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기다림을 놓으라

기다림을 놓으라

-법상스님-

우리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기다리던 일이 완성되면 또 다른 것을 기다리고, 그것이 완성되면 또 다른 기다림의 대상을 만들어 우리의 기다림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고등학생은 대학생이 되길 기다리며, 대학생은 좋은 취직자리를, 학생은 좋은 성적을, 직장인은 진급을, 수행자는 깨닫기를 기다린다.

한가지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내 앞에 나타날 사랑을 기다리고, 빨리 큰돈 벌기를 기다리고, 더 나은 직장을 기다린다.

출근후에는 퇴근을 기다리고, 평일에는 휴일을, 또 휴가를 기다린다.

가을엔 첫눈을 기다리고, 겨울엔 따뜻한 봄을, 봄엔 여름을, 여름엔 가을을 기다린다.

성공하기를, 부자 되기를, 깨닫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끊임없이 평생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우리는 결국 한 번도 기다리지 않았던 죽음을 만나게 된다.

죽음의 순간까지 달려가면서 한순간도 기다림을 포기했던 적이 없다.

중요한 것은 ‘기다림’이 아닌 ‘기다림의 놓음’이다.

기다리지 않았을 때 지금 이 자리에서 깨어 있을 수 있다.

기다림이란 지금 이순간을 원치 않는다는 말이다.

지금이 아닌 다음 순간을 원한다는 말이고, 현재가 아닌 미래를 원한다는 말이며, ‘지금의 나처럼’이 아닌 ‘다른 사람처럼’되길 원한다는 말이며,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원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기다림은 현재의 모습과 미래의 기대 사이의 갈등을 만들어낸다.

그 갈등이 바로 괴로움의 실체로 다가온다.

기다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 이 순간 만족하지 않는다는 말이고, 지금 이 순간 만족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고되고 괴로울 뿐이다.

이런 우리의 기다림은 습관적이다.

그동안 우리는 무언가를 기다리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가.

아니 어쩌면 우리 삶 전체를 이런 쓸모없는 기다림에 헛되이 소모하고 있는지 모른다.

기다리지 말라.

기다릴 시간에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 더 근원적이다.

행복은 결코 기다린다고 오지 않는다.

행복은 결코 미래에 있지 않다.

다만 지금 이순간 깨어 있음과 자족을 통해 드러난다.

기다리는 마음은 이 자리에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이 자리를 봐야 하는데 다른 자리를 찾고 기다리고 있으니 어떻게 볼 수 있겠는가.

기다림의 결과로 행복을 얻을 수는 없다.

오히려 그 기다림을 완전히 놓았을 때, 그때 언제나 있어 왔던 참 행복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충분히 인정하며 사랑하고 받아들이라.

그냥 지금 이순가느이 ‘나 자신’이면 되지 한참을 기다린 후에나 얻을 수 있는 ‘다른 그 무엇’이 될 필요는 없다.

지금 이 순간의 내 모습에, 내 소유에 만족하라.

이렇게 살아 숨 쉬고 있음에 감사하고 존중하고 인정하라.

다음 순간을 기다리지 말고 오직 지금 이 순간이 기다림을 이룬 순간이 되도록 하라.

행복은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있지 미래에 있지 않다.

이 순간에 서 있으면 무언가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종류의 기다림을 놓아버리고 바로 이 자리에 서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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