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올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

올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

-법상스님-

[숫타니파타]에서 말합니다.

“옛 것을 너무 좋아하지도 말고, 새 것에 너무 매혹 당하지도 말라.

떠나가는 자에 대해 너무 슬퍼할 필요도 없고, 새롭게 다가와 유혹하는 자에게도 사로잡혀선 안 된다.

이것이 바로 탑욕이며, 거센 물결이며, 불안, 초조, 근심, 걱정이며, 건너기 어려운 저 욕망의 늪인 것이다.” 사람이든, 소유물이든, 명예나 지위가 되었든 그 인연이 내게 왔을 때는 온 것을 잘 쓰지만, 그 인연이 다해서 떠나야 할 때가 되면 떠나도록 내버려 둘 수 있어야 한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다 내 마음대로 오고 가는 것이 아니다.

제각각 스스로의 인연을 따라서 왔다가 제각각 인연이 다 하면 스스로 갈 뿐,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내 마음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옛 것, 익숙한 것,기존의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해서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사로잡힐 일도 없고, 새 것, 새로운 것, 낯선 것이라고 해서 너무 과도하게 매혹당할 일도 없다.

익숙한 것이 떠나갈 때도, 새로운 것이 다가올 때도,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인연을 따라서 그저 왔다가 떠나가는 제행무상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되면 이 세상 어느 것도 붙잡거나 버릴 것이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람도,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붙잡지 말아야 한다.

인도에서 부부와 아들이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 세 사람이 길을 걷다가 잠시 그늘 아래서 쉬고 있었는데, 그 때 마침 젊은 한 남자 여행자가 함께 쉬게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뒤 젊은 남자 여행자가 길을 떠나는데, 함께 쉬고 있을 동안 어머니가 그 젊은 남자 여행자와 눈이 맞아서 젊은 남자 여행자를 뒤따라 가게 된 것이다.

아들은 당황하여 아버지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태연하게 자신의 길을 다시 걸을 뿐이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쩔거냐고 따져 물었더니 아버지가 대답했다.

“네 어머니가 내게 처음 올 때도 자신의 의사에 따라 였고, 지금 떠나갈 때도 자신의 의사결정에 따라 다만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일 뿐이다.

자신의 의사결정을 따라서 길을 왔다가 자신의 의사결정에 따라서 길을 가는 것을 내가 어쩌겠느냐?”라고.

아무리 부부지간이라고 할지라도, 자식이라고 할지라도 그들 또한 사실은 내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내게게 왔을 때는 아름다운 생의 여행을 함께 해 나갈 수 있지만, 떠나갈 때가 되었을 때엔 떠나갈 수 있도록 마음에 과도한 사로잡힘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인연이라는 것은 어차피 한 번 맺어지면 어떻게든지 한 번은 꼭 반드시 헤어질 수밖에 없는 필연으로 맺어졌기 때문이다.

회자정리 생자필멸처럼 죽음 앞에서는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물질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소유물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오는 것을 애써 막을 일도 없고, 내게서 멀어지는 것을 애써 잡을 일도 없다.

경계 또한 그렇다.

오는 역경계라도 막을 일 없고, 가는 순경계라도 붙잡아 두려고 애쓸 일 없다.

내게 왔던 인연이 다 하면 갈 뿐, 가고 나면 또 다른 인연이 다가올 것이다.

인연이 아니라면 오지 않을 뿐, 그 인연 오지 않더라도 또 다른 인연이 올 것이다.

이 세상 모든것들을 내 마음대로 뭘 어떻게 하려고 하는 그 마음만 텅~비워서 놓아버리고 살면, 물 흐르듯 그냥 그냥 살면, 오고 가는 것도 없고, 좋아하고 싫어할 것도 없고, 맞는 것도 틀리는 것도 없고, 성공도 실패도 없고, 바램도 성취도 없고, 그냥 다 좋을 뿐.

그냥 좋고 싫은 것도 없이 이 세상 모든 것들이 그냥 그냥 그러할 뿐 여여하게 그러할 뿐이다.

올 것들은 정확히 오게 되어 있고, 갈 것들은 정확히 가게 되어 있다.

붙잡는다고 갈 것이 오는 것도 아니고, 막는다고 올 것이 가는 것도 아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을 다만 우주법계의 인연 흐름에 맡기고 받아들이라.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에 자신을 내맡겨라.

우주법계의 인연이라는 바다의 흐름에 온 존재를 내맡기고 다만 그 흐름을 타고 그 흐름을 따라 함께 흘러가라.

어떤 길로 가려고 애쓸 것도 없고, 이미 지나온 길을 거슬러 되돌아 가려고 후회하지도 말고, 아직 오지 않은 길을 찾으려 애쓸 일도 없이 다만 인연 따라 흘러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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