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스님─세상을 보는 눈

☆세상을 보는 눈☆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대로 세상을 바라 봅니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비슷한 세상을 살아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각각의 세상을 살아 가고 있는 것입니다. 길을 걸어가면 여러 가지 풍경이 펼쳐지지만, 그때그때의 마음 상태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릅니다. 관심이 가는 것만 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모자가 필요해서 사려고 하는 경우, 온통 사람들의 모자만 눈에 들어옵니다. 둥근모자, 캡 모자, 검은모자, 흰색모자 등 형형색색의 다양한 모자들이 시선을 끕니다. 신발을 하나 새로 장만하려고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길을 걸으면서 온통 사람들의 신발을 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가죽신, 운동화, 검은 신발, 갈색 신발 가운데 어떤 것이 좋을까? 이런 경우 모자는 눈에 안 들어오고 신발만 눈에 들어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없던 신발이나 모자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전부터 그러한 신발을 신고 그러한 모자를 쓰고 다녔건만, 나의 눈에 뜨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다만 거기에 내가 관심을 가지고 보니까,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세상을 보는 눈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세상은 그저 세상일뿐입니다. 자신의 관점에 맞추어서 좋다 싫다 아름답다 추하다고 단정할 뿐이지, 세상은 본래부터 좋거나 싫거나 아름답거나 추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이 밝고 즐겁게 보이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이 밝고 즐겁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온통 암흑처럼 느껴지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이 암흑처럼 어둡기 때문이지요. 시비분별에 익숙한 사람은 세상사를 온통 시빗거리로 볼 것이며, 시비분별이 쉬어 있는 사람은 시끄러운 가운데서도 고요함을 볼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세상을 보고 사는 것입니다.

월호스님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합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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