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
-월호스님-
참회의 요령을 가르치고 실행하도록 하면, 반응 또한 가지각색이다.
어떤 이는 연신 눈물을 닦아내기 바쁘다.
심지어는 대성통곡을 하는 이도 있다.
지금까지 그런대로 잘 살아왔다고, 누구 못지 않게 괜찮은 사람이라고 자부해 왔는데, 막상 스스로를 돌이켜 보니 그게 아닌 것이다.
어떤 이는 별로 참회할 것이 없는 줄 알았는데 막상 하다 보니, 정말 자신의 삶에 이렇듯 문제가 많았음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이들도 있다.
참회가 잘 되는 이들은 그렇다.
이와는 다르게 참회가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앉아 있어봐야 머리만 지끈지끈한 경우도 있고, 참회해야 할 내용이 도통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순간적으로는 참회가 되는데, 지속해서 진행이 되어지질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이들도 있다.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똘똘 뭉쳐져서 마치 뱀 대가리처럼 치켜들고 있기 때문에 참회가 되질 않는다.
아니 참회하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참회가 잘 되지 않을 경우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마음속으로 아직 수긍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참회한다고 해봐야 머리만 아플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어디 쉬운가? 참회하라고 할 때는 아무 생각이 안난다고 하는 이들이, 오히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더욱 많은 생각을 일으킨다.
예컨대 잠을 좀 자두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잠이 잘 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잠을 자야지, 자야지’하면 그 생각 때문에 더욱 잠이 안 온다.
오히려 ‘그냥 누워서 편안히 있는 것도 쉬는 거야, 억지로 잠잘 필요 없어’ 하면 잠이 쉽게 오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 이치로, ‘생각해서 참회하라’고 하면 아무 생각이 안난다고 하면서, ‘아무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이 생각 저 생각 번잡해지는 것이다.
그러면 그 생각마다 제목을 붙이도록 한다.
이것은 탐욕, 이것은 성냄, 이것은 어리석음, 하는 식으로 분류를 해 부처님께 맡기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탐진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여튼 생각나는 것은 모두 참회 꺼리라고 보면 틀림없다.
나쁜 기억들은 당연히 참회해야 하겠지만, 좋은 생각들은 왜 참회해야 할까? 여기 옛 게송이 있다.
꿈속에서는 또렷하고 분명해 육도 윤회가 있더니만 깨어나 보니 비고 공하여 대천세계 자체가 없구나.
夢裏明明有六道러니 覺後空空無大千이라.
몽리명명유육도 각후공공무대천 참회하라고 할 때는 아무 생각이 안난다고 하는 이들이 오히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더욱 많은 생각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