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주는 평화
-법상스님-
산다는 건 외롭고 고독한 일입니다.
이렇게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끼지만 오히려 혼자 있음의 외로움은 내 안에 연꽃 한 송이 피어오르게 합니다.
사람들은 말하겠지요.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다고…
정말 그럴까요? 물론 그럴 거라고 느끼고 실제로 덜 외로울 수도 있겠죠.
그러나 조금 깊이 비추어 보면 함께 하고 있음이 우리의 외로움을 덜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해도 우린 여전히 외로워요.
가족과 함께 할 때도 우린 외롭고, 친구와 함께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도 번잡한 군중 속을 거닐 때 에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을 때라도…
그 어느 때라도 그 누구와 함께 있을 때라도 우린 여전히 외롭습니다.
함께 있음으로 외로움을 덜어낼 수 없어요.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있음으로써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고 할 때 우린 세상에 속고 있는 것입니다.
외로움을 떨쳐낸 것이 아니라 잠시 덮어두고 있을 뿐이지요.
언제까지 덮어둘 수 있을까요? 덮어두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속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린 내 안의 참된 고독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차라리 저홀로 외로움을 맞이했을 때 그 때 우리는 외롭지 않습니다.
아니 너무 외로워서 외롭지 않아요.
우린 누구나 외로워야 합니다.
철저하게 저홀로 고독해져야 합니다.
외로움이 싫다고 자꾸 벗어나려 하지 마세요.
그래도 어차피 우린 외로워요.
그럴 바에야 두 눈 똑바로 쳐다보고 외로움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혼자 있을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에 관심을 바라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 하지 않고, 철저히 혼자가 될 수 있을 때, 그럴 때 우린 비로소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나 자신과 마주하기를 꺼려하고, 자꾸 바깥 세상에 기대를 버리지 않기 때문에 나 자신을 만나질 못해요.
나 자신과의 만남을 이루려거든 먼저 바깥의 관심이며 기대를 다 포기해 버리세요.
바깥으로 치닫는 그 어떤 마음도 다 놓아버리고 철저한 고독과 마주해야 합니다.
나홀로 그 고독 앞에 우뚝 설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고, 그 누구도 함께 갈 수 없어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길입니다.
바로 이것이 참된 의미의 출가입니다.
참된 출가를 하였을 때, 나홀로 고독 앞에 우뚝 서 있을 때, 속 뜰의 본래 향기는 은은하게 피어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