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도 잡지도 말라.
-법상스님-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세상입니다.
즐거움은 즐거움대로 괴로움은 괴로움대로 인연따라 온 것 인연따라 마음 열어 받아들이면 그만입니다.
인생 앞에 펼쳐질 그 어떤 경계일지라도 일체를 다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모두가 내가 지었기에 당연히 내가 받아야 하는 철저한 인과의 통 속입니다.
다가오는 크고 작은 경계들은 결코 나를 헤칠 수 없으며, 나를 이길 수 없습니다.
버리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다가오는 경계는 더욱 큰 힘을 발휘하여 나를 짓밟을 것입니다.
무소의 뿔처럼 거칠 것 없는 마음으로 일체를 다 받아들이십시오.
받아들이되 그 경계에 속아서는 안됩니다.
놀라지도 말고 두려워 할 필요도 없습니다.
받아들인 경계는 인연따라 잠시 생겨났기에 물거품과 같고 신기루와 같은 어설픈 환영일 뿐입니다.
괴로워하지 마세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나약한 마음은 실체가 없는 경계들에게 자아의식을 강하게 심어줄 뿐입니다.
그 환영 같은 경계들을 실재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그 경계는 내 앞에 커다란 두려움의 존재로써 실재하게 될 것입니다.
본래 있지도 않은 경계를 애써 만들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 것입니다.
용광로와 같고 바다와 같은 밝은 참나 한마음속에 다 집어넣고 녹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경계에 마음을 이끌리지 않고 비워버리게 되면 경계는 이제 더이상 고통도 기쁨도 아닙니다.
그저 스치는 하나의 작은 인연일 뿐입니다.
못 받아들일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의 모든 경계는 과거에 내가 지은 인연에 대한 과보이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원인은 지어두고 과보는 받지 않겠다는 도둑의 마음입니다.
하나도 잡을 것 없는 세상입니다.
즐거움은 즐거움대로 괴로움은 괴로움대로 인연따라 온 것 그저 인연의 흐름에 맡겨 두어야 합니다.
인생 앞에 펼쳐질 그 어떤 경계일지라도 일체를 다 놓아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잡음’이 있으면 괴로움이 뒤따릅니다.
그저 인연 따라 잠시 왔다 잠시 스쳐갈 수 있도록 놓아두어야 합니다.
이 모두가 내가 인연 지었기에 당연히 내게로 돌아 온 철저한 인과의 통 속입니다.
그 결과에 또 다른 착(잡음)을 두어서는 안됩니다.
작은 마음으로 욕심 부려 잡게 되면 또 다른 괴로움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 세상 그 어떤 경계도 애착을 둘 만한 것은 없습니다.
그저 텅 빈 속에 신기루처럼, 때론 환영처럼 인연따라 잠시 일어났다 잠시 스쳐가는 것을 애써 착(着)을 두어 붙잡으려 하기에 애욕이 일고, 욕망이 일어 인연 다해 없어지면 괴로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어느 하나 ‘착’을 두지 말고 텅 빈 한마음으로 놓아버려야 합니다.
이 용광로와 같은 한마음 속에 온갖 경계들을 다 집어넣고 녹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경계라도 ‘착’을 두어 붙잡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착’을 두게 되면 애착에 따른 욕심이 생기게 되며 내 것으로 만들려는, 아상(我相)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결국 내 앞에 펼쳐지는 세상 모든 경계는 어느 하나 버릴 것도 없고 잡을 것도 없습니다.
경계가 괴롭다고 외면하고 버려서도 안되며 경계가 즐겁다고 착을두어 잡아서도 안됩니다.
인연따라 잠시 오듯 물 흐르듯 다가오는 경계 가만히 흐르도록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다가오는 물이 싫다고 억지로 다른 쪽으로 물길을 돌리려 애쓸 필요도 없으며 (버릴 것도 없고) 너무 좋다고 물길을 틀어막아 가두어 둘 필요도 없습니다.
(잡을 것도 없다) 미운 것 ‘내것’의 울타리 밖으로 버리려 애쓰지 말고 좋은 것 ‘내것’의 울타리 속으로 끄집어 들이지도 마십시오.
오직 ‘내 것’ 이란 울타리만 깨 버리면 버릴 것도 없고 잡을 것도 없습니다.
본래 모두가 내 것이며 모두가 내 것 아님이니…
‘전체로서 하나’인 무량수 무량광 법신 부처님의 텅 빈 밝은세상…
그저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인연 따라 다가온 물의 흐름대로 그렇게 가만히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면 되는 것입니다.
잡으면 잡아서 괴롭고 버리면 버려서 괴로운 것이 우리네 기막힌 삶입니다.
잡아서 괴로워하지도 말고 버려서 괴로워하지도 말고 그저 좋고 싫은 옳고 그른 맞고 틀린 일체 모든 경계를 분별없이 다 받아들여 물 흐르듯 흘러가게 내버려 두시기 바랍니다.
오직 중도(中道)!! 그 하나면 족합니다.
그저 턱! 놓아버리고 물 흐르듯 여여하게 흘러가는 유수(流水)같은 수행자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