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말다툼이나 시비가 붙었을 때

말다툼이나 시비가 붙었을 때

-법상스님-

사람이 살다보면 부부간에도 그렇겠고, 사회생활에서도 그렇고, 또 가족, 친척 간이나 친구들 지간에도, 사소한 오해나 시비로 인해 말다툼이나 심지어 싸움까지 심하게 하는 경우가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라는게 다른 사람 둘 이서 싸우는 것을 보면 서로 양보하라거나, 한 쪽에서 그냥 마음 풀으라고도 하고 여러 가지 많은 조언을 해 줄수 있지만 이게 막상 내 일이 되면 이론처럼 그렇게 쉽지 않아요.

객관이 되어서 두 사람 싸 우는 것을 지켜볼 때는 조언이 쉽다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그것은 그만큼 감정을 섞지 않고 잘 관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 싸우는 것을 보면 참 어이가 없고, 어찌 다 큰 어른들이 저런걸 가 지고 싸우나 싶고, 저렇게 사소한 것으로 크게 문제를 삼나 도 싶고 그 당사자들의 못난 속 뜰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문제의 해답까지도 분명하게 알 수가 있어요.

어느 한 쪽에서 자존심을 버리고 화해하면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그냥 마음 낮추고 ‘미안하다’ 한마디면 끝날 것도 알고, 화나는 마음 잘 관하고 놓아 버리면 되겠다는 것도 잘 압니다.

객관이 되어 바라볼 때는 이렇게 쉽습니다.

문제의 원인도 알고 또 해답도 알고 있어요.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이 것이 내가 나를 객관이 되어 명징하게 지켜보고 관찰해 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른 사람과 시비가 붙었거나, 가까운 지간에라도 오해가 생겼거나, 말싸움이나 사소한 다툼이 생겼을 때 그 순간을 놓쳐버리면 그 때 부 터는 그 문제를 풀기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더라도, 바로 그 순간 욱 하고 올라온 그 마음을 분명하게 지켜볼 수 있다면 문제 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습니다.

지금의 이 상황은 다만 하 나의 상황일 뿐이지, 고정 불변의 어떤 실체적인 상황도 아닐 뿐더러, 지금의 욱 하고 올라오는 그 마음도 이러한 인연, 상 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일어난 마음일 뿐 고정된 실체도 아니고, 내 마음의 실체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우리들은 그때 그때의 상황에 속고 또한 그 상황으로 인해 올라온 감정에 속고 휘둘립니다.

내가 명징하게 깨어있을 때 그 어떤 상황이라도 객관이 되어 지켜볼 수 있을 때 내 스스로 내 마음을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습니다.

사소한 시비가 붙어 화가 욱 하고 올라올 때는 당장에 욕이 나오고, 주먹이 날라 가지 그 마음 한 번 돌이켜 비추어 본다는게 그리 쉽지는 않아요.

그래서 사소한 시비로 다 투게 되었다거나, 오해가 생겨났다거나, 직장 상사가 화를 내고 나를 멸 시한다거나, 어떤 상황이든 내 마음이 그 상황따라 욱 하고 올 라오게 되었을 때 바로 욕을 하고, 맞받아 치 지 말고, 그 어떤 시비도 하지 말고, 우선 숨을 크게 들이 쉬고 내 쉬도록 하세요.

한 10번 정도 호흡을 들이 쉬고 내 쉬면서 호흡의 들고 남을 관찰해 보시기 바랍 니다.

이것은 비단 호흡만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객관이 되어 지 켜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수행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에 걸러지지 않은 말이 툭 튀어나오도록 내 버려 두지 말고 일단 호흡을 10번 쉬면서 분명하게 관찰하도록 하세요.

그러고 나서 화를 내도 늦지 않습니다.

그러고 나서 맞받아 치던지 욕을 하던지는 그 다음에 할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방의 싸움을 지켜보던 관찰자의 입장에서 처럼 지금의 이 상황을 분명하게 바라볼 수 있고, 지금 욱 하고 올라 온 이 느낌에 속지 않을 수 있으며, 속 뜰에서 걸러지지 않고 툭 튀어나오는 말과 행위의 업을 막을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일상 생활 속에서 쉽게 맞닥뜨릴 수 있는 경계를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그 순간 욱 하고 올라온 마음에 속아서 화를 내고 욕을 하고 다투게 되면 그 다음 순간에 후회를 해도 이미 저지른 행위(업)를 녹이려면 얼마나 어려운 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순간 온전히 관찰하고 호흡을 관함으로써 한 번 돌이킬 수 있다면 그 순간의 경계에 속지 않을 수 있고, 속 뜰에서 맑게 걸 러진 경쾌한 대응을 할 수 있으며, 그 순간 업을 짓지 않을수 있습니다.

내 안에서 화가 나고 성이 나는 상황이 생겨나거나, 답답하고 괴로운 상황이라거나, 어떤 사소한 상황일지라도 욱 하고 올라오는 마음 이 있다면 당장의 감정적인 대응을 잠시 뒤로 미루고, 잠시 숨을 돌리고 호흡을 따라 관하세요.

내가 잘했느니 잘못했느니 상대방이 분명히 잘못했느니 잘했느니 그런 분별심들은 지금 이 순간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 을 그르칠 뿐이지요.

다만 지금 이 순간 호흡을 따라 관하시고, 욱 하고 올라온 그 마음에 집중을 하면서 내 속 뜰을 챙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나면 문제의 흐름을 분명하게 볼 수 있는 내면의 여유와 지혜가 생겨납니다.

그 때 내가 양보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겨나고, 내 자존심 한 발 접을 수 있는 용기도 생겨나며, 이 마음 놓아 버릴 수 있는 지혜도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더라도 도저히 화 를 못 참고, 분한 마음을 이겨내지 못할 것 같이 흥분이 된다 싶으면 우선 그 자리를 피하시거나, 침묵 을 지키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모든 일에서 마찬가지이겠지만, 감정적인 대응은 많은 일들을 그르치게 합니다.

감정이라는 것은 상황 따라 일어나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어떤 특정 상황을 보면 그것을 실재화 시키는 습관이 있어 놔서 그로 인해 생긴 감정도 실재인 것으로 착각을 합니다.

그러니 그 순간 들끓는 감정에 속고 휘둘려서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것이지요.

경계, 상황이 일어난 순간 잠시 호흡을 고르고 욱 하고 올라온 마음을 잘 관할 수 있다면 감정에도 또 상황에도 속지 않으면서 일을 순리대로 잘 풀어나갈 수 있는 정견(正見)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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