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이것이 기도다
-법륜스님-
▒ 문 저는 27살 청년인데 청년실업자 중의 한 사람으로 부모님께 용돈을 타 쓰며 지내고 있습니다.
저의 꿈은 영어교사라서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초 노량진에 가서 1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지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다시 도전하면서 공부를 하고는 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의문도 듭니다.
항상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시험에 두 번 떨어지고 나니 자신감도 많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몸이 안 좋거나 기분이 안 좋아 슬럼프가 찾아오면 한 2~3일간 방황을 하기도 합니다.
스님, 정말 올해는 후회없는 1년이 되고 싶은데 슬럼프를 이겨내고 자신있게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답 별로 다급하지 않네~ 진짜 다급하면 슬럼프 3일이란 있을 수가 없지..
생각으로는 ‘돼야 한다’ 하지만 무의식에서는 ‘안 돼도 그만이다’ 하니까 3일씩이나 헤매고 그러지..
그런데 객관적으로 보면 해가 거듭될수록 임용고시에 합격할 확률이 높아질까 낮아질까? 낮아져요.
해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나오고 또 거기에 능력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합격 확률은 계속 줄어들어요.
그래서 한두 번 해보고 안 되면 딱 그만두는 게 제일 좋아요.
그러니까 지금 딱 그만두던지, 그래도 미련이 남으면 이번 한 번만 더 해보고 그만둔다.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 고시병 환자가 된다..
중독이 된다..
못 헤어나온다..
나이가 자꾸 늘어나니까 다른 데 가기도 힘들어지고, 또 여기 미련 때문에 포기하기도 힘들고..
그러니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100% 다짐을 하고 하면 슬럼프는 없어.
부모가 해주는 밥 먹고, 부모가 제공해주는 집에서 살고, 부모가 주는 용돈 쓰고 다니니까 올해 안 돼도 내년에 살 수 있으니까 무의식에선 다급하지 않은 거야.
만약 올해 안 되면 내년에 지옥으로 가야 한다 하면..
3일 슬럼프..
이런 말이 나올 수가 없지.
안 될수록 더 몰두를 해야지 슬럼프가 아디 있어? 보왕삼매론을 읽어봐.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내가 어떤 태도가 나오느냐가 내가 그걸 이루고자 하는 원(願)이 얼마나 굳건하냐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는 겁니다.
지금 자기 얘기 들어보면 욕심이야.
절박하지 않고 적당히 해서 되기를 원해.
그러면 이제 어떤 보살님처럼..
공부는 안 하고 절에 가서 기도하면 스님이 ‘하루에 500배씩 절 해라.
부처님이 도움을 주실 거다’ 그러면 이제 공부는 팽개치고 맨날 절만 하면..
그건 요행을 바라는 겁니다.
그럼 절은 왜 하느냐? 공부를 해야 하는데 공부는 안 되고 슬럼프에 빠질 때 내가 이 원을 굳건히 못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이 원을 굳건하게 하기 위해서 절을 하면서 원을 다지는 거..
이게 수행입니다.
남편이 술 먹는데 절에 가서 ‘우리 남편 술 안 먹게 해주세요~’ 기도한다고 해서 남편이 술 안 먹는 게 아닙니다.
남편이 술 먹을 때, 술 먹는 남편을 이해하고, 많이 먹고 오면 해장국 끓여 주고 적게 먹고 오면 술상 차려 주고..
이렇게 남편을 이해하는 마음을 내면 술 먹는 남편하고 살아도 아무런 지장이 없어져.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실제로 해보면 돼요 안 돼요? 안 되니까..
안 되는 나를 고치기 위해서..
그게 ‘기도’라는 겁니다.
‘저 인간 고쳐주세요~’가 기도가 아니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 법(法)의 이 치는 알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내가 아침마다 일어나 기도를 해야 경계에 내가 끄달리지 않게 된다..
이 말입니다.
그래서 기도는 ‘합격하게 해주세요~’ ‘공부 잘하게 해주세요~’ 이렇게 하면 안 되고 내가 하기로 결심한 이 원을 놓치는 것을 원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기도를 해야 합니다.
‘부처님 저는 행복합니다.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꾸 자기에게 긍정적인 요인을 주고..
그러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고 중요한 것은, 공부 자체를 재미있어 해야 합니다.
‘선생 안 하더라도 영어를 이 정도는 알아야 회사 가서도 일을 하지’ 이런 마음으로, 배우는 것 자체를 재미있게 배워라..
이렇게 지금 자기의 삶을 하루하루 즐겁게 해야 합니다.
임용고시 준비하는 1년은 그저 죽어 지내야 한다..
이게 아닙니다.
내 마음이 이렇게 즐거우면 굳이 영화 보러 갈 필요 있나? 굳이 컴퓨터 게임 할 필요 있나? 없지.
괴로우니까..
스트레스가 쌓이니까..
영 화를 보던지 게임을 하던지, 술을 먹든지..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공부가 재밌는데 스트레스가 어딨어? 영화 보러 갈 필요도 없고, 게임 할 필요도 없고, 친구 만나러 나갈 필요도 없어요.
왜? 공부가 더 재미있으니까..
이럴 때 이제 집중이 되고 능률이 오릅니다.
그런 이치를 깨닫고 하는데 내가 잘 안 된다 이 말입니다.
왜? 이제까지 해오던 습관이 있으니까..
그럴 때 이제 부처님께 108배 절을 하면서 내가 세운 원을 다져나가는 겁니다.
이게 기도입니다.
이럴 때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
이게 가피입니다.
슬럼프가 일어나면 늪에 빠져들지 말고 벌떡 일어나세요.
운동장에 가서 막 뛰고 와서 씻고 좀 자고..
또 일어나서 하고 그러세요.
제일 중요한 건 올해 끝낸다는 겁니다.
그거 한두 번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둬야지 계속 매달리는 건 인생 낭비야.
선생이 정말 하고 싶으면..
인도에 우리 학교 짓는데 영어선생 없어.
가서 좀 해줘 ㅎㅎ.
아이들도 많아~.
문제는 월급이 없다는 거 한 가지이지만..
(대중들 폭소) 지금 선생이 문제가 아니라 월급이 문제잖아? 요즘 세상에 안정된 월급을 받는다..
이 문제잖아? 젊은 사람이 너무 그렇게 안정적인 것만 찾으면 안 돼.
한두 번 시도해보고 안 되면 얼마든지 다른 거 해볼 수도 있지.
인생의 길은 무궁무진 하게 열려 있으니까 너무 한쪽에만 매달려 가지고 그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