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서 후회 없이 사랑하는 법
-월호스님-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거의 죽음에 이르렀다 살아난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완전히 죽어 장례까지 치르고 나서 다시 살아 돌아온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몸뚱이가 썩어버렸기 때문이지요.
간혹 몸뚱이 없이 영혼이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몸뚱이가 오려면 다른 몸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조선시대《왕랑반혼전》에 따르면, 함경남도 길주 땅에 왕사궤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11년 전에 죽은 부인 송씨가 와서 말하는 것 이었습니다.
죽은 지 11년이나 되었지만 아직 명부에서 심판이 끝나지 않았고, 자신과 남편이 이웃집 안씨 노인이 염불하는 것을 방해하고 욕설을 퍼부었기 때문에 염라대왕이 말하기를 남편이 오면 함께 지옥 으로 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내일 아침에 저승사자가 잡으러 올 테니, 집안을 청결히 하고 정성을 다해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고 있으라고 일러주었습니다.
마침내 염라대왕 앞에 끌려갔지만, 이 말을 들은 대왕은 태도가 급변하였습니다.
모든 것을 용서하고 다시 인간세상으로 보내어 30년을 더 살게 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었습니다.
또한 옆집 안씨 노인은 3년 후에 죽어 바로 극락세계로 갈 것이라는 예언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송씨는 죽은 지가 오래되어 시체가 썩어버렸으니, 염라대왕께서는 이틀 전에 죽은 21세의 길주 군수 딸의 몸으로 환생하도록 하셨습니다.
그렇게 왕랑 부부는 30년을 더 살아 왕랑의 나이 80세, 부인의 나이 51세가 되도록 아들 딸 낳고 잘 살다가 한 날 한 시에 죽었다고 합니다.
또한 그 옆집 안씨 노인도 송씨가 되살아난 지 3년 만에 죽으니, ‘세상에 이런 기적이 없다’고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신심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났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기적은 자주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아니, 흔치 않기 때문에 기적이라 하는 것이겠지요.
말하자면 죽은 이에게는 죽은 이의 길이 있고, 산 자에게는 산 자의 삶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후에 다시 살아오는 기적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후회 없이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
수천의 생을 반복한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능성은 아주 드뭅니다.
그러니 지금 후회 없이 사랑하십시오.
사랑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중이 아닌, 바로 지금 여기에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루에 세 번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후회하지 않는 삶이 될 것입니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말합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하나가 되면서도 둘로 남아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자신의 영혼을 살찌우면서 동시에 상대도 성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는 사랑으로 행복해지려면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부터 키우라’고 충고합니다.
내가 필요해서 상대를 사랑하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정신의 응석일 뿐입니다.
한편 사랑에는 보호와 책임이 따릅니다.
꽃을 아낀다고 하면서도 정작 물을 주지 않는 사람이 과연 꽃을 사랑하는 사람일까요? 상대의 성장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이야말로 사랑의 충분조건입니다.
결국 상대방을 해탈하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요?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합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