올라오니까 이 과보를 받아야 해요.
애를 안 낳았으면 내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데 애들한테 심어져 있던 씨가 사춘기 때 드러나는 거니까 그것까지도 내가 책임을 져야 돼요.
(남편 바꾸는 건 좀 쉬워도 애들 바꾸는 건 정말 어려운 거 같아요) 저 말하는 거 봐라~ 남편을 왜 바꿔? 자기만 바꾸면 되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대중들 폭소) 남편이 어떻게 살든 그건 남편 인생이니까 바꾸려고 하면 안 되고 애들도 바꾸려고 하면 안 되고..
‘아이고 나 때문에 저렇구나~’ 하고 자꾸 참회기도 하면 애들이 자기가 알아서 바뀌는 것이지..
바꾸려고 하면 안 돼요.
그 생각은 잘못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