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국스님─좋은 도반은 보물과도 같다

좋은 도반은 보물과도 같다.

-혜국스님-

셋째, 좋은 도반은 보물과도 같습니다.

아니, 보물 이상입니다.

주위에 있는 친구가 어떤 도반인지 살펴보십시오.

참선하고 기도하는 친구를 가까이 하 고 있는지, 멋 내고 놀기 좋아하는 친구를 가까이 하 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십시오.

덕을 쌓고 싶어도 도 반이 나쁘면 핸들이 엉뚱한 쪽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도반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셨으며, 도반을 꽃, 저울, 어머니, 대지와 같은 네 종류의 벗으로 분류하셨습니다.

①꽃과 같은 벗:예를 들어 국화꽃 장미꽃과 같은 벗을 말하는데, 이 벗은 생생할 때 꽂아 놓으면 당장은 참으로 예쁩니다.

요즘 연인들 은 장미꽃과 안개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선물하는 경 우가 많은데, 죽음을 뜻하는 안개꽃과 사랑을 뜻하 는 장미꽃이 합쳐져서 ‘죽도록 사랑한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어쨌든 예쁜 꽃은 사랑을 받기 마련이지만, 시들어 져서 버릴 때가 되면 쓰레기통에 확 처박아 버립니 다.

그러니 감정을 따라 움직이는 꽃과 같은 벗은 있으나마나입니다.

②저울과 같은 벗:각종 선거가 있을 때 가만히 보십시오.

어떤 사람이 당선 후보라고 하면 그 쪽에 줄을 섰다가, 그 사람이 아니라 이 사람이 된다고 하면 얼른 이 쪽으로 와서 줄을 서는 사람이 있습니다.

곧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것입니다.

혹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 누가 당선이라도 되었다고 하면 굳이 가서 축하까 지 하고, 떨어져서 아무것도 없다고 하면 전화가 와도 안받는다는 겁니다.

이렇게 이권 따라 움직이 는 벗이 저울과 같은 벗입니다.

③어머니와 같은 벗:동양의 어머니들은 정말 훌륭하십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훌륭하신 분 은 우리나라 어머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월 초파 일의 등을 달 때에도 남편 등, 자식의 등은 열심히 달면서도 어머니 자신의 등은 달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아주 특별한 업연이 아니면 절대로 자식 을 버리지 않습니다.

자식들이 어떠한 잘못을 범하 여도 다 받아주고 용서해 줍니다.

어머니와 같은 벗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네 친구가 사기를 쳤다” 는 소리를 들어도, “그럴 리 없다.

그런 얘기는 나 한테 하지도 마” 하면서 무시해 버립니다.

“네 친구가 너에 대해 나쁜 말을 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어도 ‘그 친구가 그렇게 말한 데에는 깊은 뜻이 있을 거야, 무언가에서 나를 구해내려고 했을 거야’하며 이해합니다.

이렇게 다 용서하고 받아주는 벗이 있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하고 대단한 사람입니다.

④대지와 같은 벗:대지에 똥을 싸면 대지는 똥을 거름으로 만들고 오줌을 싸면 오줌도 거름으로 변화시킵니다.

이처럼 대지는 미운 놈 고운 놈 가리 지 않고 한결같이 받아줍니다.

그런데 실인 즉, 인간 세상에는 대지와 같은 벗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지와 같은 벗을 만나 려면 내 마음을 벗해야 합니다.

내 마음을 친구 삼 을 때 대지와 같은 벗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꽃이나 저울 같은 친구가 아니라 보물보다 더 값진 어머니 같은 벗, 특히 대지와 같은 마음의 벗을 도반으로 삼을 때 우리의 도는 저절로 성숙하게 됩 니다.

이를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넷째, 중생제도를 한다는 것은 안과 밖의 중생을 모두 제도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를 마음부처와 함께 살면 그 하루하루는 영원히 살 아 있는 날로 남습니다.

하루하루 내가 어떻게 사는 가를 돌아보고 내 마음부처를 위해 부지런히 농사짓 고 살면 마침내 부처의 경지가 나의 것이 되는 것입 니다.

내 마음부처를 위해 살고 있다는 것은 모든 번뇌망 상을 제도하고 모든 중생을 제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번뇌망상이라는 중생을 제도하려면 망상하는 시간을 삼매의 시간으로 바꾸면 됩니다.

번뇌망상으 로 채워진 마음자리에 참선 염불 기도 경전공부 참회 등을 채우면 됩니다.

이렇게 마음을 맑히고 밝혀 번뇌망상을 제도하면 일체중생도 저절로 제도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당부 드립니다.

불기 2554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부처님께서 이 지옥같은 사바세계에 오신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를 잊지 마십시오.

‘네가 부처’임을 깨우쳐 주고자 하셨던 부처님의 대자비를 생각하면서, 우리 모두 마음농사를 위해 나서봅시다.

①내 마음 부처를 믿고 ②덕스러운 마음 운전수를 만들고 ③대지와 같은 마음을 도반으로 삼아 ④번뇌망상이라는 마음중생을 제도해 봅시다.

그리고 이번 부처님 오신 날에는 등불을 밝히며 이렇게 발원해 보십시오.

“부처님께서는 평생동안 마음 고향에서 사는 방법 을 일러주시고 공부에 힘을 쏟을 것을 당부 하셨는 데, 불자인 나는 부처님의 아들 딸 답지 않게 살아 왔다.

이제부터 마음공부를 하여 부처님의 지혜등불 을 밝히고 마침내 부처가 되는 참된 불자가 되리라.” 부디 이 부처님 오신 날을 단순한 축제일이나 구복 (求福)의 날로 삼지 마십시오.

부처님 일대기를 읽 고,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근본교리를 공부하고, 하 나의 경전이라도 알뜰히 새기고, 참회기도 하고, 참선도 해보는, 그리하여 마음을 밝히고 영원한 행 복을 담는 날로 승화시키기를 깊이깊이 축원드립니 다.

-월간[법공양]5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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